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투마 - 귀신을 패는 자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이하네비
작품등록일 :
2018.08.29 14:10
최근연재일 :
2019.02.14 16:07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38,857
추천수 :
920
글자수 :
541,750

작성
19.01.11 10:20
조회
187
추천
6
글자
11쪽

제13장 신의 목소리 #3

DUMMY

“너... 너... 이 미친새끼, 총 안 내려놔? 인생 끝나고 싶냐? 고운이 다시 안 볼래?”


겁에 질린 고병장의 외침에, 노리쇠를 붙잡고 있던 흥혁이 멈칫했다.

지금이라면 그냥 몇 대, 아니 좀 많이 맞고 끝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으라아아악!


하지만 그 순간 고병장이 벌떡 일어나 돌진했고, 반사적으로 흥혁이 노리쇠를 당겼다.


-철컥!


탄창을 덮고 있던 봉인지가 찢어지면서 실탄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고병장이 덮쳐들었고, 흥혁은 힘으로 맞서는 대신 그대로 주저앉는 편을 택했다.

뭔가를 알고 한 것이 아니라 그저 겁에 질려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지만, 그 바람에 고병장이 달려들던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흥혁의 몸 위로 무너졌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고병장이 흥혁의 총을 움켜쥐었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탕!


밤하늘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순찰로 바닥에 웅크린 고병장의 몸에서 아주 천천히 시뻘건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지휘통제실과 연결된 초소 안의 무전기와 전화기에선 시끄러운 소리들이 쏟아져 나왔고, 숨을 몰아쉬던 흥혁은 바닥에 자신의 K2 소총을 내려놓았다.


육군 교도소에 끌려가던지, 아니면 여기서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을 쏘던지 뭘 선택해도 다시는 고운을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흥혁의 머릿속은 온통 고운뿐이었다.


흥혁이 장구류를 모두 벗어 내려놓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군종목사와 함께 이 섹터를 지겹도록 돌아다녔기에 누구보다 길을 잘 알았고, 매일 밤 탈영해 고운을 만나러 가는 꿈을 꾸었었다.

그리고 지금 내딛는 이 한발자국, 한발자국은 현실이었다.


고운의 얼굴만 다시 볼 수 있다면, 그 품에 안길 수만 있다면 흥혁은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방한용 스키 점퍼를 벗어 운형철조망 위에 걸친 흥혁이 그 위에 매달리자 날카로운 칼날에 손바닥이 뜯겨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운형철조망이 일곱 개였다.


그 가운데 전 대대가 발칵 뒤집혔다.

처음엔 무장공비가 내려와 초병을 쏴죽이고 흥혁을 끌고 간 줄 알 정도로 믿기 힘든 사건이었다.

즉시 전 부대원들이 동원되어 길목을 차단하고 전 지역을 수색하기 시작했지만, 눈이 비로 바뀌면서 흥혁의 발자국과 군견들이 맡을 수 있는 냄새까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흥혁의 초인적인 속도였다.


그렇게 흥혁은 기적적으로 산을 빠져나와 민가의 빨래를 걷어 갈아입은 후 사라져버렸다.



흥혁이 검거된 건 탈영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교회에 가던 고운 앞에 거지몰골로 나타난 흥혁이 그녀를 껴안자, 미행중이던 군탈체포조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흥혁을 짓눌렀다.


“미안하다... 미안해...”


그렇게 백주대로에 헌병들에게 맞아 쓰러진 흥혁의 모습이, 그 날 뉴스의 일면을 장식했다.


천만다행으로 어깨 관통상으로 끝난 고병장은 생명엔 지장이 없었고, 흥혁이 지속적으로 구타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군무이탈에 대한 군법은 엄격했다.

그렇게 흥혁은 3년 형을 받고 육군교도소에 수감되었고, 그마저도 아버지의 빽을 이용한 결과였다.


흥혁이 출소하는 날, 가족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단지 성금에서 나온 직원 하나가 흥혁이 살 집의 주소가 적힌 쪽지와 생활비 약간을 전해줬을 뿐이었다.


그 의미는 분명했다.

그렇게 집에서 쫓겨난 흥혁은 성금 소유의 한 원룸에서 생활을 시작하지만, 신학대를 중퇴한 흥혁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살인미수 탈영병의 설교를 누가 듣고 은혜를 받겠습니까?’


용기를 내 찾아간 후배에게 흥혁이 들은 말이었고, 고운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살고 있었다.

그렇게 흥혁은 알콜중독으로 일용직을 전전하며 점차 영혼이 망가져가고 있었다.


결국 시간이 흘러 약물에까지 손을 댄 흥혁은 약물에까지 손을 대면서, 이후에도 싸움과 도둑질 등으로 몇 번이나 신문지상을 오르내렸고 그렇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성금교회 전 후계자 민흥혁’에 대한 사고가 실릴 때마다 아버지는 목회실에서 나오질 않으셨다.


그리고 그 일련의 사건들은 흥혁 뿐만 아니라, 귀홍의 인생까지 뒤바꿔놓고 말았다.

자연스레 귀홍이 흥혁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던 신학대에 진학한 귀홍의 삶도 그리 순탄하진 않았다.

수재였던 형의 그늘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했고, 귀홍도 행여 바보 같은 짓을 할까봐 아버지의 감시는 숨통이 막힐 정도였다.


사지 멀쩡한 귀홍이었지만 아버지가 힘쓴 덕에 군 입대 대신 성금 산하의 방위산업체에서 군생활을 대신하게 되었고, 모두 귀홍 자신의 눈치만 보는 회사생활이 정상적일 리가 없었다.


지독한 스트레스가 불러온 우울증, 성금과 아버지에 대한 중압감으로 짓눌려가던 귀홍을 구제해준 것이 바로 신학대 선배 ‘황치구’였다.

둘 다 귀신과 제마에 깊은 관심이 있었고, 그렇게 귀홍은 치구에게 기숙사를 빠져나가 소주 한 잔 하고 오는 낙이나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며 점차 영혼이 회복되어 갔다.


시간이 흐르며 슬슬 귀홍도 자신의 삶에 적응하게 되었고, 비록 식탁에 형의 자리는 항상 비어있었지만 집안에도 가끔씩 웃음꽃이 퍼지기도 했다.

그렇게 치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신학대를 졸업한 귀홍은 성금교회에서 착실하게 후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그렇게 평화로운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목사님, 오늘도 기도실에서 밤 새시려구요?”


경비원의 말에 아직 목사란 직함이 어색한 귀홍이 멋쩍게 웃었다.


“부족한 만큼 기도로 때워야죠.”

“아휴, 여기 목사님만 한 분이 어딨다고...”


하지만 영안이 뜨이기 시작한 귀홍의 눈엔 이곳에서 20년 간 경비로 일해 온 강집사의 흰 영력이 자신보다 더 크고 진한 것이 똑똑히 보였다.

강대상에 오른 아버지의 영력은 눈이 부셔서 영안으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도 멀었다.


“아! 아버님도 아직 목회실에 계시던데요?”

“그래요?”


아마도 부흥회 준비하느라 바쁘신 모양이었다.

고개를 꾸벅 숙여 목례한 귀홍이, 지하 기도실로 향하는 계단에 다다랐을 때였다.


“형?”


어둠 속 실루엣뿐이었지만, 한 눈에 형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형의 몸에선 지독한 술냄새가 풍기고 있었고, 바닥엔 빗물이 흥건했다.


“아버지는 어딨냐?”


그의 크게 풀려있는 동공을 마주한 흥혁에게 순간적으로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아까 지... 집에 가신 거 같은데요.”

“집? 차가 주차장에 그대로 있는데?”

“아... 아까 식사하러 가신다고 장로님들이랑 나가신 거 같은데...”

“이야... 귀홍이 목사되더니 거짓말도 잘 하는구나! 그래! 목사되려면 구라도 칠 줄 알아야지”


-쨍그랑!


귀홍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형의 소매에서 30cm 정도의 날카로운 칼이 떨어졌다.

그 순간 귀홍은 형이 찾아온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거의 피골이 상접하다시피 한 형은 지금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이곳에 나타난 것이 틀림없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세찬 빗소리 속에 잠시 눈빛을 교환하던 둘 중, 귀홍이 먼저 몸을 날렸다.

하지만 슬라이딩하며 들어간 귀홍의 발이 닿기 전에, 흥혁이 먼저 칼을 집어 들었고 그렇게 형제는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형... 혀엉...”


흥혁의 등을 움켜쥔 귀홍이 입에서 꺼져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귀홍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간 칼은 손잡이만 남아있었고, 내장이 꿰뚫린 입에선 검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씨발...”


교회 복도에 검붉은 피가 번져나가자, 다급해진 흥혁은 응급조치 대신 칼 손잡이를 붙잡고 빼내려 애를 썼지만 등까지 뚫고나간 칼날이 갈비뼈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우직!


흥혁의 힘에 갈비뼈가 부서져나가며 칼날이 반쯤 뽑혀 나오는 순간이었다.

입을 반쯤 벌린 귀홍의 입에서는 비명조차 나오질 못했다.


“거기 뭐요!!”


후레쉬를 든 경비원이 달려오자 흥혁이 귀홍을 버려둔 채 계단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목사님!! 정신차려요! 이를 어째! 아이고!”

“저... 말고... 빨리 다른 사람들을... 불러요... 아버지가... 형한테... 위험...”


성금 내부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던 경비원은, 당장에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핸드폰을 들어 도움을 요청함과 동시에 목회실로 달려 올라갔다.

그리고 연락을 받은 다른 경비원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까지 약 5분여가 걸렸고, 그 사이에 계속 삐져나오는 창자를 움켜 쥔 채 귀홍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뿐이었다.


그리고 그 기도 속에서 귀홍은 처음으로 환상을 보았다.

복도 끝에서부터 걸어오는 그 여인의 얼굴은 눈부신 빛에 둘러싸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단지 그 여린 실루엣과 움직임을 통해 간신히 여자임을 알아볼 정도였다.

그렇지만 귀홍은 단번에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그녀의 양 옆에는 커다란 흰색 공작날개를 가진 두 명의 천사들이 수호하고 있었고, 눈이 멀어버릴 정도의 광채를 뿜어내고 있는 그녀의 정체는 바로 ‘성모 마리아’였다.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소서...”

“네 아버지는 무사할 것이다.”


말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바로 머릿속으로 꽂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이제 귀홍의 허리 아래로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귀홍은 당장 자신의 안위보다 묻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제게 강림하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알려주십시오. 제게 무얼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너는 선택받은 자니라. 네가 있는 이곳은 제2의 예루살렘이 될 것이며 너는 이 땅의 모든 기독교인들을 이끌 지도자니라.”


멀리 사람들이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오자 성모의 빛이 멀어지기 시작했고, 반사적으로 귀홍이 팔로 자신의 몸을 이끌며 성모 쪽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저는 너무도 작고 무능력합니다.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얼 해야 합니까!!”


눈물범벅이 된 귀홍이 울부짖듯 외쳤지만 소리가 말이 되어 나오질 않았다.

바닥에 끌리던 내장이 뭔가에 걸렸는지 몸이 더 이상 나가질 않았다.


“염려치 마라. 내가 진실로 말하노니, 이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질 것이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그 구절을 마지막으로, 귀홍이 몸이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운 바닥의 느낌이 뺨을 통해 전해졌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후에 응급실에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척추 뼈를 뚫고 나간 칼 때문에 당시 귀홍의 몸은 목 아래로 완전한 마비상태였고, 신장을 비롯한 장기들이 많이 손상되어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인 상황이었다.


빛이 사라지며 귀홍의 눈도 스르륵 감겼지만, 멀어지는 정신 속에 마음만은 편안했다.

자신이 죽는 건 지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투마 - 귀신을 패는 자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3 에필로그 +10 19.02.14 228 5 8쪽
102 제15장 결전 #5 19.02.13 152 4 15쪽
101 제15장 결전 #4 19.02.12 146 3 13쪽
100 제15장 결전 #3 19.02.08 149 4 12쪽
99 제15장 결전 #2 19.02.04 152 5 14쪽
98 제15장 결전 #1 19.02.01 156 5 11쪽
97 제14장 벨리알 #6 19.01.31 151 6 11쪽
96 제14장 벨리알 #5 19.01.29 167 5 11쪽
95 제14장 벨리알 #4 19.01.28 160 5 12쪽
94 제14장 벨리알 #3 19.01.25 161 6 12쪽
93 제14장 벨리알 #2 19.01.24 158 6 13쪽
92 제14장 벨리알 #1 +1 19.01.22 165 6 12쪽
91 제13장 신의 목소리 #7 19.01.21 174 7 10쪽
90 제13장 신의 목소리 #6 19.01.18 168 8 13쪽
89 제13장 신의 목소리 #5 19.01.17 170 7 11쪽
88 제13장 신의 목소리 #4 19.01.14 171 7 12쪽
» 제13장 신의 목소리 #3 19.01.11 188 6 11쪽
86 제13장 신의 목소리 #2 19.01.10 193 6 13쪽
85 제13장 신의 목소리 #1 +4 19.01.08 194 6 11쪽
84 제12장 계엄 #7 +4 19.01.07 198 7 12쪽
83 제12장 계엄 #6 19.01.04 179 6 12쪽
82 제12장 계엄 #5 19.01.03 191 6 11쪽
81 제12장 계엄 #4 19.01.01 187 6 11쪽
80 제12장 계엄 #3 18.12.31 184 6 12쪽
79 제12장 계엄 #2 +2 18.12.28 209 10 11쪽
78 제12장 계엄 #1 18.12.27 207 8 11쪽
77 제11장 마지막 장계 #6 18.12.25 193 7 11쪽
76 제11장 마지막 장계 #5 +1 18.12.24 206 8 12쪽
75 제11장 마지막 장계 #4 +2 18.12.21 223 8 11쪽
74 제11장 마지막 장계 #3 18.12.20 212 7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이하네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