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원의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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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그림/삽화
Bartolomé武本
작품등록일 :
2018.09.03 12:51
최근연재일 :
2019.02.19 11:4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29,858
추천수 :
674
글자수 :
435,443

작성
18.10.09 12:04
조회
193
추천
6
글자
7쪽

29화 마법사 왕

DUMMY

고양이는 계획과는 다른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성의 주인은 머리를 덮고 있는 로브를 벗는다.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노인. 깊게 팬 주름이 세월을 증명한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고양이는 눈을 좌우로 움직일 뿐이다. 투명한 상태인 김유빈과 한유리가 눈짓을 주고받는다. 어느 부분에서 난입해야 할지 타이밍을 재고 있다.

"그리고 거기 있는 사람들도 정체를 드러내지?"

노인은 정확하게 사서들이 서 있는 곳을 바라본다. 김유빈은 들켰음을 직감하고 마법을 해제한다. 그리고는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적인다.

"하하. 들켜버렸네요."

김유빈의 웃음에 맞춰 노인도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노인을 제외한 세 명, 하나는 고양이니 두 명과 한 마리는 섬뜩함을 느낀다. 노인은 인자한 미소를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타인의 집에 함부로 들어왔으니 그 죄는 목숨으로 갚도록."

노인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모습도 변해간다. 쭈글쭈글한 피부가 갈라지고 흉측한 비늘이 돋아난다. 등에서는 날개가 나타나고 팔과 다리도 두껍게 변한다.

"나는 마법사 왕! 너희를 모두 불태우리라!"

목소리 또한 바뀐다. 거대한 홀을 가득 메우는 몸체. 말 그대로 용. 거대한 검은 비늘의 용은 입에서 시뻘건 불길을 내뿜는다. 고양이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움직이지 못한다. 용은 크게 숨을 들이쉰다.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입에서 불꽃이 넘실거린다.

"엎드려!"

김유빈이 앞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친다. 한유리는 그대로 김유빈의 뒤에 바짝 엎드린다. 바닥에 엎드린 고양이의 앞까지 달려간 김유빈은 검은 책을 펼쳐 들고 주문을 외운다.

용의 불길이 방안을 뒤덮는다. 주변을 태우고 자욱한 연기만을 남긴다. 연기가 걷히고 투명한 벽 뒤에 숨어있는 김유빈, 한유리, 고양이의 모습이 보인다. 용은 자신이 자랑하는 불꽃에 살아남은 자들을 보고 포효한다.

​이번에는 앞발을 들어 올린다. 휘두르겠다는 듯 크게 치켜든다. 김유빈은 일단 고양이를 방 한쪽으로 집어 던진다. 공포에 질린 고양이는 그대로 구석에 떨어진다. 한유리가 황금 펜으로 기타를 불러오는 동안, 김유빈은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운다.

앞발이 휘둘러진다. 한유리는 기타를 붙들고 김유빈의 뒤에 숨는다. 김유빈의 뻗은 왼손에서 반투명한 푸른 막이 나타난다. 용의 발은 그곳에 부딪힌다. 김유빈이 만들어낸 방어막은 용의 앞발에 부딪히자 큰 소리를 내며 폭발한다.

김유빈과 한유리는 폭발에 휩싸여 뒤로 튕겨 나간다. 용 또한 충격이 상당한지 잠시 움직임을 멈춘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지 용의 모습이 변화한다.

날개가 접힌다. 뱀과 같은 얼굴이 변한다. 팔다리도 가늘어지고, 목도 얇아진다. 용이었을 때보다 작아졌다지만 여전히 거대한 몸집. 김유빈은 바닥에 쓰러진 채로 거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어느 순간 홀의 천장이 더욱 높아졌다.

거인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쓰러져있는 두 명의 사서를 내려다본다. 그 거대한 발을 들고 내려찍는다. 거인은 땅에 닿은 발을 비비적거린다. 그리고 발을 들어 올린다. 땅이 움푹 팼다. 하지만 핏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거인은 방안을 두리번거린다.

"죽어라!"

천장에서 거대한 외침이 들려온다. 거인은 본능적으로 양팔을 들어 올려 머리를 막는다. 한유리가 만들어낸 음표를 타고 공중에 떠 있던 김유빈이 거대한 얼음의 검을 거인에게 찔러온다. 안타깝지만 거인의 양팔에 박히는 것으로 얼음의 검은 힘을 다한다.

"크아아!"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거인이 양팔에 힘을 가득 주고 벌린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검은 버티지 못하고 부러진다.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는 김유빈을 잡기 위해 거인이 손을 휘두른다. 손이 닿기 직전 한유리의 악곡이 김유빈을 건져 올린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화가 난 것인지 거인이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소리 지른다. 한유리의 연주가 살짝 어긋났지만, 어떻게든 균형을 잡았다. 거인은 하늘을 나는 사서들을 바라보고 몸을 변형시킨다.

입은 날카로운 부리로, 양팔은 갈색의 깃털로 덮인 날개로, 두 다리는 강력한 발톱으로. 독수리로 변한 거인은 하늘을 날아오른다. 독수리라고 해도 평범한 독수리와는 크기가 다르다. 거인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엄청난 크기. 한유리는 기타의 줄을 계속 튕기며 독수리를 피해 날아다닌다.

"좀 그만하자!"

김유빈은 한유리의 음표에 붙은 채로 얼음이나 불꽃, 번개들을 쏘아댄다. 독수리는 김유빈의 마법들을 피해내며 빠른 속도로 사서들에게 다가간다.

"일단 내려가자!"

한유리의 연주가 바뀐다. 사서들을 태운 음표는 그 연주에 맞추어 땅으로 내려간다. 급격한 목표의 변화에 당황한 듯 공중을 뱅글뱅글 돈다. 그리고 땅에 내려간 사서들에게 쏜살같이 달려든다.

독수리가 내려오는 순간에 맞춰 김유빈의 마법이 작렬한다. 아까보다 작아졌기에, 독수리는 마법의 폭발에 휘말려 땅바닥에 내팽개쳐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몸을 변화시킨다. 날개는 사라지고 근육질의 팔과 발톱이 자라난다. 깃털은 빠지고 멋들어진 갈기가 생겨난다.

사자는 땅을 내달려 김유빈에게 달려든다. 아까처럼 마법을 쏘아보지만, 잽싼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한다. 사자가 김유빈을 물어뜯기 직전, 사자의 턱에 기타가 적중한다. 사자는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돈 후 땅에 떨어진다. 한유리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나온다.

쓰러진 사자가 힘겹게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모습을 변화시킨다. 덩치는 점점 작아지고 다리도 가늘어진다. 털은 전부 빠지고 이빨도 변화한다. 작은 회색 쥐는 한유리에게 달려든다.

"꺄악!"

한유리는 세 된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간다. 김유빈은 저런 모습은 처음이라며 한유리를 멍하니 바라본다. 회색 쥐는 잘됐다 싶어 한유리를 계속 쫓아다닌다. 한유리는 쥐를 피해 김유빈을 중심으로 방을 뱅글뱅글 돌며 뛰어다닌다.

그리고 한유리를 쫓던 쥐는 원래의 이야기대로 장화 신은 고양이에게 꿀꺽 삼켜지게 된다. 쥐가 사라지자 그제야 한유리는 움직임을 멈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의 주인님에게 이 성을 드릴 수 엤겠군요."

고양이는 김유빈과 한유리에게 공손히 인사한다. 김유빈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는다.

"정리 완료."

아직 호흡이 안정되지 않은 한유리가 김유빈에게 손을 뻗는다. 김유빈은 한유리가 뻗은 손을 잡는다. 한유리의 손에 들린 황금의 펜이 공기 중에 춤을 춘다.

그리고 사서는 그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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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특별편 연극부의 김유빈 19.02.12 93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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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나무 호미를 든 팥쥐 19.01.23 97 2 7쪽
119 119화 콩쥐, 팥쥐 19.01.22 100 3 7쪽
118 118화 사뭇 진지한 대화 +1 19.01.21 99 3 7쪽
117 117화 불길한 기분은 언제나 들어맞는 법 ​ +1 19.01.19 197 3 7쪽
116 116화 물의 전차 19.01.18 11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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