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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50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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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그림/삽화
글터파수꾼
작품등록일 :
2018.09.03 03:59
최근연재일 :
2018.10.16 16:19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960
추천수 :
13
글자수 :
103,376

작성
18.09.05 18:19
조회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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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제3화. 봉인된 기억

DUMMY

아버지가 나가면서 문을 덜 닫았는지 문이 빠꼼히 열려 있다가 저절로 열렸다. 문 밖 복도 멀리 재선이 서 있다. 도영이 말한 예쁜 남자아이는 바로 저런 아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인형 같은 아이.


머리칼은 다갈색으로 보드랍게 윤기가 흐르고 눈동자는 보석처럼 빛나고 뺨은 통통하다. 저절로 머리를 쓰다듬고 싶고 뺨을 어루만지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한다. 하지만 저 아이의 시선은 불편하다. 내가 저 아이의 형이 아니었다면 못 느낄 그런 것일 테지만.


아이는 늘 날 빤히 바라본다. 내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늘 말을 걸어온다. 늘 그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내가 먼저 자리를 피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저 아이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다. 길다란 악어 인형 같은 걸 품에 안고 서 있는 폼은 분명 어린앤데 그 시선은 절대 어린애의 것이 아닌 것 같다.


“뭘 보는 거야?”

“형아 그림 그려?”


순간 멈칫했다. 저 위치에서 그림이 보이나? 그럴 리가 없는데 난 이미 덮여 있는 노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숙제하고 있잖아.”

“나, 그림 하나만 그려주면 안돼?”

“그럴 시간 없어.”


재선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쌀쌀맞아진다. 무슨 잘못을 하거나 하지 않는데 그냥 그애를 보는 게 불편하다. 그 여자, 새엄마의 보물이라서일까.


“숙제해야 돼.”

“형아!”

“시끄러!”


나는 방 가까이 다가오려는 그 애를 보고 방문을 소리나게 닫았다. 나도 왜 저 작은 아이에게 이러는지 후회가 되곤 하지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남들 눈에 띄게 재선에게 보이는 이런 쌀쌀맞음이 아마 2년 전 저 아이가 사라져버렸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의심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내가 그 전부터도 저 아이에게 그랬는지 그 이후부터 그랬던가는 불분명하지만.


2년전, 어느 저녁 무렵 아버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갑자기 재선이 사라졌다고 그 여자가 온통 집을 휘젓고 다니며 요란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재선아 재선아!”


아무리 불러도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집안 구석구석을 다 열어보고 뒤집어댔지만 재선이 없었다.


“혼자 밖에 나갈 애가 아닌데.”


그 말 끝에 그 여자가 날 본다. 대체 저 여자는 왜 나를 이토록 미워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뭘 어쨌다고.


“왜 날 보는데요?”

“같이 좀 찾자.”


나는 집밖으로 나왔다. 이 조그만 녀석이 어디로 갔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고생시키나 투덜거리긴 했지만 또 한편으론 정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직 다섯 살 밖에 안 된 어린애다. 나가봐야 갈 데도 없는 한적한 교외 마을인데 어디로 갔을까. 나는 여기저기 다니며 열심히 찾았지만 재선을 찾지 못했다. 밤이 깊어올수록 내 걱정도 커져만 갔다. 정말 누군가 납치라도 해간 걸까?


밤늦도록 재선은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갔더니 아버지가 나를 다그쳤다.


“이런 장난은 치는 게 아니다.”

“무슨 장난이요?”


그 여자를 바라보니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측은해 보이는 연기중이신가? 울컥 치솟는 마음 한편엔 그래도 재선이 저 여자에겐 정말 보물 같은 아인데 하는 마음이 들어 그럴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아버지란 남자는 다짜고짜 제 핏줄을 그런 끔직한 유괴범을 만드는 거지? 설혹 저 여자가 날 의심하더라도 아버지만큼은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게 아니던가. 아버지를 노려봤다.


“재선이를 내가 어쨌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누가 뭐라 해도 당신만은 날 믿어줘야지? 당신은 내 아버지잖아.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걸 간신히 삼켰다. 목구멍이 아파왔다. 난 그 순간 너무나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재선이 이대로 사라져서 찾아지지 않았으면 했다. 저들이 고통받을 수 있다면 재선이 영영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 변명을 하자면 그때 난 겨우 열 일곱 살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재선을 볼 때마다 그때 내가 했던 생각이 칼날처럼 변해서 날 찌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매번 느낀다. 그건 지워지지도 않고 없앨 수도 없다. 그래서 난 재선을 안 보는 방법을 찾아다닌다.


재선이는 그날밤 늦게 발견됐다. 집 마당 한켠에 있는 쓰지 않는 오래된 창고에서 재선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체 그 조그만 아이가 그런 낡고 어두운 곳에 무엇 때문에 들어가 있었는지는 아직도 모를 일이다. 재선은 잠에서 깨보니 거기 있었고 너무나 무서웠다고 제 엄마를 안으며 울먹였다.


내가 볼 때는 재선이 겪은 그 공포가 트라우마가 될 것 같아 보였지만 지연아줌마 앞에 앉아 있어야 했던 건 또 나였다. 새엄마라는 여자가 들어온 다음부터 알게 모르게 그런 부당한 일들이 계속 돼 왔다.


그럴수록 나는 재선에게 차가워져갔고 한 집에 각자만의 공간이 만들어져갔다. 요즘은 왠지 그 여자와 아버지 사이에도 새로운 공간이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가 보인다. 아버지가 늦게 들어오거나 싸운 다음엔 그 여자가 재선이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내가 더 어렸다면 아마 그 화는 내게 돌아왔겠지만 그러기엔 난 이미 많이 커져버렸고 그 여자가 화를 풀 데는 재선이뿐이라서인지도 몰랐다. 그걸 보고 있으면 재선이를 내가 안아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되곤 한다. 저 아이, 외롭겠다. 그러다가도 다음번에 또 제 엄마 옆에 착 달라붙어 재잘대는 걸 보고 있으면 그런 마음이 가시고 만다. 그래도 저애에게는 엄마가 있는데 뭘, 그런 마음.


내 엄마는 나를 버렸다. 나를 남겨두고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열 살짜리 남자아이는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영원히 잠들어버린 엄마를 흔들다가 흔들다가 지쳐버렸다. 하루나 이틀쯤 그런 엄마 옆에서 지냈다. 내가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난 그 어두운 방에서의 기억을 잊어버리려고 애를 쓰고 또 쓴다. 하지만 역시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 둘 잊어버렸으면 좋겠는 기억들이 찍힌 사진처럼 내 머릿속에 쌓여간다. 난 그것들을 영원히 봉인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느닷없이 아무 순간에나 떠올라 날 괴롭혀대기 일쑤였다.


지연아줌마는 항상 엄마와의 마지막 날에 대해서 묻는다. 난 모른다고 대답한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 기억을 입밖으로 꺼내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그 아줌마는 엄마의 자살로 내가 받은 충격이 부분적으로 기억상실을 일으킨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믿게 하는 게 편하다. 더이상 대화를 안해도 되기 때문이다. 대답하기 싫은 것에 대한 질문은 그런식으로 처리된다. 기억나지 않아요. 그건 늘 편리한 대답이 돼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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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30화 지연아줌마 NEW 12시간 전 9 0 8쪽
30 제29화 가사봇 그리고 도시행 18.10.15 14 0 8쪽
29 제28화 폭풍전야를 보내고 18.10.13 16 0 8쪽
28 제27화 충돌 18.10.13 21 0 7쪽
27 제26화 불길함의 전조 18.10.09 23 0 8쪽
26 제25화 사라지다 18.10.08 23 0 8쪽
25 제24화. 친구들- 가상체험방2 18.10.06 23 0 8쪽
24 제23화. 친구들- 가상체험방 18.10.05 22 0 7쪽
23 제22화. 갈등 18.10.01 38 0 9쪽
22 제21화. 비밀을 다루는 법 18.09.29 32 0 7쪽
21 제20화. 우리의 비밀 18.09.28 30 0 8쪽
20 제19화. 수잔은 언젠가 떠난다 18.09.27 26 0 8쪽
19 제18화. 가족3 18.09.22 26 0 8쪽
18 제17화. 가족2 18.09.21 27 0 7쪽
17 제16화. 가족1 18.09.20 28 0 7쪽
16 제15화. 가족식사 18.09.19 36 0 8쪽
15 제14화. 내가 모르는 세계 18.09.18 27 0 7쪽
14 제13화. 쇼핑몰 18.09.17 30 0 9쪽
13 제12화. 학교2 18.09.15 30 0 8쪽
12 제11화. 학교1 +2 18.09.14 43 1 8쪽
11 제10화. 예술가마을의 역사 18.09.13 43 0 8쪽
10 제9화. 수잔2 18.09.12 50 1 7쪽
9 제8화. 수잔1 18.09.11 58 1 7쪽
8 제7화. 좀비인간의 역사2 18.09.10 62 1 7쪽
7 제6화. 좀비인간의 역사1 18.09.08 71 1 7쪽
6 제5화. 이상한 남자2 18.09.07 77 1 8쪽
5 제4화. 이상한 남자1 18.09.06 92 1 8쪽
» 제3화. 봉인된 기억 18.09.05 113 1 7쪽
3 제2화. 가족 18.09.04 172 1 10쪽
2 제1화. 어느 오후의 평범한 죽음 18.09.03 326 3 9쪽
1 프롤로그 18.09.03 373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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