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투마 - 귀신을 패는 자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이하네비
작품등록일 :
2018.08.29 14:10
최근연재일 :
2019.02.14 16:07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45,495
추천수 :
1,020
글자수 :
541,750

작성
19.01.01 10:15
조회
236
추천
6
글자
11쪽

제12장 계엄 #4

DUMMY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체육관 문을 열고 나가자, 아까의 보안계 덩치들이 막아섰다.


“아니, 나가려는 게 아니라요 갑자기 핸드폰이 안 되는데요?”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기지국에 화재가 나서 이 일대가 전부 먹통이라네요.”

“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지만, 일단은 더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현대인들은 인터넷이 안 될 때에야, 진짜 해야 할 일을 하기 마련이었다.

애경과 판수가 경을 외며 수련을 시작했다.


***


같은 시각 인터넷을 통해 눈알이 빠져버린 여자의 영상이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버렸고, 그녀가 막 대학에 입학한 청각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동시에 그때까지 방관자의 입장에 서 있던 시민들마저, 분노에 휩싸여 길거리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급히 주변의 지하철역들을 봉쇄하고,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모든 경찰병력들을 투입했지만 그보다 몇 배나 많은 시민들이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위대가 통제할 수 있는 수를 넘어서자 경찰들로만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CCTV 관제실에서 지켜보고 있던 청와대 직원들이 부산스럽게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제사무실에선 굳은 얼굴의 여당 인사들과 국가안보실장, 국무조정실장, 국정원장 등이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투입해야 할까요?”

“그건 그 분이 결정하실 문제고, 일단은 준비태세로 대기시킬 지부터 여쭤보세요.”

“알겠습니다.”


긴장 가득한 얼굴로 누군가와 통화하던 국가안보실장이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수도방위사령부 제2 수비단 전투준비태세 돌입하고, 예하 사단들 대기하랍니다.”


사무실내에 죽음처럼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육군 소속인 부대였지만, 과거에는 청와대 소속이었고 현실적으로도 청와대 경호부대에 가까운 조직이었다.


규모 자체가 크진 않았지만, 장갑차와 탱크 같은 기갑전력도 상당했고 동원 가능한 예하부대들을 합치면 시가전을 상정했을 때 그 전투력은 어마어마했다.


“걱정하지 마십쇼. 어차피 보여주기 식 배치일 뿐입니다. 또다시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휘체계는 부대별로 다 분리되어 있고, 어지간한 실전상황이 아니면 실탄 지급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냥 상징적인 거죠. 청와대 앞에 탱크가 버티고 선다는 건 무언의 벽 같은 거니까요.”


국방부 차관의 말이 이어졌지만 오히려 분위기는 더욱 어두워졌다.

청와대 앞에 탱크라니, 자칫하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역사에 악명을 남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길고 긴 토요일 밤이 지나고, 일요일이 되었다.

몇 페이지에 걸친 보고서에는, 시민과 경찰들의 충돌로 인한 사고사례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으며 서울시내 유치장들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서 CCTV 화면마다 브이포 벤데타 가면들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경찰추산 35만 명, 실제로 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화문 앞에 집결했다.

길목과 입구마다 지키고 선 경찰들은 닥치는 대로 가면을 벗기고 신분을 확인했으며, 아예 대놓고 시위참가 횟수가 5회 이상이거나 이글아이에 의해 위험인물로 분류될 경우 가차 없이 경찰버스에 태웠다.


지금은 인권이고 나발이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입춘이 지났지만 영하 8도가 넘어가던 차가운 공기를, 시민들이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그 길목마다 배치되어 있던 제2선교단 단원들의 눈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칙, 팀장님 보셨습니까? 11시 방향?

-칙, 보인다. 둘, 셋?

-칙, 이쪽은 여섯입니다. 5시 방향.


제2선교단 무전망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글아이 안면인식 프로그램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고, 불법적인 감시행위에 반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가면들이 마귀들의 아주 좋은 가림막이 되었다.


-펑!


촛불을 들고 있던 조용한 시위대들 사이에서 갑자기 화염병이 날아, 경찰 방패에 맞더니 파이어월을 그리며 뻗어나갔다.

뒤이어 허공을 가른 여러 개의 화염병들 중 하나가 전경 한 명을 불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뭐하는 짓이야! 저것들 잡아! 쁘락치들이다!


시민들이 화염병 던진 자들을 잡아, 자발적으로 경찰에 끌고 갔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경찰들 무전망 사이로 화염병이 등장했고, 경찰 하나가 불탔다는 소식이 전파되면서 그들 사이에서도 분노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당장 나 자신이, 내 전우가 불덩어리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이 추운 겨울날 아스팔트 위에서 대기타면서 쌓여온 짜증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고참들을 중심으로 아스팔트 바닥에 방패 끝부분을 날카롭게 가는 소리들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드드득, 드드드득


-어어어! 저거 왜 저래! 멈춰!


차벽 가운데 서 있던 살수차 한 대가 갑자기 요란한 굉음을 내며,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엄청난 흰 연기가 번져나갔고, 견디다 못한 소화전과 연결된 호스가 터져나가더니 ‘퉁!’하는 소리와 함께 시위대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아아악! 피해! 아악!


덤프트럭을 개조해 만든 살수차가, 시위대 한가운데를 밀고 나가자 미리 대비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급히 양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살수차가 지난 자리엔 미처 피하지 못한 팔다리들을 깔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스팔트 바닥을 뒹굴었다.


- 이 개만도 못한 새끼들!!


그 광경에 참지 못한 시위대들이 일제히 경찰 벽을 향해 돌진했다.

경고방송과 함께 터져 나오는 소름끼치게 차가운 물대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죽어라! 이 개새끼들아!!


정작 분노의 대상은 저 차벽 넘어 멀리 안전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갈 곳 없는 분노는 당장 경찰들을 향했다.

전경들의 방패벽은 두터웠지만, 시위대들의 공격도 날카로웠다.

집중적으로 공략해 한쪽 방패벽이 허물어지자, 그 주변의 전경들이 비명과 함께 일순간에 시위대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


같은 시각 시청 인근 대형버스에서 대기 중이던 치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알겠습니다.”


후배지만 지금은 상관인 귀홍에게서 온 전화였다.

사적이 아니라 공적인 자리에선 치구는 그에게 존대를 했다.

특히 지금은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 하달 된 상태였다.


“투입!”


치구의 짧은 명령에, 버스 내 팀장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처음 열두 명으로 시작된 제2선교단은 지금 180명의 중대규모로 불어나 있었다.

게다가 기독교도가 아닌 판수와 애경 같은 무속인 용병들까지 따지면 300명이 넘는 규모였고 3, 4 선교단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검은색 정장 사이로 눈에 띄는 하얀 로만칼라들을 모두 떼어낸 팀장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단원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 있었다.


“현 상황은 모두 무전망을 통해 전달받았을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시민들 사이에 섞여있는 귀신들린 자들을 솎아내어 분리하는 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자리에서 제마할 생각은 버려라! 시위대와 분리만 하면 된다!”


치구가 또박또박 노력한 표준어로 지시를 시작했다.

저 혼동 속에서 괜히 제마를 시도하다 시민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었고, 귀신들로 선동한다며 성금 자체가 누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었다.

팀장급 이상에게 지급된 구속구와 성물, 성수, 테이자 건을 이용해 최대한 은밀하게 귀신들린 자들을 분리해야 했다.


최악의 사태로 치닫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장비들을 챙긴 채 빠르게 흩어지는 단원들을 보며, 치구가 핸드폰을 들었다.


“니들도 좀 와야겄다.”


전화를 끊은 치구가 시계를 쳐다보았다.

애경과 판수가 이곳에 도착하려면 30분 정도 걸릴 것이었다.


***


“김병장님! 전원진지 투입하시랍니다!”

“아, 씨발... 말년에 무슨...”

“중대장님이 특별히 오늘은 열외 없답니다.”

“씨발 두고 봐, 다음 주면 나 저쪽에 서 있을 거거든? 그 때 중대장 보이면 바로 아구창 돌려버릴 거니까 몸 사리라 그래”


수방사 제2수비단, 통칭 6066부대 소속 김형년 병장은 제대를 일주일 남겨놓은 말년이었다.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야 할 시기에 전원진지 투입이라니, 생각 같아선 발목 위에 야삽이라도 떨궈서 뒤로 빠지고 싶은 생각이었다.


외부와의 접촉이 모두 차단된 상태로 며칠 간 5대기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모두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지만, 상황병들을 중심으로 퍼진 소문들 때문에 대충의 분위기는 파악하고 있었다.


“김병장님, 진짜 시위대가 여기까지 쳐들어오면 어쩝니까?”

“야! 뒤지고 싶냐? 아가리 안 다물어? 어서 재수 없게, 누가 그래 시위대가 쳐들어온다고”

“여기 우리 작전구역도 아닌데 전원진지 투입하라면 뻔한 거 아닙니까? 쳐들어올 거 같으니까 가라는 거 아닙니까.”

“이 새끼가!”


참다못한 형년이 부사수인 최상병의 하이바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청와대 주변으로 민간인들은 알 수 없도록 위장된 벙커들이 있었고, 그곳이 지금 형년의 부대가 투입되는 장소였다.


본래 다른 특수부대들이 들어갈 자리지만, 왜 자신들이 그곳에 투입되는지 알 수 없었다.

멀리 지휘통제실 앞에는 벌써 다른 소대원들이 줄지어 있었다.


“뭐여? 공포탄이겄지?”


서 있는 소, 부소대장 옆으로 뚜껑이 열려있는 탄 박스가 보였다.

O. P로 경계근무 나갈 때는 당연히 지급받는 탄이었지만, 지금 가게 될 곳은 전쟁이라도 나지 않는 한 수방사에게 실탄을 지급 할리 없는 곳이었다.


“시벌, 말년에 실탄 들고 나가는 줄 알고 개 쫄았네....”


지통실 앞에 도착해서 보니 역시 예상대로 길쭉한 공포탄창이었다.


“야! 김형년이! 빨랑 안 뛰어와? 지금 장난하는 것 같냐?”

“병장 김형년! 알겠습니다!”


뭔가 이상했다.

군 생활 동안 소대장과 부소대장이 안면위장 한 모습을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항상 웃음을 실실 흘리고 다니던 부소대장의 굳은 얼굴엔 초조함이 가득했고, 이 추운 날씨에 진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3분대 앞으로!”


3분대라면 얼마 전까지 형년이 분대장으로 있던 분대였다.

분대원들을 따라 앞으로 향하던 형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바닥엔 눈에 익숙한 실탄 박스들이 놓여있었다.

분대원들이 소대장의 지시에 따라 그 박스들을 자신들이 타고 갈 육공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말년의 감이 형년의 머릿속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시발, 탄박스를 그냥 발등으로 떨궈버릴까?’


짧은 유혹과 갈등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형년이 올라탄 육공 트럭이 이미 요란한 시동음을 내며 출발하고 있었다.

형년의 머릿속엔 한 단어가 수백 개씩 충돌하고 있었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투마 - 귀신을 패는 자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3 에필로그 +10 19.02.14 284 7 8쪽
102 제15장 결전 #5 19.02.13 194 4 15쪽
101 제15장 결전 #4 19.02.12 185 3 13쪽
100 제15장 결전 #3 19.02.08 185 4 12쪽
99 제15장 결전 #2 19.02.04 185 5 14쪽
98 제15장 결전 #1 19.02.01 193 6 11쪽
97 제14장 벨리알 #6 19.01.31 190 6 11쪽
96 제14장 벨리알 #5 19.01.29 198 5 11쪽
95 제14장 벨리알 #4 19.01.28 191 5 12쪽
94 제14장 벨리알 #3 19.01.25 196 6 12쪽
93 제14장 벨리알 #2 19.01.24 191 7 13쪽
92 제14장 벨리알 #1 +1 19.01.22 200 6 12쪽
91 제13장 신의 목소리 #7 19.01.21 215 7 10쪽
90 제13장 신의 목소리 #6 19.01.18 212 8 13쪽
89 제13장 신의 목소리 #5 19.01.17 212 8 11쪽
88 제13장 신의 목소리 #4 19.01.14 214 7 12쪽
87 제13장 신의 목소리 #3 19.01.11 228 6 11쪽
86 제13장 신의 목소리 #2 19.01.10 233 6 13쪽
85 제13장 신의 목소리 #1 +4 19.01.08 247 6 11쪽
84 제12장 계엄 #7 +4 19.01.07 260 7 12쪽
83 제12장 계엄 #6 19.01.04 222 6 12쪽
82 제12장 계엄 #5 19.01.03 239 6 11쪽
» 제12장 계엄 #4 19.01.01 237 6 11쪽
80 제12장 계엄 #3 18.12.31 223 6 12쪽
79 제12장 계엄 #2 +2 18.12.28 250 10 11쪽
78 제12장 계엄 #1 18.12.27 247 8 11쪽
77 제11장 마지막 장계 #6 18.12.25 238 7 11쪽
76 제11장 마지막 장계 #5 +1 18.12.24 252 8 12쪽
75 제11장 마지막 장계 #4 +2 18.12.21 261 8 11쪽
74 제11장 마지막 장계 #3 18.12.20 255 7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이하네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