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를 운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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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8.09.01 23:30
최근연재일 :
2018.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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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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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3)

잘 부탁드립니다! ^^




DUMMY

농민의 몫이 수확물의 10%라니.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한 수치였다. 세금 상태를 알게 되니, 웨버 영지의 상태가 한 눈에 보였다.


'쥐어짤 만큼 쥐어짰군. 민란을 일으키기에 영주민의 수가 너무 적어. 할로우 바디 용병단과 영지 수비대를 이길 수 있는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


반란을 일으킬 수 없는 영지민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영지에서 도망 친 거다.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은 고아가 되고. 아.. 그러고 보니 영지민 구호 물품이 왜 이렇게 많이 지급되었는지도 알겠구나. 이것 때문에 부랑자들이 모여들었겠지.'


한 마디로 성이 개판이라는 뜻이다. 더럽고 가난한 도시의 풍경이 이해가 되었다.


'그나마 병사들이 많아 치안은 유지가 되는 것일거고..'


리퍼에게 성의 재정상태를 보고한 가신 카일은 자신을 앞에두고 혼자 생각에 잠긴 리퍼가 못마땅했다. 카일은 전형적으로 염소수염, 마른 몸, 날카로운 눈매의 간신배 상이었다.


'핏덩이 주제에 어른 앞에서 건방지게 딴 생각을 해?'


카일이 그가 '크흠~' 하며 헛기침을 하자 리퍼는 카일을 바라봤다. 리퍼가 할로우바디 용병단이 걷어가는 세금이 부당하다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했기에, 카일은 근엄한 척 목소리를 깔며 훈계했다.


“할로우바디 용병단은 벌써 30년 째 우리를 지켜주고 있습죠. 우리와 좋은 우호관계입니다. 쓸데 없는 생각은 삼가해주세요."


카일의 말에 리퍼는 순간 속에서 빠직 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 새끼 봐라?'


리퍼는 회사 생활을 할 때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대드는 하극상에 관대한 편이 아니었다. 카일은 지금 영주인 자신을 대놓고 깔보려 하고 있다. 리퍼는 카일의 생각이 훤히 다 보였다.


'나이 어린 내가 영주가 되었으니, 한탕 크게 해먹고 튈려는 생각이겠지?'


카일은 마침 그런 생각이었다. 눈을 아래로 내리 깔며, 날카로운 눈으로 리퍼를 내려다보는 카일. 저 표정은 이미 부하의 표정이 아니었다.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리퍼가 함부로 딴 소리를 못하게 하려는 속내였다.


‘새끼. 깔아보긴. 눈알을 찔러버릴까.’


오랜 회사 생활로 온갖 인간 군상을 다뤄본 리퍼에겐 카일의 행동이 우습기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리퍼가 카일을 들이받는다고 해서 득이 될 건 조금도 없었다.


“크흠.. 쿨럭 쿨럭.”


카일은 거만한 표정으로 리퍼에게 한 번 더 훈계를 하려 헛기침을 했다. 그런데 사레가 걸려 기침 소리가 커졌다.


"쿨럭 쿨럭~ 카앍~!"


그의 입에서 손톱만한 가래침이 튀어나와, 리퍼가 앉은 테이블 바로 앞에 떨어졌다.


“아~ 씨발! 더럽게!”


순간 리퍼는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뱉었다.


‘앗. 실수..’


손으로 입을 막고, 카일의 눈치를 살폈다. 카일은 리퍼의 욕설에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흠흠. 우리 새 영주님의 입이 거칠군요. 그래서 중요한 성의 공사를 처리 하실 수 있겠습니까?”


리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일의 눈치를 살폈다. 카일은 근엄하게 말했다.


“영주님은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았지요? 그러니 성의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기 힘들겁니다. 내년 카니발을 준비하세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성의 운영은 제가 열심히 돕지요.”


정중한 말투였지만, 그 내용은 리퍼보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어린애 모습이라도 이렇게 대놓고 욕심을 드러내나?’


리퍼는 자신이 어지간히 얕잡아 보인 것 같았다.


“카일, 알았어요. 대신 저도 영주 훈련은 받아야 하니까, 하루에 한 번씩 성을 운영하는 이야기는 들려주셔야 해요.”


리퍼의 말에 카일이 혀를 차며 말했다.


“허어~ 성 운영은 어린애 장난이 아니에요.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일일이 보고를 하고 있습니까?”


리퍼는 어이가 없었다. 엄연히 영주가 있는데, 기본적인 보고도 하지 않고 성의 재산을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뜻이다. 리퍼는 순간 열이 받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아~!! 카일이 너무 바쁘구나. 그럼 내게 마르퀘네스 후작님에게 사람을 좀 보내달라고 할게요. 전에 즉위식 때 내 후견인이 되어주신다고 했거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 달랬거든요.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남쪽 하일브론 성에 있는 우리 숙부님께 도와달라 해도 되구요.”


외부세력이 들어오면 날로 먹으려는 카일의 계획이 완전 물거품이 된다. 카일이 그런 행동을 허락 할 리 없었다. 리퍼는 그런 계산으로 맘에도 없는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했다.


‘웃어 넘길 수 있어?’


카일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코딱지만한 성에 뭐하러 그런 짓을... 헙~!”


이번에 말실수를 한 건 카일이다. 리퍼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미쳤냐? 너 같은 새끼를 막는다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이게?’


하지만 일부러 바보같이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이 바보 같은 놈이 얌전히 있질 않고 진짜 외부인을 끌어들일지도 모르겠군.’


카일은 말을 번복 할 수 밖에 없었다.


“흠흠.. 시간이 정말 없지만, 영주님도 성을 운영하는 법을 배우셔야 하니까요. 하루에 한 시간 씩 업무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리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요? 그럼 숙부님이나 후작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되겠네?”

“네네. 그럼요.”


카일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루 한 시간으로 이놈이 뭘 알겠어! 하지만 귀찮게 됐군!’


리퍼도 속으로 생각했다.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놈아. 어디 한 번 속일 수 있으면 속여봐!’


회의를 마친 카일이 밖으로 나갔다.


‘성의 회계는 상당히 교묘하게 조작되어 있었는데.. 저 놈은 이런 머리가 있는 놈이 아냐.’


선대 남작이 살아 있을 때, 성의 재정을 도둑질한 사람은 카일이 아닌게 분명하다. 리퍼는 확신했다.


‘그럼 남은 건 집사 밖에 없나?’


리퍼 역시 집무실을 나왔다. 문 밖에는 유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도련.. 아니 영주님~ 회의는 힘드셨지요.”

“아니.. 뭐 그냥 카일이 알아서 해주니까..”

“그래도 도련님이 벌써 이렇게 장성해서... 듬직하게 성을 이끌어나가시는 걸 보면, 하늘에 계신 영주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흐윽~!!”


유모는 전 영주가 생각났는지 훌쩍이기 시작했다.


리퍼도 궁금했다. 과연 이 세계에서 그의 아버지였던 전 남작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추천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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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성지 순례 - 사르나트 신전 (2) +2 18.09.18 510 14 8쪽
15 성지 순례 - 사르나트 신전 (1) +2 18.09.17 612 19 9쪽
14 여신이 내린 신탁 (3) +4 18.09.16 975 19 8쪽
13 여신이 내린 신탁 (2) +2 18.09.15 917 21 7쪽
12 여신이 내린 신탁 (1) 18.09.14 967 24 7쪽
11 쓸모 없어진 개를 삶아먹다. +2 18.09.12 1,018 20 7쪽
10 남은 식량은 어디에 쓸 거에요? (3) +1 18.09.11 987 24 7쪽
9 남은 식량은 어디에 쓸 거에요? (2) 18.09.10 1,013 28 8쪽
8 남은 식량은 어디에 쓸 거에요? (1) +2 18.09.10 1,148 24 8쪽
7 맞다! 여기 이세계였지! (3) 18.09.08 1,171 22 8쪽
6 맞다! 여기 이세계였지! (2) +5 18.09.07 1,211 21 7쪽
5 맞다! 여기 이세계였지! (1) +6 18.09.07 1,265 22 7쪽
»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3) +2 18.09.06 1,290 19 7쪽
3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2) +3 18.09.05 1,338 28 7쪽
2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1) +3 18.09.04 1,515 20 8쪽
1 최과장, 영주로 다시 태어나다. +2 18.09.03 1,706 2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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