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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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웅천
작품등록일 :
2018.09.04 13:15
최근연재일 :
2018.11.02 08:30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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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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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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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7. 유스펠공작가-3

DUMMY

“결국 그렇게 가신 건가....?‘

자못 침통한 듯한 어조. 하지만 거꾸로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그러니까, 당신 조카의 황태자 책봉식을 며칠 앞두지 않은 이 순간까지 다미안황자의 생존여부가 마음에 걸렸다는 말이구나.

“저도 그럴 거라 어렴풋이 짐작했습니다. 다미안황자님이 실종되셨다는 소문도 있었고 해서. 그래서 황실로 가서 반지를 보여드리고, 황자님의 것이 맞으면 유골이나마 황실로 보내드리려 한 것이죠.”

“고마운 일이군. 그런데 유골은?”

“말씀드린 대로 잘 묻어두었습니다. 묻은 위치를 제가 알고 있습니다.”

“아, 그랬지.”

뭐 당장 가자 소린 안 하겠지? 황태자책봉식도 코앞이고.

“일단 황실에 보고를 드려야겠군. 며칠 시간이 걸리겠는데, 기다릴 수 있겠나? 괜찮다면 그 동안 이곳에서 묵게나.”

황태자책봉식 이후에 보자는 얘기지? 유골을 수습해야 하니까 그 전에 제거하려 들지는 않겠지?

“아, 목적지를 나에게로 바꿨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마치 이제야 생각난 듯이 말하는군. 그래, 이제 본론 시작이야. 현익은 주머니에서 하얀 천을 꺼냈다.

“그게 뭔가?”

“죽은 시체 중 하나에게서 나온 겁니다. 동료들 말로는 흉갑의 내피라는군요.”

“음 그래 보이는군. 그런데?”

“여기.”

현익은 내피의 귀퉁이에 쓰인 글자를 들어보였다.

후작이 글자를 읽기 위해 약간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곧 굳은 얼굴이 되어 자세를 바로 했다. 현익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티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래서 좀 알아봤습니다. 황실에는 마르티나라는 이름을 가진 공주가 없었습니다. 가장 근접한 것이...”

“우리 유스펠공작가의 마르티나였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후작은 입을 꾹 다물고 날카로운 눈으로 현익을 쏘아봤다.

이제 더 이상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건, 위기를 느꼈다는 뜻. 현익이 원했던 상태기도 했다.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해보게.”

한참 만에 후작이 입을 열었다.

협상인가? 아니다. 그런 걸 할 위인도 아닐뿐더러, 할 이유도 없다. 그로서는 지극히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던진 낮은 톤의 말은 ‘죽기 전에 할 말 있으면 해보게’의 다른 표현으로 들렸다.

현익 정도의 고수만이 감지할 수 있는, 눈가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 살기가 후작의 내심을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후작, 상대가 그리 만만하진 않을 거요.

“아마 유골들은 다미안황자를 찾으러 숲으로 들어간 자들이겠죠, 그리고 다행이 다미안황자를 찾아 숲을 빠져나오다가 강한 적을 만나 몰살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강한 적을 만나?”

유스펠후작, 눈에 의혹이 서린다. 그럼 믿게 해주지.

“격렬한 전투흔적이 있었습니다. 마법을 사용한 흔적이 많았죠. 파이어볼을 사용해서 일대가 탄 흔적도 있고, 어스월을 쓴 탓에 땅이 뒤집혀진 곳도 있었습니다. 5~6서클 정도의 위력이었습니다. 그리고 병사들과 좀 떨어진 곳에 마법사들로 보이는 검은 로브를 입은 시체들도 있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병사들은 마법사들을 만나 다미안황자를 보호하며 싸우다가 죽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일단 이 대목에서 잠시 뜸을 들인다. 아니나 다를까, 후작의 얼굴에는 이제 긴장과 초초한 빛이 어린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잘도 지어내네. 현익은 속으로 고소를 머금고 얘기를 계속했다.

“강력한 마법공격을 받은 흔적이 마법사들이 있던 곳에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마법사들은 그 마법공격에 당한 것 같은데, 저희가 살핀 바로는 병사들 쪽에는 마법사는 없었던 것 같은데.... 문제는 그 마법이 8서클이 넘는 강력한 것이었다는 겁니다.”

다시 약간 뜸을 들이고. 그런데 이봐, 말은 내가 하는데 침 넘기는 소리는 왜 당신에게서 나와, 후작?

“제가 추리한 것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후작의 머리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다미안황자가 어둠의 숲에서 실종됐다. 황실에서는, 혹은 유스펠공작가에서는 수색대를 보냈고, 수색대는 황자를 찾아 데리고 나오다가 마법사들을 만났다. 마법사들과 병사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수색대는 전멸한다, 다미안황자까지. 그리고 그때 강력한 마법사가 나타나 마법사들을 공격했다. 마법사들이 죽고 고위 마법사는 도망갔다. 이렇습니다.”

후작은 약간 멍청해진 듯하다. 눈에 초점이 조금 흐려졌고, 입은 약간 벌어져 있는데, 자신은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 너무 심하게 설을 풀었나?

“흠흠!”

약간 멍해있는 후작도 깨울 겸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일단 유스펠공작가로 방향을 잡은 것입니다. 그 강력한 마법을 쓴 자를 찾아야 하니까요. 이런 일에는 황실보다 공작가가 낫겠다 싶어서.”

“마법사를 찾는다? 무슨 이유가 있는가?”

겨우 다시 평정을 되찾은 후작이 경계심을 풀지 않고 묻는다.

“마법사로 보이는 시체들은 뇌전계 마법에 당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강력한 뇌전충격으로 동공이 터져버린 것인데, 제 스승님의 경우와 비슷했습니다.”

흠칫. 유스펠후작의 반응이 느껴진다.

“그럼 그자가 자네 스승을 해친 흉수로...?”

현익은 짐짓 비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아란용병단에 들어간 이유가 스승님을 해친 흉수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꼬리를 잡고 보니, 제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자군요.”

현익은 짐짓 분개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뇌전을 쓰는 마법사. 카르밀라가 쫓고 있는 세 명의 네크로멘서 중 한 명이 뇌전계열의 마법을 쓴다고 했다. 그의 마법공격에 맞으면 죽든 안 죽던 동공이 터져버린다고 했다, 파로아 펍의 그 종업원처럼.

이곳에 온 원래 목적은 헬리오크제국 기사들이 던전을 공격한 목적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셀리나 테루가 처음부터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 조우한, 불행한 목격자들이었을 뿐이다.

유스펠후작을 만나고서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유스펠공작가의 기사와 병사들, 그리고 마법사들이었음을. 아마도 다미안황자를 찾아 제거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을 것이다, 셀리와 테루가 있던 던전은, 숲을 수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고.

그들 중에 마법사들이 있었으니까 알람마법이 설치된 공간을 발견하고 수상하게 생각했겠지. 그들은 던전에 다미안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두고 거치적거리는 아이들을 처리하려 했을 것이다.

“그럼 나에게 의탁할 생각인가?”

후작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받아주신다면.”

현익은 당당한 자세로 가볍게 목례를 했다. 6서클의 마법에 엑스퍼트 상급의(실제보다는 한참 낮췄지만) 스펙이면 충분히 당당할 수 있다, 황실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인재니까.

“자네 같은 인재를 얻었으니 이런 행운이 있나? 대환영이네. 앞으로 잘 해 보세나. 아, 자네 스승의 원수인 그 마법사를 쫓는 일은 적극 도우겠네. 공작가의 모든 힘을 기울일 것을 약속하네. 그런 자는 제국의 안녕에도 상당히 위험한 존재일 것이니까 말일세.”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현익은 밸이 꼬이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참자, 작전이니까, 그리고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니까.

허리를 굽히면서 현익은, 매우 만족한 후작의 얼굴 너머 뒤쪽 벽의 한 귀퉁이를 슬쩍 보았다.

‘잘 들었겠지. 제발 액션을 취해다오.’

현익이 슬쩍 스쳐본 벽 모퉁이에는 못대가리 같은 작은 점이 있었다. 화려한 타피스리의 문양에 묻혀 거의 구별할 수 없는 그것은 파리였다.


실내는 촛불이 없는데도 사물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는 밝았다. 광원은 천정에 박힌 주먹만한 야명주였다. 방은 사방이 거친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흔한 액자 하나 없이 썰렁했다. 그리고 창도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지하에 마련된 석실 인 듯, 약간은 침침한, 그래서 어딘지 음울해 보이는 실내에는, 그곳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화사한 드레스 차림에, 걸친 옷보다 더 화사한 얼굴을 가진 여인이 석실 중앙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다미안의 시체를 확인했다고?”

“그렇습니다. 다미안이 끼고 있던 반지도 가지고 온 모양입니다.”

투박하기 짝이 없는 쉰 목소리는 여인이 바라보고 있는 정면 벽에서, 정확하게는 벽에 나있는, 주먹이 들락거릴 만한 구멍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여인은 그 투박한 언사에 매우 공손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럼 일은 일단락 된 것 같고. 아, 강력한 마법을 쓰는 존재가 나타났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8서클 이상의 마법을 쓰는 자라고 했습니다.”

“흠, 아이들 연락이 끊긴 것이 수상하다 했더니.... 그럼 그가 나선 건가?”

“어둠의 숲이니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또 다른 굵직한 톤의 그러나 음침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목소리가 구멍으로 새어나왔다.

“한 동안 움직임이 없던 그가 갑자기 왜?”

“모르지. 수면기가 끝났는지.”

카랑카랑한 소리는 또 다른 제 삼의 목소리였다. 여인은 잠자코 그들이 나누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 용병친구에게서 수상한 점은 없었나?”

“처음엔 수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관찰했습니다. 6서클의 마법에 엑스퍼트 중급의 검술 실력을 가진 젊은이가 이름도 없는 작은 용병단에 있다는 것 자체가 수상했거든요. 공작가로 찾아온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 사연이 있었습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물음에 여인은 즉각 대답했다.

“사연?”

“예, 스승을 해친 원수를 찾는다고 합니다. 그 원수가 숲에 나타난 고위마법사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원수라? 근거가 있겠지?”

“원수가 뇌전계 마법을 쓰는 자였다고 합니다. 숲에서 발견했다는 죽은 마법사들이 강력한 뇌전계 마법에 맞은 것 같다고.”

“뇌전계 마법?”

구멍 안에서 약간 놀란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 않나?”

잠시 후,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입을 열었다.

“조금 묘한 느낌이군. 뇌전계 마법이라니....”

“그가 뇌전계 마법을 쓰나?”

“모르지, 그들이야 마법의 조종이니까.”

쉰 듯한 목소리와 음울한 목소리가 나직하게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더니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도 뇌전계 공격을 하지 않았나?”

“그라니?”

잠시 후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굵직한 톤이 반문을 했다.

“엘프마을에서 온 그 인간 같지 않은 이상한 녀석.”

“아, 맞아 그 녀석이 있었지! 하지만 그는 검을 주로 쓰는데....?”

“검으로 뇌전을 뿌리지 않았나?”

“그렇군! 상당한 수준이 아니면 마법인지 검의 오런지 알아보기 쉽지 않겠지.”

비로소 뭔가를 깨달은 듯, 동의한다는 굵직한 톤.

“그가 돌아왔을까?”

어쩐지 약간 떨리는 듯한 카랑카랑한 목소리.

“글세....”

역시 불안한 음을한 목소리.

“음.... 아무래도 좀 알아봐야겠군.”

쉰목소리가 결론을 지었다. 동의하는 것인지 다른 목소리들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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