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금강불괴 : 잘 몰라서 영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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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os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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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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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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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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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도즐 공략전(2)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지는 퓨전 무협판타지




DUMMY

진천성은 그렇게 큰 성은 아니었다.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경계도 삼엄하지 않았고 성민들은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었다. 적의 침략을 받아본 역사가 없는 곳이라는 티가 팍팍 나는 곳이었다.

최근 일어난 여즐왕국의 전면전에 사실 도즐제국 모두는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규모 면에서나 역량 면에서나 월등한 제국군이 당연히 이기지 않을까 하는 낙관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평소 의심이 많은 진천성주 진두환도 별다른 경계 없이 대대적인 출정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자랑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도이라와 병사들은 2인 1조로 조용히 성으로 스며들어갔다. 장사꾼, 여행가, 친지방문, 일거리를 찾는 척 자연스럽게 위장했다. 위조한 신분패를 알아보는 검문 병사들은 없었다. 전쟁중인데도 다들 느긋했다.

도이라는 홀로 검문소 앞에 섰다. 그는 위조 신분패를 내밀었다.


“여기 진천성에서 용병을 뽑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뽑고 있습니까?”


도이라는 대검 살람보를 감출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자리를 찾는 용병으로 위장한 것이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병사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내일이 출정식인데 벌써 끝나지 않았을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들어가서 광장 우측으로 200보쯤 가면 사병들을 관리하는 모집소가 있으니 가보시오. 그런데 뒤에 맨 건 설마 검이오?”

“좀 크죠?”

“세상에. 거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할 걸 무슨 폼으로 그렇게 들고 다니시오. 우리 진천군은 엄격합니다. 뭐 용병이 되면 당장 뺏기게 되겠지만.”

“흥.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오. 끝났으면 신분패나 돌려주시오. 안내는 고맙소.”


수염 병사는 신분패를 던져서 건네줬다. 그리고 멀어지는 도이라를 보며 다른 병사와 주제도 모르는 건달놈들이 많아 걱정이라며 도이라 들으라고 큰 소리로 떠들었다. 물론 도이라는 뒤돌아보지 않으며 피식 웃었다.

진천성 내부는 제법 아름다웠다. 훨씬 작지만 제국 황성을 본따 만들어진 내부 구조는 도이라에게 지난 향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니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저들 중에 이번 전투로 혹시 바깥 세상으로 연결된 진짜 사람들이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까지 다다르니 심장이 아파왔다.


“여즐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죽음으로 제국을 지켜내자.”

“황제 폐하께 목숨을 바치자.”

“여즐놈들에게 죽음을!”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출정식을 앞두고 흥분해서 떠드는 소리에 도이라는 비로소 감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젊은이들은 성주의 출정에 참여하는 듯 제법 갑옷까지 갖춰 입고 환영 나온 여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서로 목청을 자랑하고 있었다.

전쟁은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이라는 자신이 인간이 늘 반복해오던 일을 또 반복한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호승심에 불타오른 저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내일 전장이 아닌 이곳 광장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후우우우.


도이라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난 지금 3백명의 용사들을 이끌고 있는 대장이다. 더 나아가 이 전쟁의 성패를 쥐고 있는 장수다. 그리고 내 가족과 세상을 지킬. 젠장. 뭐 이렇게 짐이 많아?

그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젊은이들을 뒤로 하고 성 곳곳을 살피려 이동했다. 해야할 일은 분명했지만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왔다.




아침부터 광장은 요란한 소리로 뒤덮였다. 진두환의 인기가 절정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는 선전선동에 아주 능한 자였기에 돈으로 산 선동꾼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에게도 좋은 구경거리였기에 다들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재주꾼들이 각종 도구를 들고 재주를 부렸고 원숭이, 앵무새 같은 동물을 끌고 나와 쇼를 선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장사치들은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자리를 잡아 달콤한 냄새를 여기저기 풍겼다.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미리 통제선 제일 앞쪽에 자리를 펴거나 건물 지붕에 앉아서 벌써부터 도시락을 까먹는 아이들도 보였다.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 좀처럼 있지 않은 화려하고 가슴 뛰는 출정식을 기념하기 위해 도시 전체가 들썩거렸다.

남자들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저마다 기대와 자신의 무용담을 나누고 있는 반면 여자들은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 연인의 출정에 불안감을 토로하거나 불안감을 감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도이라는 광장이 바로 보이는 여관 창문가에 앉아 주위를 살폈다. 이따금 지나가는 부하들과 눈빛을 주고 받으며 지난 밤의 작전회의를 떠올렸다.

부대는 셋으로 나누기로 했다. 도이라를 포함한 성주 요격부대가 하나, 적병들의 추가를 막기 위한 게릴라전을 준비하는 혼란부대가 하나, 성문 밖에 출정 대기 중인 부대 진입을 막기 위해 성문을 확보하고 동시에 퇴로 확보를 맡는 탈출부대가 하나였다.

요격부대는 차베스가 부대장을 맡기로 했고 혼란부대는 가장 작전능력이 좋은 라소니가 맡았다. 탈출부대는 엘프왕국 출신인 다크엘프 초아가 담당했다.

이중 초아는 엘프왕국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여전사였으나 반역죄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 하는 동안 다크엘프로 변한 자로 그 아름다운 자태는 여전하나 각종 고문으로 끔찍하게 변한 탓에 매혹은커녕 아군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엘프 특유의 민첩함과 활능력, 함정 및 위험감지 능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달한 특수병이었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출정식을 위해 빙 둘러서 공간을 만들었다. 모두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출정식 행렬 앞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각종 깃발과 가문의 문양을 든 행렬이 지나가자 사람들은 크게 환호성을 울리기 시작했고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자 아는 병사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꽃과 오색색지들을 공중에 뿌렸다.

병사들 대부분이 누군가의 아들이고 친척이었기에 여기저기 우는 사람들도 보였고 모두들 한마음으로 출정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고 안간힘이었다. 도이라는 저 간절한 마음들을 처참하게 박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우와아아!


진두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리 심어둔 선동꾼들이 일제히 고함을 질러댔다. 사람들도 이에 질세라 있는 힘껏 함성을 질렀다. 흡사 목소리 크기 경연장 같았다. 엄청난 함성소리에 도이라는 창틀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경계는 더욱 삼엄해졌고 경계를 서는 병사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진두환은 함성소리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진두환을 연호하는 소리는 더욱 커졌고 나팔 소리는 웅장했다. 왕의 행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진두환은 무력에 있어서는 극히 범용한 장수였지만 원거리 전략과 선동선전에 워낙 능해 전쟁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자였고 바깥 세상의 회장쪽에서의 첩보에 따르면 밖에서도 월드체인지플랫폼의 홍보와 대중기만책을 실행하는 위험인물이라고 했다.

출정식이 화려한 볼거리와 병사들의 절도 있는 동작과 구호, 사람들의 환성으로 절정으로 치달을 때 진두환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본인은 오늘 우리 성민들의 이 환호와 열성, 눈물을 모두 기억할 겁니다.”


도이라는 약속된 장소에 있는 차베스에게 수신호를 했다. 여기저기 뒤섞여 있던 병사들은 약속한 전술대로 자기 위치로 천천히 이동해 자리를 확보했다. 이윽고 진두환의 연설이 마쳤다. 엄청난 환호와 함성이 울려퍼졌고 진두환은 새카맣게 둘러싼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광장을 행렬과 함께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이라의 창틀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이라는 다소 무거웠던 마음을 떨쳐버리고 심호흡을 하며 도움닫기를 위해 창틀 반대쪽인 방문 앞에 섰다. 왼손으로 살람보를 쥐고 등에 얹었고 그대로 몸을 풀었다. 굳었던 뼈마디가 우드득 우드득 준비되었다.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검은 인영이 하늘에 날아올랐다. 진두환에 집중된 시선들은 아무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뒤늦게 자신의 치켜든 손 끝에 날아드는 검은 새를 발견한 진두환이 고함을 지르자 그의 병사들은 기함했고 친위부대들은 다급하게 움직였다.

우선 6인조 마법사 방호조가 급히 방어막을 쳤다. 푸르스름한, 일렁이는 방어막이 생성되자 진두환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기를 끌어올렸다.


“건방진 놈. 어딜 감히!”


하지만 그의 자신감과 달리 태산 같은 도이라의 양단의 기공이 방어막에 쏟아지자 곧 안색이 바뀌었다. 첫 공격은 막아냈지만 마법사 여섯은 공격의 충격으로 모두 칠공에서 피를 쏟아내며 일제히 바닥에 쓰러졌다. 진두환은 혼비백산하며 간신히 자신의 검을 꺼내들고 공격을 명했다.

이번에는 7인조 창검조가 달려들었다. 그들의 합격술은 도이라라도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4인의 검수들이 상대의 반응을 빼앗고 창술사들이 반응할 수 없는 속도로 목숨을 취하는 진두환이 자랑하는 공격조이며 암살에 대비한 자들이었다.

사지를 노리며 달려드는 검수들과 그 뒤에서 목과 복부, 사타구니의 대동맥을 노리는 놈들의 시선에 도이라는 씨익 웃었다. 달려드는 자들은 그 웃음이 불쾌했기에 더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하앗! 금강불괴 반탄공을 공세적으로 시전하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갑자기 검도 거두고 맨몸으로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도이라 때문에 창검대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으나 기호지세의 형국에 그대로 각각 모든 내공을 쏟아부어 검과 창으로 찔러들어갔다.

반탄공은 공격해오는 자의 내공을 그대로 돌려주는 무공. 창검대는 요격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의 최대치의 내공이 역류해 엄청난 충격을 입었다. 그리고 곧 이어 검수들은 도이라의 무지막지한 몸통 공격에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터져버렸고 창술사들은 살람보에 베여 쏟아져나오는 내장과 타오르는 불에 이중고를 당하며 죽어갔다.

진두환은 자신의 분신들과 같은, 다른 장군들도 부러워하는 강력한 손발이 순식간에 잘려나가는 것에 경악했다. 자신의 무력이 범용한 곳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질이 대단한 아이들을 비싼 돈에 사와서 최고의 무술선생들을 들여 개인능력 뿐 아니라 합격술에 있어서도 명백한 고수의 반열에 올려놓았기에 자신이 적진에 돌진해 적 장수를 베는 것은 힘들어도 누구도 자신에게 달려들어 요격할 수는 없을 것이라 자신했는데 그 자신감은 이미 땅바닥에 널부러져 버렸다. 뭇 장수들이 너무 보신에 힘을 쓰는 것이 아니냐며 비아냥대는 것도 감수하며 막대한 돈을 들인 자신의 갑옷이 모두 벗겨져 버렸다.

그래도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법. 진두환은 안전한 곳에서 싸우느라 실전에서는 거의 써 본 적도 없는 자신의 쌍검을 모두 뽑아들고 저항했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교육과 훈련, 고급무공을 익혀 온 그의 내력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도이라만 아니었다면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도이라는 진두환의 반격에 아랑곳없이, 찌를테면 찔러보라며 그대로 반송선생의 질풍도법을 펼쳤다. 쉬지 않고 날아오는 적의 공격에 당황한 진두환은 가문의 비전무공인 경상패로 36법을 채 펼치지도 못한 채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돌바닥도 불태우는 살람보는 그의 영혼마저 태울 듯 혀를 날름거렸다.


한편 차베스 부장의 부대는 도이라 주변에 넓게 퍼져 5인1조의 전투대형으로 적들을 상대했는데 이는 4인이 4방을 보며 대치하고 실력이 좋은 1인이 4인을 도우며 적을 수적 열위에 놓이게 하는 했다. 또한 각조는 4개조씩, 총 20명이 진을 이루어 적과 대치하다가 순식간에 포위해서 몰살시키는, 유기적이면서도 지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차베스가 오랫동안 훈련시킨 100인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00인대이면서도 대규모 전쟁에선 1,000인대까지 몰살시킨 전력이 있는 최강의 100인대였다. 혹자는 100인대 각 병사들 모두 전장에서 100인대를 따로 맡을 수 있는 용자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오합지졸인데다가 기습까지 당한 적들은 사실 차베스 부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적장을 상대하면서도 무지막지하게 적병들을 넓은 범위로 썰어버리는 자신들의 대장, 도이라를 피하는 게 관건이었다. 차베스는 커다란 부대기를 이용해 계속해서 전체 진을 움직이며 전투와 함께 대장에게서 부대를 보호하기 위해 진땀을 뺐다.

라소니의 혼돈부대는 곳곳에서 방화와 함께 적병의 숙소를 습격해 혼란을 유도했다. 그들이 일으킨 불길과 연기, 요란한 소리들이 도시 곳곳에서 난리를 일으키자 광장에 모인 인파들을 대혼란을 일으켰다.

진두환을 비롯한 성의 병사들과 성민들 모두 여즐왕국의 대규모 침공을 받았다고 확신했다. 공포는 일반 백성들에게서 병사들에게로 퍼져 나갔다. 게다가 성문까지 적에게 넘어갔다는 소식이 퍼지자 대부분 스스로 판단을 멈추고 공황상태에 빠졌다. 게다가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진두환은 자기 목숨 부지하기에도 벅찬 상태였다.

혼란을 틈타 초아 부장은 남.동.서의 성문을 걸어 잠그고 북쪽 성문으로의 퇴로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한 번도 침공을 당한 적이 없는 성이었기에 한 번 시작된 혼란은 들불처럼 번져 병사들까지도 도망가기 바빴기에 퇴로 확보는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


채챙, 카캉, 부와악! 크아아악.


결국 진두환은 필생의 반격에도 불구하고 살람보에 깊게 가슴을 베였다. 내공으로 이겨내려 했지만 살람보의 화기는 끝도 없이 그의 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는 밀리다 밀리다 광장 중앙의, 자랑스러운 초대 성주인 할아버지 진정희 황금동상에 기대어 거친 숨을 헐떡였다.


“네 이놈. 여즐의 역도렷다.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하고는 이렇게 비겁하게 기습을 하다니, 네놈들에게는 명예라는 것도 없느냐?”


도이라는 콧방귀를 뀌었다.


“명예는 개뿔. 너 이놈 밖에서 무슨 짓 하는지 알고 왔거든?”

“!”


진두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떻게 그걸? 아니 여즐왕국에서도 여룹바알과 극히 일부만 게임 안에서 온전한 정신유지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쓰레기 같은 놈. 네놈들이 사람들 머리 위에 있다고, 세상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겠지. 이제 그 결말을 확인해 봐라.”

“자, 잠깐!”


진두환은 당장 달려들려는 도이라에게 두 손을 들어 다급하게 제지했다.


“목숨은 살려주시오. 사실 난 이렇게 큰 일인줄 모르고 참여했다가 여지까지 그냥저냥 오게 된 것이오.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요? 이런 비밀조직일수록 몸을 빼는 게 힘들지 않겠소? 살려주시오. 살려주시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소. 난 많은 돈을 내고 그들에게 참여했기에 그들 수뇌부를 대부분 알고 있소. 나 하나 죽이는 것보다 그게 더 이익이지 않겠소. 그대들은 여즐의 몇몇 장수들을 없애면 된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들 핵심은 은밀한 곳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로 위장하고 있소이다. 내가 다 알려주겠소.”


도이라는 고민했다. 놈을 통해 보다 빨리 적들의 전모를 밝힌다면 이 전쟁의 결론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지도 모른다. 그때 퇴로를 확보한 초아 부장이 나타났다.


“장군! 이제 빠지시지요. 준비가 끝났습니다.”


도이라는 머리를 끄덕였고 차베스 부장에게도 빠져나갈 것을 신호했다.


“장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진두환이 달려들었다. 그 손에는 ‘방어 무시’의 효과가 인챈트 된 소검이 들려 있었다.


푸욱! 진두환이 기대하던 소리였다. 하지만 기대하던 소리와 느낌은 나지 않고 대신 자신을 조롱하는 도이라의 눈빛과 부딪혔을 뿐이다.


“아니, 그러고보니 너는? 그 무선 곁에 있던 도이라?”


황궁에서 무선과 같이 황제 곁에 있던 도이라를 기억해낸 것이다.


“이제 기억이 나나? 난 대번에 알아봤는데.”

“이 배신자.”

“배신자? 한줌도 안 되는 배부른 돼지 중 한 돼지가 무슨 헛소리야?”

“이놈. 다가오지 마라.”


공포에 짓눌린 진두환은 오줌까지 지리며 자신의 할아버지 발밑에서 저항 아닌 저항을 해보았지만, ‘서걱’ 목이 잘리고 말았다. 도이라는 그 목을 칼 끝에 꽂아서 높이 쳐들었다.


“보라! 적장은 죽었다. 우리의 승리다.”

“우와아아아!”


압도적으로 수가 많은 진천성의 병사들이었지만 대군이 몰려왔다는 공포에다가 유일한 버팀목 성주까지 목이 잘린 것을 안 후엔 완전히 싸움을 포기한 채 오합지졸이 되었다.


“내 병사들아, 놈들을 일제히 도륙하라!”


혼비백산. 모두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도이라의 명과는 달리 침략군은 차베스 부장의 신호에 따라 고함만 크게 질러댔지 조용히 전장을 떠나 기 확보된 퇴로로 질서 있게 빠져나갔다. 전투의 목적이 적장의 수급이었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한 이상 혹시라도 있을 불필요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였다.

다만 도이라는 예의 무시무시한 공격으로 적병들이 상대가 퇴각하고 있다는 인식 자체를 불가능하도록 몰아붙였다. 퇴각하는 왕국군과 눈이 마주친 제국군도 있었지만 자신들의 피를 뒤집어 쓰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적을 제지할 힘도 없었고 더 이상 날뛰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기며 눈을 피했다.

뒤에 남아 한참 날뛰던 도이라는 퇴각하시라는 부하들의 말도 듣지 못하고 싸움에 열중했다. 그러자 초아 부장은 적들의 몸을 꿰뚫던 강궁을 도이라에게 날리자 그제야 도이라는 뒤돌아봤다. 자신에게 화살을 날린 황당한 부하지만 이제 적진에 자기 밖에 남지 않았음을 보고 서둘러 퇴각했다. 분노에 찬 적병들 몇이 그 뒤를 좇았지만 이내 초아 부장의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바람같이 사라지는 도이라와 왕국군을 넋을 잃고 쳐다보던 제국군은 곧 쑥대밭이 되고 만 광장과 찬란했던 출정식의 한가운데 널브러진 자신들의 대장을 보고서는 모두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았다.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무술은 간격의 예술이라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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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그 후의 이야기 - 하고 싶었던 것 18.12.07 113 2 7쪽
75 종전(終戰) 18.12.06 102 2 20쪽
74 최종전(4) - 칠무신 18.12.05 89 3 12쪽
73 최종전(4) - 죽은자들의 도시 18.12.04 88 2 15쪽
72 최종전(3) - 로튼 18.12.03 107 2 13쪽
71 최종전(2) - 해골부대 18.11.30 98 3 13쪽
70 최종전(1) - 흑마법 18.11.29 84 2 14쪽
69 최후의 적 18.11.28 101 3 14쪽
68 승부의 끝 18.11.27 92 2 11쪽
67 제국의 치부 18.11.26 103 2 11쪽
66 초인 vs 초인 18.11.23 108 1 15쪽
65 초인의 결기 18.11.22 102 2 13쪽
64 3차 침공 18.11.21 113 2 12쪽
63 도즐을 함락하라 18.11.20 114 2 12쪽
62 신공(新功) 18.11.19 134 2 14쪽
61 바툼 18.11.16 113 3 15쪽
60 반격 18.11.15 111 3 11쪽
59 그녀를 구하라 18.11.14 197 3 13쪽
58 균형 18.11.13 114 3 12쪽
57 방황 18.11.12 123 3 13쪽
56 희생 18.11.09 136 3 12쪽
55 무신 VS 무신 18.11.08 152 3 13쪽
54 탈출(2) 18.11.07 170 2 13쪽
53 탈출(1) 18.11.06 148 2 12쪽
52 음녀(2) 18.11.05 143 2 13쪽
51 음녀 18.11.02 171 2 13쪽
50 감옥에 갇히다 18.11.01 150 3 13쪽
49 배신 +3 18.10.31 190 4 13쪽
48 카를로스(2) 18.10.30 14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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