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 선인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강정탄
작품등록일 :
2018.09.01 19:28
최근연재일 :
2018.11.1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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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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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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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제9회 호걸 요리

DUMMY

냉면서생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곳은 깊은 우물처럼 파여서 우물 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듯이 하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평 정도의 샘물이 있고 암벽에는 푸른 이끼들이 오랜 세월동안 얽혀서 자라고 있었다. 버섯이 조금 자라고 있었고 냉면서생은 버섯과 샘에서 살고 있는 투명한 물고기로 연명해 왔다고 했다. 냉면서생은 허리에서 연검을 풀더니 냉소년에게 주었다.


“이것은 내가 강호를 주유할 때 명성을 날린 연검인데 소공자에게 주겠소. 칼날이 가늘고 견고해서 어떤 쇠도 자르고 어떤 불로도 녹일 수 없다고 하오. 그래서 공력이 있는 사람이 사용한다면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검이오”


냉소년은 당황해서 사양하였으나 부득불 연검을 냉소년에게 주었다.


경기의 가신이었던 냉면서생은 경기의 이야기를 냉소년에게 마저 해주었다.


“한번은 경기공자가 종을 과녁으로 삼아서 활을 쏘았는데 쉽게 종을 꿰뚫었지요. 경기공자의 활은 다섯 장사가 힘을 합쳐야 겨우 구부릴 수 있었소.”


냉소년은 경기공자에 대해서 존경심이 일었다.


“하늘이 경기공자 같은 사람을 버리다니 참으로 안타깝군요.”


냉소년이 한탄하자 냉면서생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저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요리가 경기공자를 암살하려고 찾아왔소. 그는 오왕이 된 합려(闔閭)의 사주로 경기공자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는 일부러 오나라를 등지고 떠났는데 오나라에서는 선왕 요에게 충성하기 위해서 합려를 암살하려고 했다는 혐의로 체포령이 내려졌소.


그의 처자는 체포되어 광장에서 화형을 당했소. 그 후에 요리의 일을 경기공자가 듣고서 그를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요.


누가 처자를 희생시키면서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 꿈이라도 꿨겠소. 요리가 온 후 석 달째가 되자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고 위나라 수도인 제구(帝丘)를 떠나서 오나라로 진격을 하게 되었소.


송나라, 진나라, 채나라, 초나라를 지나서 장강을 배를 타고 내려가고 있을 때였소. 요리는 배의 고물 쪽으로 가서 물살을 보는 척하며 모자를 떨어뜨렸소.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뱃전으로 다가가서 긴 창을 꺼내어 모자를 끌어당겨 건지는 척 하다가 바람의 힘과 자신의 힘을 합하여 모든 힘을 가한 창으로 경기공자의 등을 꿰뚫었소.


창은 경기공자의 앞가슴까지 뚫고 나왔소.”


냉면서생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창을 맞은 경기공자는 너무 놀랍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요리에게 외쳤다.


“무슨 짓이냐?”


경기는 허리에 찬 칼을 빼들어 창의 앞부분을 단칼에 잘라내었다. 뒷부분은 그대로 몸에 박혀 있었다. 그 상태에서 경기공자는 주먹으로 요리를 몇 대 후려쳤다. 요리는 경기공자에게 얻어맞아 축 늘어졌다.


“너는 내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런 짓을 했느냐?”


경기공자가 격앙된 목소리로 요리에게 물었다.


“나는 오왕 합려를 위하여 그대를 죽이려는 것이요. 이제 임무를 끝냈으니 죽여주십시오. 이제는 아무 여한이 없소.”


요리는 담담하고도 당당하게 말하였다. 경기는 기가 막힌 듯이 요리를 쳐다보더니 고통을 참는 듯이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핫! 너는 진정한 용사다. 나를 창으로 찔러 죽이다니 과연 장부답다 독해야 대장부다. 재지(才智)와 담력과 무용(武勇)이 특별히 뛰어난 인물을 영웅이라 하나 너는 지용(智勇)이 뛰어나고 도량과 기개를 갖추었으니 호걸(豪傑)이라 할만하다”


경기의 가신들이 창과 칼을 들고 요리를 도륙 하려고 하였다. 경기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잠깐만 기다려라!”


경기공자는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또박 또박 분명하게 말하였다.


“이 사나이는 천하의 호걸이다. 이 자를 죽이면 하루에 용사 둘이 사라지니 애석한 일이다. 이 자를 오나라로 보내주고 그의 충성심을 천하에 알리게 하라. 절대 죽여서는 안 된다.”


어느덧 바람이 멈추었다. 말없이 강 아래로 떨어지는 석양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서글픈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경기공자는 눈앞에 나포를 입은 사나이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오사모(烏紗帽)를 쓰고 서각대(犀角帶)를 허리에 두른 저승사자였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명부를 꺼내 경기 공자에게 읽어주었다.


“경기공자! 삼십 구세. 뛰어난 재능과 용력을 갖추고 태어났으며 원망과 통한 속에서 살다가 생을 졸업하다.”


저승사자는 경기공자에게 간단하고 퉁명스럽게 한 마디만 말하였다.


“가자”


말을 마치고 힘들게 숨을 몰아쉬던 경기공자는 저승사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공자는 평온한 얼굴로 붉은 해를 바라보며 세상을 떠났다.


요리는 경기공자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그는 진정으로 영웅인 경기공자를 죽인 것에 대하여 통한의 말을 남겼다.


“영웅이 호걸을 알아보는구나. 나는 해서 안 되는 일을 하였도다. 진정한 영웅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야 하는데 오히려 숨을 끊어 놓았구나. 하늘이여! 이렇게 살다 죽으라고 천지는 나를 세상에 보냈는가? 왜 내게 이런 역할을 하게 하였는가!”


냉소년은 영웅의 죽음을 듣고 숙연해 짐을 느꼈다.


“요리란 사나이는 그 후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냉면서생은 한 숨을 길게 쉬고 난 후에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경기공자의 협객 천명은 주군을 잃자 배를 돌렸으며 경기의 유언대로 요리에게 종자를 붙여서 오나라로 돌려보냈다. 뱃머리에 앉아 도도히 흐르는 장강을 쳐다보던 요리는 배가 강음(江陰)에 닿았을 때 벌떡 일어섰다.


“배를 기슭에 대지 말라!”


종자가 놀라서 물었다.


“왜 그러세요?”


볼품이 없는 외모의 요리였지만 목소리는 우렁찼다. 그는 카랑 카랑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는 오왕 합려를 위하여 무자비하게 소중한 내 처자를 희생했소. 이는 짐승도 하지 않는 비정한 짓이요.


주군을 위해서 충성했다고 하나 선왕의 왕자를 이 손으로 죽였으니 어찌 살기를 바라겠소.


목숨을 아껴 세상에 나가 고관대작이 되어 부귀를 누리면 천하에 부끄러운 일이요.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잘 알고 있소.”


사실 오자서의 별기군이 비밀리에 요리의 가족을 다른 지역으로 빼돌려서 부유하게 살 수 있도록 조처를 해주었다. 그러나 천하를 속이기 위하여 오나라의 제24대 임금이며 춘추 5패 중의 한 명인 합려(闔閭)가 요리의 가족을 몰살한 것처럼 꾸몄기 때문에 모두 요리의 가족이 비참하게 희생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요리는 돌아가면 부인과 아이들과 만나서 무탈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 자신을 알아주었던 영웅 경기공자를 죽이고 살기를 바랄 것인가!


말을 마치자 요리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종자는 황급하게 포구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람을 구하라고 외쳤다.


“이보시오. 사람이 물에 빠졌소. 사람을 구하시오.”


수영에 능한 사람들이 물에 뛰어들어 요리를 구하였다. 몸이 왜소한 요리는 정신을 잃고 있어서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정신을 차린 요리는 종자에게 화를 내며 노발대발하였다.


“내가 죽으려고 마음먹은 이상 죽지 못할 줄로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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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회 냉일선이 백풍산군을 혼내다 18.10.16 364 4 7쪽
17 제17회 조식조사의 제자 18.10.15 411 2 7쪽
16 제16회 서문표의 활약 18.10.14 407 3 10쪽
15 제15회 업성(鄴城)의 서문표(西門豹) 18.09.13 814 6 10쪽
14 제14회 연검칠식 18.09.12 799 5 8쪽
13 제13회 쇠스랑 춘삼이 18.09.11 811 5 8쪽
12 제12회 염소조사의 최후 18.09.10 854 6 8쪽
11 제 11회 염소조사의 불청객 18.09.08 811 5 8쪽
10 제10회 냉일선의 등장 18.09.07 831 5 8쪽
» 제9회 호걸 요리 18.09.06 851 5 8쪽
8 제8회 초구흔의 최후 18.09.05 840 4 8쪽
7 제7회 초구흔의 용력 18.09.04 931 6 8쪽
6 제6회 냉일선이 냉면서생 구지호를 만나다 18.09.03 997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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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회 대원수 동방선(東方善) 18.09.01 2,577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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