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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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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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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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레이드 -3-

DUMMY

90

박살들 앞으로 나이 오십이 넘어 보이는 푸근한 인상의 남성이 그에게 다가와 손을 내민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민속촌에서 사는 김강수라고 합니다. 수원 외곽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사람들을 임시로 대표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박살이라고 합니다.”

맞잡으면서 두 사람이 악수하는 와중에 멀리서 오십이 넘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을 보자마자 김강수와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고, 박살의 시선이 새로 나타난 곳으로 움직였다.

간단한 방어구를 걸친 수원 외곽 사람들과 다르게, 박살들처럼 전문적인 솜씨를 지닌 누군가가 만졌는지, 머리를 제외하고 전신을 감싼 방어구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방어구는 통일된 붉은색과 하얀색이 대각선 줄무늬로 칠해져 있었는데, 박살의 눈가에 살짝 주름이 생긴다.

‘평택 사람들이군.’

인터넷에서 대전 지역을 공략하던 다른 지역 사람들의 빈집을 털어서 비난받은 자들이었다.

‘식량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데려가려다 공격당했다지.’

만약 대전 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변이된 존재들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모두 쓸려버렸을 사람들이었지만, 대전 지역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김각이라는 자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합의하면서, 한숨 돌린 세력이었다.

평택을 아우르는 세력의 주인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세력의 이름은 주변에 알려졌는데, 그 이름이 다가오는 이들 왼쪽 가슴에 검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우리, 분들께서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김강수의 말에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멈춘 자 중 제일 앞에 있던 박살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남성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참여하고 싶은데 안 되겠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김각님과 협의를 통해서 변이된 존재들 처리를 도와주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오십이나 되는 분들을 여기로 돌릴 정도로 여유가 되신 겁니까?”

그의 말에 상대의 짙은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가 펴진다.

“하하. 여기까지 그 소식이 전해진 줄 몰랐습니다. 그쪽에서 요구한 인원수를 지원한 상황이니, 저희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요? 제가 알기로는 제 눈앞에 있는 심성인님이 직접 참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아니셨습니까?”

심성인이 그의 말에 살짝 굳었다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역시 엿장수 생활만 삼십 년 넘게 하신 분답게 인맥도 넓게 퍼져 있습니다. 하긴 그거라도 없으면 장사할 때처럼 다른 사람에게 웃음 팔아서 빌어먹지도 못할 테니 어쩔 수 없겠지만요.”

사내의 말을 들은 김강수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지며 큰 화를 냈다.

“어린놈이 못하는 말도 없어!”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흥분한 사람들에게 돌아본 김강수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저는 괜찮으니 진정하세요.”

“하지만-”

“수원이 대전처럼 변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손을 빌려서라도 정상으로 돌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저는 괜찮으니까 참아주세요.”

김강수의 말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고, 그들에게 향해있던 심성인의 눈동자가 박살로 옮겨졌다.

“이야, 투구까지 완벽하게 만든 곳이 있다니 대단한데. 그거 하나에 얼마지? 내가 가지고 있는 공석이 이십 개가 넘는데, 그거와-”

“팔 생각 없다.”

짧은 그의 말에 심성인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진다.

“말이 짧다.”

“너도 짧지 않나.”

“이게-”

얼굴이 붉어진 심성인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그 앞을 김강수가 막아서며 급하게 말했다.

“서울에서 오신 박살님입니다.”

그의 말에 심성인을 비롯한 오십 명이 동시에 움찔했다.

“박... 살이라고...요?”

“예. 우리 수원에 벌어진 일을 알고 도와주러 오셨습니다. 그러니-”

박살이 김강수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도와주러 온 건 아니고, 너희들처럼 이곳 일부와 공석을 얻으려고 왔다. 이들과 협력하기로 했으니, 적대하고 싶으면 해. 언제든지 상대해 줄 테니까.”

박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심성인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절대 남들과 싸우려고 온 게 아닙니다. 저희 또한 공석과 조각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문제 일으키지 않고 협력해서 수원 정화에 힘쓰겠습니다.”

“그러면 다행입니다. 김강수님.”

박살의 부름에 굳은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김강수가 살짝 미소 짓는다.

“아. 예. 말씀하세요.”

“제일 인원수도 많고, 그동안 바뀐 수원 지형을 제일 많이 봐왔을 분이니 인도하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살의 살짝 고개 숙이자, 그 또한 고개를 숙였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인사하자, 심성인이 자로 댄 마냥 뻣뻣했던 목을 구부렸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울 행정구역과 비슷한 모양이라 작은 서울이라고도 불렸던 적이 있는 수원은,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구가 고양, 용인, 성남 등으로 분산되었지만, 여전히 제일 인구가 많고 발달한 도시였다.

아파트로 가려야 할 전경이 이제는 무너진 잔해와 한겨울 추운 날씨임에도 초록색 잎을 피운 기괴한 모양의 나무들로 뒤덮여 있었다.

“으으.”

검은 방어구로 전신을 가린 양소진이 몸을 부르르 떨자, 박살이 무심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얇은 옷 입을 때도 멀쩡하더니, 왜 그래?”

“무서워서 그렇죠.”

“뭐가?”

그의 말에 양소진이 그녀 한 곳을 가리켰다.

뱀처럼 이리저리 구부러진 사람 키 정도 굵기의 나무줄기 위로, 사람 팔뚝 크기의 지네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무도 그렇지만, 저런 걸 보고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까 튀어나온 하반신 크기의 개구리 떼도 그렇고, 햇빛도 잘 비추지 않아서 정글에 온 것처럼 어둡잖아요. 거기에 이곳저곳에서 바람이 만들어낸 소리도-”

후웅.

박살이 던진 정글도가 그녀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 그녀에게 혓바닥을 내밀던 뱀 대가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김진철이 빠르게 뛰어가 정글도와 뱀 머리에 있던 변석을 빼서 가져왔다.

“가져왔습니다.”

“이번에는 뱀이 양소진을 속일 정도로 기척을 잘 숨겼으니까 넘어가겠지만, 긴장하고 있다가 바로 반응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칭찬해줬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넵!”

김진철이 작고 강하게 대답한 가운데, 그녀가 눈에 불을 켜고 그에게 말했다.

“말을 해줬으면 좋잖아요. 꼭 그렇게 말없이 정글도를 날려야 좋으세요!”

“난 네가 눈치챌 줄 알고 최대한 가만히 있었다.”

“그거야. 이쪽은 김진철-”

“남 탓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너도 바닥에 있던 녀석 못 발견해서 김진철님 위험에 빠뜨렸잖아. 그때 김진철님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자신 탓만 했다. 그분은 점점 능숙하게 찾고 있는데, 너는 그냥 그대로인 거 아직도 몰라?”

“으으.”

그녀가 부들거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가운데, 뱀의 사체를 가운데 큰 불을 피워놓은 곳에다 던지고 돌아온 김진철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변석을 제거했는데,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건 처음 봤습니다.”

“저는 박살님이랑 돌아다니면서 몇 번 봤어요. 역시 변이한 지 한 달이 지나면 그 상태로 있네요. 식물들도 변한 그대로인 게 맘에 걸리고...”

“이곳에서 얻은 조각은 넘기지 말고 가지고 있다가 흡수해야겠다. 그리고 연구원 출신분에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야지.”

“그럼 이곳 정화를 마치고 합류할까요?”

그의 말에 박살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광교역 부근 정화를 맡기고는 합류 지점도 말해주지 않고 들어갔습니다. 어디로 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이동했다가 큰일 날 수 있으니, 우리가 정화한 지역 중앙으로 이동해서 하룻밤을 지내는 게 옳은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살의 얼굴이 하늘을 향하자, 그를 따라 어두워지고 있는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김진철이 말했다.

“박살님 말씀대로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야영장비는 가져왔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으아악.”

희미하게 들려온 남성의 비명을 들려왔고, 모두가 얼굴이 굳어짐과 동시에 들려온 곳을 향해 뛰어갔다.

박살이 제일 굵직한 나무줄기를 잘라가며 길을 뚫으면, 양소진이 잔챙이를 쳐냈고, 가장 많은 짐을 들고 있는 김진철이 그 뒤를 따라 달려갔다.

오백 미터를 일직선으로 뚫고 들어간 박살들은 탁 트인 공터 위에 떨군 붉은색 방어구와 소지품들을 발견하고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소진.”

“알아요.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이 주변은 없어요. 저보다 뛰어난 은신 기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은 확실해요.”

“이곳에 온 지 이 분도 안 지났습니다. 그런데 일 킬로 넘는 지역에 아무도 없다는 건. 최소한 양소진님 정도 실력은 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의 말이 끝나고 박살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은신 능력으로 기습했다고 하더라도, 주변 발자국만 봐도 최소 스물은 이곳에 있었습니다. 싸움도 잘하는 사람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군요.”

그의 말에 양소진이 붉은색과 하얀색으로 칠해진 방어구를 들어 올렸다.

“추방당해도 착용한 장비나 물건은 그대로 가지고 나가는데 혹시 납치된 건 아닐까요?”

그녀가 말하는 사이, 방어구가 떨어진 주변을 살핀 김진철이 방어구 밑에 있던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사각팬티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게 아니라 벌거벗은 거 같습니다.”

“어머, 여자 것도 있네요. 여기도 있고, 여기도.”

남자가 여덟, 여자 속옷은 하나라는 사실을 파악하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 쓰레기 새끼들이...”

“어떻게 여자 하나를 가지고-”

“걱정이군.”

박살의 말에 두 사람의 고개가 그에게로 향했다.

“왜요?”

“평택 쪽 사람 중 여자가 없었다.”

그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래진 가운데, 박살이 말을 이었다.

“어쩌면 이곳 공략을 우리끼리 할 수도 있겠어...”

휘이잉.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을 스치고 지나간 날카로운 겨울바람에 양소진과 김진철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작가의말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마스크 꼭 쓰시고 외출하세요 ^^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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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0 8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4 8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89 8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0 10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3 9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1 9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3 8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7 9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5 7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2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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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2 7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1 7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2 7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1 7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1 8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0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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