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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령
작품등록일 :
2018.08.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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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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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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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DUMMY

<135일 만의 귀환, 발라드가수 김동국 신곡 발표!>


: 가수 김동국이 컴백했다.

김동국은 23일 오후 6시 전 음원사이트를 통해 신곡 ‘바보 같은 이별’을 발표했다. 이는 135일 만의 신곡이다.

김동국의 ‘바보 같은 이별’은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빛나는 정통 발라드 곡으로, 김동국이 데뷔 이후 최초로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데 이어, ‘그대 머무른 자리에’ 등의 히트곡을 작곡한 장영근이 참여해 완벽한 호흡 속에서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같은 날 공개한 뮤직비디오도 관심을 모았다.

서울 독립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오종현 감독이 제작하고 김동국이 주연을 맡은 뮤직비디오는 슬픈 결말을 암시한 한 편의 로맨스를 그려내며 대중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김동국 측은 “이번 신곡은 김동국이 뮤즈로 삼은 한 뮤지션을 위한 헌정곡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해당 뮤지션의 곡을 즐겨들었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를 존경하고 기리는 마음을 담아 작업한 곡인 만큼 이 노래를 통해 팬들이 그의 향수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동국의 신곡 ‘바보 같은 이별’은 8월 23일 오후 6시 전 음원사이트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망고 실시간 차트 진입했습니다!”

“나이스!”

“예쓰!”

신곡 발매 직후, 가슴을 졸이며 어울림뮤직 전 직원이 음원차트를 확인했다.

다른 7개 음원사이트에서는 순항하는 가운데, 유독 망고차트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다행히 3시간 만에 차트에 진입하며, 걱정을 한 시름 덜어낼 수 있었다.

“수고했다.”

“이제부터 시작이죠.”

“차트에 진입한 게 중요한 거야. 홍보팀에서 알아서 제 몫을 다할 거다.”

유경열이 진지하게 동국을 격려했다.

근심을 한참 덜어낸 얼굴.

유독 긴장하던 그였기에, 동국은 그저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 기사는······.”

“괜찮아요. 괜히 언급했다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거, 저도 아니까.”

“······그래.”

투데이스포츠에서 발표한 홍보기사에서, 결국 김광석의 이름이 쏙 빠졌다. ‘한 뮤지션’으로 대체된 그의 빈자리. 동국으로서는 아쉬운 마음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갔다.

워낙 추종자들이 많은 그인지라, 자칫 그들로부터 몰매를 맞을 수도 있는 탓이었다.

유경열로서는 그런 위험을 감내하고, 굳이 기사 원문에 김광석을 언급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 부분은 그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회사 내부 회의 끝에 내려진 합의였겠지만.

“저 이만 가볼게요. 아침에 스케쥴이 있어서.”

“그래, 가서 푹 쉬어라.”

“네, 그럼 조만간 또 올게요.”

동국이 몸을 일으키며,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는 사옥을 빠져나왔다. 사옥 밖에는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최진아가 차에 시동을 걸어놓은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한숨을 쉬며, 동국이 조수석에 올랐다.

“그냥 오늘은 쉬시라니까요.”

“제 일도 마치지 않고 쉴 수야 없죠. 그래도 정아는 보냈어요.”

“그건 잘하셨네요.”

세단이 미끄러지듯 출발한다.

안정된 승차감.

이 승차감 때문에라도 동국은 밴을 구해주겠다는 유경열의 뜻을 거절했다. 여러 명이 움직이는 아이돌그룹도 아니어서, 굳이 밴이 필요치 않다는 이유도 있었고.

운전하는 내내 말이 없는 동국.

이를 이상하게 여긴 최진아가 살며시 물었다.

“왠지 기분이 다운되신 거 같네요?”

“그냥 현타 온 거 뿐이에요.”

“현타요?”

“현자타임요.”

“아아.”

지난 열흘 동국은 정해진 스케쥴을 소화하면서도 밤잠을 아껴가며 가사에 몰두하고 녹음에 매진했다. 심지어 그 와중에 단편영화나 다름없는 뮤직비디오까지 찍었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을 만큼 바빴던 나날들.

그 나날들이 지나고 결실을 맺었지만, 이상하게도 가슴 속에 허무만이 가득했다.

“그래도 결과가 좋잖아요. 3시간 만에 망고차트 진입도 했고.”

“그렇긴 하죠.”

확실히 데뷔곡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그만큼 인지도가 올라갔다는 의미였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겠다.

아, 이 불쾌한 감정.

이거 허무가 아니라, 불만족이었구나.

[노래하는 시인]을 기리는 이 노래를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동국은 오직 그 일념 하나로, 자신의 의지를 강행했다.

“실장님.”

“네, 말씀하세요.”

“저 이번 활동은 되도록 노래 홍보에만 집중할게요.”

“노래 홍보요?”

최진아의 머릿속에 ‘갑자기?’라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미 홍보팀에서 알아서······.

“이번 곡, 무조건 잘 돼야 해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무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갈게요. 대학축제든 지방행사든 어디든이요.”

“정말로요?”

“네, 그러고 싶어요.”

유경열의 엄명 때문에 그동안 축제나 행사 관련 문의는 일절 거절해왔다. 가수가 노래에 집중해야지, 돈을 따라가선 안 된다는 그만의 철칙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국이 먼저 말을 꺼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경열이 유독 동국에게 약한 것도 약한 거지만, 홍보를 위한다는 목적이 있는 이상 동국의 뜻을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다만, 당장 그런 제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

아직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의 끝자락.

사람들이 야외무대에서 듣고 싶은 것은 가슴 절절한 발라드가 아니라, 신나는 댄스곡이었으니까.

‘홍보팀이랑 상의해야겠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해피비타민이 컴백과 동시에 1위 했습니다.”

상기된 비서의 보고.

강태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2년 전 데뷔시킨 걸그룹 해피비타민이 드디어 첫 1위를 거머쥐었다. 자사의 보이그룹인 에이아이엠의 팬덤을 적극 활용하고, 여름에 어울리는 발랄한 댄스곡을 선택한 결과였다.

“그놈은 어떻게 됐지?”

“10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흠.”

더 이상의 말을 아꼈지만, 강태민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떤 면에서는 해피비타민이 음방에서 1위한 것보다도 만족감이 더 컸다.

“매니지먼트 팀에게 일러서 예능프로그램에 꾸준하게 접촉하라고 해. 한 번 기세 탔을 때, 제대로 푸시해야 하니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비서가 나가고 강태민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손을 뗐다.

“이 정도로는 어림없지.”

지난 번 만남에서 받은 굴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되돌려주려면 이 정도 격차로는 성에 차질 않았다. 전화를 걸어봐야 유치하다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러나 애석하게도 해피비타민의 선전은 여기까지였다.



“또 왔냐.”

“오면 안 돼요?”

“안 될 거야 없지. 지겨워서 그렇지.”

“말이 좀 심하시네요. 언제는 아주 상전처럼 떠받들어 주더니.”

“소신이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동국마마. 지금이라도 떠받들어 드릴깝쇼?”

놀리는 티가 역력한 성현의 말투.

하지만, 동국은 가볍게 웃고 말았다.

괜히 반응을 해봐야 놀림만 심해질 테니까.

“맥주나 한 병 주세요.”

“안 돼. 최 실장님이 신신당부하고 가셨어.”

“아니, 형은 누구 편이에요?”

“나야 우리 귀여운 최 실장님 편이지.”

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실론티를 꺼내 언더락 잔에 얼음과 함께 동국에게 내밀었다.

“이거나 마셔.”

“실론티 맛없어요.”

“그럼 먹지 말든가.”

인상을 팍 쓰는 동국.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걸로 장난치는 건 못 참겠다.

막 역성을 토하려는 찰나, 성현이 태블릿을 그에게 건넸다.

“뭐요!”

“오늘 길거리 노래방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이야.”

“그래서요!”

“한 번 보라고. 난 가서 초밥이나 주문할 테니까. 특대 초밥 하나면 되지?”

동국이 실눈을 뜨고 성현을 노려봤다.

명백한 의심의 눈초리.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싫음 말고.”

“아뇨! 성의를 봐서, 초밥은 먹을게요.”

“큭큭. 그러던가.”

동국도 피식 웃고 만다.

그가 악의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오히려 엇갈리는 평들에 조금 지쳐 있는 자신을 이런 식으로나마 달래주려는 것일 뿐이다.

‘바보 같은 이별’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아니, 솔직히 기대 이상이다.

발매 이후 망고차트에서 단 한 번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 없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자신은 괜찮은데 회사에서 난리다.

1위를 못한 것이 아쉽다는 평.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히 대단한 성과다.

‘바보 같은 이별’을 제외하고,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여름에 어울리는 댄스곡이었으니까.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해 여름.

대중은 축축 쳐지는 발라드보다 몸이 들썩이는 댄스곡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 정도로도 대만족이었다.

거짓 없이, 솔직하게.

성현이 위로 올라간 사이, 동국은 홀로 바에 남아 태블릿 속 영상의 썸네일을 살폈다.

여전히 변함없는 배경.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뒤에 입간판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형은 또 언제······.”

얼마 전, 신규 믹스커피 브랜드 업체의 광고를 찍었다.

새로이 믹스커피 시장에 도전하는 자사의 이미지와 신인가수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동국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진다며.

영상 속 입간판은 바로 그 믹스커피 브랜드의 홍보용 입간판이었다.

영상에 떡 하니 입간판이 찍혀있는 것으로 봐서는, 성현도 따로 해당 믹스커피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체결한 듯했다.

“하여간 수완도 좋다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성현의 채널이 성장하는데 자신이 조금이나마 일조한 것 같아 기뻤다.

영상을 재생시키자, 성현의 옆으로 자신 또래의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곡을 부르실 건가요?

-김동국의 바보 같은 이별을 부르겠습니다.

-오, 좋네요. 그럼 바로 들어보겠습니다.


익숙한 전주가 흐르고, 남자가 비장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보며 동국은 감회가 새로웠다.

자신이 저 무대에서 [노래하는 시인]의 노래를 불렀듯이, 이제는 자신의 노래를 다른 사람이 부르다니.

비록, 영상 속 남자는 그다지 노래를 잘 부르진 못했지만,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이런 영상을 따로 준비했다는 것은 성현도 회사 사람들처럼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는 거니까.

왜 자신이 부셔지기 쉬운 두부 멘탈일 거라고 착각하는 줄 모르겠다.

이어 두 번째 영상.

이번엔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유별나게 목청이 큰 여학생이 어떤 곡을 부를 거냐는 성현의 물음에 답했다.


-김동국의 바보 같은 이별이요! 제 최애곡이에요!


세 번째 영상 속 회사원도, 네 번째 영상 속 남매도, 심지어 다섯 번째 영상 속 군인까지 모두 같은 곡을 선곡했다.

자신의 곡, ‘바보 같은 이별’을.


-요새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제가 자주 가는 카페에 갈 때마다 이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알게 됐는데, 지금은 제가 더 빠져서 하루 온종일 듣고 있어요.

-노래가 제 스탈임다! 군에서 매일 들었습니다!


자신의 곡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괜히 울컥하는 마음.

그 중 백미는 맨 마지막 영상 속 주인공이었다.

임정범.

그가 놀랍게도 영상에 담겨 있었다.

배경은 실내포차.

화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봐서는 술자리에서 성현의 요청으로 찍은 듯했다.


-동국아, 형이다.


첫 마디부터 눈물 찔끔이다.

항상 선배라고 깍듯이 부르라고 하셔놓고서는.


-네 노래 잘 들었다. 너무 좋더라. 옛날 생각도 나고. 거리 어딜 가든 네 노래만 들릴 정도야. 잘했다, 진짜 잘했어. 네가 최고다. 아, 그리고 다음에 그 작곡가, 나도 좀 소개시켜주면 안 되겠냐? 같이 좀 먹고 살자.


임정범다운 장난스러운 마무리.

그런데 아무래도 그에게까지 쓸데없는 걱정을 시킨 것 같다.

1위를 못했다고 기가 죽을 자신이 아닌데.

댄스곡들 틈바구니에서 이 정도로 선전해서, 되레 고무적인데 말이다.

더욱이 슬슬 더위도 꺾이고 있는 참인데.

발라드의 계절.

가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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