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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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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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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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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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이나 (3)

DUMMY

"자, 됐지?"


이상혁은 레이나가 서명한 서약서를 손에 들고 잠시 살핀 다음 그것을 지석우 팀장에게 주었다.


"됐습니다. 이제 가시죠."


"오케이~"


레이나는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듯 다시금 이상혁의 팔짱을 끼었고, 이상혁은 뭉클한 느낌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모른척 가만히 있었다.


"이상혁 저놈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그리고 같이 나가기 위해 옆에 있던 고성호와 이선진은 레이나의 행동을 보곤 부러움에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져나갔다.


하지만 이상혁은 둘이 그러거나 말거나 티끌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오로지 팔에 닿는 뭉클함에 온 신경이 쏠려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레이나의 외부 투어가 시작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레이나도 방탄조끼와 방탄모 정도는 착용했다. 그리고 차의 움직임에 따라 새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야~"


"윽~"


"꺄앗~"


레이나가 험비의 천장에 머리를 부딪힐 때마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레이나는 생전 처음 타보는 군용 험비의 끔찍한 승차감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카리카에 도착한 레이나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허리를 두들겼다.


"어이쿠쿠, 허리야.. 머리야.. 엉덩이야.."


레이나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이상혁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호~ 해줄까요?"


이상혁은 울상을 짓는 레이나의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아영이를 대하듯이 말했고, 레이나는 자연스럽게 그에 맞장구 쳤다.


"응. 해줘."


"어구구, 그랬어요~"


이상혁은 레이나의 머리에 입김을 불며 '호~'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레이나의 표정이 밝아지며 입을 열었다.


"와~ 이제 안아프다. 여기도 호~ 해줘."


그러며 몸을 돌려 엉덩이를 살짝 내미는 레이나. 이상혁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손을 내밀어 토닥거려 주었다.


"자~ 안아프다~ 토닥토닥~"


"흐흐흐~"


레이나가 별안간 변태같은 웃음소리를 내자 이상혁이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뭐죠?"


"아니, 자기가 토닥거려주니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흐흐흐~"


"..."


이상혁은 레이나의 말에 입을 딱 다물고 한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괜시리 찜찜한 것이 레이나한테 당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저, 저기.."


그 때 고성호가 쭈삣거리며 말을 걸었다. 레이나가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고 쳐다보자 고성호는 어렵사리 말을 이어갔다.


"저도 토닥토닥 잘 할 수 있는데.."


이상혁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고, 이선진은 용자를 보는 듯한 얼굴로 화이팅 포즈를 취했다.


레이나는 잠깐 멍하니 서있다가 갑자기 깔깔거리며 웃었다.


"푸하하하하~ 아, 정말 너무 웃기네~ 큭큭큭~ 아이고 배야~"


레이나는 한참을 웃고 나서는 말했다.


"아~ 배땡겨. 저는 막 들이대는 남자는 재미 없어서 싫어요, 내가 꼬셔야 재미있지. 여기 상혁이처럼 말이에요. 저한테 들이대는 남자는 온 천지에 깔렸거든요."


"..."


고성호는 레이나의 말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채 물러나야만 했다.


그리고 이상혁도 레이나의 말에 피식 웃고는 말았다. 기실 이상혁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카리카에서 만났던 현지 여성이 신경쓰였기 때문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상혁도 레이나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보였을 것이었으니 말이다.


"성호야. 원래 잘생긴 놈은 뭘 해도 되는 법이야. 그만 포기해."


이선진은 위로라고 한 말이 고성호의 마음을 더욱 쑤셔놓았다. 고성호는 팩트 폭력에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참아야만 했다.







"지금까지 보았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바그람 기지 근처는 무척이나 안정된 편이고, 여기부터는 우리한테 적대적인 사람들도 상당해. 그러니까 안전을 위해서는 내 지시를 잘 따라줘야해."


이상혁은 길을 걸어가며 어느새 은근슬쩍 레이나에게 편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고, 레이나도 그다지 신경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레이나 본인이 먼저 친구처럼 편하게 말했기 때문에 한국사람과 다르게 문제될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레이나의 경호원들은 이상혁의 말에 좋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


"레이나는 신경쓰지말고 당신들 안전이나 신경쓰세요. 우리도 충분히 산전수전 겪은 사람들입니다."


이상혁은 레이나의 경호원 얼굴을 잠시 보다가 레이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자, 레이나."


"그래."


이상혁은 일행들을 이끌고 카리카 주민들의 모습을 구경시켜 주었다. 이곳은 그래도 시가지였기에 주민들의 모습에 여유가 있었고, 궁핍한 모습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씩 보이는 적대적인 시선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항상 자국 문화 위주로 다른 문화권을 다스리려다 반발을 사게 되는 법이다. 이 곳의 정책을 보면 엄청난 정보자산을 가진 지성인이라 자부하던 미군이 오히려 더했다.


미군에 의해 주민이 피해를 보았을 때, '사람들은 모두 다르며, 개인 문제는 개인 책임' 이라는 미국식 사고가 문제가 되었다. 쿠랑교 문화권의 피해자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미군들'이 저지른 만행이 되는데, 미군정에서는 개인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점령군의 오만한 행위로 비추어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미군은 지속적으로 현지인들의 반감을 사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것이 계속해서 누적되는 중이었다. 이는 이상혁이 현지인들과 이런저런 교류를 하며 차차 알게된 사실이었다.


어쨌든 그런 사실을 잘 알고있는 이상혁은 주민들의 반응을 보고 그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일행을 이끌었고, 레이나는 이상혁에게 맞추며 잘 따라왔다.


그러나 경호원들이 문제였다. 이들은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을 강하게 가졌던 미국의 엘리트 군인들이었고, 지금도 그런 의식은 충분한 상태였기에 이상혁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보쇼. 주민들에게 너무 과하게 신경쓰는 것 아니요? 당신의 행동을 보면 주민들이 혹여라도 마음이 상할까봐 계속해서 조심하는 것 같은데.."


이상혁은 경호책임자의 말에 별생각 없이 대답을 해주었다.


"당신 생각이 맞아요. 혹시라도 주민들의 마음이 상할까봐 무척 조심하고 있어요."


"이 곳은 점령지에 불과한 곳이오. 우리가 주민들에게 그 정도로 조심할 필요가 없소. 그런 불필요한 것에 신경쓰기 보다는 주변에 테러범이 있지는 않은가 한 번이라도 더 신경쓰는 것이 맞는 것 같소만."


이상혁은 경호책임자의 불만어린 말에 잠시 그의 눈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게 미군의 방식이고, 그런 점 때문에 주민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이지요. 당신들은 잠시 머물다가 가면 되지만 우리는 여기 계속 있어야 합니다. 주민들의 적대감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것은 우리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미군이 계속 그런 식으로 행동하다가는 텔레밴에게 밀리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거요."


"뭐요? 우리 미국이 그런 테러범 따위에게 밀린다고?"


"베트남전을 생각해보세요. 그 전쟁은 미군이 약해서 밀려난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게 무슨..!"


"혹시 모른다면 가서 역사공부를 해보세요."


"으윽..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요?"


경호책임자가 잔뜩 열받아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게 아니고, 지금 이 파티의 책임자는 나고, 따라서 여기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내 말에 따라달라는 말을 하고싶은 겁니다. 쓸데없는 불만은 접어주시지요."


이상혁이 담담하게 말하자 경호책임자는 당장이라도 이상혁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고 싶어하는 모습을 누구라도 알아챌 정도로 보여주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들지 않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만 하세요."


그리고 레이나가 나서서 경호책임자를 말렸다.


"당신의 임무에 대한 책임감은 충분히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들도 군인이에요. 이 곳에는 이 곳의 법도가 있을테니 임무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일단 따르세요. 그게 맞이요."


"하지만.."


"두 번 말하지 않아요."


경호책임자는 레이나의 말에 기세를 죽이고 한 발 뒤로 물러섰고, 이상혁은 그런 레이나의 모습에 눈에 이채를 띠었다.


'역시, 세계적인 톱스타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다르다는 말이겠지?'


이상혁은 그렇게 납득하며 넘어갔다. 레이나의 모습은 조금 전의 철없어 보이는 행동과는 전혀 다른, 카리스마를 뿜어대며 아랫사람을 손끝 하나로 부리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상혁은 현지에서의 주의점에 대해 하나씩 가르쳐주며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레이나는 이상혁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주의깊게 들었고, 이상혁은 배우려는 열의가 강한 레이나의 모습에 애제자에게 아끼는 지식을 전수하듯 하나씩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런 설명을 해주다 보니 저절로 미군의 잘못에 대한 얘기도 약간씩 흘러나왔고, 그럴 때마다 경호책임자는 몸을 움찔거렸지만 더 이상의 방해는 없었다.


"미군이 현지를 완벽하게 군사력으로 점령한채 오랜 통치기간을 거쳐 현지인들의 미국화를 할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러지 못할 것이라면 지금처럼 미국의 문화로 현지인들을 통치하면 안돼. 그건 주민들의 불만을 누적시키고, 그것이 쌓이면 테러단체의 활동이 더욱 쉬워지는 반대급부를 가져오게 되어있어. 그런데 이 곳 주둔군 사령관은 그런 생각이 없더군."


"하아.. 그렇구나. 내가 보기에도 주민들이 우리를 보는 눈초리가 영 별로더라구."


"흐흐. 여기는 그나마 바그람이랑 가까워서 많이 괜찮은 편이야. 연합군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 멀어질 수록 적대감이 강해지고, 항상 순찰다니는 우리들은 늘 긴장할 수밖에 없어. 모든 곳이 적지나 마찬가지거든."


"에혀~ 그러니 이 곳 군인들은 무척 힘들겠구나."


"스트레스가 심하지, 다들. 그래서 너의 방문을 더욱 즐거워했던 것일 거야. 모두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런 미녀가 와주니 얼마나 즐거워. 안구 정화도 하고."


"어머, 정말? 너도 나 왔을때 좋았어?"


레이나가 반색을 하며 묻자 이상혁은 뜨끔 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없애며 답했다.


"어, 물론이지. 매우 좋았어."


하지만 여자인 레이나의 촉은 이상혁의 순간적인 당황을 확실하게 캐치한 후였다.


"너어.. 어떻게 매번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가 있니. 이거 오기가 생기는걸. 아무래도 이번 체류기간 동안 반드시 너를 정복해야지 무너진 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겠어."


이상혁은 레이나의 말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야, 그런건 탑스타, 그것도 여배우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뭘? 세상에 나한테 별 관심이 없다는 남정네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


"아니, 나도 너처럼 예쁜 여자한테는 관심 많아."


"흥, 웃기고 있네. 그런 새빨간 거짓말은 먹히지 않아. 두고보라구."


"하아~ 나도 모르겠다. 맘대로 해라."


이상혁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레이나는 의욕을 활활 불태우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카리카의 한 레스토랑에 들러 저녁을 해결하고 맥주도 한 잔씩 했다.


이들은 누가 봐도 눈에 확 뜨이는 모습이었기에, 이들이 저녁을 해결할 때 즈음엔 카리카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들의 존재를 알았고, 레스토랑의 한 구석에서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던 한 남자가 슬쩍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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