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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킹갓 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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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령
작품등록일 :
2018.08.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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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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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0장

DUMMY

뎅, 뎅.

연거푸 울리는 보신각 종소리.

신년을 알리는 그 종소리를 들으며, 동국은 엄마에게 손바닥만 한 크기의 포장된 선물상자를 내밀었다.

“엄마, 새해 서로 대박나자는 의미에서 선물이야!”

“잊지 않고 있었네······.”

“그러엄! 군에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살뜰히 챙겨야지. 우리 집 전통이잖아.”

엄마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인다.

또 아버지가 생각나시는 거겠지.

신년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가족끼리 선물을 주고받자고 처음 제안한 사람이 아버지이셨으니까.

엄마의 다운된 텐션을 높이기 위해, 동국이 일부러 그녀를 보챘다.

“엄마, 나는? 내 선물은 없어? 와, 이제 바쁘다고 아들 선물까지 잊어먹은 거야?”

“그럴 리가 있겠니?”

엄마가 자신을 타박하며 테이블 아래에서 [명신한의원]이라 적힌 박스를 꺼내셨다.

“보약 한 재 지었어. 너 요새 너무 고생하잖아. 얼굴이 홀쭉해.”

“그르게. 내가 생각해도 살이 좀 빠지긴 했어.”

12월 한 달을 죽었다 생각하고 연습과 시상식에만 매달렸다. 간혹 임정범을 비롯한 친분 있는 가수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대된 것까지 합하면, 최소 스무 번 이상 무대에 선 것 같다.

한창 행사 돌 때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횟수였지만, 행사 무대와 대형 콘서트장의 무대는 엄연히 소모되는 체력이 달랐다.

고작 스무 번이 아니라, 무려 스무 번이라 표현해야 옳을 정도로 심신이 축나는 일정이었던 것이다.

“고마워, 엄마. 보약 잘 먹을게. 내 선물도 얼른 풀어봐.”

생각해보면 가수로 데뷔하고, 엄마에게 딱히 선물이랄 것을 준 적이 없었다.

최진아를 비롯한 스태프들에게는 여러 차례 이것저것 챙겨줬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인 엄마를 챙기지 못한 거다.

이런 불효막심한 놈.

나가 죽어야지, 진짜.

그래서 올해는 엄마가 부담가지지 않을 만한 선에서 최대치의 선물을 드리기로 했다.

“어머, 귀엽다. 이 동글동글한 건 뭐야?”

거창한 선물상자답지 않게 안에 든 것은 겨우 하나뿐이다. 그나마도 500원 동전 크기보다 조금 더 커다란 크기에 지나지 않는.

그런데도 엄마는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히죽히죽 웃으셨다. 동국이 그런 엄마의 손을 잡아 끌었다.

“왜?”

“잠깐 밖으로 가자. 보여줄 게 있어.”

“뭔데?”

차가운 밤공기를 예상하고 동국이 엄마에게 패딩부터 입혀드렸다. 자신도 패딩을 챙겨 입고는 엄마 손을 잡아끌고 집밖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까 내가 준 선물 있지? 그거 가운데 버튼 눌러봐.”

“아들······.”

엄마도 그제야 눈치를 채신 듯 손을 벌벌 떠신다.

그럴 만도 하지.

평생 잡아보신 운전대라고는 10년 전 일하셨던 배달 반찬가게에서 몰고 다니시던 다마스밖에 없으셨으니.

“눌러봐, 엄마.”

“······.”

삐익.

삐비빅.

주차장 외진 곳에 있던 차 한 대가 반응했다.

평소 엄마가 길가다 만나면, 예쁘다고 노래를 부르신 독일 B사의 쿠페였다.

“······.”

“그렇게 서 있지 말고 같이 잠깐 드라이브라도 가자. 시승은 해야지. 엄마 차니까 엄마가 운전하셔.”

동국이 일부러 추운 척 오버를 하며 한 발 먼저 차로 달려간다. 그제야 엄마도 말없이 뒤따라왔다.

“먼저 타. 그래도 차 주인이 제일 먼저 타야지.”

“······엄마는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 엄마, 나 추워, 얼른!”

마지못해 엄마가 먼저 운전석에 올랐다. 그제야 동국도 밝게 웃으며 조수석에 착석했다.

“으으, 춥다. 얼른 시동 걸어. 히터라도 안 틀면 얼어 죽겠어.”

“······그래.”

마침내 차에 시동이 걸리고, 차 안으로 온풍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말수가 줄어드는 모자. 서로 할 말이 많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꺼운 마음으로 이 적막을 즐겼다.

“고마워.”

“응.”

고맙다는 말 한 마디면 된다. 가족끼리는.

“올 한 해도 잘 부탁해.”

“엄마도.”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

달콤한 성공을 뒤로 하고, 이제는 새 신을 신고 도약할 때였다.



“다음 앨범 작업을 위해 두 달간 휴식기를 가질게요.”

“그래라.”

“그동안 잘 지내고 계세요. 가끔 안부전화는 할게요.”

“네가 언제부터 그랬다고.”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잘 하겠다구요.”

동국은 고집을 부리는 성격이 아니다.

그가 일부러 강조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를 빤히 쳐다보던 유경열이 금세 그 이유를 알아챘다.

“너 외국 나갈 거냐?”

“넵. 여행 좀 해볼까 해서요.”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 영근쌤이 추천해주셨어요.”

장영근 이야기가 나오자, 유경열의 동공에 이채가 어린다.

“결심이 선 거냐?”

“네, 자신이 생겼어요.”

“그래, 잘 생각했다. 이번 경비는 내 사비로 대주마. 이건 엄연히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이야기니까.”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아, 그리고 혹시 몰라서 그런데, 흥국이 형은 데려가도 되죠? 제가 생각보다 몸이 허약해서.”

“맘대로 해라. 어차피 네 사람이다.”

“감사합니다.”

동국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잘 다녀올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기특한 녀석.

‘바보 같은 이별’ 활동을 마치고, 동국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제 포부를 밝혔다.

장차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당찬 포부.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가수들 중에 싱어 송 라이터를 꿈꾸지 않는 이는 한 명도 없었으니까.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작곡은 또 달랐으니까.

그렇게 어느 순간 잊고 지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보름 전 아시안 뮤직 어워드 이후 회사를 직접 찾아온 장영근이 내뱉은 한 마디 때문이었다.


-동국인 천잽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요! 더 가르칠 게 없어요. 진짭니다!


이전에도 사적으로 장영근을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산적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달리, 무척이나 신사적인 친구였다.

그랬던 그가 그날은 어찌나 흥분해서 입에 침까지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던지.

그때부터였다.

동국이 걷겠다는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길이 마냥 막연한 길만은 아니겠구나 생각한 것이.

그동안은 동국이 원체 바빠서 다시 그 기대감을 접고 있었는데, 이제는 오롯이 그 기대감에 흠뻑 빠져 살아도 될 듯했다.

그 전에 데이드림 계약 건도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겠고.



세계가 기억하는 음악가는 너무도 많다.

각기 다른 색채와 음악성을 가지고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음악가들.

실제 그들의 뛰어난 재능은 갓 탤런트에 고스란히 기록됐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길이길이 회자될 수준의 영향력을 끼쳤다

동국으로서는 모두가 탐나는 상황.

하지만, 현실은 오직 하나의 재능만 허락됐다.

다음 미션이 그만큼 비현실적인 탓이었다.


[미션 : 국내 가요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라.]

-조건

: 국내에서만 500 이상의 영향력을 달성해야 한다.

: 최소 3개의 시상식에서 올해의 가수상(대상)을 수상해야 한다.

: 최소 1만석 규모의 단독 콘서트(단, 매진)를 개최해야 한다.


조건이 하나 같이 까다롭기 짝이 없다.

500에 달하는 영향력은 너무 까마득해서 감히 엄두도 못 낼 수치였고, 올해의 가수상은 2년차 신인가수인 자신이 언감생심 넘볼 수 없는 영예로운 상이었다.

그나마 가장 쉬워 보이는 것이 세 번째 조건이었는데, 이마저도 무려 1만석 규모의 객석을 매진시켜야 하기에 마냥 쉽지만은 않은 조건이었다.

주관적인 분석으로는 아무리 빨라도 최소 3년은 묵혀야 할 미션.

그러니 이번 재능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그런 것치고 동국의 고민은 매우 짧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점찍어 둔 재능이 있었던 까닭이다.


전설적인 악동 밴드의 자유로운 악상(★★★★)

: [예술적 재능], [음악], [대중가요], [로큰롤], [자유], [연주], [작곡]

<풀이> 대중가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밴드 중 하나의 자유로운 음악세계를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다. 단, 그들이 가졌던 연주와 작곡 능력은 덤이다.

(필요 영향력 : 51.2)


[악동 밴드]를 논하면, 수많은 록밴드가 떠오른다.

자유와 저항, 퇴폐 등으로 요약되는 록 정신에 충실한 록밴드가 원체 많았어야지.

하지만, 그들 중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밴드는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인 한 밴드를 뽑자면, 십중팔구 한 밴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동국이 [전설적인 악동 밴드의 자유로운 악상]을 선택한 것도 바로 그 점에서 기인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의 틀을 깨는 그들의 음악세계야말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능력이라는 계산이 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연주 실력과 작곡 능력은 덤이었고.

다만, 실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이 문제였는데, 이 문제 또한 아시안 뮤직 어워드를 거치며 자연스레 해결됐다.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전역에서 기함할 수준의 영향력이 쏟아졌던 덕분이었다.

특히, [내 정보]에 새로이 중동 항목이 늘어났는데,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중동에서만 단번에 10이 넘는 영향력이 생성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렇게 얻은 재능을 가지고, 동국은 출국 길에 올랐다.

휴식과 음악을 주제 삼아, 두 달에 걸쳐 유럽 여행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여행길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삐걱거렸다.

“어머님이요?”

-그래. 갑자기 쓰러지셨어. 원래 위가 좀 안 좋긴 하셨는데, 이번엔 좀 심각하다야. 자식이 나 하나뿐이라, 내가 곁에 있어야 할 거 같아.

“당연히 형이 곁에 있어 드려야죠.”

-고맙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은혜는 무슨 은혜에요. 그런 말 말고 어머님 병간호 잘하세요.”

출국 전날 정흥국이 유럽행에서 발을 뺐다.

모친이 위독한 상황에서 기어이 그를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동국은 돌아와서 보자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마쳐야만 했다.

“어쩌지.”

졸지에 혼자 여행하게 되니, 괜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두 달이나 되는 여정에 누군가를 초대하기도 민망했고.

떠오르는 사람이라고는 서영환뿐이었지만, 그를 데려갔다가는 엄마네 온라인 반찬가게가 마비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 혼자 가는 수밖에.’

언제는 혼자가 아니었다고.

더욱이 혼자 움직이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었다.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며, 여유롭게 여행하는 것도 나름의 낭만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다음 날 떠난 프랑스 파리.

첫날 관광목적으로 찾은 몽마르뜨 언덕에서 동국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하고야 말았다.

“······진짜 없네.”

길거리 크레페 가게에서 벌써 10분 째 백팩을 뒤졌다.

그런데 없다.

정말 아무리 뒤져도 없다.


「혹시, 지갑 잃어버린 거 아냐? 조심하지 그랬어. 이 근처에 소매치기들 엄청 많은데.」


보다 못한 크레페 가게 주인이 묻는다.

소매치기라는 말에 동국이 그대로 굳었다.

그제야 조금 전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구경하던 중에 부딪쳤던 웬 서양인 꼬마가 떠올랐다.

낡은 옷과 연한 갈색 머리가 인상적이던 꼬마.

직감적으로 그 꼬마가 범인임을 깨닫지만, 이제 와서 알아챈다고 달라질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럼 모바일 페이로라도 내라고. 우리 가게는 모바일 페이도 받으니까.」


자신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도 힘들었다.

사라진 것은 지갑만이 아니었으니까.

유럽 여행 첫 날, 동국은 지갑과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가진 거라고는 작곡을 위해 따로 챙겨온 기타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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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제20장 +23 18.11.09 14,522 47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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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제19장 +14 18.11.05 16,138 468 13쪽
53 제18장 +14 18.11.04 16,647 478 12쪽
52 제18장 +11 18.11.02 16,869 48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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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18장 +14 18.10.31 17,980 474 13쪽
49 제17장 +28 18.10.30 18,241 499 13쪽
48 제17장 +12 18.10.29 18,656 531 12쪽
47 제17장 +14 18.10.28 18,715 455 12쪽
46 제16장 +12 18.10.26 19,019 474 13쪽
45 제16장(수정) +18 18.10.25 19,561 510 13쪽
44 제16장 +11 18.10.24 19,970 482 13쪽
43 제15장 +9 18.10.23 20,707 470 13쪽
42 제15장 +16 18.10.22 20,834 518 13쪽
41 제14장 +16 18.10.20 21,829 531 12쪽
40 제14장 +21 18.10.19 22,301 50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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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14장 +14 18.10.17 22,980 58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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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13장 +10 18.10.15 24,044 60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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