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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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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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6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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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DUMMY

110

박살의 참여 이후에도 회의 마무리는 항상 김주옥의 주장으로 끝이 났지만, 전과 다르게 그걸 거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북한 사람들의 합류로 혹시 자신들의 삶이 궁핍해질까 걱정했던 자들도, 처음에는 예상대로 돌아가나 싶었지만, 물자 분배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불만은 수그러들었다.

그건 새로운 세상에 들어와 살짝 불안에 떨고 있던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전보다 더 풍족한 생활은 물론이고 언제고 변이된 존재들이 출몰할지 모르는 개성에서 파주로 내려오면서, 불안감은 사라지고 어린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며 웃는 여유까지 생겼다.

서로 쓰는 단어가 달라 부딪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큰 마찰은 벌어지지 않았는데, 보육원에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상황에서 아이들과 지낸 박살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뭐든 같이 한 가지 일을 해서 성과를 내면 친해지지.’

도로 복구에 대한 보답으로 넘겨준 고기를 받고 서로 웃으며 대화하는 사람들을, 박살은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았다.

“동무, 우리 고기는...”

“허허. 동무라니, 친구. 친구가 맞아.”

“친구. 친구. 하하. 아직 남한 말씨가 익숙지 않아서 그럽네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고기는 약속대로 가족들 있을 때 오케이?”

“오케이? 아. 오케이. 오케이.”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고기를 들고 주거지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그의 곁으로 강이슬이 다가왔다.

“우와. 처음에는 서로 싸우더니, 이제는 아예 죽마고우처럼 다니네요. 같은 남자인 제가 봐도,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잘 지내면 좋은 거지. 예상보다 마찰이 적어서 다행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수원 갈 시간에 진즉에 파주로 올 걸 그랬어요. 주변 세력 배려한다 혹은 눈치 보인다고 하며 재다가, 결국 사람들이나 죽고... 아! 죄송해요.”

강이슬이 풀죽은 목소리로 말하자, 박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옳은 말이야. 내 생각에도 너무 재는 것보다, 우리 힘을 믿고 일을 추진하는 게 옳은 거 같다.”

박살은 복구된 도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지금은 평양까지 도로를 따라 북진하는 것이 맞고, 최소한 사람들이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는 사리원이랑 평양부터 확보해야지.”

“개성 분들이 평양 사람들은 애초에 전 국가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부심이 강하고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자신들도 꺼린다고 하는데 그건 좀 걱정이네요.”

“그래봤자 그들 스스로 고립될 뿐이고 그들은 남한사람들이 이끄는 게 아니라서 우리 인사를 파견해서 의견을 조합하는 게 나을 거다.”

“저도 그러면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그들이 거칠게 나오면 어떡하죠.”

“지금 경제 상황이나, 운영 방식이 그들이랑 다를 바 없잖아. 개성 분들도 성과에 따라 추가 식량 또는 공석이 지급되는 거나, 공을 세워 보물을 주면 진짜 받아도 되냐고 묻는 모습이 낯설기는 하지만, 적응 금방 한 거 너도 알잖아. 사람들은 말이야. 다 다르지만, 어찌 보면 다 똑같기도 해. 그래서 다르다고 겁먹지 말고, 우선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사람을 대해야지.”

“윽. 뭔가 나이든 아저씨 말투 같다.”

“크흠. 그런 거라고 임호수님이나 권장자님이 말씀하시더라. 어둠도 같은 말을 했고.”

“그럼 그렇지. 은근 단순한 우리 형이 그렇게 깊게 생각을-”

딱.

“형! 머리 나빠지면 책임질 거예요!”

자신의 머리를 부잡으며 소리친 강이슬에게 박살이 자신의 오른 주먹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억울하면 강해져라. 요즘 수련시간 게을리한다는 보고가 있던데. 유사시에 네가 나 대신 지도자가 된다는 거 바꿀 생각 없으니까, 노력하세요.”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맨날 정곡을 찌르면 폭력이나 행사하고 악덕- 우왁.”

이마로 날아온 주먹을 몸을 뒤로 날려 피한 강이슬을 보며 박살이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오. 이걸 피했어. 진짜 수련했나 봐. 그럼 이것도 막아봐라!”

박살이 은빛이 맺힌 주먹 쥔 손을 움직이려고 하자, 강이슬이 푸른빛 기운을 몸에 두르고, 자재가 쌓인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망치질 중인, 임호수에게 도망쳤다.

“할아버지! 박살형이 저 또 때렸어요.”

강이슬의 말을 들은 임호수의 눈이 도끼눈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는 걸 느낀 박살은 곧바로 몸을 뒤로 돌려 빠르게 움직였다.

“대왕! 대왕!”

‘잔소리 최소 한 시간짜리 목소리다.’

“저는 변이된 존재가 감지되어서 철로로 갑니다.”

박살은 큰소리로 외치고는 그대로 북으로 움직였다.



*파죽지세*

시련이 시작된 지 두 달째, 박살들은 남포에서 적들과 전투를 하고 있었다.

“완전 넘어지기!”

다소 긴 외침을 끝으로 지름 삼 미터의 손을 불린 상대의 공격에 박살은 은은하게 은빛으로 빛나는 정글도를 휘두른다.

슥.

“으악!”

잘린 손이 바닥에 떨어지자, 원래 크기로 돌아온 가운데, 잘린 손을 붙잡고 있는 상대의 목을 친 박살이 피 묻은 정글도를 허공에 휘두른 다음 소리쳤다.

“너희들의 최고 동무를 죽였다! 항복하지 않으면 모두 죽일 것이다!”

박살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자, 곳곳에서 두 손을 들어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싸움이 끝나자, 그들을 염들이 묶어 끌고 가는 가운데, 이민희를 중심으로 창고에 벌거벗은 채 살고 있던 여성들에게 옷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부서진 건물 중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을 감우호가 선별하면 김진철이 포탈을 열고 임호수와 조상호를 중심으로 구성된 공병대가 자재를 옮겼다.

대장인 박살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가운데, 강이슬이 박살에게 은은하게 초록빛으로 빛나는 수건을 건넨다.

“다인 누나가 이거 쓰시래요.”

“너는.”

“저는 이미 썼어요. 제 몸 보세요. 깨끗하잖아요.”

강이슬의 몸을 훑어본 박살이 수건을 받아 얼굴과 몸을 문지르자, 피가 묻은 몸과 방어구가 깨끗해졌고, 초록빛이 거의 사라진 수건을 강이슬에게 내밀었다.

“고맙다고 전해줘라.”

“예. 저기 형 다인 누나가-”

-박살님 분류 시간입니다.-

어둠의 말에 박살이 몸을 뒤로 돌렸다.

“알았다. 지금 가지. 이슬아 그럼 나중에 보자.”

“네. 형.”

염들이 사람들을 끌고 간 곳으로 걸어간 박살이 나침반을 꺼내 들었고, 그사이 김진철이 말없이 다가오더니 포탈을 소환했다.

“백살자부터, 이자, 저자...”

“살려주시라요.”

“생명만은...”

“으악~!”

박살이 말하는 족족 사람들이 끌려들어갔고, 반항하는 이는 염들에게 공격당한 다음 끌려갔다.

한 시간에 걸쳐 세부적으로 악인들을 분류한 박살이 새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포탈을 거둔 김진철의 어깨를 두드린다.

“고생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 때문에 수진이랑 연애도 못 해서 죄송합니다.”

그의 말에 김진철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힌다.

“괜찮습니다. 못 만난 만큼 다시 만났을 때 더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눠서요.”

“아. 그래요. 하하.”

“박살님도 만드셔야죠. 언제까지 혼자 계실 겁니까.”

그의 말에 박살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점령전으로 땅 넓히고 악인들 잡는 것만으로도 살맛 나서, 딱히 그럴 생각이 안 듭니다.”

“그 얘기를 임호수님이나 김국사님이 들으면 아시죠?”

“... 듣는 것만으로도 두렵네요. 입조심 해야겠군요.”

김진철이 그에게 슬쩍 상체를 기울여 작게 소곤거렸다.

“아까 두 분이 대화하는 걸 들었거든요. 회의 때 분명 물을 겁니다.”

“소진님과 같은 시간에 휴식 시간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그럼 저는 다시 공병대로 이동하겠습니다.”

”고생하세요.“

김진철이 물러나고 이번엔 어둠이 다가왔다.

-회의 때, 두 분이 좋아할 만한 대답을 잘하셔서 의아했는데, 미리 정보를 얻고 계셨군요.-

”어차피 내 대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은 그냥 원하는 대로 답해야 편하지.“

-박살님 나이가 이십 대도 아니고 삼십 대인데, 결혼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주신에게 후계자가 정해져야 이 세상 사람들도 안심하는 겁니다.-

”나 없으면 강이슬이 하면 되고, 그것도 없으면 너나 감우호 이종수님 삼인 체재로 하기로 했잖아. 그리고 사람들이야, 다른 의원분들이 잘 해 주고 있으니까. 그렇게 후계자가 필요하지 않지 않아?“

-박살님의 피를 이은 자가 운영해야지 맞는 겁니다. 그래야 주신 자리에 명분이 있는 거고 또-

”그건 조선 시대나 통한 말이고, 한국에서 그렇게 잘나가는 재벌도 결국 전문 경영인 고용하는 추세로 변했잖아. 그리고 대통령도 오 년마다 투표해서 결정한 사람들이 예전처럼 생각하지 않아. 주신이 바뀌어도 불안해할 사람들이 없어.“

-의회에서 영국처럼 운영하기로 했지 않습니까. 최소한 주신 자리만큼은 혈연이 차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난 그런 싫어. 내 자식 놈이 이런 골치 아픈 자리 맡는 거 절대 반대. 그냥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다 죽으라고 할 거야.“

-박살님. 그래도-

”그만.“

박살이 살짝 일그러진 얼굴로 어둠을 바라보았다.

”너까지 나 힘들게 하지 마. 이미 나 죽을 때까지 주신하기로 약속했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 왜 내 자식 미래까지 간섭하는 거야. 아무리 자리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고는 해도, 그건 나만 그래야지, 내 자식까지 그 굴레를 뒤집어쓴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아. 물론 아직 태어나지도, 혹은 태어나지 않을지도 모른 녀석이지만. 아무튼, 이제 그만. 너까지 그러지 마. 나 점령전 최소한의 피해로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 빠개질 거 같거든. 우선 사람 목숨 달린 일에 집중하자. 알았지?“

-알겠습니다.-

”오케이. 이 얘긴 이제 끝났고. 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생각에 빠진 그를 잠시 바라보던 어둠이 말했다.

-남포 남쪽 지역 순찰입니다.-

”그래. 그거야. 그럼 가자고.“

-쉬셔야-

”뭘 쉬어. 사리원시에서 싸운 사람들에 비해서 수준이 너무 낮아서 몸도 안 풀었거든. 이참에 육지는 완전히 정리하자고. 나 먼저 내려갈 테니까 부르면 다들 넘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가셨군.-

어둠은 말없이 박살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이러다 진짜 중국까지 가는 거 아닌가. 중국말 할 줄 아는 염이 누구였지. 빨리 배워야겠어.-


작가의말

헉 올린 줄 알고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보니 없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다음주에는 더 나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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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52. 불협화음 -2- +1 19.03.16 346 5 10쪽
127 52. 불협화음 -1- 19.03.15 355 7 11쪽
126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2 19.03.14 342 7 11쪽
125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2 7 11쪽
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69 8 11쪽
123 49. 하나 -3- 19.03.08 362 7 12쪽
122 49. 하나 -2- 19.03.07 355 6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0 6 12쪽
120 48. 뱀 사냥 -1- 19.03.05 428 6 10쪽
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0 8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4 8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89 8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0 10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3 9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1 9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3 8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7 9 15쪽
»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5 7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1 6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0 7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2 7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1 7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2 7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1 7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1 8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0 8 13쪽
102 39. 네 떡? 내 떡? -1- 19.01.26 428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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