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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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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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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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DUMMY

113

박살들의 작전은 간단했다.

밤새 파악한 사도들을 공격해 최대한 병력을 줄인 다음, 곧장 진격해 적들을 모두 정리하는 거다.

인내심 있게 새벽까지 파악해서 칠백이 넘는 사도들을 찾아낸 뒤, 박살을 비롯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이들이 새벽 여섯 시를 기준으로 사도들이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 결과, 사 분의 삼 이상의 병력이 쓰러졌고, 그 모습을 본 박살이 외쳤다.

“모두 쓸어버려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살은 앞장섰고, 그 뒤를 다른 이들이 따라 달려갔다.

“으악.”

“살려줘!”

“막아!”

“침입이다!”

여러 곳에서 비명이 들려오는 가운데, 박살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꼭두각시들을 날려버리고는 곧장 천막으로 뛰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고 있는 남녀들을 발견한 박살은 그의 머리 옆에 떠 있는 나침반을 힐끔 보고는 곧바로 정글도를 휘두른다.

“살-”

“꺄-”

일자로 길게 뻗어 나간 은붉은 고리가 적들의 몸을 잘라버린 걸 확인한 박살은 곧바로 천막을 찢고 나가 주변 막사들을 들어갔고,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건 조상호를 비롯해 사 성에 올라선 사람들도 똑같이 행동했는데, 그 결과 뒤에서 남아 끊임없이 일어서던 꼭두각시 대부분이 쓰러지게 된다.

사도들을 처리하고 모였을 때, 강이슬이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닫으며 말했다.

“우리가 이겼네요.”

“단언하긴 아직 일러, 적의 수장을 잡지 못했으니, 완전한 승리가 아니다.”

“맞습니다. 짧은 시간이 이십만의 꼭두각시를 만들어냈습니다. 가만 놔두면 언제 또 이런 짓을 할지 모릅니다.”

“강이슬 너와 조상호는 비슷한 파장을 뿌리는 사람들을 찾아라. 그리고 어둠 너는 살아있는 사도들을 고문해서 수장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

“네.”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바로 쓰러진 자 중에서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들을 우선 구하고, 시체들을 모아 화장하도록 하세요.”

“네.”

“예.”

사람들이 대답 후 사방으로 흩어졌고, 다시 혼자가 된 박살 또한 자기가 맡은 일을 하러 외곽으로 움직였다.



그 뒤로는 숨어있는 적들을 찾아 잡거나, 죽이는 것을 반복했고, 그렇게 평택에 있는 사도들은 전부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십만이 넘는 적을 제압하는 데 성공해 잠시 멈출 수도 있건만, 박살은 그러지 않고 곧장 주변 확장을 시작했다.

다시 여섯 시간이 지나고.


-만살급 악인 이미주의 세상 ‘우리는 하나’의 세상이 전부 지옥으로 들어갔다. 이미주는 주신의 자격을 박탈하며, 박살의 세상으로 강제 편입된다.


은빛 글자가 뜬 순간, 박살은 눈을 부릅뜬다.

“이미주이라고?”

그의 말에 뒤에서 노트북으로 피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미친 듯이 움직이던 강이슬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미주이면 이명기 딸이잖아요.”

“동명이인일 수 있어.”

그의 말에 강이슬의 얼굴이 살짝 뒤틀렸다.

“사도 수장이 젊은 여자라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진짜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네요.”

“그래...”

두 사람의 반응을 말없이 살펴보던 감우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명기면 그 비리 경찰 아닙니까? 그에게 딸이 있었습니까?”

그의 물음에 강이슬이 입을 열었다.

“네. 저보다 세 살 많은 누나가 있어요. 제가 신고하러 갔을 때, 본적이 있었죠. 이명기와 달리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하던 분이었는데, 그런 그녀가 이 끔찍한 세상의 주신이었다니...”

“이관우에겐 말하지 마라.”

“당연하죠.”

“저도 입 꼭 닫겠습니다.”

“잠시만. 라이 분배 지정. 이미주.”


-총 세 명이 있다. 정확히 지명하고 분배할 양을 정하라.-


“지금 글에 나온 이미주. 양은 영.”


-총 이백의 라이가 필요하다.-


“지급한다.”

대답과 동시에 박살의 몸에서 라이가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걸 확인한 그의 눈앞에 은빛 글자가 뜬다.


-완료. 이미주는 박살의 세상에서 라이를 회복할 수 없다.-


“형. 그녀가 원해서 한 게 아닐 수 있잖아요. 누군가에게 조종당해서 그런 거라면, 지금 형의 행동은 큰 실수를 한 거예요.”

“넌 주신이었던 시간이 짧아서 모르지만, 주신이라면 이런 일의 과정을 모를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조종당하고 있다면 더더욱 힘을 없애야 의도치 않게 죄를 더 짓는 건 그만하게 되니 그것도 괜찮지. 그리고 이십만 꼭두각시를 보니 자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없애고 싶은 게 지금 내 심정이다.”

“저도 박살님 말에 동의합니다. 그녀가 억울한 피해자일 가능성도 있지만, 동시에 악마들의 정점에 선 마왕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억울한 상황에서 죽는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신의 세상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렇긴 해도...”

“음... 여기 있군.”

박살은 품에서 사진을 꺼내 풀이 죽어있는 강이슬에게 내밀었다.

“그 아이 사진이다. 이명기 휴대폰에도 그 아이 사진이 있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으니 이걸 전달해도 괜찮아. 너는 수색조에게 전달해서, 보이는 즉시 체포해 데려오라고 해.”

“네.”

강이슬이 사진을 받아 스캔 장치로 걸어가는 사이, 박살은 감우호를 바라보았다.

“감우호님은 이종수님에게 연락해서 사도들에게 이미주 사진을 보여주고 진술하는 이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세요.”

“예.”

두 사람이 바삐 움직이며 대화하는 사이, 박살은 잠시 바깥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높고 짙은 먹구름이 저 멀리서 다가오는 걸 보며 그는 중얼거렸다.

“한창 쏟아지겠구나.”



**해후**

하루가 지났고, 그사이 엄청 많은 게 변했다.

박살이 단 하루 만에 대전과 그 주변 사람들의 공세를 버텨오던 우리라는 단체를 격파했다는 소식에, 곧장 그들이 항복해온다.

조건은 대전의 완전 수복.

강력한 변이된 존재들이 자리 잡고 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대전 중심가를 처리해 준다면 모든 세상을 넘기겠다고 대전 연합이 연락해 온 것이다.

강원도에서 근근이 버티던 사람들도 항복과 함께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으며, 이건 주요 대도시의 텃세에 시달리던 작은 세상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살은 그들에게 자신의 세상이 어떤지 설명했으며, 과거와 비슷한 체재에, 이미 강압적인 주신의 명령이나 외부 세력의 탄압에 비해 훨씬 인간적인 세상이라는 점을 알기에 거부하는 이 없이 전부 그의 세상에 들어오겠다 말했다.

다툼 없이 대전까지 그의 세력으로 들어왔고, 같은 오성 급인 김각의 합류가 확정되었음에도, 박살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는데, 그건 자신의 눈앞에 잡혀 온 한 사람 때문이었다.

“오래간만이에요.”

그의 눈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여성의 말에 박살은 대답 대신 그녀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갸름하고 단아한 인상의 얼굴이었던 그녀의 코와 입술 그리고 혀에 박힌 링을 보고서 그의 눈살을 찌푸렸다.

거기에 속이 비치는 하얀 미니 원피스와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는데, 그의 변화하는 표정을 본 그녀의 입가엔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역시 아저씨도 남자긴 하네요. 왜요? 저 먹고 싶어요?”

“언니. 오빠가 왜 그러는지 알잖아.”

박살 뒤편에서 눈가에 물기가 맺힌 이다인의 말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장난이야 장난. 둘 다 진지한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 아 그리고 뒤에 있는 험악한 동생도 간만이야.”

그녀가 손을 흔들면서 말했는데, 손을 위로 들어 올리면서 가려졌던 가슴 부위가 드러나자 강이슬을 고개를 옆으로 확 돌렸다.

“이거라도 덮으세요.”

이다인이 황급히 담요를 가져다주었지만, 자신을 감싼 담요를 옆으로 던져버린 이미주가 가슴을 당당하게 내밀며 말했다.

“남자들도 웃통 벗고 다니는데, 여자라고 못 내밀 이유는 없잖아. 언제까지 예전에 고리타분한 관습에 얽매여 살 건데.”

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이민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남자들도 가리는 아래는 왜 가리지 않은 거죠?”

“그렇다고 입고 있을 이유는 없잖아요. 그것도 쓸데없는 관습. 예전이야 감염 등의 이유가 있었다지만, 솔직히 이제는 몸도 강해진 마당에 그럴 이유가 없지 않아요? 나 즐기고 싶을 때 벗고 다시 입는 것도 싫고, 더러워진 거 깨끗하게 만드는 것도 귀찮기도 했지만, 아무튼 현 상황에 맞게 좀 더 개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그래서 만 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 거냐?”

“처음엔 힘으로 찍어 눌렀는데, 뒤에서 몰래 저를 뒤통수치려 하거나,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능력 없다고 수군거리거나, 제 의견을 무시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설득 좀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귀찮아서 죽이다가, 그것도 반복되니까 더 귀찮아서 제 성별을 아는 인간들은 전부 죽였죠. 그제야 사람들은 저를 인정했고, 그 뒤로는 아~~주 편하게 제 세상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배신으로 인한 살해는 악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나?”

박살의 물음에 이미주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 그래요? 그럼 그들까지 하면 총 삼만은 넘게 죽인 건가? 왠지 만 명이라고 할 때 수가 적어서 이상하다 했어.”

“결국,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인 거군.”

“뭐 어때요. 주신인 제 맘이죠.”

태연한 얼굴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몇 명은 분에 찬 얼굴로 무기를 빼 들었지만, 박살이 그들을 바라보자, 휘두르진 못하고 부들거렸다.

“이곳에서 당장 그녀 목을 쳐야 합니다.”

“이런 악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다른 악인들처럼 곧바로 목을 쳐서 본보기로 보여야 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라는 말에도 그녀는 태연한 표정으로 박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살은 그녀에게 다시 시선을 돌려 눈을 마주쳤다.

“네가 이 모든 걸 주도했나.”

“예.”

“힘을 얻은 과정은?”

“왜요? 이 기적을 가지고 싶으세요? 그럼 간단해요. 저와 같이 한번 뒹굴면 얻을 수 있어요.”

“말을 돌리는 것을 보니, 말하기 싫은가 보군. 그렇다면 나도 방법이 있다.”

박살의 말에 살짝 얼굴이 굳어진 그녀가 입을 벌리기도 전에 박살이 은빛 광채로 뒤덮인 손을 내밀었다.

번쩍.

찬란한 빛이 사방에 퍼지고 난 뒤, 사람들이 다시 눈을 떠 그녀를 봤을 땐, 눈을 감은 그녀의 머리 위로 스크린처럼 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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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52. 불협화음 -1- 19.03.15 355 7 11쪽
126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2 19.03.14 342 7 11쪽
125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2 7 11쪽
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69 8 11쪽
123 49. 하나 -3- 19.03.08 362 7 12쪽
122 49. 하나 -2- 19.03.07 355 6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0 6 12쪽
120 48. 뱀 사냥 -1- 19.03.05 427 6 10쪽
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0 8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4 8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89 8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0 10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3 9 12쪽
»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1 9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3 8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7 9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4 7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1 6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0 7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2 7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1 7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2 7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1 7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1 8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0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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