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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50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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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그림/삽화
글터파수꾼
작품등록일 :
2018.09.03 03:59
최근연재일 :
2018.12.09 10:01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184
추천수 :
15
글자수 :
125,460

작성
18.09.1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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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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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제12화. 학교2

DUMMY

다락방의 남자에겐 시간이 많진 않다는 생각. 곧 떠나갈 것이긴 했지만 혹시 그 전에 들키더라도 원피스 입은 남자를 들키는 것보단 남성복 입은 남자를 들키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있었다. 여장남자를 보면 그 여자나 아버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사실 상상도 되지 않았다.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 ‘지연아줌마’를 불러다 놓을지 몰랐다. 아마 이번엔 절대 그냥 넘어가진 않겠지.


나는 도영의 말이 끝나고 난 다음 질문했다.


“저기 근데 예술가마을 말야.”

“응.”

“거기서 탈출한 사람들이 있어?”

“글세, 그런 얘기는 못 들었어. 너도 봤듯이 대부분 펜스조차 못 넘지.”

“근데 그렇게까지 해야만 돼? 그냥 체포해서 어디 감옥 같은 데다 가두면 될 것 같은데 왜 죽이지?”

“본보기지. 안 그러면 너도 나도 넘어올 거고 그러면 감당이 안 되니까. 거긴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사니까. 그나마 예술가들이 개인주의가 강해서 단결이 잘 안 되니까 단체행동이 성공이 잘 안돼.”


총소리 한번에 맥없이 물러나 흩어졌던 예술가들이 떠올랐다.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더 충격이었어.”

“아하, 너 그러고 보니 그런 거 찾아보느라고 잠을 안 잤구나?”

“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야 근데 넌 왜 그렇게 예술가마을에 관심이 많아? 원래 호기심이 많은 거야 뭐야?”

“여기 와서 생전 처음 안 건데 궁금한 건 당연하잖아. 난 좀비마을 검색해 보는 게 취미인데.”

“그런 걸 좋아하는군? 예술가마을은 예술가들 사이에선 유명할지 몰라도 일반인들 사이에선 존재감조차 없을 걸? 언론이나 다른 매체에서도 전혀 다루지 않고. 사람들도 관심도 없어. 요즘 누가 예술가가 되고 싶어해?”


아무도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그런가? 너무도 당연스레 얘기하는 도영 앞에서 나는 내가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걸, 여전히 마음 한켠에 포기되지 않는 그 마음이 있다는 걸 더욱 숨기는 기분이 됐다.


“예술품들은 경매장에서나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고 전시만 따로 할 뿐이니까. 나 가끔 아빠랑 엄마랑 전시회는 가거든. 우리 엄마가 예술품 모으는 게 취미라. 하지만 예술가들은 고객들과 철저히 분리돼 있어. 만나지 않아. 그들은 저기서 나올 수 없는데 당연하잖아? 예술가들도 취미로만 예술 해선 밥 못 먹고 예술가마을에서 나오는 거 아니면 예술품으로 취급하지도 않으니 결국 계속 예술 하고 싶다면 그 마을로 들어갈 수밖에 없지. 그러면 사라지는 거고. 암암리에 떠도는 얘긴데 사실 진짜 예술가들은 거의 그 마을에 안 들어가고 도망자들이나 성범죄자들한테 예술품을 고가로 팔면서 살아간다고도 하더라고.”


난 도영의 물 흐르듯 멈추지 않는 상세한 설명에 깜짝 놀랐다.


“넌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는 거야?”

“음. 내가 좀 해박하지? 여기저기서 주워들었어. 우리 엄마가 예술품을 취급하기도 하니까 따라다니면서 듣는 것도 좀 많고. 우리 아빠는 좀비마을도 그렇고 예술가마을도 잘 알아. 야, 밥 다 먹었으면 우리 나가자. 하루종일 교실에 처박혀 있는 것도 답답한데 야외에서 햇빛 좀 쐬자구.”


우리는 빈 식판을 수거통에 넣고 식당을 나왔다. 도영을 따라 야외 벤치로 갔을 때 거기엔 기석이 있었다. 종이에 뭔가를 쓰고 있었다.


“야, 뭐하냐?”


도영이 친근하게 말하며 기석 옆에 가서 앉았다. 기석이 얼굴을 들더니 서 있는 나를 먼저 보았다.


“아, 너 그렇지 않아도 내가 좀 만나보고 싶었어.”

“나? 왜?”


도영이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날 바라본다. 기석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지금 대본을 쓰고 있어. 혹시 너 내 연극에 참여해 볼 생각 있어?”

“연극? 나 그런 거 해본적 없어.”

“내가 정말 이 배역은 꼭 널 위해서 쓰고 있는데 좀 생각해보면 안 될까?”

“아니 해본적도 없는 걸 하라고 하면...”

“대사가 많은 건 아냐. .... 근데 여장을 해야 돼.”

“뭐?”


도영이 싱긋 웃었다. 토요일 오후에 도영이 말했던 대로다.


“대사가 부담스러우면 말 못하는 여자로 설정해도 되고.”

“미쳤냐?”

“제발. 난 학교에서의 내 마지막 연극을 정말 잘 만들어내고 싶어. 난 널 보자마자 영감이 빡 솟아났다고. 뭐 어때? 요즘 재미삼아서 여장콘테스트도 하고 그러는데 그런 건 흠도 아냐. 너처럼 예쁜 외모를 친구를 위해서 한번 써주는 게 그렇게 아깝냐? 또 이번 기회에 너도 유명해지고 좋지 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난 다락방의 남자를 떠올렸다. 그 남자처럼 우스꽝스러울 거였다. 물론 그보단 내가 작고 호리호리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건 뭔가 거부감이 들었다.


“제발 부탁이야. 내가 대본 메일로 보내줄게. 한번만 읽고 생각해주면 안 될까? 재성아. 정말 너밖엔 이 역을 못해. 정말.”


난감하다. 전학 온지 얼마 안돼서 한 사람이라도 친구로 만드는 게 편하긴 한데 이런 부탁을 거절하면 조금 껄그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들어주기엔 내겐 어쩌면 치명적인 오명을 안겨줄 수 있는 부탁이다.


도영은 말없이 우리의 대화를 듣고만 있다. 기석과 내가 오랫동안 말이 없자 그제야 도영이 말을 꺼냈다.


“야 진기석. 재성이도 생각할 시간을 줘야지. 느닷없이 갑자기 너 여장해라 하면 누가 오케이부터 해?”

“그러니까 대본이라도 읽고 생각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잖아.”

“야 니가 대본 주고 나면 싫다고 한다고 그냥 떨어질 녀석이냐? 더구나 얘는 연극을 해본 적이 없다잖아. 여장도 여장이지만 무대에 서는 건 뭐 아무나 하는 거냐?”

“그렇긴 하지만. 그냥 좋은 추억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면...”

“아직 시간 있잖아.”


도영이 기석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나저나 대본은 얼마나 완성된 거야? 봄부터 매달려 있더니만.”

“응, 이제 거의 후반부 쓰고 있어. 근데 사실 다시 수정하는 중이라 뭐.”


수정, 이라고 말하며 기석은 날 바라보았다. 대체 다 쓴 부분까지 수정할 만큼 저 녀석이 내게 흥미를 갖는 이유가 뭘까? 단지 예쁘장한 여장남자 하나 출연시키려고 거의 다 써가는 대본을 수정한다고? 왜 꼭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는 거지? 의문이 들었다.


“기석? 내가 하면 안 될까? 나 예뻐지고 싶어.”


도영이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며 몸을 배배꼬는 시늉을 하고는 눈을 깜빡깜빡거려가며 연극적으로 말했다.


“야, 야 넌 진짜 안돼. 누가 널 여자로 봐?”

“못생긴 여자도 있잖아.”

“내 연극을 코미디로 만들 생각이야? 여기선 못생긴 여자는 안 되거든? 미모의 여자라야만 이야기가 된다고. 비극적일 거라서. 거기엔 정말 재성이가 맞아.”


다시 한번 기석이 날 바라봤다. 나의 뛰어난 외모가 한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저런 녀석을 만날 때다. 예전 같으면 주먹이 날아갔을 법하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 말이니 좀 참아주련다. 나도 아름다움에 홀려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가 많으니까. 그런 감정은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무례를 범하느냐는 다른 문제긴 하지만. 워낙 어렸을 때부터 ‘잘 생겼다’보단 ‘예쁘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었으니 기석의 잘못만도 아니다. 예쁘게 생겼으니 예쁘다고 하는 것일 뿐인데 단지 그게 내겐 칭찬이 아닐 뿐이다.


“야 점심시간 다 됐어. 빨리 가자.”


우리는 후다닥 교실로 돌아왔다. 오후 시간은 식곤증 때문에 약간 힘든 5교시를 빼고는 나머지는 그래도 말똥말똥하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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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자님들, 즐거운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18.09.22 33 0 -
37 제36화 변화 18.12.09 7 0 8쪽
36 제35화 마을에 일어난 일 18.11.17 24 0 8쪽
35 제34화. 통제구역 18.11.02 25 0 8쪽
34 제 33화 집으로 18.11.02 30 0 8쪽
33 제32화 마음속 어린애 18.10.19 41 0 8쪽
32 제31화 재선이를 위한 일 18.10.18 40 0 8쪽
31 제30화 지연아줌마 18.10.16 42 0 8쪽
30 제29화 가사봇 그리고 도시행 18.10.15 44 0 8쪽
29 제28화 폭풍전야를 보내고 18.10.13 39 0 8쪽
28 제27화 충돌 18.10.13 38 0 7쪽
27 제26화 불길함의 전조 18.10.09 45 0 8쪽
26 제25화 사라지다 18.10.08 43 0 8쪽
25 제24화. 친구들- 가상체험방2 18.10.06 46 0 8쪽
24 제23화. 친구들- 가상체험방 18.10.05 45 0 7쪽
23 제22화. 갈등 18.10.01 56 0 9쪽
22 제21화. 비밀을 다루는 법 18.09.29 47 0 7쪽
21 제20화. 우리의 비밀 18.09.28 47 0 8쪽
20 제19화. 수잔은 언젠가 떠난다 18.09.27 44 0 8쪽
19 제18화. 가족3 18.09.22 45 0 8쪽
18 제17화. 가족2 18.09.21 43 0 7쪽
17 제16화. 가족1 18.09.20 43 0 7쪽
16 제15화. 가족식사 18.09.19 51 0 8쪽
15 제14화. 내가 모르는 세계 18.09.18 47 0 7쪽
14 제13화. 쇼핑몰 18.09.17 50 0 9쪽
» 제12화. 학교2 18.09.15 51 0 8쪽
12 제11화. 학교1 +2 18.09.14 63 1 8쪽
11 제10화. 예술가마을의 역사 18.09.13 67 0 8쪽
10 제9화. 수잔2 18.09.12 67 1 7쪽
9 제8화. 수잔1 18.09.11 74 1 7쪽
8 제7화. 좀비인간의 역사2 18.09.10 77 1 7쪽
7 제6화. 좀비인간의 역사1 18.09.08 99 1 7쪽
6 제5화. 이상한 남자2 18.09.07 109 1 8쪽
5 제4화. 이상한 남자1 18.09.06 134 1 8쪽
4 제3화. 봉인된 기억 18.09.05 166 1 7쪽
3 제2화. 가족 18.09.04 248 1 10쪽
2 제1화. 어느 오후의 평범한 죽음 18.09.03 492 4 9쪽
1 프롤로그 18.09.03 555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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