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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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더주
그림/삽화
브더주
작품등록일 :
2018.08.2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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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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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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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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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출내기의 진지한 마음

DUMMY

“에? 네?”

갑작스런 담탱이의 말에 어리둥절하였다.


그때였다.


“우우우우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났다.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로 짐승이 내는 소리 같기도 하고 공기의 진동으로 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조심해!’

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담탱이가 외쳤다.


뒤를 돌아보자, 굵고 뾰족한 나무줄기가 날 노리고 빠른 속도로 뻗어오고 있었다.


“윽···”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 내 허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가지 끝을 간신히 피했다. 눈을 떠보니 내 눈 위로 가지가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피한 게 아니었다. 분명 담탱이가 대신 내 몸을 움직인 것일 테다. 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운동장 모래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날 공격한 줄기는 순식간에 다시 돌아갔다.


“괜찮니?”

아저씨가 달려와서 날 일으켜 주었다. 놀란 것 말고는 다친 곳은 없었다.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갑자기 저 나무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져. 그것도 아주 적대적인.”


아저씨가 가리킨 건 방금 전 내가 손을 대고 소원을 빌었던 그 은행나무였다. 은행나무는 바람 하나 불지 않는데 무성한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방금 전까지 아무 일 없이 조용했는데 갑자기 왜?”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어. 하지만 저 나무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마법서가 저 나무 안에 들어간 거 같아.”

아저씨가 나무를 째려보며 말하였다.


‘어서 칼을 뽑아.’

담탱이가 나지막이 외쳤다.


“칼이여, 본래의 모습이 되어라.”

가슴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어 말하였다. 그러자 볼펜이 커지며 칼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우우우우.”


내가 칼을 뽑자마자 또다시 나무에서 소리가 났다. 이 소리가 가연이가 얘기한 선배가 들었다는 소리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또다시 나무줄기가 내게 빠른 속도로 뻗어왔다.


“윽.”


사람이 아닌 것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다. 지난번 사람이 아닌 그림자를 상대하긴 했지만 그건 적어도 사람의 형태는 띠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사람의 형태도 아닌 그냥 나무줄기다.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당황할 필요 없어. 기본적인 공격과 방어는 사람을 상대할 때와 똑같아. 다만 사람의 몸이 없이 검만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잘 봐.’

담탱이가 그렇게 말하자, 내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빠르게 뻗어오는 나무줄기를 몸을 비스듬히 뒤로 향하며 피하였다. 그리고 검을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두르며 빗겨간 나무줄기를 베었다. 그러자 나무줄기는 줄어들며 다시 나무로 되돌아갔다.


‘좋아. 지난번보다 긴장을 덜 했나보군. 네 몸을 움직이기가 훨씬 수월해졌어. 아직 부족하지만.’

담탱이가 흐뭇해하며 내게 말하였다.


확실히 담탱이 말처럼 그림자를 상대할 때보다는 긴장감이 덜한 것 같았다. 그때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동안 담탱이와 지내며 친해진 것도 있고.


“아무래도 저 나무는 마력에 반응하여 공격을 하는 것 같아.”

아저씨가 내게 다가오며 말하였다.


“마력이요?”


“그래. 내가 오기 전까진 조용하다가 내가 오니까 공격을 시작한 것도 그렇고, 지금 네가 칼을 꺼내니까 공격한 것을 보면 저 나무는 마력을 가진 상대를 공격하는 것 같아.”

아저씨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말하였다.


“은행나무에 어떤 마법서가 들어갔길래···”


“저건 분명 나무의 마법서야.”

아저씨가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나무의 마법서는 기본적으로 마법을 이용하여 나무를 관리하는 방법이 쓰여 있는 마법서야. 어린 나무를 빠르게 자라게 하거나, 계절의 영향을 벗어나 잎이 나고 꽃이 피며 열매를 맺게 하는 방법 같은 게 쓰여 있지. 병든 나무를 고치기도 하고. 하지만 그걸 이용하여 공격하는 마법으로 사용하기도 하지. 지금처럼 말이야.”


“그럼 어떡하죠? 어떻게 하면 저 나무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요?”


“지난번 비의 마법서를 봉인할 때처럼 저 은행나무에 가까이 접근해서 나무 안에 깃든 마법서를 원래대로 돌려놔야 하는데···”

아저씨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렇게 적대적으로 공격을 하는데 내가 접근할 수가 있을까?”


저 나무가 마력에 반응하여 공격을 하는 것이라면 아저씨가 접근을 하는 즉시 공격할 것이다. 별다른 마법을 쓸 줄 모르는 아저씨에겐 너무 위험해 보인다.


“그럼 제가 한 번 접근해 볼까요?”


아저씨가 갈 수 없다면 내가 가는 수밖에 없다. 아저씨를 도와주는 알바를 하기로 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네가 접근한다 해도 결국 봉인은 내가 해야 하는데?”


아, 그건 그렇겠네···.


‘저 비리비리한 놈한테 이 칼로 그 마법선가 뭔가를 해치울 수는 없냐고 물어봐봐.’


“저기, 담탱이··· 아니, 영혼이 칼로 마법서를 해치울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요?”

내가 담탱이의 말을 대신 전하였다.


“칼로···? 그래, 그 칼은 마검 아론다이트야. 보통 칼과는 달리 마력이 있어서 무형의 것이라도 마력이 있는 것이면 공격할 수가 있지. 네가 아론다이트로 마법서의 본체를 공격할 수만 있다면, 내가 봉인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거야!”

아저씨가 손가락을 딱하고 치며 말하였다.


분명 마법서 본체는 마력이 발생하는 지점에 있다고 했었지.


“그럼 마력이 발생하는 지점이 어디에 있어요?”


“어··· 미안··· 그것까진 모르겠어. 나무 전체에서 마력이 발생하고 있어서 정확한 위치를 짚을 수가 없어. 저 은행나무 안 어딘가 일 텐데. 내가 아직은 거기까지 알아낼 실력이 안 되나봐.”

아저씨가 풀이 죽어 말하였다.


“대강 위치라도 알 수 없어요?”


“음··· 은행나무의 기둥 안쪽 어딘가 아닐까? 아무래도 줄기로 공격을 하려면 기둥에서 조종을 해야 할 테니까.”

아저씨가 우물쭈물하며 말하였다.


나무 기둥 안이라. 저런 굵은 나무를 이 칼로 뚫고 공격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어.’

담탱이가 말하였다.


“정말요?”


‘응, 나 정도 실력의 검사라면 저렇게 굵은 나무도 단칼에 벨 수 있지.’

담탱이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투로 말하였다.


은행나무의 굵기는 상당히 두꺼웠다. 내가 두 팔로 안아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다. 만약 도끼로 나무를 벤다 해도 몇 십번은 찍어야 벨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나무를 이 칼로 벨 수 있다고?


‘이 녀석이 속고만 살았나. 정말 가능하대도. 게다가 이 칼은 보통 이상으로 날이 서 있어서 너 같은 신출내기도 진지하게 마음만 먹으면 벨 수 있을 걸?’


담탱이의 말에 칼날을 들여다보았다. 칼날이 달빛에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신출내기의 진지한 마음이라.


“그럼 제가 접근해서 저 나무를 공격해 볼게요.”


“괜찮겠니?”

아저씨가 내게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며 말하였다.


“뭐, 한 번 해봐야죠.”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담탱이가 어떻게든 해줄 거란 믿음 또한 있었다.


나는 천천히 은행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긴장하지 말고. 아까처럼 긴장만 풀면 내가 보다 쉽게 네 몸을 조종할 수 있으니까.’


“후-우.”

나는 담탱이의 말에 길게 숨을 내쉬며 한걸음 두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우우우우.”

내가 몇 걸음 걸어가자 또다시 은행나무에서 소리가 났다. 동시에 나무줄기가 뻗어져 나와 곧장 내게 향했다.


“윽.”

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긴장할 것 없어. 넌 그냥 내가 하는 걸 지켜본다고만 생각해면 돼.’


담탱이가 그렇게 말하며 내 몸을 천천히 옆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어느 샌가 내 앞까지 뻗어온 나무줄기를 아래에서 위로 베었다. 나무줄기가 깔끔하게 베여 땅에 떨어졌다.


“우우.”

줄기가 잘리자 나무에서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며 남은 줄기는 나무로 돌아갔다.


‘봐봐. 간단하지?’

담탱이가 목소리가 약간 신나보였다.


담탱이 말처럼 나무의 공격은 대단할 게 없었다. 나무줄기를 뻗어올 뿐으로 나와 담탱이는 그걸 베어내면 끝이었다. 몇 번 더 해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런 자신감. 적당한 자신감은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법이니까.’


난 완전히 마음을 놓고 담탱이에게 몸을 맡기기로 했다. 담탱이의 실력이라면 이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은행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아니, 담탱이가 움직이고 있는 건가? 이젠 내 다리를 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담탱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내가 접근하자 나무줄기가 또다시 뻗어왔다. 하지만 내가 봐도 움직임이 뻔했다. 내 몸은 자연스럽게 줄기를 피하며 칼로 줄기를 베었다.


“우우우우.”

줄기가 잘리면 아픈 것일까. 또다시 은행나무가 내는 소리가 공기를 진동 시켰다.


“조심해! 은행나무에서 느껴지는 마력이 더 강해졌어.”

뒤쪽에서 아저씨가 외쳤다.


훗.


마력이 강해져봤자 달라질 게 있을까? 줄기로 공격하는 패턴이 너무 단순해서 웃음이 날 정도였다. 이런 식의 뻔한 공격으론 날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개의치 않고 계속 걸어가자, 이번엔 나무줄기가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해 들어왔다.


‘고작 두 갈래 공격으로는.’


담탱이는 내 몸을 오른쪽으로 달려가게 했다. 그러자 오른쪽에서 다가오던 뾰족한 줄기 끝이 순식간에 가까워지며 날 노리고 달려드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내 팔이 휘둘러지자, 그 줄기는 베여 땅에 떨어졌다. 그러고 나서 담탱이는 곧장 몸을 뒤로 틀더니 반대쪽에서 뻗어오던 다른 줄기마저 베어버렸다.


‘이 정도로는 나에게 손도 못 댄다고. 너무 간단ㅎ···’


담탱이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이번엔 베어진 줄기가 나무 본체로 돌아가지 않고 대신 베어진 부분에서 새 줄기가 자라났다. 매우 빠른 속도로 송곳처럼 끝을 뾰족하게 만든 줄기는 오른쪽과 왼쪽에서 동시에 날 노리고 달려들었다. 너무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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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가연이의 비밀 19.01.30 27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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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눈빛 통신과 협상가 19.01.25 28 0 10쪽
67 진짜는 어디에 19.01.23 36 0 9쪽
66 그림자의 도움 19.01.21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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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사라진 선생님과 선배들 19.01.09 39 0 10쪽
60 지현이의 고백 19.01.07 30 0 12쪽
59 담탱이의 착각 19.01.04 38 0 7쪽
58 움직이는 인체모형 19.01.02 44 0 9쪽
57 늦은 밤 여자화장실에서 눈을 감으면 18.12.31 37 0 10쪽
56 콩콩귀신의 정체 18.12.29 36 0 9쪽
55 밤의 학교 18.12.26 70 0 12쪽
54 학교괴담 조사단 18.12.24 45 0 6쪽
53 귀신소문 18.12.21 39 0 11쪽
52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18.12.19 46 0 7쪽
51 외국어 마스터의 길 18.12.17 43 0 8쪽
50 맛있는 인간 18.12.14 51 0 10쪽
49 인간들은 클수록 잠이 많다 18.12.12 58 0 9쪽
48 말하는 고양이 18.12.10 52 0 10쪽
47 마법의 단어 18.12.07 62 0 10쪽
46 또 다른 서재 18.12.05 43 1 6쪽
45 바람의 정령 18.12.03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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