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여자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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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붕괴
작품등록일 :
2018.08.26 21:27
최근연재일 :
2018.09.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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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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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평범한 회사원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여자애가 되었다 (1)

DUMMY

"이봐, 김대리. 그만 버티고 순순히 자백하게."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는 이 일과 완전히 무관합니다!"

내 이름은 김도환(金道晥).

빛나는 인생길을 걸으라는 의미로 할아버지께서 손수 지어주신 이름에 걸맞게 30년 동안 평안무탈하고 승승장구하게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나의 30년 인생사에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오전 11시.

평소라면 한창 오전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야 할 내가 현재 있는 곳은 30층짜리 회사 건물의 상층부에 있는 감사실 내 면담실이다. 이름만 면담실이지 사실상 취조실이나 다름없다.

눈 앞에서 호통을 치고 있는 40대 남성은 감사실 내 기술보안팀의 이도철 팀장. 기술 유출 방지에 관하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지금 내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자백이다.

"김대리, 이미 내부고발이 들어왔고 내용도 상세하네. 서로 피곤하게 하지 말고 자네도 성실히 협조하면 어느 정도 정상참작(情狀參酌)될 걸세. 말해보게. 언제, 어느 방법으로 유출 했나? 그리고 받은 돈은 어디 있나?"

하아.

말이 통하지 않는다. 앞뒤가 꽉 막혔다.

내 한숨소리에 이도철 팀장의 오른쪽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 기분이 나쁘다는 반응이다.

"이봐, 김대리. 오늘 오후 6시까지 생각할 시간을 주겠네. 그때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단순히 퇴사만으로 끝나지 않을걸세."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나는 죄가 없다. 죄가 없는 나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건 부당한 것이다.

나의 반기에 이도철 팀장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협박이라니, 무슨 소린가? 사실을 알려주는 거 뿐이네. 회사 기밀을 유출한 자네를 곧 고발 할 예정이니까 말일세."

"그러니까 몇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러지 않았단 말입니다!"

또 다시 도돌이표다.

이도철 팀장은 시계를 슬쩍 쳐다보았다. 무언가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무래도 조사 중인 내 책상과 컴퓨터에서 아직까지 아무것도 나온 게 없는 모양이다.

그때 벌컥 문이 열리며 20대 후반의 젊은 남성이 들어왔다. 그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이 팀장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전했다.

대충 입모양을 보니 '아무것도 안나옵니다. 어떡할까요?'라는 듯 하다.

나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증거가 나올리가 없다. 당연한 일이다.

이도철 팀장은 얼굴을 잠시 찌푸렸다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린 후 내게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김대리, 일단 오늘은 일찍 퇴근하게. 내가 인력개발과장님께 말을 해놓을테니까 과에 들르지 말고 곧장 퇴근하게나.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혹여나 책상이나 컴퓨터에 손을 대었다가는 그 자체로 정황 증거가 될 걸세."

오후 내내 샅샅이 뒤질 생각인 모양이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그나저나 너무 급하게 감사실로 끌려 올라온지라 서류 가방과 양복 상의를 그대로 두고왔다.

"지갑을 두고 왔습니다. 그리고 오전 중에 반드시 결재 받아야 할 일이 있는데 놓치면 발생할 손해액이 상당합니다."

손해액이 발생하는 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분명 상당히 중요한 결재는 앞두고 있었다.

"내 알 바 아니네. 자네 옷과 가방은 인편(人便)으로 전달할테니 1층 로비에서 기다리게 있게."

소문으로 들었지만 이 정도로 고집불통에 꽉 막힌 인간이었다니.


오후 2시.

남들은 바쁘게 오후 업무가 한참일 때, 나는 집근처 편의점에서 새우깡과 소주 3병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서른살의 젊은 남자가 정장을 입은 채로 한낮에 소주를 들고 길을 걷는 모습은 참으로 한심스럽다.

"젠장,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거야?"

분명 어제 잠자리에 들 때까지만 해도 평소와 같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새로 들어올 신입 직원들의 인적사항을 정리하고, 곧 있을 정기인사에 따른 각 부서의 인력 요구사항을 보고하고, 그에 발맞춰 파견이라는 명목으로 정리해고할 명단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그런 일상이 맞이할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애초에 인사부서에서 일하는 내가 왜 신기술을 유출하냐고!

브로커가 바보도 아니고 기술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사부서 직원을 목표로 삼겠냔 말이다. 차라리 이번 승진과 관련하여 뇌물을 받았다고 하면 더 말이 될 것이다.

"억지야 억지. 너무 억지라고! 웃음이 나올 정도로 헛점 투성이란 말이다!"

이번 사안에서 나를 산업스파이의 유력용의자로 삼기에는 부실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런 허접한 논리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평소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술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억지논리에는 똑같은 억지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술에 취해야 한다. 나는 옷을 갈아입을 생각조차 못한 채 대충 겉옷만 벗어 놓고 거실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마셨다.

한잔.

잔을 채운다.

두잔.

자꾸 채운다. 그리고 마셨다.

세잔, 네잔, 다섯잔...

취했다. 하지만 더 취해야 했다.

한병.. 두병.. 세병.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다음 날.

햇살이 눈을 괴롭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7시는 훌쩍 넘겼을 것이다.

나는 습관처럼 휴대폰을 켜본다. 예상대로 오전 8시 30분. 지각도 확정이다.

나는 폰을 끄려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들여다 보았다.

부재중 전화가 20통, 부재중 문자가 30통.

"난리 났었군."

특히 어제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날라왔었다.

-6시까지 생각할 시간을 주겠네.

이도철 팀장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오후 6시가 문제가 아니라 다음날 오전6시도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자세 그대로 10분 이상 멈쳐있었던 것 같다.

이대로면 아마도 해고는 기정사실이 될 것 같다.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지금껏 실망시켜 드린 적이 없는데 인생 처음으로 죄를 진 기분이다. 나는 전혀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쨌든 상황은 벌어졌다. 이미 끝난 일은 끝난 거고 돌이킬 수 없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똑똑한 인간이라면 응당 바른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냥 정신이 나가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실직자가 되어서?

죄를 짓지 않았는데 고발 당할 신세가 되어 버려서?

아직 할부가 남은 차와 집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난감해서?

아니다.

전혀 잘못 짚었다.

내가 정신이 나간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침대 옆에 놓여있는 전신 거울 속에 비친 한 소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내 목소리가 왜 계집애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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