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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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road
작품등록일 :
2018.09.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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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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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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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1991년 12월 25일, 오전 8시 42분, 크렘린 관저



"후.."



앞쪽 이마가 탈모로 휑하게 드러난 한 노인이 양복의 넥타이를 고쳐잡으며 만년필을 들었다. 그가 서명하려고 하고 있는 용지는 '신 연방조약'이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노인은 서명하기 직전, 과거 회상에 잠깐 빠져들었다. 섣부른 아프가니스탄 침공, 그가 압력을 넣어 조기 철군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은 적지 않은 피해와 군비 지출, 침략자라는 낙인, 그러나 무서운 것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것만으로 끝났다면 한숨 돌렸을 것이지만,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체르노빌에서 일어났다.


수습 과정을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길 '체르노빌 전쟁'이라고 한다. 그 말은 맞았다.



저 멀리 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에서부터, 영국, 프랑스 등의 서유럽 국가들, 아프리카에서도 작게나마 기부를 했고,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그랬다. 당시 그는 아직 인류의 마음 속에 있는 따뜻한 연민은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겠군."



그의 앞에 놓인,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는 또다른 문서, 그것은 '군축 승인' 서류였다.



"후폭풍은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의 보좌관이 우려되는 눈으로 물어왔다. 그러자 그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으며 화답했다.



"지금으로선 이제 최선이지. 군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전부터 계속 예고해 오던 사안이었고, 10년 전부터 해온 개혁의 마무리이기도 하고."



그는 다시 만년필을 고쳐잡고서는 군축 문서에도 서명했다. 이제 이 정책은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한다.



"이제 가지. 오늘의 최고이자 마지막 행사가 남지 않았나?"



보좌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일으켰다. 요즘 들어 몸이 안 좋아져 일어날 때는 부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집무실의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약간 초췌해졌지만 여전히 카리스마가 살아 있는 얼굴, 전임 서기장 유리 블라디미로비치 안드로포프였다.



"오랜만이군."



"6개월 만입니까? 몸은 조금 좋아지셨습니까?"



"보는 대로, 좋지는 않지만 전보다는 나아졌다네."



안드로포프는 건강이 좋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대문을 열기가 무섭게 기자들이 든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져나왔다. 그와 안드로포프는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옆에 앉았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스터 고르바초프, 그리고 안드로포프."



"아닙니다. 오히려 부시, 그쪽을 기다리게 한 것 같군요."



"별 말씀을."



그러면서 현 미합중국 대통령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와 현 소련 서기장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는 악수를 나누었다.



"이전 미국의 체르노빌에 대한 후원은 진심으로"



"뭘 그러십니까. 그저 성숙한 강대국으로서 모범을 보였을 뿐이비다. 슬슬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제야 고르바초프는 부시를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과 기자들이 몰린 이유를 깨닫고는 서둘러 단상에 올랐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죄송합니다. 이거 나이가 들다 보니 기억력이 떨어집니다그려."



그는 연설을 시작했다.



"우선 이 자리에 바쁜 시간을 내어 주신 각국의 귀빈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미국과 소련은 육지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계속해서 대립해 왔습니다. 약 40여 년 간 이어진 이 '소리 없는 전쟁' 속에서 수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헝가리에서, 체코의 프라하에서처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도덕적 만행이 벌어졌습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에서도 사람들이 죽고, 집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중략)


자, 이제 소련의 깃발을 내리십시오! 소비에트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새로운 출발의 상징을 거십시오! 이제 냉전은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전역에서는 약속이라고 한 듯이 일제히 소련의 국기가 내려지고, 하얀색, 파란색, 빨간색의 3색으로 구성된 새로운 출발이 올라갔다.



우레같은 박수가 울려퍼지던 중, 특별히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도색한 미 해군 휘하 곡예비행대 소속 전투기와, 연방 소속 곡예비행대 전투기가 4대씩 엇갈리며 에어쇼가 시작되었다.


양측은 이 '깜짝 쇼'를 위해 철저히 기밀을 유지하며 합동연습도 최대한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진행해 왔다.


전투기 8대는 오랫동안 연습한 듯 유려한 비행을 선보이며,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을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무리로 'Merry'를 그리고, 'Christmas'를 그리는 가운데, 'y'와 마지막 's'가 완성되자 사람들의 열광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지금까지의 광경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어 모두가 냉전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던 중 부시는 와인을 고르바초프에게 권했다.



"한잔 하시겠습니까?"



"기꺼이 그러지요."



한편, 부통령 댄 퀘일과 안드로포프도 말없이 잔을 주고받았다. 에어쇼가 끝나고, 본격적인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제가 맞이한 최고의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시와 이제는 러시아 연방 제 1대 대통령인 고르바초프의 잔이 맞부딫혔다.

fall_of_soviet_union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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