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윙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웅천
작품등록일 :
2018.09.04 13:15
최근연재일 :
2018.11.02 08:30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0,935
추천수 :
98
글자수 :
290,058

작성
18.10.23 11:32
조회
129
추천
1
글자
12쪽

1-11. 마녀토벌대-3

DUMMY

현익이 삼류소설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풀어낸, 알타미아노스를 잡은 스토리는 하루도 되지 않아 궁내에 좌악 파졌고, 당연히 2황후궁에도 들어갔다.

“정말 지독히도 운이 좋은 아이야. 하긴 인물 하나는 끝내주지, 제 어미 닮아서.”

카트린느 황후는 못내 못마땅한 듯이 입맛을 다셨다. 다미안에게 닥친 기적 같은 행운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3년 만에 그렇게 강해질 수 있지, 그 멍청하고 약해빠진 정신상태로?”

“생사의 기로에 처하면 인간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곤 하죠. 다미안황자도 그런 경우였을 겁니다. 언제고 드래건의 마음이 변하는 순간이 끝장일 것이니까요.”

그리고 다미안 황자는 결코 멍청하지 않았습니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그렇지, 어릴 때부터 황궁 학사들이 감탄을 할 만큼 오성이 뛰어났죠. 기욤공작은 뒷말은 속으로만 뇌까렸다.

검술은 몰라도 그의 학문적 재능이 매우 탁월한 것은 상급귀족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미안이 바보황자라고 불리게 된 것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소심함 때문이었다.

왕국 자체가 검으로 일어선 나라고, 황제를 비롯해서 고급귀족들 대부분이 검사들이었기에 숭무풍조가 강했고, 그런 분위기에서 몸은 허약하고 책을 가까이 하는, 게다가 대인기피증까지 있는 다미안황자는 바보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다미안을 아르펜삼림으로 보내야 해요. 기욤공작께서 이 일을 원만하게 성사시켜줄 것이라 믿어요.”

말을 마치면서 기욤공작을 향해 상큼 눈웃음을 치는 카트린느 황후.

기욤공작은 아찔함을 느꼈다. 저 살인적인 눈웃음. 저것에 혼을 빼앗겨버렸던 자신이다. 때문에 이제는 2황후의 배에서 내릴래야 내릴 수도 없다.

카트린느황후가 눈치 채지 못하게 가볍게 한숨을 내쉰 기욤공작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겁게 끄덕여지는 고개만큼이나 그의 마음도 무거웠다.

기욤공작은 제국에 존재하는 5명의 소드 마스터 중의 일인이다.

전군총사령관인 가르딘공작에 이어 제국 카발리에오더(Cavalier Order: 기사서열) 3번의 기사기도 했다.

카발리에오더 1번은 상징적으로 황제가 차지하기에 실제적으로는 2번이다, 물론 그 스스로는 적어도 실력 면에서는 결코 두 번째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가르딘공작은 이미 나이가 많아 국정에서도 손을 놓고 물러난 만큼, 적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제국의 역대 황제들은 대부분 강한 검사였다. 물론 검사가 아니었던 황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비검사출신 황제들의 정권장악력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가 아닌 자는 황제의 자격이 없다고까지 얘기되는, 무를 숭상하는 제국이다. 아직도 전승되어 내려오는 ‘원탁 기사회의’가 대표적인 숭무의 상징이다.

원탁기사회의는 제국을 일으킨 벤자민 아드리아누스 초대 황제가 제국 창건의 동지들인 11명의 기사들과 즐겨 가졌던 회합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원탁은 상석이 없다. 황제 스스로 기사들과 평등하게 자리를 하는 원탁기사회의는 제국을 설립한 후에도 계속 이어져, 제국 카발리에오더 1번부터 12번까지가 참석해서 제국의 주요정책을 심의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가 되었다.

카트린느황후는 기욤공작에게 이 원탁회의에 아르펜삼림의 몬스터토벌 건을 상정하고, 다미안황자를 토벌대장으로 선정해줄 것을 부탁-기욤공작 입장에서는 지시-한 것이다.


어둠의 숲은 크게 다섯 구역으로 나뉜다.

동, 서, 남, 북, 중으로 나누는데, 중앙은 숲 밖에서도 보이는 해발 1만 미르에 달하는 드래건산맥이 자리 잡고 있고, 아직도 몇몇 드래건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쪽은 환영의 숲이라 불리는데, 이곳에 들어가면 이상한 환영에 사로잡혀 헤매다가 죽는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의 분신을 만나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고 한다.

서쪽은 엘프의 숲이라 불리는 지역으로 비교적 우호적인 곳이다.

신비의 종족 엘프마을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걸어 다니는 괴수(傀樹) 엔트를 비롯해서 몬스터들, 진귀한 약초, 독초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 헌터들이나 탐험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지만 몬스터들을 조심해야 하고, 특히 엘프들에게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엘프들은 인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북쪽은 숲이라기보다는 암석지대다.

드래건산맥에서 연결된 암석산들을 키 작은 관목들이 뒤덮고 있는데, 이 암석산들의 지하에 드워프들의 마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몬스터는 적지만 지형이 워낙 험난해서 오히려 더 위험하다. 드워프들 역시 자기들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온 인간들을 우호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남쪽은 마녀의 숲이라 불리기도 하고 아르펜삼림이라는 별도 명칭을 가지고 있다. 악마의 숲이란 뜻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나무들이 빽빽이 밀생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다섯 지역 중 가장 몬스터들도 많고 또 흉포한 것으로 유명하다.

헬리오크제국은 어둠의 숲의 남쪽과 서쪽 일부를 접하고 있다. 랑도취제국이 북쪽과 서쪽 일부를 접하고 있고 두 제국 사이에 끼인 프랑키스왕국이 서쪽 일부를, 그리고 은자의 나라들로 알려진 벨라투스왕국연합이 동쪽을 면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레만의 던전이나 카르밀라의 안가가 있는 곳은 서쪽 숲과 남쪽 숲의 경계부근이었다. 다미안이 들어갔던 곳도 그쪽이었고, 유스펠후작을 안내해서 들어갔던 곳도 그쪽이었다. 아르펜삼림 쪽은 아예 접근하지 않은 것이다, 드래건조차도.

어둠의 숲의 남부, 즉 아르펜삼림은 헬리오크제국과 300키르에 달하는 길이로 접하고 있다. 약간 볼록하게 남쪽으로 튀어나온 아르펜삼림지대와의 접경에는 7개의 영지들이 있다.

아르펜삼림에 밀생한 나무들은 칙칙한 회색빛 몸통에 비늘 같은 것이 덮여있고, 키가 보통 40~50미르에 달해,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대낮에도 밤중처럼 컴컴하다.

방대한 숲은 전체가 몬스터서식지나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몬스터가 살고 있는지, 얼마나 흉포하고 기이한 몬스터들이 있는지는 아무도 추측할 수 없다.

아직 누구도 숲의 깊은 곳까지는 가본 적이 없고-가본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돌아오지는 않았기에-숲이 깊어질수록 더 강한 몬스터가 있는 것으로 추측될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대륙에서 발견되는 몬스터는 다섯 종류다.

고블린, 오크, 트롤, 오우거 그리고 와이번.

가장 약한 것이 고블린이고 가장 강한 것이 와이번이다. 하지만 아르펜삼림에는 대륙 다른 곳에는 없는 몬스터들이, 그것도 매우 강한 놈들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드래건만큼이나 강한 것들이 있다는 말도 있다.

아르펜삼림을 접하고 있는 7개 영지 영주들의 합동탄원 형식으로 올라온 청원서는 행정수반인 유스펠 공작에 의해 원탁기사회의 심의사항으로 채택되었다.


“이런 사정임으로 우리는 이번에 몬스터들을 발본색원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 마녀까지도 처치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제기럴!’

유스펠공작은 속으로 혀를 찼다. 꼭 덜 떨어진 것들은 저렇게 쓸데 없이 오버를 해서 잘 되어가는 스테이크에 재를 뿌린다.

원탁기사회의에서는 기욤공작이 대대적인 몬스터 토벌을 주장했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각본대로였고, 이제 유스펠공작을 비롯한 2황자편 귀족들이 강력한 토벌자, 즉 드래건슬레이어를 추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욤공작이 시키지도 않고 원고에도 없는 마녀를 끄집어냈다. 제 딴에는 적을 크게 만들어 드래건슬레이어인 다미안황자의 출정의 당위성을 끄집어낸다는 생각이겠지만, 그게 머릿속까지 근육이 가득 찬 칼잡이들의 단순한 생각이다.

‘황제는!’

어떻게든 출정하지 않을 구실을 찾고 있다고!

유스펠공작은 안건을 상정했을 때 살짝 일그러지는 황제의 낯빛으로 이미 황제의 의중을 읽었다. 어쩌면 황제는 이 안건의 종착역이 다미안황자의 제거에 있다는 것까지 읽었는지도 모른다. 나름 뛰어난 정보망을 가진 황제니까.

“마녀? 마녀는 대단히 잔인하고 또한 매우 강하다고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황제가 딱 꼬리를 잡았다. 너 딱 걸렸어, 하는 눈빛이었지만 기욤공작은 미처 그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되레 의기양양해 했다.

“맞습니다. 소드 마스터급 기사와 7서클의 마법사도 당하지 못한 기록이 있습니다.”

황제의 의미 있는 물음에도, 고지식한 기욤공작은 당연한 듯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했다.

“그런 강한 마녀를 공작이 처리할 수 있겠소?”

“예? 아... 아닙니다.”

기욤공작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다? 그럼 기욤공작이 토벌대를 맡겠다는 뜻이 아니었소?”

“제가 감히 어떻게...?”

기용공작은 뜨악한 얼굴로 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이오? 기욤 공작은 소드 마스트고 명색이 우리 헬리오크제국의 수위를 꼽는 검사가 아니오?”

“전에는 그랬습니다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저보다 강한 분이, 훨씬 강한 분이 계시니까요. 그분이라면 충분히 마녀를 제압하실 수 있을 겁니다.”

“허! 기욤공작보다 강한 검사가 생겼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설마 가르딘공작을 얘기하는 건 아니겠지?”

몸이 좋지 않아 오랜만에 열린 원탁기사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한 가르딘공작을 황제는 들먹였다. 만약 가르딘공작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넌 죽었어, 라는 메시지가 황제의 눈에 올라와 있었다.

“아, 아닙니다. 어찌 연로한 가르딘공작을....”

“당연하지! 어쨌든 좋은 일이군. 그래 그 검사가 누구요?”

황제는 기욤공작의 부연설명을 일축하며 자못 흥미를 띤 얼굴로 기욤공작을 재촉했다.

“저... 다미안 1황자님입니다.”

“뭐? 지금, 황자를 토벌대로 내보자고 말하는 거요, 공작?”

카라얀황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빽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큰 소리를 질렀던지 마실 것을 들고 뒤쪽에서 대기하던 시녀가 손에 든 것을 떨어뜨려 요란한 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하지만 누구도 그 시녀에게 신경을 쓸 겨를 이 없었다. 황제의 반응은 전혀 예상 외였고, 평소 호탕하고 털털한 황제가 그렇게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귀족들은 모두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 어쩔 줄을 몰라 할 뿐이었다.

“3년간 드래건에게 잡혀, 죽음 같은 노예생활을 하다 기적적으로 탈출해 돌아온 황자다. 황자가 돌아온 지 1년이 되었느냐? 한 달이 되었느냐? 그런 1황자더러 아르펜삼림으로 가서 드래건보다 더 강할 지도 모르는 마녀를 잡으라고 하는 거냐, 기욤 공작?”

황제의 호통에 소드마스터 답지 않게 기욤공작의 얼굴은 누렇게 떴다.

그로서는 황제가 이렇게까지 과민한 반응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카트린느황후가 시키는 대로 다미안황자를 천거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유스펠후작과 제 2황후 쪽 귀족들이 밀어붙여 다미안황자를 토벌대장으로 임명하게 될 줄만 알았던 것이다.

“다미안황자가 드래건 슬레이어기 때문인가? 황자가 드래건을 잡은 것은 지극히 운이 좋았고, 검술실력보다 기지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은 여기 있는 귀족들이 다 아는 바다. 그리고 이제 겨우 20살이고 현재 황위계승서열 1위인 황태자다. 황태자를 국운이 걸린 전쟁터라면 모를까, 굳이 몬스터토벌에 내보내려는 저의가 뭔가, 공작?”

이어지는 황제의 호통. 기욤공작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황제의 저런 모습도 처음이려니와, 저런 논리 정련한 추궁에 답변할 수 있을 만큼 기욤공작은 지적인 수준이 높지 않았다.

“저, 저는....”

기욤공작은 더듬거리면서 눈을 굴려 황급히 유스펠후작을 찾았다. 그러나 유스펠공작은 기욤공작의 눈길을 외면했다. 그걸 너 혼자 죽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로 기욤공작은 받아들였다.

“....!”

기욤공작은 어쩔 수 없이 카트린느황후가 시킨 것임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칼잡이답게 지적 수준은 높지 않지만 단순하고 결정이 빨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블랙윙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1-13. 포획-5 18.11.02 171 1 13쪽
51 1-13. 포획-4 18.11.01 93 1 14쪽
50 1-13. 포획-3 18.10.31 87 1 13쪽
49 1-13. 포획-2 18.10.30 118 1 17쪽
48 1-13. 포획-1 18.10.29 112 1 13쪽
47 1-12. 실로페-3 18.10.27 115 1 13쪽
46 1-12. 실로페-2 18.10.26 114 1 13쪽
45 1-12. 실로페-1 18.10.25 114 2 13쪽
44 1-11. 마녀토벌대-4 18.10.24 128 1 11쪽
» 1-11. 마녀토벌대-3 18.10.23 130 1 12쪽
42 1-11. 마녀토벌대-2 18.10.22 100 1 13쪽
41 1-11. 마녀토벌대-1 18.10.20 120 1 12쪽
40 1-10. 드래건 슬레이어-3 18.10.19 110 1 11쪽
39 1-10. 드래건 슬레이어-2 18.10.18 114 1 13쪽
38 1-10. 드래건 슬레이어-1 18.10.17 107 1 13쪽
37 1-9. 알타미아노스-4 18.10.17 122 1 11쪽
36 1-9. 알타미아노스-3 18.10.15 110 1 11쪽
35 1-9. 알타미아노스-2 18.10.13 128 1 11쪽
34 1-9. 알타미아노스-1 18.10.12 161 1 12쪽
33 1-8. 유혹과 유인-5 18.10.11 178 1 13쪽
32 1-8. 유혹과 유인-4 18.10.10 143 1 11쪽
31 1-8. 유혹과 유인-3 18.10.09 142 1 11쪽
30 1-8. 유혹과 유인-2 18.10.08 138 1 13쪽
29 1-8. 유혹과 유인-1 18.10.06 143 1 11쪽
28 1-7. 유스펠공작가-4 18.10.05 146 1 13쪽
27 1-7. 유스펠공작가-3 18.10.04 138 2 12쪽
26 1-7. 유스펠공작가-2 18.10.03 166 2 12쪽
25 1-7. 유스펠공작가-1 18.10.02 156 3 11쪽
24 1-6. 마르티나-4 18.10.01 162 2 12쪽
23 1-6. 마르티나-3 18.09.29 214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