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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투마 - 귀신을 패는 자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이하네비
작품등록일 :
2018.08.29 14:10
최근연재일 :
2019.02.14 16:07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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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글자수 :
541,750

작성
19.01.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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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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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제13장 신의 목소리 #7

DUMMY

“아니, 누가 또 불을 켜놨어? 암튼 아까운 줄을 모르고 말야...”


걸레와 빗자루를 든 본당 청소담당 윤권사가 투덜대며 통로의 불을 하나씩 끄기 시작했다.

이 통로는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님들이 대기실에서 강대상까지 오르는 길이었다.

본당은 일요일에만 개방되기 때문에, 어쩌면 지난주부터 오늘 금요일까지 이 조명들이 쭉 켜져 있었는지도 몰랐다.


2만석이 넘는 성금교회 본당은 윤권사 같은 청소사역 담당자만 백 명이 넘었다.

대부분 토요일에 구역을 나눠 청소하지만, 윤권사는 오늘따라 잠이 안오는 바람에 새벽예배 전 자신의 구역을 청소하려고 들린 참이었다.


-끼익


“주여! 너무도 가혹하십니다! 너무도 가혹하십니다!!”


강대상으로 통하는 쪽문을 열던 윤권사가 깜짝 놀라 뒤로 주저앉았다.

불 꺼진 본당 안에서 들려오는 건 민귀홍 담임목사의 외침이었다.


“왜 모두를 버리시나이까!! 정녕!! 이것이 정녕, 당신의 뜻이란 말입니까!!”


오열하듯 다 쉰 목소리로 부르짖는 민목사의 목소리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윤권사가 다시 쪽문을 닫으려던 순간이었다.

어렴풋한 어둠 속에서 강대상 앞에 엎드려있는 민목사의 모습이 보였고, 거대한 뭔가가 그 위를 덮고 있었다.


“아아... 아아...”


그것의 정체를 깨달은 윤권사의 입이 크게 벌어지더니 급기야 ‘덜컥!’소리와 함께 턱이 빠져버렸다.

덮고 있던 그것은 거대한 천사의 날개였고, 서 있는 천사들은 키는 20m가 넘는 본당 천정에 닿을 듯 했다.


천정을 올려다보던 윤권사가 까무룩 혼절하는 순간, 흐느끼던 민목사가 몸을 일으켰다.


“갑시다...”


그가 슬픈 얼굴로 강대상을 내려서자 어둠 속에서 앉아있던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그들은 검은색 얇은 코트 안으로,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프로텍터들을 착용한 성금 선교단원들이었다.


그들이 일제히 귀홍의 뒤를 따라 본당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간.

본당 옆 부속건물에 자리한 제2선교단 단장실에서 치구가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려 있었다.

자정부터 기도하려 했지만, 벽에 걸린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킬 때까지 이상하게 한 마디의 기도도 이어지질 않았다.


몇 시간 째 계속 기도를 하려 할 때마다 마치 정신을 틈타는 마귀처럼 자꾸 잡념이 끼어들었다.


“허 미치겄네!!”


잔뜩 찡그린 얼굴의 치구가 결국 참다못해 눈을 번쩍 떴다.

마치 수능금지곡 메들리처럼 머릿속에서 애경이 흥얼대던 ‘보루타령’마저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애경의 집에 전해 내려오는 노동요라던 보루타령은, 하도 많이 들어 치구고 판수고 달달 외울 정도였다.

잘 하면 쭌이도 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래 고생시런 날엔 느그 보루 하나 꺼내보그라, 꺼냈으면 한 번 불로 구워보니라~”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치구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입을 꼭 다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여...”


다시금 잡념이 가득 찬 치구가, 체념한 듯 꿇고 있던 다리를 풀어 쭉 뻗었다.

그리고 뒤엉킨 생각들이 그저 흐르도록 놔두기 시작했다.


문득 천목사를 통해 의뢰한 유전자 감식조회가 머리 한 구석에 떠올랐다.

애경뿐만 아니라 치구 자신, 귀홍과 선무당까지 지금껏 관련된 거의 모든 인물의 유전자 조회를 부탁해 놓았다.


판수가 임진왜란 당시 아산 박판수의 후손이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 어쩌면 우리 모두 커다란 운명의 톱니바퀴 속 톱니들일 수도 있었다.

처음 경문에 있는 애경의 집에 세 사람이 모이게 된 것부터, 각자의 사연을 품은 채 함께 귀신들을 쫓게 된 것 까지.


모두 그냥 우연의 일치들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웠고, 더군다나 유신론자인 치구는 이 모든 것이 신이 예비하심이며 그분이 정한 순리 중 하나라고 믿고 있었다.


애경의 어머니는 큰무당이었고 신내림은 유전이었다.

애경의 조상이 황석엄의 일기에 나오던 큰무당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우두머리 왜귀를 몸 안에 담아 영적그릇 역할을 하던 스페인 신부의 후손은 히로시마에서 원폭에 의해 몰살당했지만, 한 명이 한국에 남아있었다.

필요하다면 성금선교단에서 확보한 모든 무속인 들의 유전자와 대조작업이라도 벌일 생각이었다.


예산과 인력이 얼마나 들던 중요치 않았다.

우두머리 왜귀가 현대에 다시 부활한다면 그 파급력은 단순히 전쟁 수준이 아닐 터였기 때문이었다.


단 하나 문제는 대조할 유전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박판수의 경우 무덤과 족보가 온건히 남아있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큰무당이나 신부의 후손 등은 임진왜란 이후로 통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남아있던 것들도 6.25를 지나며 거의 소실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치구가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고 본께 도대체 보루가 뭐여?”


스마트폰을 집어 들자 배터리가 다 된 듯 꺼져있었고, 결국 노트북을 켜 ‘보루타령’의 ‘보루’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보루 (堡壘) [보ː루] [명사]

1.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돌이나 콘크리트 따위로 튼튼하게 쌓은 구축물.

2. 지켜야 할 대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치구의 얼굴이 점점 갸우뚱해졌다.

뭔가 다른 사투리나 옛말이 있나 검색해봤지만, 나오는 것이 없었다.

갑자기 호기심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신학생 시절부터 뭔가 궁금한 건 풀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이리저리 한참 머릿속으로 생각을 굴려보던 치구가 종이와 펜을 들어 적기 시작했다. 문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보기로 한 것이다.


‘보루를 구워보너라’

‘보루를 피로 씻어보너라’

‘걸립질을 해보그라’

‘일곱 번씩’


걸립질이 뭔지는 치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앞의 두 가지가 뭘 뜻하는지 아무리 궁리해 봐도 알 수가 없었다.


“굽는다... 굽는다라... 최후의 보루를 구워? 불로 태우란 소리여?”


더군다나 피로 씻는다는 얘기는 도무지 뭔 소린지 상상도 가질 않았다.

한참 머리를 굴려대던 치구가 문득 느껴지는 소리에 책상을 보니, 진동으로 해놓은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최목사였다.


“안 그려도 아침에 전화할 참이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요!!”

“아 왜~ 기도허고 있었어. 지금이 몇 신데...”

“몇 시고 나발이고 빨리 좀 와보세요! 빨리! 혼자!”

“왜? 뭐 나온 겨? 전화로 안뎌?”

“설명할 시간 없어요. 당장 오! 라! 구! 요!!”


뚝 끊긴 전화를 치구가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잠시 후 치구의 SUV가 경기도 변두리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천목사의 사무실은 경기도 광주의 성금기도원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도원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치구의 입에서 깊은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먼 산꼭대기에 올라가야 기도가 된다는 벱이 있나. 왜 기도원은 다 이런데 지어놓고 지랄이여...”


기도원은 주차장에서부터 한참 가파른 산길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헉헉... 이러고 왔는데 헉헉... 조찬기도회 하자고 불렀습니다. 이러면 죽는 겨 아주...”


치구가 투덜대는 소리가 아직 어두컴컴한 산길에 퍼져나간다.


잠시 후 기도원 건물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목사의 사무실에 다다른 치구가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들어섰다.


“중요헌 일 아니믄 다 뒤집어엎을 겨... 헉헉”


사면이 전부 책장으로 둘러싸인 천목사의 사무실은 책상이며 바닥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문서며 각종 자료들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그 안에서 얼굴을 들어 올린 천목사가 소리부터 질렀다.


“아 전화기는 왜 꺼놨어요! 몇 번을 전화했는데!”

“시끄럽구... 빨랑 본론부터 말혀.”

“개패마을 있잖습니까? 찾은 거 같습니다!”

“뭐여!!!”


한달음에 천목사의 책상까지 날아간 치구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꽉 쥐며 소리쳤다.


“다시 한 번 말혀 봐!! 개패를 찾았다구??”


흥분한 치구에게서 간신히 얼굴을 빼낸 천목사가 뒤로 몸을 피했다. 그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미소가 가득 떠 있었다.

천목사가 책상 위 잡동사니들을 쓸어내리더니, 바닥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개패가 갯벌의 옛말인 건 알고 있었죠?”

“장난혀? 우리가 그것 땜에 전국 뻘이란 뻘은 다 뒤집었는데?”

“맞아요. 개패가 개뻘, 갯펄, 개흙 뭐 세월 따라 지역 따라 오만 단어로 변했었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그 단어들을 역추적 해봤습니다.”


천목사가 익숙한 지도를 하나 찾아 책상 위에 펼쳤다.

오래된 한반도의 고지도였고, 그 위에 OHP필름 한 장을 깔자 수백 군데가 넘는 표시가 빼곡하게 차 있었다.


“이것들이 제가 왜란 이후로 지금까지 알려진 전국 갯벌 지도에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이미 조사한 곳들과 지형이 변한 곳, 사라진 지명 등을 빼고 이렇게 새로 알게 된 지명 몇 개를 넣어보면...”


천목사가 다른 필름으로 바꾸자 지도 위에 열 개 정도의 빨간 지명만 남았다.


“자 여길 보세요.”


천목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었다.


“개포?... 개포동?... 여기에 뭔...”

“서울이 개발되기 전에 잠실이 뽕밭이고, 마포에 큰 배가 왔다 갔다 할 때 말입니다. 여기도 뻘이었단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옛 서울엔 여러 개의 나루터가 있었고, 한강에는 모래사장들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서울 역시 여기저기 조사해보았지만, 개포동 만큼은 상상도 하지 못한 장소였다.


“황석엄이 경기감찰사였지 않습니까? 개포동은 그때 경기도였어요. 산자락과 개패마을 등 황석엄의 일기에 나온 장소도 완벽하게 일치하구요...”

“그건.. 그렇지... 여기가... 구룡산일테고...”

“네, 맞아요. 거기가 그 빌어먹을 구룡산이죠.”

“이게 뭔 소리여...”


기쁨으로 빛나던 치구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구룡산은 바로 성금교회가 들어선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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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제15장 결전 #2 19.02.04 193 5 14쪽
98 제15장 결전 #1 19.02.01 203 6 11쪽
97 제14장 벨리알 #6 19.01.31 199 6 11쪽
96 제14장 벨리알 #5 19.01.29 207 5 11쪽
95 제14장 벨리알 #4 19.01.28 200 5 12쪽
94 제14장 벨리알 #3 19.01.25 205 6 12쪽
93 제14장 벨리알 #2 19.01.24 200 7 13쪽
92 제14장 벨리알 #1 +1 19.01.22 211 6 12쪽
» 제13장 신의 목소리 #7 19.01.21 225 7 10쪽
90 제13장 신의 목소리 #6 19.01.18 220 8 13쪽
89 제13장 신의 목소리 #5 19.01.17 221 8 11쪽
88 제13장 신의 목소리 #4 19.01.14 225 7 12쪽
87 제13장 신의 목소리 #3 19.01.11 238 6 11쪽
86 제13장 신의 목소리 #2 19.01.10 244 6 13쪽
85 제13장 신의 목소리 #1 +4 19.01.08 258 6 11쪽
84 제12장 계엄 #7 +4 19.01.07 269 7 12쪽
83 제12장 계엄 #6 19.01.04 231 6 12쪽
82 제12장 계엄 #5 19.01.03 254 6 11쪽
81 제12장 계엄 #4 19.01.01 248 6 11쪽
80 제12장 계엄 #3 18.12.31 233 6 12쪽
79 제12장 계엄 #2 +2 18.12.28 260 10 11쪽
78 제12장 계엄 #1 18.12.27 260 8 11쪽
77 제11장 마지막 장계 #6 18.12.25 251 7 11쪽
76 제11장 마지막 장계 #5 +1 18.12.24 266 8 12쪽
75 제11장 마지막 장계 #4 +2 18.12.21 274 8 11쪽
74 제11장 마지막 장계 #3 18.12.20 26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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