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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투마 - 귀신을 패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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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하네비
작품등록일 :
2018.08.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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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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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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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4장 벨리알 #4

DUMMY

“여보, 딸이에요.”


산부인과의 대기실에서 치구의 눈앞에 처음 나타난 아은이는, 너무도 작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아빠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하던데, 정작 치구는 어리둥절한 느낌뿐이었다.

눈앞의 저 생명체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이 현실로 와 닿지도 않았고, 쭈글쭈글한 모습도 영 낯설었다.


그렇게 이제 막 신학대를 졸업한 초보목사 치구의 가족이 아버지까지 포함해 4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육아는 거의 아내의 몫이었고, 심령부흥회와 제마현장들을 쫓아 전국 팔도를 바쁘게 돌아다니던 치구가 기억하는 유아시절의 아은이는 잠든 얼굴뿐이었다.


그런 치구가 딸의 존재를 새삼 깨닫게 된 것은, 아은이가 아빠를 인지하기 시작하면서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교회에서 살고 있었지만, 아은이는 며칠에 한 번 볼 뿐인 치구를 용케도 아빠로 인식했다.

그리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아은이의 입에서 “압-빠”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는 순간, 치구는 딸바보가 되었다.


하지만 바쁜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은이와 자주 놀아주지는 못했다. 철야부흥회가 끝나고 득달같이 달려와도, 아은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이거나 다른 교회 일을 하느라 마주치지 못했고 겨우 하루가 끝나면 이미 아은이는 꿈나라에 있었다.


그러나 아은이가 걷고, 뛰고 수다쟁이가 되어갈 때 쯤, 치구의 상황도 조금 나아졌다.

아버지 일을 돕던 교회일도, 도와주는 분이 생겼고 어느 샌가 아은이는 자다가도 아빠 목소리만 들리면 벌떡 일어나 매달려 떨어지질 않았다.


치구의 인생에서 가장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입가에 웃음이 지워지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잠들기 전 아내가 말을 꺼냈다.


“우리 둘째 가질까?”

“미친 겨? 지금 아은이 하나 키우는 것두 힘들어 죽겄다믄서”

“근데 요즘 갑자기 애기들이 이뻐 보이구, 만약 아은이가 잘못되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들고...”

“재수 없는 소리 하덜 말어! 말이 씨가 된다고 혔어! 그리고 난 아은이 잘못되면 그냥 따라 죽을 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치구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자, 진심이었다.


“엄마 아빠! 싸우지 말라구우!”


잠에 취해 눈도 뜨지 못한 얼굴의 아은이가 치구와 아내의 손을 잡아끌었다.

자기 손까지 합쳐 세 사람의 손을 꼭 맞잡은 아은이가 다시 잠에 빠져들며 중얼거렸다.


“싸우지 마... 싸우지... 마...”


***


뭔가 척척한 느낌에 눈을 뜬 치구의 앞에, 익숙한 쭌이의 얼굴이 보였다.

자기도 모르게 꿈속에서 눈물을 흘린 듯, 눈 주변을 따라 녀석이 핥고 있었다.

다시 눈을 감아 꿈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 충동질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걸 온몸에 욱신대는 통증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필로타누스의 빛에 의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던 순간, 뭔가가 뒷덜미를 잡아채는 느낌과 함께 정신을 잃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온통 아무것도 칠해져있지 않은 시멘트벽이었고, 좁은 통로 저편으로 약한 빛이 비추고 있었다.


앞장 선 쭌이를 따라 통로를 꺾는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도서관처럼 너른 방 전체로 커다란 책장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 안으로 오만 성물들과 잘 포장된 부적, 설경, 진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예전 성금창고에서 본 귀홍의 컬렉션들과 비교해 양은 적은 편이었지만, 그것들이 풍기는 기운들은 훨씬 예사롭지 않았고, 그 가운데 선 판수는 정신없이 진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게 다 뭐여? 애경이는! 애경인 어딨는 겨!!”

“아... 그게...”


판수의 시선을 따라가자 진경이가 기절한 채 모포를 덮은 채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니께 애경이는 어디있냐구!!”

“성금단원들이 끌고 갔어요.”

“뭐여? 끌려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었다구?”


버럭 하던 치구가 뒤통수에 혈압으로 인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감아버렸다. 어차피 그 상황에선 판수뿐만 아니라 판수 할애비가 와도 별 도리가 없었을 것이었다.


치구가 벽면 구석에 켜져 있는 모니터들을 향해 다가서자 십여 개의 화면 대부분은 황량한 평지를 비추고 있었고, 일부는 산과 도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긴 애경이네 어머니가 준비해놓은 벙커인 것 같아요.”


아까 판수가 파고 있던 창고 바닥은 벙커의 철제 입구였고, 필로타누스의 빛은 6급짜리 신장들뿐만 아니라 애경의 집까지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빛이 발동하는 순간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판수가, 간신히 가까이에 있던 치구와 진경을 벙커 안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었다.


“그 큰무당 양반은 오늘이 올 걸 알고 있었던 겨...”


그녀가 준비한 건 지상의 강력한 결계와 6급 4성진뿐이 아니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들만 해도, 지금껏 상대해온 마귀들과 전쟁이라도 벌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어쩌죠?”

“워쩌긴 뭘 어째! 챙길 수 있는 것만큼 다 챙기고 애경이 헌테 가야지.”

“어딨는 줄 알고요?”

“알어!!”


치구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며 쓸 만한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게 다... 전부 그 신의 심판이니 벨리알의 부활이니 뭐시긴지 때문에 시작 된 일이라고요?”


치구가 보일 듯 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죽을 똥을 싸면서 몇 번이나 죽다 살아나서 그 개고생을 한 게, 아니 애초에 성희가 그 모양이 된 것까지 다 그 마귀새끼가 의도한 거라구요?”

“알았으면 어여 짐이나 싸. 그것들 조질라믄”


벨리알의 부활도, 부활을 막기 위해 애경이를 구해내야 하는 것도 모두 예정되어 있는 일이었다면, 두 사람의 목적지도 그곳에 있을 것이었다.

복숭아향이 이끄는 종착지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잃어버린 성희의 영혼과 아인이도 그곳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 두 사람을 이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봉인된 상자들을 부수다시피 까며 좀 더 강력한 무기나 성물들을 뒤지고 있었다.

기가 막힌 물건들이 많았지만 부피가 커 들고 갈 수가 없었다. 실제 아프리카에서 선교사의 머리와 손을 잘라 만든 기도상 같은 물건은, 귀홍이 몇 년째 찾아 헤매던 성물이었다.


게오르그 성인의 11번 축성 받은 몸뚱이는, 열 한 조각으로 나뉘어 전 세계로 흩어졌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유리관에 담겨 이 벙커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성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금전적 가치로도 천문학적인 물건으로 귀홍이 보았다면 환장하며 달려들었을 터였다.


연이어 떠오르는 귀홍의 생각에 치구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

그는 살아오며 유일하게 모든 면에서 뜻이 맞는 후배이자 친구였다.


“멍청한 눔...”


신학대 기숙사에서 몰래 라면 끓여먹을 때 짜파게티 물도 못 맞춰 한강을 만들어놓고, 선배들에게 쥐어 박히던 놈이 지금은 악마에게 미혹당한 동양 최대 교회의 수장이었다.

귀홍은 지금 치구에겐 아은, 애경, 성희와 같이 구해내야 할 영혼 중 하나였다.


“헌데 이걸 다 어째 들고 갈 겨?”


추린다고 추렸지만, 이미 들고 갈 양을 훌쩍 넘어서있었다.


“저 문 열고 나가봐요”


판수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의 문을 열자, 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한가운데 커다란 뭔가가 먼지가 잔뜩 쌓인 회색 천으로 덮여있었고, 치구가 가만히 천의 한쪽을 잡아당기자 미끄러지듯 흘러내렸다.


어둠속에서 새카만 차체가 드러났다.

구형모델이긴 하지만 거대하다는 말이 어울릴만한 포드의 F-150이었다.

그것도 6.2리터 V8엔진으로 튜닝 된 랩터 모델로 군용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최상급의 몬스터 트럭이었다.


“대체 이런 괴물이 왜 필요한 겨?”


평상시라면 남자로서의 본능과 호기심이 앞섰겠지만, 지금으로선 도대체 큰무당이 무슨 미래를 보았길래 이런 걸 준비했나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언니!! 언니이!!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언니를 찾는 진경의 울음소리를 듣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판수와 함께 서로 전투에 사용할 물건들을 트럭 짐칸에 옮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건 워따 쓸라 그러는 겨?”

“그러는 그쪽이야 말로 그 걸레 같은 인형은 왜 갖고 가는데!!”

“나중에 이 걸레 같은 인형헌테 고맙다구 절이나 하덜 말어!”


서로 상대가 보기엔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것들을 싣겠다고 난리였다.

한참만에야 트럭 짐칸을 덮는 토너 커버가 닫히지 않을 정도로 오만 성물과 무기들을 가득 채운 랩터가 으르렁대는 묵직한 엔진음을 내며 시동이 걸리자, 머리 위의 천정이 좌우로 열리고 바닥 전체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면 위로 F-150 랩터가 검은 몸체를 드러내자 사방엔 이미 어둠이 깔려있었다.

헤드라이트에 비친 주변은 완전한 평지였고, 애경의 집이 있던 자리는 돌조각 하나 남아있질 않았다.


우릉소리와 함께 진경과 쭌이까지 태운 랩터가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솨아아아아


갈대밭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에 애경이 눈을 떴다.

세상이 온통 황금색인 오후의 햇살 아래, 누군가에게 발목을 잡힌 채 끌려가는 환상 속이었다.

애경이 환상이라고 느낀 이유는, 마치 물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으로 지상 2~3미터 위를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달리는 차와 거의 비슷한 속도였다.


발목을 잡고 있는 자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지만, 대신 다른 것들이 보였다.

완전히 개방된 애경의 영안에 세상의 모든 귀신들이 보이고 있었다.


산과 들, 도로와 강물부터 하늘과 땅 그 모든 곳에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귀신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수만, 수억의 귀신들 모두가 애경을 향해 큰 절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애경은 북쪽으로 계속해서 끌려갔다.

이 기분 더러운 환상이 어서 끝나길 간절히 빌며...


***


-어젯밤 수도권 시민들을 놀라게 했던, 진도4 지진의 발원지가 강남구로 알려졌는데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랩터의 라디오에서 계속해서 뉴스속보가 터져 나오고 있었고, 그럴수록 치구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갔다.


-지진의 여파로 인해 성금교회 본당이 붕괴조짐을 보인 오늘 오전부터 소방당국의 정밀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현재 지하층 전체에 생긴 균열이 늘어가면서 본당뿐만 아니라 일대의 다른 부속 건물들까지 대피령이 내린 상태입니다.


“이게 다 설마 애경과 관계있는 걸까요?”


치구가 대답대신 엑셀레이터를 더욱 힘 있게 밟았다.


-현재 성금 본당 쪽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 나오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가스누출을 대비한 차단작업과 화재진압에 총력을 기하고 있지만, 진입이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강남에 가까워질수록 차량들의 정체가 심해졌다.

빠져나가야 할 인터체인지마다 차량들이 몇 킬로씩 줄을 서 있었고, 덩치가 큰 이 차로는 비집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결국 양재 인터체인지를 지나 서초IC를 빠져나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본 치구가 중얼거렸다.


“꽉 잡어!”


-쾅!


랩터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자, 종잇장처럼 힘없이 뜯겨져나갔다.

이어 차가 길도 아닌 경사를 내달리기 시작하자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백미러를 볼 틈도 없었다.


“정지! 정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를 가로막은 경찰들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대피령이 내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지시에 따라 유턴해 주십시오.”

“아니 내가 성금교회 관계잔데,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유. 꼭 들어가야겄는데”

“안됩니다!”


단호한 경찰의 말에 치구가 길을 가로막은 바리케이트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늘에선 방송국 헬리콥터들이 시끄럽게 날아다니고 있었고, 낮은 고도에선 드론들이 요란하게 비행 중이었다.


“예.. 뭐... 알겄슈...”


치구가 랩터의 거대한 차체를 돌리기 시작하자 경찰들이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와아아아앙!!!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유턴 하는 것처럼 보이던 랩터가 크게 S자를 그리며 바리케이드에 충돌했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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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제15장 결전 #2 19.02.04 193 5 14쪽
98 제15장 결전 #1 19.02.01 203 6 11쪽
97 제14장 벨리알 #6 19.01.31 199 6 11쪽
96 제14장 벨리알 #5 19.01.29 207 5 11쪽
» 제14장 벨리알 #4 19.01.28 201 5 12쪽
94 제14장 벨리알 #3 19.01.25 205 6 12쪽
93 제14장 벨리알 #2 19.01.24 200 7 13쪽
92 제14장 벨리알 #1 +1 19.01.22 211 6 12쪽
91 제13장 신의 목소리 #7 19.01.21 225 7 10쪽
90 제13장 신의 목소리 #6 19.01.18 220 8 13쪽
89 제13장 신의 목소리 #5 19.01.17 221 8 11쪽
88 제13장 신의 목소리 #4 19.01.14 225 7 12쪽
87 제13장 신의 목소리 #3 19.01.11 238 6 11쪽
86 제13장 신의 목소리 #2 19.01.10 244 6 13쪽
85 제13장 신의 목소리 #1 +4 19.01.08 258 6 11쪽
84 제12장 계엄 #7 +4 19.01.07 269 7 12쪽
83 제12장 계엄 #6 19.01.04 231 6 12쪽
82 제12장 계엄 #5 19.01.03 254 6 11쪽
81 제12장 계엄 #4 19.01.01 248 6 11쪽
80 제12장 계엄 #3 18.12.31 233 6 12쪽
79 제12장 계엄 #2 +2 18.12.28 261 10 11쪽
78 제12장 계엄 #1 18.12.27 260 8 11쪽
77 제11장 마지막 장계 #6 18.12.25 251 7 11쪽
76 제11장 마지막 장계 #5 +1 18.12.24 266 8 12쪽
75 제11장 마지막 장계 #4 +2 18.12.21 27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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