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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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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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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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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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 (8)

DUMMY

'인비저빌러티만 쓸 수 있어도 방법이 생길텐데..'


인비저빌러티(invisibility). 빛의 굴절률을 변형하여 물체를 투명화하는 6서클 마법이다. 아직 2서클에 불과한 이상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사용이 가능했다면 몸을 숨기고 조용히 들어가 레이나의 위치나 적의 상황 등을 정찰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을 삼킨 것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도중 이상혁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자.'


어차피 안전한 방법 따위는 없기에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들어가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여기에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현정범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현상사님. 저랑 같이 들어가시지 말입니다."


"뭐? 저 안에 들어가자고? 아무리 우리라도 힘들어. 적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둘이서 얼마나 버티겠어?"


"적이 나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면 가능합니까?"


현정범은 이상혁의 말에 눈싸움을 하듯 잠시 노려보다가 말했다.


"진짜 그런게 가능한가보군. 그 정도만 해도 훨씬 수월해지기는 하지. 우리 둘이라면 웬만해서는 버틸거다 아마도."


"어렵겠지만 아예 자살행위는 아닐 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까 현상사님 보니까 전투를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만.."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적을 죽이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이상혁은 적과의 전투 도중에 현정범의 표정을 보고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 때 현정범의 얼굴은 쾌감에 젖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들켰나? 흐흐. 그동안 억눌려있던 본능이 깨어났나부지. 말이 나와서 그렇지, 그동안 내 성격을 참아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하하.. 어쩐지, 요즘 좀 잠잠하다 싶었습니다."


"당연하지. 사고치고 왔는데 또 칠 수는 없으니까 참아야지. 사실, 저번에 네가 전투했다는 얘기 듣고 얼마나 부러웠었는데."


"하하하.."


이 사람도 또라이다. 정상이 아니다. 그 동안은 괜찮아진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상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렸다.


'뭐, 아군을 향해서만 표출하지 않으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는 현정범을 향해 다시 말했다.


"어쨌든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지 않습니까?"


"그러네. 좋아. 둘이 들어가지. 모처럼 즐길 찬스를 또 준다는데 빠질 수는 없지."


이상혁은 곧바로 작전같지 않은 작전에 대해 피터에게 말했고, 피터는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뭐? 정신 나갔나? 둘이 들어가다니. 자살행위라고!"


"자살 아닙니다.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죽더라도 우리 둘 뿐이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하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지금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여기서 시간을 더 끌게되면 레이나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다같이 들어간다고 도움이 되겠습니까? 최소한 저와 현상사님의 수준이 아니라면 희생자의 수를 늘리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희를 믿으십시오.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아니 대체 뭘 가지고.."


"어차피 지금까지 제가 한 일 중에 정상적인 것이 있었습니까? 믿어보십쇼."


이상혁에게 다시금 반박하려던 피터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떠올렸다. 이들은 여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이들에게 불가능을 말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싶었던 것이다.


"끄응~ 어쩌다 이런 자들하고 같이 작전을 하게 되어서는.."


피터의 이마에 깊이 주름이 패였다. 아직까지 부하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작전은 진행해본 적이 없는 피터였다.


"우린 이 정도에 죽어나갈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밖에서 지켜보다가 호응이나 제대로 해주시면 됩니다."


피터는 확신에 찬 이상혁의 얼굴을 보다가 고민을 끝냈다.


"그래. 자네들을 한 번 믿어보지. 부탁한다."


"네. 걱정 마십시오.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흐음.."


피터는 이상혁의 말에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잡으러 갔고, 그 모습을 본 이상혁과 현정범은 습격을 위해 이동했다.







이상혁과 현정범은 피터와 팀원들이 엄호사격을 위한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전방의 적에게 집중했다.


텔레밴 경계병력은 총 다섯 명으로, 안에 어느 정도의 병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소규모 정찰캠프들을 관리하는 중간 캠프인 것을 감안하면 규모가 상당할텐데, 예상되는 병력 규모에 비해서는 적지만 동굴 입구의 크기에 비해서는 충분한 병력이었다. 적어도 몰래 숨어들 여지는 없어보였다.


이상혁은 피터를 향해 손짓을 했고, 피터는 고개를 끄덕거린 후 주변의 팀원들에게 손짓을 했다.


- 퓨퓨퓨퓨퓩~


소음기관단총의 사격소리와 함께 동굴의 앞을 지키고 있던 적병들이 모두 힘없이 쓰러졌고, 그 모습을 확인한 이상혁과 현정범이 동굴 입구쪽으로 뛰었다.


이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눈으로 본 피터와 팀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히 소음기관단총을 장비하고 개인장비를 착용한 이들이 마치 100미터 단거리 주자라도 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피터와 팀원들은 이들의 모습에 살짝 입을 벌리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상혁은 달리면서 동굴 안쪽에서 기다리는 적병을 감지해내었고, 수신호로 현정범에게 알렸다.


현정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달리던 속도 그대로 바닥을 쓸듯이 돌멩이를 몇 개 주워서 동굴 안쪽으로 집어던졌다.


- 타타타타타탕~


긴장하고 있던 적병들은 뭔가가 휙 날아와 떨어지자 깜짝 놀라며 마구 총을 쏘았고, 그사이 이상혁과 현정범이 안으로 난입하여 순간적으로 모든 적병의 위치를 캐치하고는 총격을 가했다.


- 투투투투투투툿~


소음기에 먹힌 기관단총 소리가 약하게 울려퍼졌지만, 그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적병들이 놀라서 방아쇠를 당기는 잠깐의 시간동안 열 명의 병사들이 모두 사살당했다. 이들에게는 놀람의 결과를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다.


이상혁과 현정범은 머리와 심장에 구멍이 뚫려 쓰러진 병사들을 보며 총구를 내리곤 주변을 슬쩍 훑어보았다.


"별다른 건 없습니다."


이상혁이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하자 현정범도 그렇게 받았다.


"그렇군. 고민하지 말고 레이나나 찾아보자구."


"네."


둘은 적병들의 여과되지 않은 총소리로 인해 적이 잔뜩 몰려올 것을 염려해 빠르게 자리를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리를 내며 이동하지는 않았다. 전투 상황을 유리하게 가져오기 위해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은밀하고도 빠르게 이동했다. 당연하지만, 피터와 팀원들을 데려왔었다면 불가능한 움직임이었다.


"전방에 다섯 접근중."


이상혁은 동굴이 살짝 꺾여서 보이지 않는 뒤쪽의 적병 다섯이 다가오는 중이라는 정보를 현정범에게 가볍게 전달했고, 현정범은 고개를 살짝 끄덕임으로써 정보의 접수를 표현했다.


둘은 적이 보이기 직전에 멈추어 섰고, 잠시 기다리다가 이상혁이 수신호를 보내자 현정범이 눈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뛰쳐나가 순간적으로 보이는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가까운 적부터 순차적으로 겨냥하여 방아쇠를 당기고 팔을 움직이는 행위를 지속했다. 덕분에 적병들은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죽어나갔고, 다섯 명의 적병들은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인간레이더 좋은데?"


현정범이 바닥에 쓰러져 뒹구는 적병들을 보며 말하자 이상혁이 쓰게 웃었다.


이들은 감상에 빠질 겨를도 없이 곧바로 또 움직였다. 아직 레이나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기에 여유가 없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비슷한 패턴을 몇 번 반복했다. 이상혁이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곳의 적을 감지해내고, 적이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튀어나가 너댓명의 무리를 몰살시켰다.




**




텔레밴 중앙 정찰캠프 지휘관이 있는 방.


지휘관 아헬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쯤이면 적을 격퇴했거나 고전하거나 소식이 들어와야 하는데, 전혀 소식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아헬 단장님!"


이 때 외부 소식을 담당하는 정보관이 허겁지겁 달려와 아헬을 불렀다.


"무슨 일이냐?"


아헬이 정보관에게 고개를 돌리며 묻자, 정보관이 창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입구쪽의 병력이 전멸했습니다."


그러자 아헬이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아니, 어떻게? 적 병력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게, 그렇기는 한데, 안으로 들어온 몇 명이 무척 강해서 우리 애들이 전부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그게 말이 돼?"


"말이 안 되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어휴.. 전군 비상! 내가 직접 나선다!"


드디어 적들도 이상혁과 현정범의 이동상황에 대해 눈치챘다. 그동안 워낙 빠르게 움직이며 소음기관단총으로 소리를 죽이고 다녔기에 어느 정도의 시간동안은 적을 속일 수 있었지만, 이제 시간이 상당히 지났기에 속일 수 있는 시간이 끝난 것이었다.





**





"이제야 눈치챘나?"


별안간 움직임이 급하고 격해진 적병들의 움직임을 보며 이상혁이 말했다.


"그런거 같네. 이제 어떡할거지? 아직 레이나도 찾지 못했는데.."


"음.. 그런데 저기가 수상합니다."


이상혁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고, 현정범은 이상혁이 가리키는 곳을 보며 대답했다.


"무언가를 지키고 있군. 이 곳에서는 알 수 없는 거야?"


"안타깝게도 거리가 멀어서, 안쪽 사정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일단 이 앞을 정리하고 보자고."


"네."


이상혁과 현정범은 말을 멈추고 앞으로 튀어나가 총을 쏘아댔다.


"크, 크윽~"


덕분에 근처를 지나다니던 병사들과 방의 입구로 보이는 곳을 지키던 병사들 십여명이 낙엽처럼 쓰러졌다.


이상혁은 순식간에 입구의 벽에 붙어 안쪽의 동정을 살폈다. 방 안에는 미약해 보이는 기감의 인형 하나만이 존재했다.


"아무래도 이 안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얼른 들어가봐."


이상혁의 말에 현정범이 동조하자 이상혁은 문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그러자 레이나가 초췌한 얼굴로 의자에 묶여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레이나! 정신 차려!"


소리를 치며 레이나의 몸을 흔들었지만 깨어날줄을 몰랐다.


결국 포기하고 묶여있는 레이나의 몸을 풀어준 후 자신의 등뒤에 업었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면 움직임이 격해질 수 있었기에 레이나를 묶어놓았던 줄로 다시금 단단히 고정했다.


이상혁이 다시 나오자 현정범이 그 모습을 보다가 슬쩍 말했다.


"왕자님이 공주님을 구했군."


이상혁은 현정범의 말에 슬쩍 얼굴을 붉히며 부인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서 나가기나 하시지 말입니다."


"그래. 그러자. 푸흡~"


현정범은 이상혁을 놀리는 것에 재미가 들었는지 슬쩍 웃어버렸고, 이상혁은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둘은 곧바로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발이 묶이고 말았다.


"끄응~"


이상혁이 신음성을 흘렸고, 현정범도 입맛만 다셨다. 지금까지는 적이 상황을 몰랐기에 대여섯 명에서 열 명 정도만 상대했었다면, 요 앞에는 오십여 명이 몰려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상혁의 등에는 레이나가 업혀있었으니 움직임에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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