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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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웅천
작품등록일 :
2018.09.04 13:15
최근연재일 :
2018.1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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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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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0. 드래건 슬레이어-1

DUMMY

결국 알타미아노스는 몇 백 년 전에 버린 아크리온의 뼈다귀를 건지러 펄펄 끓는 유항 늪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아무리 뜨거운 것과 친한 크림슨드래건이라도 마뜩찮은지 연신 구시렁거리면서.

아마 미란시아의 도끼눈이 아니었으면 현익과 한 판 싸울지언정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몇 가지 중요한 정보도 얻었다.

샤니, 정령검사. 그 자식과 흑마법사들에 관련된 것이라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카르밀라에게 유용할 것이라 참고 받았다.

미란시아는 원래 어둠의 숲에 있는 엘프마을의 하이엘프였다.

700년 전 그녀에게 세계수의 신탁이 내려왔다. 마족들의 난입과 이를 막기 위해 주신이 보내는 존재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드래건과 함께 엘프마을로 왔고, 세계수는 그에게 정령의 축복을 주었다. 그래서 그가 드래건로드가 가져간 정령의 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정령의 검을 사용하는 자만이 마왕을 막을 수 있다.”

오래전부터 엘프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말이었다.

신마전쟁 이후, 마족들의 중간계 도래를 위한 게이트를 설치하고 회복공간을 준비했던 흑마법사들이 있었다.

놀라운, 거의 드래건에 필적하는 마법능력을 지닌 흑마법사들은 많은 네크로멘서들을 양성하고 패밀리어와 슬레이브들을 만들어 마족의 도래를 위한 준비를 했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오직 샤니만이 그들을 찾아 다녔다.

샤니가 어떻게 흑마법사들이 마족의 도래준비를 하는 갓을 알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존재와 능력이 신비 그 자체였기에 그저 신비로 칠 뿐이었다. 오직 엘프들만이, 그에게 정령들이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샤니는 강했다. 드래건보다 강한 마법능력에 신비한 검술을 가지고 있었다. 칼리만트대륙에서 샤니와 같은 검술을 구사하는 검사는 없었다. 검술과 마법 외에도 그는 많은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700년 전, 기어이 마족이 다시 침입했다. 하지만 정령검사로 알려진 샤니가 어둠의 숲, 마족의 진출통로를 봉쇄하고 막는 바람에 마족은 중간계로 깊숙이 진입하지 못했다.

마족의 중간계 침공을 알아차린 드래건과 엘프들도 어둠의 숲으로 몰려왔다. 성국의 성기사와 신관, 성녀도 가세했다. 알타미아노스 역시 마족을 잡기 위해 어둠의 숲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아크리온에게 유린당하고 있던 엘프를 구한다. 그 엘프가 미란시아였다.

중간계 모든 지성체들의 합동작전으로 마족은 소탕됐다. 하지만 마왕과 공전절후의 대결을 벌렸던 샤니는 마왕과 그의 추종자들인 흑마법사들이 펼친 바인딩에 걸려 어디론가 끌려가고 말았다. 일부는 그가 마계로 끌려갔음이 분명하다며 마계원정대를 구성해야한다고 방방 떴지만 감히 허약한 인간이 몸으로 마계까지 쫓아갈 엄두를 낼 수가 없어 결국 유야무야되고 없었다.

카르밀라는 분노했지만 그녀의 아버지기도 한 드래건 로드 벨라시오누스는 인간들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한 명을 위해서 또 다시 수많은 인간들의 희생을 자초할 순 없다.”

그것이 드래건 로드가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샤니는 잊혀졌다. 하지만 모두가 그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카르밀라는 그를 잊지 않았다. 카르밀라는 샤니의 행방이 세 명의 흑마법사들과 연관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했다.


알타미아노스에게 걸려 미란시아의 겁탈이 미수에 끝난 아크리온은 마계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크리온은 드래건, 원래 중간계 생물이었다. 마왕에게 충성서약을 하고 마왕의 호위가 되었던 그는 샤니가 마왕을 처단하는 것을 보고 두려워 도망갔다.

그리고는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사우든 헬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인간여자들을 납치해서 유린할 생각이었다. 마왕으로부터 받은 마기의 폭주로 색마가 된 아크리온이었다. 그는 여자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었다.

공교롭게도 사우든 헬에는 이미 다른 드래건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레드드래건 멘카레우스였다.

갑자기 쳐들어온 아크리온과 멘카레우스는 싸웠다. 마왕으로부터 힘을 받은 아크리온이 강했다. 마침 아버지를 보러 온 알타미아노스와 알타미아노스를 따라 나선 미란시아가 합세해서 아크리온을 제압했다. 마지막 순간에 아크리온은 멘카레우스에게 마정을 폭사시켰다.

이것이 알타미아노스와 미란시아를 통해 들은 700년 전의 비사였다.

‘그 자식, 마계로 끌려가서 죽었는지, 아니면 영 다른 곳으로 가버렸는지, 그걸 알아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마족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알타미아노스도 약간의 신기(?)까지 있는 미란시아도 샤니의 이후에 대해서는 더 아는 것이 없었다.


“오, 다미안!”

눈물을 흘리며 달려오는 미녀.

자그마한 얼굴 속의 애틋한 느낌을 주는 커다란 눈, 그리고 가녀린 몸매.

30대 중반의 여인이었지만 그 아름다움이 차라리 10대 풋풋한 소녀들보다 더 빼어나 보이는 것은, 아마도 현익의 미의식이 이미 환갑이 지난 중늙은이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지금 고결한 레이디의 모든 품위를 던져버리고 치렁치렁한 치마가 발에 밟혀 쓰러질 듯 아슬아슬한 묘기를 연출하면서 마구 달려오는 이 아름다운 여인은, 현익이 폴리모프한 다미안황자의 모친인 그레이스황후일 것이다.

“살아있었구나, 내 아들!”

여인은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와락 현익을 껴안았다.

자식에 대한 어미의 애정은 시대와 공간이 달라도 차이가 없다. 그레이스황후 역시 죽었다고 생각한 아들이 살아 돌아오자, 주체할 수 없는 기쁨과 환희에 황후의 체통 같은 것은 멀찌감치 던져버린 것이다.

‘....!’

괜히 미안해진다.

“살아있었구나. 아, 이제 되었어. 살아만 있으면 되었어.....”

여인의 눈에서는 금방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 미치겠다! 진짜 이 친구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아봐야겠다. 레만이 주워왔다는 어디, 그곳은 아마 벨라시오누스의 레어일 것이다.

‘설마 드래건의 똥덩어리 속에서 주운 것은 아니겠지?’

드래건도 본체일 때는 생식을 한다. 하지만 카르밀라나 알타미아노스 등, 현익이 만나본 드래건들은 거의 인간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이쪽이 편해서. 본체는 아무래도 거치적거리거든.”

워낙 큰 덩치라. 알타미아노스의 변이었다, 드래건들이 주로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로 지내는 이유에 대한.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에서는 드래건은 인간의 범주 내의 식사를 한다. 그래서 다미안이 벨라시오누스에게 잡아먹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드래건에게 잡아먹히지만 않았다면 살아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둠의 숲에는 엘프마을이나 드워프의 마을도 있다. 그리고 엘프와 드워프는 드래건에게 종속되어 있다. 다미안이 그들 마을에 억류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아니라도 아직도 어둠의 숲은 미지의 것들이 많다.

“돌아오는 것이 너무 늦었습니다, 어머니! 얼마나 걱정하셨어요?”

일단 여기서는 다미안 노릇을 제대로 하고.

“아니다. 됐다!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되었다. 내가 괜한 욕심을 부려 너를 잃은 것이 아닌지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단다. 다시는 그런 위험한 곳에 널 보내지 않을 거야! 주신님 감사합니다, 제 아들 다미안을 무사히 돌려보내 주셔서!”

그레이스 황후는 고개를 저으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은 살아 돌아온 아들을 만난 환희이며, 자신의 욕심으로 아들을 사지로 보낸 것에 대한 진정한 참회였다.

다미안은 드래건을 잡겠다고 어둠의 숲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부추긴 것이다, 2황자 조세프의 뛰어난 기사자질에 뒤처지는 것 같아 그에게 드래건 슬레이어가 되라 한 것이다.

그녀로서는 드래건을 잡으러 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위험한 일인지 몰랐을 것이다. 엑스퍼트 상급의 기사에 5서클의 마법사, 그리고 일단의 검사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사실 드래건 슬레이어는 이미 수백 년 전의 전설이고, 전설이 대개 그렇듯, 영웅적인 검사 단신으로 이룬 것으로 전해져 온다.

그렇게 아들을 드래건 잡으러 보냈는데, 뒤늦게 그녀는 드래건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알았다, 왕국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인 것을.

그녀는 황제에게 달려가 다미안이 드래건을 잡으러 갔다는 것을 실토했고, 기겁을 한 황제는 대대적인 수색대를 보냈다.

수색대는 몇 달 만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다들 몬스터의 밥이 되어 흔적도 남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드래건은 만나지조차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미안이 드래건 앞에 검이라도 빼들었다면, 드래건이 어떤 식으로든지 제국에 보복을 해왔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스 황후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 어쩌면 살아서 도망쳤는지도 모른다고 둘러댔고, 역시 어둠의 숲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모르는 황후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다미안은 공식적으로는 실종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미 궁에서는 2황자에 대한 황태자 책봉이 준비되고 있었다. 1황자 다미안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그레이스황후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2황자가 만 18세가 되어 황태자로 책봉될 날을 며칠 남겨둔 날, 어떤 용병이 유스펠공작가를 통해 다미안황자의 반지를 가지고 왔다. 그는 한 소년의 시체를 발견했고, 그 소년의 몸에서 반지를 얻었다고 했다.

황궁은 발칵 뒤집어지고 유스펠후작을 단장으로 하는 수색대가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 황제는 다미안황자의 유해를 수거해 장례를 치르고 나서 2황자 조세프의 황태자책봉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유스펠후작의 수색대는 연락이 두절되고 느닷없이 1황자 다미안이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환희와 경악, 의혹,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기묘한 상황이었다, 황궁은.

‘그나저나....’

힐끗 내려다본 그레이스황후는 아직도 가늘게 눈물줄기를 흘려내고 있다. 그런 그녀에 비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나오지 않는 눈물을 흘릴 방법이 없어서-자신이 조금 머쓱한 것이다.

생판 남남인 현익으로서는 그녀처럼 감격에 겨운 정이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냉랭하게 대할 상황도 아니고 해서, 그저 그녀가 하는 대로 맡겨두고 있는 참이었다.

그런데 안겨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조금 난감한 문제가 발생했다.

극적인 모자상봉의 순간이지만 현익의 감각은 30대 여인의 싱싱하고 부드러운 육체를 느끼고 있었다. 성숙한 여인의 체취와 감촉에 아랫도리 일부가 어느새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이크! 이래서는 곤란하지. 급히 마나를 단전으로 돌려 들끓는 기혈을 갈무리하며 그레이스 황후로부터 몸을 약간 떼어냈다.

“어머니 전....”

곤혹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가슴이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찌릿하고 아프더니 머릿속에서 뭔가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응?’

급히 내부를 관조하려는 순간 머릿속으로 번지는 것들.

“....?”

보코찬의 묘소의 불속에서와 비슷하지만 또 달랐다. 그때는 마치 덤프트럭 가득 실린 것을 쏟아 붓는 것 같았다. 그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기겁을 압사하지나 않을 까 걱정을 했을 정도로. 그런데 지금은....?

마치 안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다. 물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처럼, 연꽃이 열리면서 향기가 확 풍겨오듯이 그렇게.

“....!”

기억. 다미안의 기억이다.

‘이게 무슨 현상이지?’

처음으로 접하는 기현상에 현익은 아연했다.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낼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레이스황후에게 느껴지는 감정. 그녀는 더 이상 여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갑자기 솟아오른 것은 기억 정보뿐만이 아니었다. 기억들에 배어있는 감성까지 고스란히였다.

“....!”

혼란스럽다.

어쨌든 일단 이 여인에게서 벗어나고 보자. 아무리 더 이상 여인이 아닌, 어머니의 감정이 들긴 하지만 계속 끌어안고 있기는 곤란했다.


작가의말

어저께 연재를 못 했군요.

그래서 오늘2연참 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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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10. 드래건 슬레이어-2 18.10.18 114 1 13쪽
» 1-10. 드래건 슬레이어-1 18.10.17 10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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