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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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더주
그림/삽화
브더주
작품등록일 :
2018.08.24 08:32
최근연재일 :
2019.02.01 12:08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7,264
추천수 :
38
글자수 :
327,191

작성
18.09.2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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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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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비 내리는 아침

DUMMY

다음 날은 아침부터 비가 오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와 함께 왠지 모를 비 냄새가 느껴졌다. 시간을 보니 알람이 울리기 직전이었다.


나는 주섬주섬 일어나 씻으러 방을 나왔다. 쥐 죽은 듯 조용한 거실에서도 옅은 비 냄새가 났다. 가족 중에는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야-옹.”

졸린 눈을 비비며 막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찰나, 내 앞을 루시퍼가 막아섰다.


“루시퍼가 제일 먼저 일어났구나?”


“야—옹--”

내가 묻자 루시퍼가 길게 한 번 울었다. 난 거실 한 켠에 놓인 루시퍼의 밥그릇을 보았다.


“배고파서 왔구나. 알았어, 밥 줄게.”


나는 화장실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부엌 찬장에서 고양이 사료를 꺼냈다. 그리고 루시퍼의 밥그릇에 적당량을 덜어 주었다. 그제야 루시퍼는 자신의 목적을 이룬 듯, 마치 발레리나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발걸음으로 걸어가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없었다. 물론 고양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할 줄 모르겠지만.


화장실에 들어와 세면대에 떨어지는 물을 보며 잠시 멍 해졌다. 눈앞의 세면대처럼 생각이 갑자기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제 일어난 일이 과연 현실이었을까. 마법사, 아저씨, 하늘을 나는 블랙 스트레인지, 벽을 통과하고 어둠을 쏘아대는 마법들. 그리고 볼펜으로 변신하는 말하는 칼과 날아가 버린 책들까지. 다 꿈속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들뿐이다.


하지만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건 무엇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아무리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이었어도 말이다. 아직 잠이 덜 깨었지만 그 정도로 정신이 멍하지는 않다. 그리고 확인할 방법도 있다.


나는 얼른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다음에, 내 방으로 갔다. 그리곤 이웃집 아저씨네 서재로 연결된 벽에 손을 대었다. 꿈이 아니었다면 분명 손이 벽을 통과할 것이다.


어?


내 손가락에 차가운 벽이 만져졌다. 그곳엔 그저 딱딱한 보통의 벽이 있을 뿐이었다.


어라? 그럼 그게 다 꿈이었나?

아차차. 이 벽을 통과하려면 칼을 들고 있어야 된다고 했었지.


나는 어젯밤 책상 위에 놔둔 볼펜을 집었다.


‘비 내리는 아침이군.’

내 손이 볼펜에 닿자마자 영혼이, 아니 담탱이가 말을 했다. 목소리는 딱딱했지만 어감에서 반가움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말을 하는 볼펜만 보더라도 역시 어젯밤 일은 꿈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확인해 볼겸 볼펜을 손에 들고 이웃집으로 통하는 벽을 만져보았다.


아까와 다르게 아무 느낌 없이 손이 스르르 벽을 통과했다. 신기해서 몇 번을 손으로 벽을 왔다갔다 해보다가 천천히 머리를 집어넣어 보았다. 역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벽을 통과하였다.


나는 그대로 몸을 상체만 통과시킨 채, 벽 너머 서재를 둘러보았다. 서재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하지만 어제 내가 서재로 굴러 떨어졌을 때만큼 어둡진 않았다. 커튼이 활짝 열려 있어서 밖의 빛이 서재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비가 오고 있어서 그리 밝은 빛은 아니었지만.


“!!”

그러고 보니, 어제 내가 방으로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블랙 스트레인지에게 공격받은 벽이 흉물스럽게 뚫려 있었는데 지금은 말짱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완벽하게 고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아저씨가 마법으로 손을 써놓은 모양이다.


마법을 못 쓴다면서 신기한 일은 잘도 한단 말이야.


계속해서 서재를 둘러보다가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아저씨는 어제와 똑같은 차림새로 3인용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


내가 이 서재를 만든 마법사라면 서재만 만들고 끝내진 않았을 것이다. 서재와 연결된 곳에 침실도 만들고 다른 방도 여러 개 만들었을 것이다. 문은 보이지 않지만, 이 서재에도 연결된 어딘 가에 분명 침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아하니 씻은 것 같지도 않고, 불편할 텐데 침실을 놔두고 왜 저런 곳에서 잘까.


나는 고개를 작게 가로젓고는 다시 내 방으로 넘어왔다.


약간 일찍 일어나서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시계를 보니 그리 여유가 많진 않았다.

서둘러 교복을 입고 가방을 챙겨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책상 위 휴대폰을 챙기려다 옆에 놓인 볼펜이 눈에 들어왔다. 난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볼펜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는 방을 나왔다. 거실에는 엄마가 나와 계셨다.


“토스트 만들어 놨으니 먹고 가.”


식탁 위엔 잼이 발라진 구워진 식빵과 함께 우유가 컵에 따라져 있었다. 아침은 잘 먹진 않지만 엄마는 아빠 껄 준비하면서 항상 내 것도 같이 준비하신다. 그냥 갈까도 생각했지만 어제 일 때문인지 마침 허기가 느껴졌다.


얼른 먹으면 늦진 않겠지.


나는 식탁에 앉아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엄마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에 나 방에서 자고 있었을 때 말야. 뭔가 큰 소리랑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어?”


서재의 고쳐진 벽을 보고 생각이 나서 물었다. 어제 블랙 스트레인지의 공격을 받았을 때, 엄마는 집에 계셨을 것이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벽이 뚫리고 내가 쓰러질 정도로 흔들렸으니, 집에 계셨을 엄마가 그걸 못 느꼈을 리 없다. 하지만 어제는 전혀 그런 말씀이 없으셨다.


“저녁 준비할 때? 큰 소리랑 진동이란 게 어떤 걸 말하는 거야?”

엄마는 날보곤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쾅! 하는 소리랑 지진이 온 것 같은 진동 말이야.”


“아니, 그런 건 전혀 듣지도 느끼지도 못했는데? 왜? 어제 지진 났었대?”

엄마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상한 건 오히려 이쪽이다. 그 정도 소리와 진동은 우리 집이 아니라 몇 km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질 수준이었다. 하지만 바로 옆인 우리 집에서조차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니.


“아냐. 내가 꿈을 꿨나봐. 다녀올게요.”

나는 남은 토스트 조각을 입에 넣으며 말하였다.


“아들, 밖에 비와. 우산 가져가렴.”

현관을 나서려는 내게 엄마가 우산을 가져다 주셨다.


난 우산을 받아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1층으로 내려와 보니 그리 강하지 않은, 부슬부슬 내리는 정도의 비였다. 그래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어서 우산을 펴고 밖으로 나갔다.


우산을 펴고 얼마나 걸었을까. 그리 오래 걷지도 않았는데 점차 빗줄기가 줄어들더니 비가 그쳤다. 조금씩 구름이 걷히고 해가 비치기 시작했다. 그냥 지나가는 비였나 보다. 나는 젖은 우산을 접어 한 번 털고는 학교로 향했다.


작가의말

에피소드가 끝나고 시작되는 부분이라 두 편으로 나누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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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휴재>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9.02.01 42 0 -
71 새로운 마법사 19.02.01 24 0 7쪽
70 가연이의 비밀 19.01.30 27 0 6쪽
69 작은 필통 안의 마법서 19.01.28 25 0 12쪽
68 눈빛 통신과 협상가 19.01.25 28 0 10쪽
67 진짜는 어디에 19.01.23 36 0 9쪽
66 그림자의 도움 19.01.21 29 0 11쪽
65 예상치 못한 등장 19.01.18 39 0 7쪽
64 이상한 것들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01.16 33 0 9쪽
63 정령의 주인 19.01.14 28 0 11쪽
62 움직이는 구름다리 19.01.11 35 0 10쪽
61 사라진 선생님과 선배들 19.01.09 39 0 10쪽
60 지현이의 고백 19.01.07 30 0 12쪽
59 담탱이의 착각 19.01.04 38 0 7쪽
58 움직이는 인체모형 19.01.02 44 0 9쪽
57 늦은 밤 여자화장실에서 눈을 감으면 18.12.31 37 0 10쪽
56 콩콩귀신의 정체 18.12.29 36 0 9쪽
55 밤의 학교 18.12.26 70 0 12쪽
54 학교괴담 조사단 18.12.24 45 0 6쪽
53 귀신소문 18.12.21 39 0 11쪽
52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18.12.19 46 0 7쪽
51 외국어 마스터의 길 18.12.17 43 0 8쪽
50 맛있는 인간 18.12.14 51 0 10쪽
49 인간들은 클수록 잠이 많다 18.12.12 58 0 9쪽
48 말하는 고양이 18.12.10 52 0 10쪽
47 마법의 단어 18.12.07 61 0 10쪽
46 또 다른 서재 18.12.05 43 1 6쪽
45 바람의 정령 18.12.03 50 0 11쪽
44 무모한 시도 18.11.30 52 0 13쪽
43 의문의 마력 18.11.28 8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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