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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인데 자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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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붕괴
작품등록일 :
2018.08.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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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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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9.0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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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여자애가 되었다 (3)

DUMMY

내가 사는 집은 건축된지 20년 이상 지난 10층 짜리 임대 아파트의 6층에 위치해 있다. 여기 저기 벽면이 떨어져 나가고 금이 가 있어 상당히 위험해 보이지만 입주민 중 누구 하나 리모델링을 제안하는 사람이 없다. 애초에 이런 말을 하는 나 조차 어차피 곧 떠날 곳인데 신경쓰지 말자 이런 생각으로 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뭐, 그런 동네라는 거다.

편의점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걸어서 대략 5분으로 편의점 옆에 잠시 주차할 공간도 있어서 특히 퇴근할 때 자주 애용했다.

문을 열자 챠임벨 소리가 실내에 퍼진다. 잠시 한눈을 팔고 있던 직원이 슬쩍 일어나 나를 쳐다본다.

대학생 연령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었다. 이 시간대에 온적이 없기 때문에 얼굴은 낯이 익지 않았다.

나는 라면 코너로 가서 평소 즐겨먹는 인스턴트 라면을 고른 후 옆으로 이동해 우유와 삼각김밥을 한 개씩 집어 들었다.

일체의 고민이 없는 일련의 동작에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계산 부탁드립니다."

집어든 물건을 계산대 위에 올려두고 직원에게 부탁한다. 남자 직원을 가까이서 보니 대학생도 아닌 것 같다. 고등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어려보인다. 하지만 낮시간에 고등학생이 알바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으니 대학생이겠지.

순진해 보이는 청년은 바코드를 찍으며 나를 슬쩍 슬쩍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뭐라 말할 게 있는지 입술을 달싹 거렸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이 떠오른다.

제법 남자다운 얼굴에 탄탄한 몸매와 적당히 큰 키를 가진 나이기에 당연히 몇 번의 고백 정도는 받은 적이 있다. 지금 눈앞의 남자직원의 표정을 보면 그 고백을 받기 전 여자들이 보인 표정과도 닮아있다.

하지만 남자가 내 앞에서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때 남직원이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와,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존나 예쁘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이성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바보같은 나처럼 이 청년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대놓고 말을 거네. 그리고 보기와는 달리 입이 험하다.

-(이렇게 예쁜 애랑 XX면 어떤 기분일까. 진짜 한번만이라도 해보고 싶다.)

우선 내 몸이 여자라는 건 자각하고 있었다. 그저 신경쓰고 있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대놓고 들을 줄은 몰랐다. 남자로서의 자존심에 상당히 금이 갔다.

따악.

나는 녀석의 이마를 한대 갈겼다.

"아, 갑자기 왜 때려요?"

그러자 직원은 억울하다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어린 놈이 어디서 나쁜 말만 배워서 말을 그딴 식으로 해? 나니까 이 정도에서 봐주지만 그런 말 함부로 했다가는 진짜 큰 일 당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조심해라."

상대는 끽 해봤자 사회 초년생이다. 어른답게 이 정도 훈계 정도로 마무리 짓자.

"손님한테 아무 말 안했는데요? 그리고 그쪽이 나보다 어려보이는 구만 뭘!"

뭐라는 거야 이 녀석.

그럼 방금 내가 들은 건 헛소리라는 거냐.

나는 영수증과 카드를 그의 손에서 거칠게 빼앗으며 노려보았다.

(-이 년 진짜 미친 년이네? 갑자기 왜 때리고 지랄?)

어라? 이 자식이 아직 정신 못차렸네. 이 정도 말까지 들었는데 참을 수는 없겠지?

"너 또 방금 뭐라고 했어? 뭐, 내가 미쳤다고?"

"아니, 손님! 저 진짜 아무 말도 안했다니까요. 뒤에 손님한테 물어볼까요?"

이번에도 적반하장으로 나온 직원의 태도에 나는 열이 받았다. 왠만하면 이대로 끝내려고 했는데 말이다. 안그래도 지금 머릿속이 복잡한데 라면 하나 사려고 온 편의점에서 이런 일까지 발생해버리니 짜증 지수가 한계치까지 치솟았다.

진짜 개같은 날이다. 개똥같은 날이다.

남직원은 내 옆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손님, 제가 이 여자분한테 뭐라고 하던가요? 저 아무 말도 안했죠?"

"네, 제가 계속 보고 있었는데 직원분은 그냥 계산만 했어요. 오히려 여자쪽에서 갑자기 가만있던 남자분 머리를 치던데요? 제가 똑똑히 봤어요."

하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람? 그럼 내가 들은 그 입에 담기도 좃같은 말은 뭐란 말인가.

나는 두 사람을 번갈어 쳐다보았다. 그때 였다.

-(이년 진짜 정신에 문제있나? 아놔, 오늘 진짜 개똥같은 날이네. 별 미친 년을 만나서 험한 꼴을 다 당하고.)

이것 봐, 들린다고!

-(이 여자애 어린데 정신 분열증 그런건가봐. 아이고, 불쌍해라. 근데 여기 더 있다가는 나도 피해를 보겠어, 얼른 계산하고 나가야지. 그리고 이따 오후에 미용실 가서 오늘 본거 수다로 좀 떨어야겠어. 호호.)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 했다.

환청인건가?

너무 심한 스트레스로 진짜 미쳐버린 건가.

나는 도망치듯 편의점을 나와 그대로 집으로 향해 달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숨을 고르고 다시 머릿속을 정리해 보았다.

나는 분명 남직원이 내게 하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 역시 환청인가?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환청을 들은 적은 없다. 정신적인 문제라니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안에서는 식수통이 잔뜩 실어져 있는 운반카트와 배달원이 타고 있었다.

나는 옆으로 한걸음 옮겨 그가 내릴 수 있게 기다렸다. 그는 끄응 하고 소리를 내며 카트를 밖으로 끌어 당겼다. 나를 지나치면서 그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고맙습니다" 라고 말했다. 나 역시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꽤 힘들어 보이기에 나는 안으로 들어가 뒤에서 힘을 보태주었다. 사실 근력으로 보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힘을 줘보니 남자였을 때 보다 큰 힘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상대는 내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듯 그대로 카트를 저만치 옮겨가는 데만 신경을 썼다.

감사 인사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나는 안도했다. 이 사람에게서는 환청 같은 게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딴 생각을 했던 것인지 그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말았다. 진짜 잘 안풀리는 날인 모양이다.

그때 차에 짐을 다 옮긴 듯 배달원이 나를 쳐다보았다. 거리는 10미터 정도.

그는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무언가 손동작을 해보였다. 그 순간 나의 동공은 크게 확장되었다.

수화였다.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쓰는 그 수화. 적당히 몇개를 알고 있기에 저 동작의 의미는 알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들렸다. 그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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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평범한 회사원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여자애가 되었다 (5) 18.09.07 68 1 14쪽
4 평범한 회사원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여자애가 되었다 (4) 18.09.05 77 1 12쪽
» 평범한 회사원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여자애가 되었다 (3) 18.09.04 97 2 7쪽
2 평범한 회사원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여자애가 되었다 (2) 18.09.03 106 2 9쪽
1 평범한 회사원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여자애가 되었다 (1) 18.09.02 127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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