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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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웅천
작품등록일 :
2018.09.04 13:15
최근연재일 :
2018.1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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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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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1. 마녀토벌대-1

DUMMY

“....!”

내부관조를 한 결과, 다미안의 영이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다미안의 영은 반지에 붙어 있었다. 현익이 그 반지를 창고에서 집는 순간 영은 현익 안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영은 그저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만 있었다. 그래서 현익은 영이 들어온 것도 몰랐다.

그랬던 다미안의 영이 발령(發靈)을 한 것은 그레이스황후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레이스황후의 목소리와 체취가 영에게 각성을 촉발시킨 것이다. 발령을 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현익과 의식이 연결되었다. 어머니란 그토록 강렬한 존재다.

덕분에 현익은 다미안의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저 안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 느낌까지도. 그가 지닌 기억과 느낌 상당 부분이 현익에게 전달되었다.

그러고 나서 영은 다시 잠잠해졌다. 다미안의 영은 미약해서 현익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넌 어떻게 된 거냐?’

현익이 물어도 영은 대답하지 못한다. 스스로 독립적인 자아를 지닐 만큼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이란 것도 일종의 에너지 집적체다. 강한 사람은 강한 영을 지니고 약한 사람은 약한 영을 지닌다. 아니 그 반대다. 영이 강하면 강한 사람이 되고 약하면 약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육신을 잃은 영은 육신을 가지고 있을 때에 비해 훨씬 약하다. 물리적인 파워를 발휘하는 측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지상태 또한 그렇다.

동물들은 육신을 잃으면 거의 자아를 가진 영을 남기지 못한다. 영능력이 워낙 약하기에 에너지집적체로도 남지 못하고 자연 속으로 흩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인간도 영능력이 약한 사람들은 사후에 거의 영을 남기지 못하거나 영을 형성하더라도 온전하게 자아를 인지하지 못하는 미숙한 영을 낳게 된다.

반면 영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자아를 분명하게 인지할 뿐 아니라 물리적인 힘까지 발휘한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귀신이란 이렇게 자아를 인식해서 원한의 대상을 찾는, 그리고 힘을 행사하는 영을 말한다.

‘그렇게 약하지는 않은데....?’

다미안의 영은 형체를 형성할 정도니까, 그리고 어머니를 알아보고 발령을 할 정도니까 아주 낮은 면은 아니다. 하지만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물리적인 힘은 물론, 자아를 완전하게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이런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다.

하나는 영능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미안의 경우, 비록 뛰어난 동생에게 뒤처지기는 했지만, 그 나이 때의 보통사람이라면 충분히 천재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엑스퍼트 중급에 이른 검술능력이 있었고, 학문이 뛰어난, 말하자면 오성이 매우 뛰어났다. 이런 사람의 영이 자아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저금할 리 없다.

‘분령(分靈)!’

영이 나누어진 상태가 두 번째 가능한 상태다.

주령은 다른 곳-대개 육신-에 두고 복제 영을 만들어 어떤 곳에 주입한 경우, 그 복제영은 매우 미약한 상태로 나타난다. 반지에 씌워졌던 영은 복제령으로 현익의 몸속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니까 아직 살아있다?’

현익의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어딘가에 다미안의 육신이 있고, 어쩌면 살아있을 것이다. 육신이 죽었다면 분령으로 있을 리 없다. 또 하나의 분령이 이쪽으로 찾아와 합쳤을 테니까.

‘찾아주마!’

살아만 있다면. 칼리만트를 다 뒤져서라도, 지금의 현익에겐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그자가 다미안황자였다고?”

“그렇다고 하는군, 크렁!.”

어이없다는 물음에 지독히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듯 크르릉 거리는 소리가 대답했다. 마치 어둠 속에서 흘러나온 듯한 말,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울린 듯하다.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방이었다. 창도 하나 없는 방은 두꺼운 석벽으로 사방을 둘러치고 있었고 바닥도 벽도 아무 정식도 가구도 없었다.

하지만 높은 기감을 가지고 바라보면 방 중앙에는 돌로 된 좌대가 세 개 정삼각형으로 놓여있고 좌대마다 한 명씩이 앉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셋 다 검은 로브를 후드까지 푹 뒤집어쓰고 있었다. 셋은 어둠과 완전 부합되는 검은 로브를 입어서인지 어둠에 녹아든 듯 그 존재의 경계마저도 흐릿했다.

“드래건 슬레이어라는 건 진짜일까?”

마치 석상처럼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으면서 까마귀가 우는 것 같은 듣기 싫은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아무도 까딱하지 않으니 누가 말한 건지는 도무지 분간할 방법이 없다.

“믿기 어렵지. 인간이 드래건을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답은 잔뜩 쉰 목소리였다. 그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하지만 드래건을 이기는 인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잖아?”

“그 녀석 얘기야? 그런 인간이 자주 나타나는 건 아니잖나?”

“자주는 안 나타나지. 하지만 그 친구 이후 600년이 흘렀어. 그만한 친구 한 명 정도 나올 시간은 흐르지 않았나?”

“....!”

어둠 속에서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다미안황자는 3년 전에 비해 놀랄 정도로 강해졌다고 한다. 어쨌든 그런 녀석이 곁에 있으면 황제를 도모하기가 쉽지 않을 거다.”

“으음!”

어둠 속에서 어둠보다 더 무거운 침음이 흘렀다.

“어쩌면 작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작전을 바꾸다니?”

“마계지역을 조성하지 못하고 마계통로를 열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

모두다 침묵인 것은, 황제를 장악하지 못하고선 마계지역 조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때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전번의 강림의 실패요인으로 꼽히는 것 중의 하나가 강림자들의 완전하지 못한 능력치였다.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줄 마계지역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마계지역을 조성하라는 특명을 마왕님으로부터 받았다. 지난 번 강림 때에 소멸되었던 마왕님은 600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부활했다. 원령체에서 부활한 마왕의 첫 일성은 중간계 재정벌이었다.

마왕님은 이번에는 십대 마백 전부를 다 대동할 예정이다. 전번에 마왕님을 수행했다가 소멸되었던 다섯 마백들도 모두 부활했다.

마왕님은 이번엔 신중을 기한다. 전번 강림 때 인간들을 너무 우습게 봤다. 드래건하고는 모든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인간, 심지어 드워프보다 힘이 약하고 엘프보다 민첩하지 못하다. 그래서 마계의 중간계 원정팀의 주관심대상은 30여 개체 정도 있었던 드래건들이었다.

마백들을 선두로 한 마족들은 드래건들을 거의 전멸시켰다. 겨우 2~3마리만 남고 드래건들은 모두 죽었다. 숫자가 얼마 되지 않던 엘프와 드워프들은 드래건들이 죽자 지리멸렬했다.

그런데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들이 끝까지 저항했다. 열 개의 별이라 불리는 뛰어난 청년들이 인간의 무리들을 형성해서 부닥쳐 왔다. 쓰러 뜨려도 쓰러뜨려도 인간들은 지칠 줄 모르고 밀려오고 또 밀려왔다.

물론 인간은 마족들에 비해서 현격하게 약했다. 일반 마족 한 명이 능히 백 명의 인간들을 대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백 명이 죽어나가도 한 명의 마족을 쓰러뜨리면 성공이었다. 죽은 백 명의 전사들을 곧 새로 충원할 만큼 인간들은 수가 많았다. 그리고 전쟁 중에도 끊임없이 아이들을 낳았다.

전번 강림 시에 마계에서는 마왕 루시퍼 아래로 5명의 마백과 80명의 상급 마족, 400명의 중급마족 그리고 4000명의 하급마족들이 왔다. 인간의 소드마스터라야 상대할 수 있는 상급마족이 80명이었고, 기사단 하나를 상대한다는 상급마족이 80명에 인간의 소드마스터와 맞먹는 중급마족들이 400명이나 되었다. 칼리만트 대륙의 인간 소드마스터 총 수가 300명 남짓 밖에 안 되었다. 하급마족이라도 한꺼번에 익스퍼트 검사들 서넛을 가볍게 상대할 수 있다.

그러니 질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졌다. 인간의 인해전술에 진 것이다. 물론 인간의 머릿수를 계산하지도 않고 출정할 만큼 무식한 마족들이 아니다.

인간들이 칼리만트대륙만 해도 마족들보다 100배도 더 많았지만, 남녀노소 구분 없이 거의 전원이 전사인 마족과 달리 인간은 전체 인구 구성 중에서 겨우 10%만 전사가 된다. 그것도 대부분이 허약하기 짝이 없는 하급마족이라도 백 명도 상대할 수 있는 보병이었다.

실책은 마계지역의 미조성이었다. 마계전사들은 마계통로로 신속하게 나와 전열을 갖추었다. 그들은 허약한 인간들에게 의기양양해있었다. 그래서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그들의 몸이 85%밖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뭐 85프로만 해도.”

그깟 인간들 쯤은 걷어낼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몰려오는 인간들은 마족들은 쉴 새 없이 죽였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었다. 그런데 인간의 쇄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딱 15% 모자랐다, 인간을 죽이는 수가. 마족들이 하나 둘 죽으면서 잉여의 폭은 점점 더 커져갔다. 마족들은 보충이 없었다.

놀랄 정도로 빼어난 인간들이 있었다. 보코찬, 도손, 레만 그리고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채로 싸웠던 드래건 벨라시오누스. 그들이 마족의 막강 전력인 마백들을 쓰러뜨렸다. 보코찬은 혼자서 두 명의 마백을 베고는 마왕에게 도전했다. 어이없게도 마왕은 그의 칼에 소멸되었다.

물론 그냥 당하진 않았다. 마왕의 주특기인 바인딩을 걸어 그를 마계로 끌고 갔다.

“보코찬이 사라지고 불과 400년 뒤 보코찬에 못지않은 그가 나타났지 않나?”

“그렇지. 그는 결코 보코찬에 못지않았지.”

어딘지 두려움을 띈 듯한 쉰 목소리.

“그는 우리를 장난감 병정처럼 다루었다, 인간세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9서클의 대마법사인 우리를 말이야.”

크르렁거리는 목소리는 상당히 격앙되어 있었다.

“흥분하지 마라. 네가 분통을 터트리면 여기가 몽땅 날아간다.”

“맞아 그러면 어렵게 구한 새 거처 또 옮겨야 해!”

크르렁거리는 목소리에, 우려하는 쉰 목소리와 까마귀 우는 듯한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나는 그 녀석도 인간이 아니라고 하는 거다.”

“드래건은 아니었어, 물론 엘프나 드워프도 아니고.”

“그리고 여자와 동침을 했어. 우리완 다르다는 거지.”

“....!”

다른 두 동료의 가차 없는 반박에 크렁거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잠시 말을 잊은 듯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그렇게 강해질 수가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그렇게 젊은 나이에.”

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철회할 마음은 없는 듯, 나지막하게 덧붙인다.

“한 가지 가능성이 남아있지.”

“설마 그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쉰 목소리의 말에 크렁거리는 말이 곧바로 맞받아쳤다.

“물론 그들은 절대 직접 나서지는 않지, 매우 이기적이고 또 그들의 율법이 그러니까.”

“그런데 왜 그들을 들먹이는 거지?”

“중간계에서 올라가 그들의 일원이 된 자들이 있다. 그들은 중간계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정식으로 그곳의 품을 받기 전에는 율법을 어긴 것이 되지 않는 맹점이 있거든.”

“허....?”

다른 둘은 어이가 없다는, 혹은 감탄한 목소리였다.

“어쨌든 빨리 행동을 개시해야 할 것 같다. 다미안이 황제가 되고 힘이 더 커지면 더 어려워질 것 같다. 녀석은 틀림없이 같이 있는 드래건 계집아이를 위해 우리를 집요하게 쫓을 것이니까.”

“....!”

“그래서 다미안황자를 궁에서 끌어내자.”

“가만!”

뭔가 생각이 떠올랐는지 까마귀 목소리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를 밖으로 끌어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예 죽이자.”

“어떻게?”

“매복 그리고 역소환진!”

“....!”

다른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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