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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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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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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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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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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5(수정)

DUMMY

교실 앞에 남자 아이 하나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 있었다.


데르얀 플레어.


3군단을 이끄는 혼커인 플레어 후작가의 셋째 아들.

경합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론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했다.

가문의 명성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성적.

우승후보로 불리던 나머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분하고 화가 날만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경쟁이 될 만하면 비벼보기라도 할 텐데, 아론은 이미 아득히 먼 곳에 존재하는 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카데미 전교생을 모아놓고 가고일을 이길 자신이 있는 사람 나오라하면 단 한 명도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할 것이다.

아론을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속이 편했다.

아론이 데르얀을 스쳐지나가자 데르얀이 아론을 불러 세웠다.

“이봐. 아론.”

아론이 돌아서자 데르얀이 팔짱을 풀고 가까이 다가섰다.

“시간되면 우리 집에서 식사 어때? 아버지께서 널 보고 싶어 하신다.”

왕국에 셋뿐인 후작가문에서의 초대.

그것은 단순한 식사초대를 넘어 다른 입장에서 본다면 큰 영광이고, 몇 없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혼커인 후작의 눈에 들었다는 자체가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길이 열린 것이니까.

후작이 거느린 병력은 수도를 제외한 왕국의 중부와 동부지역을 통괄한다.

작위가 알려주듯 혼커인 후작은 라오니 왕국의 중심을 받쳐 주는 기둥 중 하나였다.

“생각해보고 연락주지.”

데르얀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교실로 돌아갔다.


교실로 들어서려는데 또 누군가가 아론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쥬센 칼레발.

2학년인 그는 블로이드 백작령 로잉 지방과 맞닿은 젠트키 영지를 다스리는 칼레발 가문의 장남이었다.

그 역시도 경합전 최후까지 발악을 한 인물이었다.


“아론. 아버지께서 널 보고 싶어 하시는데 어때? 가면 영지의 재미난 곳들도 구경시켜주마.”

이후에도 고위층 귀족가의 자제들이 아론에게 접근해왔다.

“남부 귀족들만의 지역 모임이 있다. 알아두면 네 인생에 꽤 도움이 될 거야. 조건이 까다롭지만 너라면 회원으로 받아줄 수 있어.”

“내 특별히 너한테 제안하는데······.”

자존심도 없는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접근해왔다.

심지어는 노예투기장이나 술을 마시러 가자고 다가오는 놈들도 있었다.

대부분 거절하거나 생각해 본다는 말로 돌려보냈다.

두루두루 친해지고, 모임도 가지면 좋겠지만 아론은 태생적으로 억지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형성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아니 싫었다.

중원에서도 그랬지만 그 시간에 홀로 검을 휘두르는 것을 훨씬 좋아했다.


수업시간이 다가오고 아론이 책상에 앉자 이번엔 셀린이 반갑게 맞이한다.

“우승 축하! 축하해!”

“별 것 아니다.”

셀린이 정색했다.

“와! 재수 없어! 경합전 우승하려고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애들이 대부분이야. 근데 넌 그걸 별 것 아닌 것으로 취급하면 나머지 아이들은 뭐가 되냐?”

“내가 알바 아니지.”

셀린이 새우 눈을 뜨며 쏘아붙였다.

“냉정한 거봐! 너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겠다!”

“피를 보게 할 자라면 관심은 있지.”

말로는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셀린은 고개를 저어댔다.

셀린은 그래도 아론과의 대화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가 보인 검술이 아직도 눈앞에서 아른거려 요즘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론. 네가 원하는 거 하나만 말해봐.”

그녀의 말에도 아론은 관심 없다는 듯 공책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들어줄 수도 있어. 말해보라니까.”

셀린이 재촉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잘 아는 아론이지만 천금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독문비급이다. 아론은 기존 검술의 단점까지 보완해 완벽에 가까운 검술로 승화시켰으니 그 가치는 이로 말할 수 없다.

“네가 나한테 충성을 맹세하면 알려줄지도 모르지.”

“······농담이지?”

“농담 아닌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론은 수하들이 생기면 괜찮은 기술 몇 가지는 가르쳐 줄 생각이다.

그래서 백지로 된 책도 구해놓았다.

약해빠진 수하가 자신 밑에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마교의 열한 개 결사대는 어떤 임무도 충실히 소화해 냈고, 그 어떤 조직보다 강하고 용맹했다. 불구덩이 속에 뛰어들어서라도 적장의 목을 베어오던 그들을 재현할 날이 찾아 올 것이다.

명문정파들의 절학들 중 이곳 대륙인들의 체질과 자질에 맞는 상승무공을 전수하면 국사무쌍(國士無雙)한 인물들이 아론과 함께 할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마공을 익히게 해서라도 단숨에 강력한 무인들을 만들 수도 있으니 아론은 앞날을 그리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다만 미리 준비를 할 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셀린이야. 서부의 패왕 프로이드 쥬디안 백작님이 내 아버지라고.”

“뭔 상관이지? 네가 작위를 물려받기라도 하나?”

“으... 너 정말!”

“어린 애처럼 아버지 덕을 언제까지 보려고? 네 아버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과시하는 건 네가 나약하다는 증거지.”

“막말도 정도껏 해!”

“스스로 증명해 보여. 내가 너한테 검술을 가르쳐 줄 욕심이 생길 만큼.”

“어떻게 증명하는데?”

“그거야 네가 해답을 찾아야겠지.”


아론은 계산적인 인물이 아니다.

단지 대업을 이루는데 불필요하다 느끼면 굳이 관여를 하지 않는다.

무관심하다고 보면 된다.

쓸데없는 일에 심력을 소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충성을 맹세하라니? 머리에 뭐가 들면 저런 발상을 할 수 있는 거지?’

셀린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위귀족이 하위귀족에게 충성을 맹약한 전례는 없었다.

귀족모독죄에 괘씸죄까지 추가해서 단두대에 목이 잘려도 할 말이 없는 발언이었다.

자신을 이토록 저급하게 취급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수치심이 밀려왔다.

약하다는 것이 이렇게 서러운 거구나하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치사하다! 가르쳐주기 싫으면 싫다고 당당하게 말해. 남자 새끼가 쪼잔 해가지고! 흥!”

셀린은 그렇게 돌아서고서는 하루 종일 분을 참지 못했다.

--

수업이 끝나자 셀린의 뒤로 호만과 호위 기사 알레드가 따라붙었다.

오늘따라 우울해 보이는 셀린이기에 두 사람 모두 말을 붙이지 못했다.

“저... 아가씨.”

호만이 눈치를 보며 셀린을 불렀다.

알레드 경이 옆에 있으니 이 시간이면 호만은 연무장으로 가서 저녁 수련을 하곤 했다.

“가서 하던 일해.”

“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호만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피해 부리나케 자리를 피했다.

셀린은 그제야 알레드를 향해 돌아서더니 물었다.

“알레드 경.”

“네. 아가씨.”

“플로닌 수석 교관님보다 강해?”

비슷한 급이면 기사들끼리 서로 검을 부딪치지 않는 이상 누가 우위라고 말할 수 없다.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해 등급이 정해지는 만큼 개개인의 성향과 특기가 다르다.

무거운 검을 사용해 힘을 이용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이가 있는 반면,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유형의 기사도 있기 마련이다.

기사끼리 비교하는 것 또한 그들의 자존심을 자극시키는 일이기에 불문율처럼 묻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알레드는 광활한 대지 다이어 2등급 자격을 갖춘 기사였다.

프로이드 쥬디안 백작가의 기사단 중 흑색 전갈 기사단의 부단장의 자리에 있으니 셀린의 호위 기사로는 차고 넘쳐나는 실력을 가진 자였다.

“누구보다 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분이라 알고 있습니다. 기사로서, 또 아카데미의 교관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길 수 있냐고 묻잖아.”

알레드는 막내 아가씨 앞에서 속에 담은 쓴 소리는 할 순 없었다.

“큰 변수만 없다면 가능할 겁니다.”

“그 가능이란 게 압도적인거야? 아니면 약간의 우위를 말하는 거야?”

“아가씨. 무슨 근심이 있으십니까? 저에게 말하시면 해결해 드리죠.”

“대답이나 해봐.”

“······.”

“얼른!”

“힘든 싸움이 될 겁니다. 정말 아무 일 없으신 겁니까?”

셀린은 플로닌과 아론과의 대련을 머릿속에 떠올리고선 이내 고개를 저어댔다.

“아무것도 아니야.”


--

경합전 이후 아론은 공책에다가 뭔가를 꾸준히 적고 있었다.

셀린이 뭔가 하고 슬쩍 볼 때마다 아론은 눈치를 채고 팔로 책을 가려버렸다.

“일기라도 쓰니? 넌 숨기고 싶은 게 참 많구나.”

“‘미리 준비하면 우환이 없다.’라는 말이 있지. 난 그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준비라는 게 뭐야? 난 알면 안 되는 거야?”

“당연하지. 그러니 볼 생각도 하지 마라.”

“쳇!”

아론은 막힘없이 글을 적어 내려갔다.

수업시간에도, 검술시간에도 아론은 공책에 글을 채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다.

한 권이 마무리되자, 또 다른 공책에 글을 채우더니 며칠 후엔 열권에 가까운 책들이 아론의 손에서 완성되었다.

--

아론은 책을 들고 플로닌 교관을 찾아갔다.

연무장에서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던 그는 아론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달려갔다.

주위에 보는 눈이 없는지 살펴본 후, 주먹을 가슴에 올리고 고개를 숙여보였다.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속으로 만족한 웃음을 지었고, 겉으로 아론은 한숨을 푹 쉬어 보였다.

“저 드래곤 아니라고 했습니다.”

“미천한 제가 어찌 제왕의 마음을 헤아리겠습니까. 누가 뭐라 해도 전 위대한 존재를 따르겠습니다.”

“꽉 막히셨네요.”

“송구합니다.”

“뭐. 마음대로 생각하시고 아카데미에 안에 있을 땐 학생으로 대해 주십시오.”

“그리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반응을 본 아론은 확신이 섰다.

더 이상 구구절절 변명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은 속이지 않았고, 이들 스스로가 바보처럼 속고 있는 것이니까.


아론은 열권의 책을 플로닌에게 건넸다.

무공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지금이라도 토대를 다져놔야 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런 비서를 줌으로써 상대를 더욱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이 가장 적기였다.

“내공심법입니다. 쉽게 알아보게끔 풀어서 쓴다고 권수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익힐 건 얼마 되지 않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전에 수석님이 먼저 익혀 보시고 소감을 말해주세요.”

플로닌의 입에선 ‘역시!’라는 감탄사가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

드래곤이 아니라면 어찌 이 귀한 비서를 구해다 줄 수 있단 말인가.

플로닌은 정자세를 잡고 물었다.

“내공심법이 무엇입니까?”

“설명하면 하루도 모자랍니다. 그냥 마나를 다스리는 호흡법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외에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지만, 직접 느껴보면 이해할 겁니다.”

장기 계획.

수련도 수련이지만, 수 년 후에 있을 세력형성을 튼튼히 다질 필요가 있었다.

아론은 우선적으로 일 년 이내 속성으로 배울 수 있는 심법구결과 그 방법에 대해 서술한 책을 플로닌에게 주었다.

속성으로 배우는 만큼 단기간에 빠른 성취를 이룰 수 있겠으나, 상승무공과 비교하면 그 한계가 명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나홀을 생성한 학생들에게는 더 없이 빠르고, 극치에 다다를 수 있는 중급심법.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귀한 것을 받아도 될는지요?”

플로닌은 감개무량한 듯 책을 받아든 손을 덜덜 떨어댔다.


드래곤의 수명은 만년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무수한 세월동안 얻은 지식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드래곤의 지식이 담긴 천고비전.

세상에 둘 도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플로닌의 격한 반응에 아론은 멋쩍게 웃었다.


작가의말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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