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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계의 24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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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작품등록일 :
2018.08.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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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0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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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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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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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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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 지점장은 마법사? (4)

DUMMY

1. 지점장은 마법사? (4)


본은 사무실에 쭈그려 앉아 대걸레 자루 끝 쪽을 깎고 있었다. 객기를 부려 산적들에게 산을 떠라난 호언을 했지만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한편으론 주머니의 핸드폰이 울리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대체 그 메시지, 전화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 이후 다른 곳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나 신호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핸드폰은 다시 방전 되어 꺼져버렸다.


본은 매장에 있던 핸드폰 충전기를 하나 뜯었다. 그 동안 핸드폰은 쓸모없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혹시 모르니 완충 상태를 유지해두고 있는 중이었다.


무한 리필 되는 창고에 이어 저절로 켜지는 핸드폰이라니.


“그래봤자 달라질 건 없어.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어.”


본은 중얼거리며 대걸레를 깎았고 그 모습에 희설을 한 숨을 쉬었다.


“지점장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농민들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희설은 본의 ‘마법사 구라’가 과하다고 생각했다. 그 도발에 산적들이 몰려오면 어쩔 거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본도 다른 수가 없었다.


“됐어. 시비 걸지 마. 나도 지금 진지하니까.”

“점장님 혹시 싸움 잘해요?”


중학교 이후로 싸운 적 없었다. 그 전엔 이기긴 이겼던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용이람. 떼거리로 몰려오는 산적을 막아내려면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었다. 장판파의 장비 정도? 글쎄··· 본은 장비 휘하의 병졸 하나 쯤은 될까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대걸레 자루를 창처럼 깎아 두기로 했다.


“산적들에게 죽을 바에 목맬래요.”


희설의 말에 본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매사에 부정적이긴 하다만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뜬금없이 이런 낯선 곳에 떨어졌으니 절망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괘씸했다. 본은 어떻게든 같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우스운 마법사 코스프레까지 하고 있는데 희설은 그걸 비웃고, 비꼬고, 끝까지 비관적이었다.


기어코 짜증이 치밀었다.


“하, 참, 그럴 거면 너도 고삐리랑 노숙자랑 같이 나가지 그랬냐?”


편의점이 이곳에 떨어진 직후 사라진 고등학생과 노숙자,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산적한테 당했을 수도 있었다. 혹은 산중 들짐승에게 잡아먹혔거나.


본과 희설이 여전히 멀쩡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이 편의점 때문이었다. 이곳에 남아 있었기에 건강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마을 사람들과 인연도 쌓을 수 있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본이 쏘아 붙이자 희설은 아무 말 없이 사무실에서 나가버렸다.


본은 허탈한 한 숨을 내쉬었다. 희설을 쏘아붙여서 기를 죽이고 싶진 않았다. 막막하긴 그도 마찬가지였다. 산적뿐만 아니라 모든 게 막막했다.


그리고 하란이 떠올랐다. 폭풍 속으로 사라진 하란은 정말 그렇게 죽은 것일까. 또, 그녀가 본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은 지 오래지만 어딘가 아려왔다.


우우웅!


그때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본은 대걸레 자루를 내팽개치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문자가 와 있었다.


당신을 따르는 ‘추종자’가 증가했습니다.

(당신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 추종자 : 15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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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추종자가 늘었다고?”


본은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여기로 오고 있다는 그 사람,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걸까?


***


“또 산적 얘깁니까?”


그날, 순찰 온 경비대장은 맥주 캔을 들고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경비대가 산적을 가만히 내버려두고 싶진 않을 터였다.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오죽하면 농민들이 저한테까지 찾아 왔습니다.”


“예?”


농민 이야기에 경비대장도 반색했다.


“산적들의 약탈 때문에 못 살겠다고,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아, 그 사람들 화전민들입니다. 영지 내가 아니라 산 속에 머물러서 보호해주기가 어렵습니다. 근처 영지를 떠돌아다녀서 세금 걷기도 귀찮고 참.”


경비대장은 한 숨을 내쉬며 턱 근처 칼자국을 만지작거렸다. 온몸을 비늘 갑옷으로 둘렀음에도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 흉터가 가득했다. 어젯밤 본 산적보다 훨씬 흉악한 인상이었다. 처음에 본의 목에 칼을 들이댔을 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제는 익숙해진 얼굴이지만 말이다.


“아 혹시 칼이나 창 같은 거··· 두어 개 빌릴 수 있습니까?”


본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고 경비대장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법사가 그런 것도 필요합니까?”


“하하··· 오랜만에 수련 좀 할까하고.”


본은 뒷목을 긁적거리며 둘러댔다. 수련은 무슨 양파도 엉성하게 써는 본이었다. 하지만 차마 산적이 겁나서 그런다고는 말 못했다. 경비대장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점장님이 부탁하시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옷도 좀 달라고 하세요. 한 달째 꼬질꼬질하게 미치겠어요.”


카운터에 앉아 있던 희설이 말했다. 그녀는 어젯밤 이후 여전히 쀼루퉁한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여분의 옷이 거의 없긴 없었다.


“아 그리고 혹시···.”


본이 쭈뼛거리며 말했다.


“예 말씀하십쇼.”


본은 주머니에서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런 거 보신 적 있습니까?”


경비대장은 맥주 캔을 든 채 검은색 유광의 핸드폰을 유심해 바라보았다. 이 세계에서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온 거라면 핸드폰이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세계이니 말이다.


“그게 뭡니까? 딱정벌레 등껍질 같은 겁니까?”


그럴 리가 없지. 설령 핸드폰이 존재한다한들 산골짜기에 굴러다니고 있을 리 만무했다. 본은 저절로 한 숨이 나왔다.


“어휴.”


“어, 혹시 제가 말실수라도 한 겁니까?”


“아닙니다. 아무튼 산적 좀 신경 써 주시죠.”


그날 오후, 경비대원 둘이 창 두 자루, 칼 한 자루, 도끼 한 자루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한 뭉텅이의 옷가지도 함께였다. 경비대장이 제 딴에 두둑이 챙겨준 모양이었다.


“날카롭게 새로 간 것들입니다.”


경비대원이 깍듯하게 말했고 본은 그들에게 이온음료를 챙겨주었다.


경비대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경비대장이 높은가, 지점장이 높은가 가지고 논쟁이라고 했다. 시답잖은 주제였지만 대원들 사이에서는 마법사인 지점장을 한 수 위로 치고 있다고, 방금 온 대원들이 일러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점장님, 좋은 밤 되십쇼!”


그들은 음료수 맛에 감탄하곤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다시 산을 내려갔다.


산이라 그런지 해가 일찍 저물었다. 편의점만이 어둑한 산 속에서 유일하게 환 한 불빛을 내고 있었다. 저 산 아래 마을처럼 가냘프게 일렁이는 불꽃이 아닌, 눈부시게 빛나는 LED 불빛이었다. 놀라운 신비인 동시에 분명한 과녁이 된 존재였다.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편의점의 하얀 불빛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둠이 내리면 그 어디에서라도 편의점이 선명하게 보일 것이었다. 그리고 산적들이 산 어딘가에서 이곳을 주시하고 있을지 몰랐다.


아니, 반드시 감시하고 있을 것이었다.


“식칼보다 긴 칼은 처음 만져보네.”


본은 칼집에서 칼을 뽑아보았다. 생각보다 묵직한 게 거부감이 들었다. 훈련소에서 총을 처음 받았을 때가 떠올랐다.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그 모호한 거부감이 느껴졌다.


편의점 밖을 내다보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절벽 너머로 보이는 마을 불빛이 오래된 야광 스티커처럼 희미하기만 했다.


“지점장님 저 양말이랑 속옷 하나만 더 쓸게요. 월급에서 까주세요.”


희설이 여성용 속옷 포장지를 흔들어보였다.


“그래 마음대로 쓰라니깐. 근데 경비대장이 옷 줬는데 더 필요해?”


“속옷은 없잖아요.”


아, 그렇구나. 본은 칼을 칼집에 다시 넣었다. 희설은 사무실 문을 열고 본은 돌아보았다.


“저 화장실, 샤워요···.”


그녀는 어색하게 말끝을 흐렸다.


생각해보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젊은 남녀가 외딴 곳에 떨어져 단 둘이 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정분이 나기에게는 서로 믿지 못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불편한 삶을 살아야할지, 영원히 이렇게 살아야할지, 모든 게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본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무한리필 되는 창고, 무한동력, 무한급수··· 알 수 없는 연락이 이 모든 미스터리와 연관이 있을까?


그때였다.


“꺄아악!”


“뭐, 뭐야?”


본은 깜짝 놀라 자라에서 일어섰다. 사무실, 사무실 안에 있는 화장실, 희설의 비명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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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 서비스 정신은 개나 주라고 해 (2) +4 18.09.26 223 14 8쪽
12 2. 서비스 정신은 개나 주라고 해 (1) +6 18.09.24 256 13 12쪽
11 1. 지점장은 마법사? (10) +2 18.09.20 281 14 19쪽
10 1. 지점장은 마법사? (9) +2 18.09.17 284 14 16쪽
9 1. 지점장은 마법사? (8) 18.09.13 291 18 12쪽
8 1. 지점장은 마법사? (7) 18.09.11 359 21 12쪽
7 1. 지점장은 마법사? (6) 18.09.07 355 19 9쪽
6 1. 지점장은 마법사? (5) +2 18.09.04 389 19 12쪽
» 1. 지점장은 마법사? (4) 18.09.02 399 16 9쪽
4 1. 지점장은 마법사? (3) 18.08.31 444 18 9쪽
3 1. 지점장은 마법사? (2) +2 18.08.30 486 20 9쪽
2 1. 지점장은 마법사? (1) +2 18.08.29 655 23 15쪽
1 이계의 24시 편의점 : 프롤로그 +6 18.08.28 847 2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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