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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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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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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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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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수(6)

DUMMY

상혁은 허노인에게 현동이 알려준 정보를 말해주었다.


"그래? 성일전자 3세라는 말이 거짓이었다는 말이지?"


"네."


"그것 보아라. 찾아보면 무언가는 나오게 마련이야."


"네. 어르신의 조언 감사드립니다."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감사는 됐고. 그렇다면 계약서에 대한 문제만 남았구나."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변호사를 많이 만나보았는데 아직까지 속시원하게 방법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클클. 일차적으로는 나이가 어려서 얕보는게야. 실질적으로는 네가 성일전자를 얘기하는데 돈도 안될 것 같으니까 기피하는 거고."


"네."


"다행히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


"며칠 안에 내가 아는 변호사를 하나 붙여주마."


상혁은 돌파구가 보이는 것 같은 희망적인 상황에 뛸듯이 기뻤다.


"아,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허노인은 상혁이 기뻐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 녀석두. 그리고 다음 부터는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영에게 주의를 주고 챙겨주거라."


"네! 물론이죠!"


"그래, 그럼 일단 돌아가보거라."


"네."


상혁은 무언가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던 문제가 해결될 희망이 보이는데 잠이 오겠는가?


상혁은 한참동안 뒤척이며 고민을 해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에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




며칠 후. 상혁이 막 아침운동을 마칠 무렵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허노인에게 연락받고 전화드렸습니다."


상혁은 중저음의 목소리에서 뭔지 모를 자신감을 느끼며 살짝 안도감이 들었고, 더불어 다 컸다고 자부했건만 자신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영숙 여사에게서 느낄 수 없는 성인 남성의 향취에 안도한 것 같았다.


상혁이 준비를 하고 나가자 양복을 입은 두 명의 사내가 고아원 앞에 차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상혁은 이들이 안내하는 대로 차에 타서 크루 엔터로 향했다. 상혁은 달리는 차 안에서 무언지 모를 든든함까지 느끼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까지 살짝 들었다.




**




상혁이 양복입은 사내들을 앞세우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미소와 경석은 지난번과는 다른 의미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내들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놀라는 것은 기수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또 뭐야?"


"청인 법무법인에서 나왔습니다."


"뭐요? 청인 법무법인?"


"네."


청인 법무법인이면 국내에서 1~2위를 다투는 법무법인이다. 영세 기획사인 크루엔터 정도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청인 법무법인에서 대체 왜?"


상혁과 같이 들어왔으니 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생각한 그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이아영씨 계약서에 대해 얘기좀 나누시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찔리는 것이 많은 기수 입장에서는 계약서의 내용을 낱낱이 파헤치게 되면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긴장을 하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계약서가 왜요?"


기수는 모르쇠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


"몰라서 그러십니까? 이미 다 알텐데요. 계약서에 숨어있는 온갖 독소조항들. 그거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수준의 노예계약인 것을 모르시나요? 계약서 내용만 가지고도 충분히 고소감입니다. 그동안 이 회사를 거친 여자아이들이 그 계약서로 당했을 불리한 처사들을 확인하기 시작하면 골치가 꽤나 아프실 텐데요."


"무, 뭐가..."


기수는 어떻게든 발뺌을 하려 했으나 변호사는 쉴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제가 한 번 다 찾아볼까요? 더구나 이번에 이아영씨에게도 성접대를 권했던 모양이던데, 찾아보면 그것도 꽤 나올듯 한데요. 거기에다 미성년자. 아청법에는 용서라는 것이 없습니다."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성접대를 권해? 그런적 없어!"


박기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사적으로 부인을 했다. 아동청소년보호법은 한 방에 가해자의 인생을 끝장낼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법이기도 하다. 거기에 걸려서는 안된다.


"흐음. 그럴까요? 두고 봅시다. 그리고 제가 조금 확인을 해보았는데, 브리안이라는 회사 아시죠?"


"헉. 그걸 어떻게..."


브리안은 박기수가 탈세를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였다. 크루엔터가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할 건 다 해먹는 디테일한 회사였다.


박기수는 변호사의 입에서 브리안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얼굴이 허옇게 탈색되었고, 더이상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뭐, 그거 외에도 많던데요. 탈세는 횡령을 부르고... 더 할까요?"


"그만! 내가 졌소! 뭘 어찌하면 되오?"


박기수는 양복사내의 말에 무조건 항복 선언을 했고, 변호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갔다.


"뭐, 일단 이아영씨의 계약을 다른 조건 없이 완전 무효로 돌리시지요. 계속해서 버틴다면 크루엔터를 괴롭힐 방법은 많습니다만, 우리도 귀찮은 과정은 피하고 싶으니 스스로 무효화 시키시지요."


하지만 박기수는 이대로 그러마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 그게, 계약은 무효화 할 수 있는데, 다 알고 왔을 테지만 성일전자의 진동규가 가만히 있지 않을거요."


그러자 변호사의 옆에있던 허노인의 심복 양성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마추어같이 왜 그래? 우리가 그 정도도 알아보지 않고 왔을 것 같아? 그 친구 진동규 아니잖아?"


"뭐요?"


박기수는 성식의 자신만만한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을까? 아마도 넘겨짚는 것일테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분명히 성일전자의 진동규 실장이 스폰을 해주기로 했단 말이요!"


그러나 기수의 시도는 시작하자마자 불발이 되고 말았다.


"대표님. 그 부분은 제가 말했습니다."


기수는 목소리의 주인공 때문에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로드매니저 김현동이었다.


그리고 상혁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나서면 현동이 회사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나선 것이다.


"허진식. 졸부 아버지를 둔 놈으로 방속국 PD와 친한 덕분에 늘 방송국에서 여자를 스캔하는 놈이죠. 말이 나와서 그런데, 세상에 어떤 재벌 3세가 방송국에 들어와서 여자를 물색하고 다닙니까? 그런 말에도 다들 속아넘어가는 순진한 여자애들이 문제긴 한데, 속이는 당신이 더 나빠. 뭐, 이분들 일하는 것 보니까 제가 말하지 않아도 다 찾아냈을 것 같은데,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요. 솔직히 그동안 어린애들 팔아먹는거 보는데 지쳤어요."


"너, 너, 네가 어떻게. 은혜를 원수로 갚아 이 배은망덕한 놈아!"


"죄송합니다만, 솔직히 저를 싼값에 부려먹느라 좋았던 것은 대표님이지 않습니까? 스케줄 관리에 소속 연예인 관리, 방송국 직원들 관리까지, 다른 회사 같았으면 몸값을 두 배는 줘도 안할 살인적인 업무량이에요. 그걸 로드매니저 월급만으로 유지했으니 충분히 뽑아먹었죠."


"으윽..."


"그러지 말고 저도 이 기회에 퇴직처리 해주시죠. 퇴직금은 충분히 주시구요."


"흥, 내가 한 푼이라도 줄 것 같아?"


기수의 어림없다는 듯한 표정에 현동은 상혁을 바라보았고, 상혁은 현동의 눈빛에 성식을 바라보았다.


성식은 상혁의 눈빛에 잠시 고민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며 시원하게 말했다.


"씨도 먹히지 않을 거짓말은 하지 말고 계약이나 처리합시다. 자꾸 버티면 사기죄까지 첨부해서 그 놈하고 세트로 감방에 쳐넣어 버립니다?"


박기수는 이들의 말이나 태도에서 확신을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들이 조사해온 것들을 보면 위험한 냄새가 폴폴 풍긴다.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렵다. 이들의 뒷배가 누군지는 몰라도 이 일은 빠르게 손 떼는 것이 현명하다. 잘못하면 내 목이 날아가고, 이 바닥에서 영원히 퇴출이다.


기수는 그렇게 판단하고 빠르게 말했다.


"이번 일은 깔끔하게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양복 사내는 기수의 말에 상혁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사과는 이 분에게 해야지요. 그리고 이아영씨에게도."


"이상혁씨 정말로 결례가 많았습니다. 다시는 이아영씨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겠습니다."


상혁은 기수가 구십도로 허리를 꺾고 하는 폴더 사과에 얼떨떨했다. 처음에 이곳에 올 때만 해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완전히 불안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말로 말 몇 마디 하지않고 사태를 종결시켰다. 새로운 세계를 본 느낌이었다.


"그리고 저 분의 퇴직금도 충분히 정산 해주시지요."


기수는 성식이 현동을 가리키며 하는말에 속으로는 이를 갈았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러자 현동이 끼어들어 한 마디 더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정산까지 끝내주세요. 대표님 수법 한 두 번 본 것도 아니고."


기수는 현동의 말에 결국 얼굴빛이 흙빛으로 변하며 그 자리에서 현동에게 계좌이체를 해주어야 했다.







상혁은 이번일을 통해 권력이라는 것에 대해 눈을 떴다. 그리고 허노인이 말했던 세 가지 조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마음에 새겨두었다.


이후 박기수 대표는 고아원까지 찾아와서 이아영에게 폴더 사과를 한 번 더 해야만 했다.


그렇게 이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




"형, 대체 왜 그런 거예요?"


현동은 상혁의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지금이 내가 박기수 대표의 손에서 깔끔하게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봤거든. 그리고 아영이의 가능성을 봤어."


"아영이요?"


"그래. 아영이 한 번 내가 키워보고 싶어. 사실 크루 엔터에서 실무는 내가 다 봤기 때문에 박기수 대표는 바지사장이나 마찬가지였거든. 나 그동안 죽어라 고생하며 쌓아온 인맥도 있고 실력도 있다. 물론 대형 기획사들의 돈질에는 밀리겠지만, 발 넓은 것 하나는 자신있거든. 거기에 아영이의 끼와 능력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


"음..."


"아영이 하나 보고 나온 나를 봐서라도 한 번 맡겨봐. 내가 보기에 아영이는 분명히 뜬다."


"제가 만약 안 된다고 하면요?"


"읔... 그럼 나 손가락만 빨아야 하나?"


"헐~"


"크크. 정 안되면 다른 친구 찾아봐야지. 퇴직금은 받았으니 아예 다른 일을 해도 되고. 다만, 이 업계에서 얻은 노하우들이 아까우니 일단은 새로운 친구를 찾아보겠지."


"에휴~ 형도 정말로 대책이 없군요."


"야, 나 아직 젊잖아. 뭘 못해보겠냐?"


"킥. 그렇네요. 그렇다고 저도 형만 믿을 수는 없으니, 3년 드릴게요."


"뭐?"


"아영이도 아직 어리니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3년 동안 가시적으로 보여주는게 있으면 계속 배우 시키고요, 아니면 다른 일 하라고 하죠, 뭐."


"히야~ 이 놈 이거, 보기보다 더 영악한 놈이네."


"큭큭. 제가 바닥에서 구르면서 배우는게 그런 것 뿐이라서요."


"그래, 알았다. 일단 3년 계약으로 하자."


"단, 아영이가 허락하면요."


"아이고, 알았다."


그리고 연기에 강한 흥미를 느끼던 아영이 허락함으로써 3년짜리 계약이 성립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az****
    작성일
    19.06.12 11:49
    No. 1

    좀 답답하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park77
    작성일
    20.09.12 20:46
    No. 2

    헐...두 놈 다 몰래 뒷치기라도 해서 강한 저주를 박아넣어 줘야 하는 거 아님??? 걍, 없던 걸로 하고 넘어간다면, 또 그러구 다닌텐데...게다가 여차하면, 또 이상한 것들 엮어서 귀찮게 하거나 위험하게 할 수도 있는데...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8 태화니
    작성일
    20.10.04 06:26
    No. 3

    아 점점 못보것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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