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를 운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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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8.09.01 23:30
최근연재일 :
2018.09.18 06: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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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41
추천수 :
349
글자수 :
52,289

작성
18.09.05 00:16
조회
1,337
추천
28
글자
7쪽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2)

잘 부탁드립니다! ^^




DUMMY

도망친 아이들은 골목 구석에서 개걸스럽게 훔친 빵을 먹었다. 길거리 곳곳에 배설물이 널려 있어 상당히 지저분했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아직 현대의 위생 감각을 가진 리퍼에겐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한데?’


리퍼의 즉위식 때 본 거리의 풍경과 또 달랐다. 그때만 해도 약간은 정돈된 듯 했지만, 지금은 도시 전체가 썩은 냄새로 진동하는 것 같았다. 리퍼는 혀를 끌끌차며 골목을 빠녀나왔다.


광장으로 나오니, 그나마 배설물 냄새가 덜했다. 조금 더 걷자 성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보였다. 리퍼는 자신이 영주란 사실이 들키지 않게 임시 출입증을 준비했다. 경비원들은 별 의심 없이 리퍼와 호위병을 성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성 밖에는 탁 틔인 평야에 펼쳐진 농지가 보였다. 농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농부들은 힘이 없어보였다.


‘너무 말랐단 말야.. 겨우 먹고 사는 것처럼..’


그들은 밀농사를 짓고 있었다. 밀 밭에는 곡식들이 무르익어, 풍년으로 보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영주민들이 헐벗고 굶주린 것 같지?’


그때였다. 한 꼬마아이가, 밀밭으로 슬금슬금 기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 녀석은 뭐야?’


꼬마는 농부들의 시선만 신경 썼는데, 틈을 노려 밀줄기를 한웅큼 쥐어 뜯어냈다.


‘아.. 서리를 하려는 거구나.’


리퍼와 동행한 호위무사가 밀서리를 하는 아이를 저지하려 했다. 리퍼는 그 호위무사를 만류했다.


“지켜보자.”


한 손에 밀 줄기를 한 가득 움쳐 쥔 아이는 그대로 몸을 숙여 아무도 모르게 밭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어딘가에서 휙~ 하고 사람 인영이 나타나더니 아이의 목 뒷덜미를 잡았다.


“아악~!! 이거 놔요!!”

“시끄러!!”


리퍼는 호위무사에게 물었다.


“저 자는 누구지?”

“할로우 바디 용병단이네요. 저들 중 30% 정도는 밀밭 농사꾼을 감시하니까요.”

“30%나? 원래 괴물인가 뭔가 잡는 다고 하지 안았어?”

“그것만으론 돈이 안 되니까요. 저렇게 도둑놈들로부터 밭은 지켜주고, 돈을 받잖아요.”

“얼마나?”

“수확물의 30%는 받을걸요?”

“미친놈들이!!”


알았다. 왜 이렇게 농사가 잘 되도, 영주민들이 비쩍 말랐는지 말이다. 농민들은 우르르 몰려 아이를 정신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아까 빵집 주인이랑은 분위기가 너무 다른데?’


성난 농부들의 발길질은 위험한 수준이었다.


“야이! 버러기 같은 놈들아! 너희 같은 좀도둑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농민들은 그 동안 수탈당한 분노를 아이에게 풀었고, 할로우바이 용병은 그 모습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멈춰!”


리퍼는 농민들에게 외쳤다. 순간 리퍼에게 쏠린 사람들의 시선.


“넌 뭐야?”


리퍼는 품에서 은화 하나를 꺼냈다. 은화 한 닢이면, 쌀을 두 가마니는 살 수 있는 돈이다.


“화가 난 건 알겠지만, 이걸로 놔주면 없을까?”

“니가 뭔데 나서는데?”

“그.. 그게 진짜 은환지 어떻게 믿어!”


농부들은 서로의 눈치를 봤다. 리퍼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 은화야. 확인해봐~”


리퍼는 돈을 팔짱끼고 구경하는 할로우 바디 용병단에게 던졌다. 용병은 넌 뭐 하는 새끼냐라는 듯한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은화를 확인했다.


“맞군..”

“어때? 쟤가 훔친 건 별거 아니잖아?”


농부들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더니, 아이의 엉덩이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야.. 가봐..”


아이를 구타를 당하면서도 놓치 않은 밀을 주섬주섬 품에 챙기곤, 독한 눈으로 농부들을 흘겨보곤 도망쳤다.


“저.. 저놈의 새끼가 고마운 줄도 모르고..”


리퍼는 농부들이 꿍시렁거리는 동안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


소년는 성 안의 빈민가로 들어갔다. 웨버 영지 건물 50% 이상은 빈민가로 보였는데, 소년이 머무르는 곳은 그 중에도 부모 잃은 아이들의 거주지 같았다.


‘아까 빵을 훔친 녀석들도 여기 있네..’


입술에서 피가 질질 흘렀지만, 아이는 웃으며 밀 이삭을 품에 숨기고 거죽으로 만들어진 쪽방으로 들어갔다.


“먹을거야. 이리 와!”


아이의 주위로 5~6명의 더 어린 꼬마 아이들이 모였다. 한 아이가 어딘가에서 불을 가져와 밀이삭을 태웠다. 그러자 화르르 불이 붙은 밀이삭은 재가 되었다.


“있어봐!”


목숨을 걸고 밀서리를 한 아이가 손바닥으로 검은 밀이삭을 비비자, 흰 쌀알 같은 것이 나왔다.


“먹자!”

“와아~!!”


아이들은 한 주먹도 안되는 밀알을 나눠서 먹었다. 목숨을 걸고 도둑질을 한 소년은 모든 밀알을 동생들에게 나눠주고, 자기는 지켜보기만 했다.


“오빠!! 오빠도 먹어!”


한 꼬마 소녀가, 자신의 손에 쥔 밀알을 소년에게 나눠주려 했는데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난 많이 먹었으니까, 니들이 먹어야지.”

“오빠는 또 혼자 빵먹고 왔지? 나쁘게!"

“하하. 그래. 난 나쁜 오빠니까.”

“흥~!! 우리도 쫌 주라! 맨날 배고파 죽게써어~”


소년은 웃으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빵을 훔친 아이들을 노려왔다. 저 놈들이 또 동생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자기들끼리 훔친빵을 먹었다는 걸 눈치했기 때문이다. 빵을 훔친 아이들은 흠칫하며 눈치를 봤다. 소년은 다음 부터는 자신이 직접 빵을 훔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녀는 순박하게 투덜거리며 밀이삭을 입에 털어넣었다. 작은 입으로 우물거리며 투덜거린다.


“아~! 배 터지게 먹어보고 싶다!”


리퍼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코끝이 찡해지는 걸 느꼈다. 호위무사는 리퍼가 왜 여기서 시간을 버리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자네는 저런 풍경이 익숙한가?”

“네? 뭐가요?”

“저렇게 굶는 아이들 말야.”

“영주님도 참~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요?”

“그렇군.”


리퍼는 돌아섰다. 성이 어떤 꼴인지는 충분히 봤다.


'인구가 천 명 밖에 안 되는 작은 성인데. 이것 밖에 통치를 못한 건가?‘


리퍼는 이해 할 수 없었다.


다만 이번에 할로우 바디 용병단이 성에 끼치는 악영향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서리하는 도둑들을 막아준다는 명분으로 농민들에게 30%나 되는 세금을 뜯어가고 있었다.


'할로우바디 용병단만이 아닐 거야.'


성으로 돌아간 리퍼는 가신들을 불러 성의 세금 시스템에 대해 조사를 했다.


놀랄 일이었다.


농민들은 영주에게 30%, 에르네스 신전에 30%, 할로우바디 용병단에게 30%의 세금을 뜯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고도 10% 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거냐?'


리퍼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추천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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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성지 순례 - 사르나트 신전 (1) +2 18.09.17 612 1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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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여신이 내린 신탁 (2) +2 18.09.15 917 21 7쪽
12 여신이 내린 신탁 (1) 18.09.14 967 24 7쪽
11 쓸모 없어진 개를 삶아먹다. +2 18.09.12 1,018 20 7쪽
10 남은 식량은 어디에 쓸 거에요? (3) +1 18.09.11 987 24 7쪽
9 남은 식량은 어디에 쓸 거에요? (2) 18.09.10 1,013 28 8쪽
8 남은 식량은 어디에 쓸 거에요? (1) +2 18.09.10 1,148 24 8쪽
7 맞다! 여기 이세계였지! (3) 18.09.08 1,171 22 8쪽
6 맞다! 여기 이세계였지! (2) +5 18.09.07 1,211 21 7쪽
5 맞다! 여기 이세계였지! (1) +6 18.09.07 1,265 22 7쪽
4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3) +2 18.09.06 1,289 19 7쪽
»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2) +3 18.09.05 1,338 28 7쪽
2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1) +3 18.09.04 1,515 20 8쪽
1 최과장, 영주로 다시 태어나다. +2 18.09.03 1,706 2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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