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편 새로운 파트너
"김유빈! 이청하!"
전투팀 사무실에 나와 청하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목소리의 주인은 당연히 요한 씨. 나와 청하는 잠시 시선을 나누고 펜의 힘을 빌려 날아간다.
한 1년 전쯤에도 이랬던 적이 있다. 그때 내 옆에는 유리가 있었지. 유리에 대해 떠올리지만,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슬프다. 무언가를 잊어 간다는 것은.
저 앞에 요한 씨의 모습이 보인다. 덤으로 처음 보는 남자애 하나도. 날아가는 속도를 줄여 그 앞에 멈춰 선다.
"여기는 홍선. 소설가다."
"아···. 안녕하세요!"
홍선. 외자 이름인가.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다. 열일곱 정도 외었을까? 일찍도 죽었네.
"안녕? 난 이청하야. 시인이고."
청하가 먼저 손을 내민다. 홍선은 머뭇거리더니 청하의 손을 잡는다. 청하의 밝은 웃음과 반대로 홍선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너무 어색해하는데. 일단 내 소개도 해야지.
"난 김유빈. 소설가다."
내가 내민 손을 홍선이 어색하게 마주 잡는다. 손바닥으로 홍선의 땀이 느껴진다. 엄청 긴장했네.
"너무 긴장하지 마. 어차피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야."
죽은 사람 들이긴 하지만. 그런 것 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래. 그럼 너희끼리 알아서 해보라고."
역시나 요한 씨는 할 말을 다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간다. 요한 씨가 떠나고 남은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본다.
"음···. 일단 따라올래?"
내 말에 홍선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우리는 그대로 책장들 사이를 걸어 들어간다. 홍선은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래 매우 놀라운 곳이지. 이 대기록원이라는 곳은.
"일단 이거 읽어 볼래?"
청하가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홍선에게 건네준다. 「History of The Great Archives」. 아마 모든 사서가 처음으로 접하는 책은 저것일 것이다.
"아. 네."
홍선은 청하가 건넨 책을 받아들고 자리에 서서 펼친다. 세 장이 넘어가고 홍선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나와 청하를 바라본다. 이유는 알 것 같다.
"이거···. 영어···."
그래. 나도 그 기분 알아. 엄청 당황스럽지. 홍선이 얼빠진 모습을 하는 동안, 황금의 펜을 휘두른다. 어디선가 책 한 권이 손으로 날아온다. 내가 읽었었던 한국어 번역본.
"이건 한글이다."
홍선의 눈동자에 안도의 빛이 감돈다. 저걸 정말 읽게 할까 봐 걱정했었나 보군. 홍선은 선 자리에서 빠르게 책을 읽어간다. 엄청난 속도. 나도 빠르게 읽는 편인데, 홍선은 진짜 빠르다. 청하는 아예 대놓고 구경 중이고.
"다 읽었어요. 읽긴 읽었는데···."
"이해가 안 되겠지."
홍선은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 나도 아직 내용 다 이해 못 했어."
"선배! 저기 악마!"
청하가 소리치며 날아오른다. 홍선은 청하의 모습에 입을 떡하니 벌린다.
"너무 놀라지 마."
"저희 지금 이야기를 고치러 가는 건가요?"
"일단은."
"선배 가져 왔어요!"
"어떤 책이야?"
"「 Beauty and the Beast」. 미녀와 야수요."
"둘 다 내용은 알지?"
"네? 일단은 아는데···."
"그럼 바로 가자고."
"선아. 책 잡아봐."
"어? 어···. 네."
"이야기여, 사서를 받아들여라."
그리고 바닥에는 책 한 권만이 남는다.
- 작가의말
홍선은 16세 입니다.무려 다섯 살 부터 글을 써오던 사람입니다. 사인은 익사. 여름방학 때는 강에서 노는걸 조심합시다.
특별편 신청과 질문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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