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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서역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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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터스미
작품등록일 :
2018.08.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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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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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복수의 끝

DUMMY

“허, 사람이 한 명도 안보이네요.”


소운이 주변을 둘러보며 황당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전체 무림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일지 몰라도 적어도 강서성에서는 흑사문이 규모가 좀 되는 문파다.

진자방이 일백이 넘는 문도들을 때려잡았다 해도 아직 수십의 문도는 남아있을 터.

근데 지금까지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누가 침몰하는 배에 계속 붙어 있으려고 할까.”


진자방이 냉소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것이 세상이 흘러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서역이든 중원이든 마찬가지로.


“······진가장도 똑같은 일을 겪었었죠.”


이번에는 장천이 좋지 않은 기억이 생각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진소하와 우 총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망하지 않으면 돼.”


진자방이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말을 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 절대로.”


진소하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몰락 가문의 설움은 이미 겪을 만큼 겪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설움을 겪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위해서도 후대를 위해서도.

그녀의 의지에 찬 눈빛에 진자방이 보이지 않게 미소를 띠었다.

역시 자신의 여동생이었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있는 힘껏 잘 살아갈 성격이다.

별다른 걱정은 필요 없으리라.

진자방의 시선이 여동생을 떠나 둘밖에 없는 정식제자들에게 향했다.


“자네들도 강해져야 돼.”

“헙···.”

“무, 물론이죠.”


목소리가 흔들려서 나왔다.

그들의 무공실력이 시원찮다는 것은 진자방도 잘 알았다.

자질이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수련에만 전념할 수 없는 환경이 문제였다.

그리고 그런 환경은 이제 없어질 것이었다.


“한 명의 힘에만 의존하는 가문은 그 한 명이 죽으면 필연적으로 쇠퇴하는 법.”


서역에도 그런 가문은 많았다.

당연했다.

걸출한 인물은 매 세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 걸물의 존재유무에 따라 가문의 성쇠가 움직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진자방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대에 그럴듯하게 가문의 역량을 구축해놓을 심산이었다.

그러면 적어도 후대들은 가문의 몰락 같은 이런 설움을 겪지는 않으리라.


“자네들이 진가장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재목이 되어야 해.”


잘 나갈 때는 누구나 붙고 싶어 하는 법.

그중에 진짜가 누구인지 알려면 어려울 때를 보면 된다.

이들은 어려울 때도 진가장을 버리지 않았다.

진자방은 그 성품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니 한번 제대로 키워볼 생각이었다.


“지, 짊어지다뇨.”

“그런 말씀은 너무 부담이······.”


소운과 장천이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현재 지닌 능력이 볼품없으니 그러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은 닭도 아닌 병아리인 것이다.


“오빠, 둘밖에 없는 제자들한테 왜 부담을 팍팍 주고 그래.”


진소하가 머리를 긁적이며 끼어들었다.

이들의 실력이 형편없는 것은 사부인 진소하의 탓도 상당히 있었다.

우선 그녀 자신이 무공에 그리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다 가문이 이 꼴이니 제대로 된 지원도 해줄 수 없고, 제자에게만 전념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왠지 면목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냥 말한 게 아니야. 이 오라비한테 방법이 다 있거든?”


진자방이 설핏 미소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뭐, 됐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거의 다 온 것 같네.”


진자방의 기감에 누군가의 기척이 잡혔다.

이곳에 들어와 처음 느끼는 기척이었다.

아마 초명의 기척이리라.

그 기척은 내원 가장 안쪽에 위치한, 장지문에 검은 뱀이 그려진 방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저곳이 장주실일 것이다.


“저기에 그자가 있겠군.”


진자방이 말했다.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드디어 피의 원수와 마주치는 것이었다.

진소하가 천천히 검을 빼어들었다.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내겠어.”


피로 이어진 악연이었다.

반드시 여기서 끊어버려야 했다.


“그래.”


진자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온한 진가장을 위해서라도 이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우선해서 복수를 시작했다.

그 끝이 이제 보이고 있었다.

진자방은 앞서서 걸었다.

그리고 장지문을 열어젖혔다.

드륵.

풍겨오는 혈향.

피투성이의 시체.

소운과 장천이 움찔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우 총관도 긴장한 기색이었다.

진소하는 칼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왔나?”


흡사 시체와 같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본 순간 좌중은 크게 놀란 표정이 되었다.

진자방도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당신······.”


진소하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초명이 분명해. 그런데······.”


초명의 얼굴을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철천지원수의 얼굴을 잊을 리 없다.

상상 속에서 수백, 수천 번 그를 찢어 죽였다.

그런 그의 얼굴이 완전히 변해있었다.

머리는 새하얗게 세버렸다.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피부와 입술도 탄력을 잃고 쭈글쭈글했다.

눈가에는 붉은 핏물 자국이 그대로 자국 지어 있었다.

수십 년은 더 늙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인간이 어찌 이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패배자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 어서 끝내게.”


그는 삶의 의욕을 아예 잃은 것 같았다.

완전히 지쳐보였다.


“끝내.”


진자방이 초명을 냉정한 눈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장주인 너의 손으로 끝내는 것이 가장 합당한 결말이야.”

“공자님, 하지만 위험······.”


우 총관의 말을 진자방이 손을 들어 끊었다.


“괜찮소. 이미 저자는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으니까.”

“하, 하오나······.”

“할 거야.”


진소하의 말이 울렸다.


“내가 끝장낼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초명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에 칼날이 닿을 거리에서 그녀는 멈춰 섰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초라하기 짝이 없네.”

“마음껏 비웃게.”

“아니, 비웃을 것도 없어. 이제 당신을 내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버릴 테니까.”

“······.”

“이제 진가장은 앞으로 나아가야 돼. 과거의 망령인 당신을 기억할 여유도 이유도 없어.”

“······뭐든 어떻겠나. 죽이기나 하게.”


초명이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을 잃었다.

아무런 힘도 없었다.

흑사문에서 죽는다.

이제 남은 것은 그것뿐.


“당연히.”


진소하가 천천히 검을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

쐐액.

아무런 망설임 없이 칼날이 목을 향해 떨어졌다.

퍼억!

터져 나오는 붉은 선혈.

데구르르.

초명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선혈을 온통 뒤집어쓴 채 진소하는 그 목을 싸늘하게 응시했다.



***



“꺄하하하, 어, 언니··· 그, 그만해···!”

“흐흐, 내기에 진 벌은 제대로 받아야지.”


매가 난을 위에서 누르고 손가락으로 억지로 간지럽히고 있었다.

난은 고통스러우서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계속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하청연은 손주들의 그런 모습을 인자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들어 손주들의 활기가 늘어났다.

집안에 사람이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에는 황량했다면 지금은 그래도 북적대는 분위기가 있었다.

다 아들이 새로 사람을 데려온 덕분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문이 열렸다.


“어머니.”


아들이었다.

딸도 있었다.

무슨 일인지 물으려고 하는데 매가 먼저 잽싸게 달려갔다.


“엄마 왔다!”


다람쥐처럼 쪼르르 달려가 제 엄마 품에 안기는 것이 아무리 당돌해도 이럴 때는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하아, 하아······. 어, 엄마··· 언니가 자꾸 괴롭혀요······.”


그제야 살았다는 듯 난이 숨을 고르며 울상을 지었다.


“괴롭히는 거 아니야. 내기에 져서 벌을 준거에요.”


매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부정했다.

그런 매의 머리를 진자방이 피식 웃으며 쓰다듬었다.


“어릴 때는 다 그러고 노는 게지.”

“······방금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 뻔했어.”


어렸을 때 오빠한테 여러 가지 장난을 당했던 게 생각났던지 진소하가 몸서리를 한 번 쳤다.


“하하하하하하.”


진자방은 누가 들어도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어머니, 오랜만에 저희하고 가족 나들이 가지 않으실래요?”

“나들이?”

“네, 날씨도 좋으니 밖에 돌아다니기 아주 좋은 날이에요.”


진소하도 거들었다.


“나야 좋은데··· 너희들 괜찮겠니? 바쁠 텐데.”

“후후, 괜찮으니 말씀드리는 거죠.”


진소하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같이 나가요, 어머니.”


진자방도 손을 잡았다.


“나도, 나도 같이 갈래요!”


매가 손을 들었다.


“저, 저도요.”


누워있던 난도 몸을 재빨리 일으켰다.


“녀석들, 당연하지. 가족 나들이라니까.”


진자방이 조카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



‘이 길은······.’


하청연은 이상하다는 듯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점점 잃어버린 옛 장원으로 향하는 길 쪽으로 가까이 간다는 것을.

이상한 일이었다.

딸은 좋지 않은 기억이 마음을 괴롭힐까봐 그쪽 길은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하청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소하야.”


진소하는 말없이 어머니의 손을 꽉 쥐었다.

진자방이 대신 대답했다.


“어머니, 좀만 더 가시면 돼요.”


아들은 듬직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딸의 따뜻한 손과 그 미소가 힘을 주었다.

하청연은 떠오르려는 괴로운 기억을 힘껏 날려버렸다.

그리고 다시 지팡이를 짚고 발걸음을 옮겼다.


“어, 여기?”


당과를 맛나게 먹던 매가 돌연 입을 열었다.


“왜 그러니?”


진소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몇 해 전이면, 딸들은 아주 어릴 때였다.

기억조차 나지 않을 것이었다.


“잘사는 동네다.”

“하하핫.”


진자방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데 살아보고 싶··· 아차, 실수.”


매가 재빨리 입을 막았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엄마의 눈치를 급히 살피는 것이 여간 똘똘한 것이 아니다.

진자방은 이 맹랑한 조카가 맘에 들었다.

여동생은 물론 자신의 성격과도 닮은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소원은 금방 이루어질지 모르겠군.”

“네?”

“아니야, 가자.”


진가장의 가족은 그렇게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 걸었다.

걷다보니 어느새 한 장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두 조카를 제외하고는 모를 리 없는 장원이었다.

지팡이를 짚은 하청연의 손이 떨렸다.


“조금··· 힘들구나.”


옛 장원은 이미 흑사문의 소유가 되어있었다.

그 모습을 직접 보면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진자방이 몸을 숙였다.


“업히세요.”

“자방아···.”

“어서요.”


왠지 거부하기 힘들어 하청연은 아들의 등에 업혔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아들의 등은 단단하고 컸다.

세상 그 무엇보다 듬직하게 느껴지는 등이었다.

그 등을 하청연은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갑니다.”


아들은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옛 장원을 향하여.

하청연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떤 것을 보더라도 흔들리지 않기로.

아들이 이러는 데는 필시 이유가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녀는 옛 장원을 되찾았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건 불가능한, 너무 허황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옛 장원으로 다가갈수록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큰 장원의 주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조용했다.

문지기도 보이지 않았다.

의문어린 그녀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현판을 향했다.

흑사문이라고 쓰여 있을 것이 분명한 그 현판.

한데.


“진······?”


그녀는 뭔가 잘못 봤다는 얼굴로 급히 눈을 비볐다.

그 글자는 여기에 있을 수 없는 글자였던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후, 눈을 최대한 가늘게 뜨고 다시 한 번 현판을 응시했다.

이번만은 절대 똑바로 보겠다고 결심하며.

그리고······.

진가장.

그 세 글자를 똑똑히 확인한 그녀의 눈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곧 맑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뚝뚝 떨어져 흘렀다.

업혀 있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를 아들이 장원의 문을 열어젖혔다.

건물도, 담벽도, 나무도, 바위도, 흙까지도······ 모든 익숙한 것이 눈물로 흐려진 시야 속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옛 추억이 생각날 것 같은 광경.


“어머니, 드디어 집에 돌아왔어요.”

“······그래.”

“이제 평생 여기서 모실 테니까요.”

“······그래.”

“조카들도 좋아할 테죠.”

“······그래.”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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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놈들이 나를 피해야지 +26 18.09.23 12,367 53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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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일부러 눈에 띄라고 +37 18.09.21 17,115 682 15쪽
25 최상품 +24 18.09.20 19,086 639 10쪽
24 개보다는 호랑이 +19 18.09.19 20,008 658 12쪽
23 진가장의 돈···? +21 18.09.18 21,897 628 15쪽
22 무기···? +22 18.09.17 23,280 708 11쪽
21 별호를 얻다 +30 18.09.15 25,137 726 15쪽
» 복수의 끝 +39 18.09.14 25,305 792 13쪽
19 끝없는 절망 +22 18.09.13 25,445 748 10쪽
18 그냥 가만히 +20 18.09.12 25,913 799 9쪽
17 그대로 돌려줄 뿐 +26 18.09.11 26,440 802 12쪽
16 공포로 몰아넣을 때 +18 18.09.10 26,418 742 10쪽
15 각각의 싸움 +23 18.09.09 26,484 782 12쪽
14 가서 전해라 +25 18.09.08 26,832 758 12쪽
13 눈에는 눈, 피에는 피 +24 18.09.07 27,375 735 10쪽
12 결착 +28 18.09.06 28,142 734 13쪽
11 살 가치가 없는 놈 +20 18.09.05 28,248 680 12쪽
10 흑사문 +20 18.09.04 28,987 762 14쪽
9 자리 하나 좀 주라 +24 18.09.03 29,331 742 14쪽
8 상봉 +28 18.09.02 29,584 835 11쪽
7 너희는 누구냐? +23 18.09.01 29,618 756 14쪽
6 우리집이 망했구나 +16 18.08.31 30,386 715 10쪽
5 마침 잘됐군 +21 18.08.30 32,400 767 10쪽
4 무위를 보이다 +23 18.08.29 34,447 822 15쪽
3 처음부터 난장판 +19 18.08.28 36,881 802 11쪽
2 돌아오다 +25 18.08.27 41,160 827 9쪽
1 서(序)- 20년 전 +20 18.08.27 42,842 85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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