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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호
작품등록일 :
2018.09.08 17:13
최근연재일 :
2018.10.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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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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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계획(2)

DUMMY

잠이 든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진동수는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취하지도 않은 몸, 시간을 허비할 이유는 없었다.

몬스터 인베이션의 그래픽 디자인을 하루라도 빨리 마치려면 우선 강의를 완강해야 했다.

'내일은 출근이니까..'

늘 그렇듯 새벽 시간의 대부분은 그에게 자는 시간이 아니었다.

진동수가 선택한 강의는 게임 개발만을 위해 제작된 3D 그래픽 강좌였기에 확실히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3Dmax의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간단한 눈사람 같은 초급 조형물을 만드는 걸 익혔다.

체계적으로 올라가는 난이도, 그에 따라 실력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저 인강을 띄워 놓고 보는 것만으로는 발전에 있어서 한계가 분명했다.

'단순히 인강을 듣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어.'

쓸데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내용, 그에 대해 진동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강사가 가르쳐 주는 모든 조형물을 완성하고 넘어갔다.

듣기만 하는 것에 비해 시간은 확실히 오래 걸렸지만 얻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만들고 시도하는 포트폴리오가 쌓여갈수록 실력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됐다.

'오늘은 이 강의가 마지막이야.'

중급 조형물을 만드는 강의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우면서 그에게 필요한 강의였다.

강의의 소제목은 동물과 괴물 만들기.

이 강의가 있음에 감사할 정도였다.

그가 만들 게임 몬스터 인베이션은 동물과 마물을 그대로 유닛으로 이용하거나 서로 합성하여 합성 유닛으로 싸우는 게임이었으니까.

'조형감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몬스터.'

그게 진동수가 추구하는 유닛 디자인이었다.

이 강좌는 유닛을 제작하는 데 최적화된 강의였다.

진동수는 한층 더 집중해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더 복잡한 게 많았다.

동물이나 괴물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유기체 모델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고, 해부학에 기초한 얼굴, 바디 모델링을 배워야 했다.

진동수는 강사가 소개하는 예시뿐 아니라 공룡이나 그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특이한 몬스터까지 디자인을 시도했다.

강의의 내용, 그 100% 이상을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한참을 몬스터 디자인에 몰두하던 진동수는 후우, 숨을 내쉬며 의자 뒤로 고개를 젖혔다.

상당한 뿌듯함과 보람이 느껴졌다. 3D 그래픽 디자인까지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된다면 만능 개발자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거니까.

기획, 개발, 사운드, 그래픽 능력을 전부 갖춘 인디 개발자가 정말 희소한 자원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방금 디자인한 것들 중 대부분은 버리게 되겠지.'

완강하고 나면 보이는 게 훨씬 달라질 테니, 더 완성도 높은 걸 추구하게 될 건 당연하다.

하지만 디자인을 시도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

우선 실력과 자신감을 얻었고 시도한 모든 것들은 포트폴리오로 남겨 두었다.

나중에 본 게임의 그래픽 디자인을 작업할 때 유용하게 쓰일 건 자명했다.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 구체화한 것들이 컴퓨터 속에 포트폴리오로 남아있었으니까.

벌써 시계 초침은 다섯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이걸로 충분해.'

진동수는 누워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들었다.

그가 그리는 게임 개발자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진동수였다.



***



조금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진동수가 거실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배영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찍 일어났네. 뭐 해?"

"뭐 하긴. 그냥 요리하지."

어제 술 먹을 때와는 달리 평소의 말투로 돌아온 배영은.

그래도 역시 이 말투가 익숙했다. 진동수는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겠네. 연휴 끝나니까 뭔가 어색해서."

이틀간의 짧은 연휴였지만 매우 길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 와중 그녀가 무언가를 끓이고 있는 걸 확인한 진동수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콩나물국?"

시원한 국물 냄새로 확신했다.

".. 응. 어제 술 마셨잖아."

"아, 그랬지. 당신은 괜찮아? 숙취 심해?"

"아니, 세 잔 밖에 안 마셨는데 뭐.."

진동수가 의자에 앉으며 넌지시 말했다.

"당신 어제.."

마치 말을 못 꺼내게 막으려는 듯 어설프게 말을 끊는 배영은.

"응? 내가 어제 무슨 말 했어? 잘 기억이 안 나서."

"..."

진동수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내가 게임 회사 세우겠다고 말한 것도 기억 안 나?"

"그건 기억나는데, 하하."

귀가 빨개진 채 어색한 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고 확신했다.

'잊어버린 척하는 거네. 하긴..'

세 잔 먹은 것도 알고 있는데 어제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

아마 그녀는 어제 한 말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듯했다.

진동수가 웃으며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아이들이 나오고 식탁에 둘러앉았다.

진동수가 진유준에게 넌지시 물었다.

"오늘 동아리 있지?"

"응."

"진전은 좀 있어? 이틀 전에 확인하긴 했지만."

진유준은 매일같이 친구 집에 모여서 게임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마 정해져 있는 공모전 제출 기간과 쟁쟁한 대학생들과 경쟁한다는 사실이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았다.

진유준이 밥을 우물우물 먹으며 대답했다.

"그냥 그럭저럭. 방학 때 달려야지."

겨울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희소식이었다.

"그래. 열심히 해 봐."

"응."

짧게 대화를 끝내고 진동수는 진유정을 바라봤다.

딸에게도 말을 붙일까 했지만 딱히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의 앞에서 '100만 원 어디에 썼어?'라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동수는 포기하고 콩나물국을 들이켰다.

숙취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 시원한 맛이 좋았다.

"다녀올게."

빠르게 밥을 다 먹은 진동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



학교에 간 진유준.

집에서 아빠한테 무신경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진동수의 존재는 진유준의 학교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아리 시간에 컴퓨터실에서 게임을 하다가 걸려서 문제아 취급을 받았던 진유준.

그로 인해 집에 전화까지 왔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게임 개발 공모전에 나간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상황과 주위의 시선은 180도 반전됐다.

혼을 내던 담임선생님이 조례 시간마다 개발 근황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유준이, 개발에 어느 정도 진전은 있니?"

선생님이 부르는 호칭도 '야, 진유준!'에서 우리 유준이로 바뀌었다.

진유준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매일같이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기 골치 아플 정도였다.

진유준은 평소처럼 짧게 대답했다.

"그냥 그럭저럭이요."

그러나 문제는 주위 친구 녀석들의 반응이었다.

남녀 할 것 없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자신감 미쳤다!"

"큭큭, 국민 영웅 아들이라 그래. 진유준."

담임이 떠드는 녀석들을 제지했다.

"다들 조용!"

진유준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거면 말을 꺼내지 말든가.'

담임이 매일같이 말을 꺼낼 만큼 진유준과 그의 동아리는 학교에서까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혹여나 대학생들을 누르고 수상이라도 하게 되면 학교의 위상 또한 높아지는 일이니까.

게다가 그 진동수의 제자들이 속한 동아리였다.

"그럼, 다들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하고. 특히 유준이 열심히 해라. 기대가 크다."

"예.."

진유준은 대충 대답하고는 동아리실로 이동했다.

아버지로 인해 부담은 커졌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동아리 시간이 기다려졌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으니까.

어느새 아버지 진동수는 진유준에게 있어서 개발자로서의 롤모델이 되어 있었다.

밀리고 싶지 않았다. 요즘 밤늦게까지 코딩 연습을 하다 자는 것도 그 이유였다.


게임 개발 동아리 역시 폐부 위기에서 가장 기대받는 동아리로 변모했다.

각 반에서 기대받고 있는 건 진유준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녀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왔어.."

이동우가 한숨을 내뱉으며 진유준에게 말했다.

갑자기 동아리 인기가 많아지면서 입부를 희망하는 친구나 후배가 급증했다.

그러나 더 이상 동아리원을 늘릴 생각은 없었다.

도움이 된다면 받겠지만 사실상 인원 늘리기 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짐덩어리가 될 게 뻔했다.

"미안, 동아리원을 늘릴 생각은 없어서."

좋게 이야기해서 돌려보내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입부를 희망하는 녀석들 외에도 구경하러 오는 애들 또한 많아졌다.

특히 진동수가 의외로 여심을 사로잡아서인지 몰라도 여자애들이 컴퓨터실에 많이 몰려왔다.

진유준, 성숙한 모습이 있긴 했지만 아직 한창때의 중학생 어린이에 불과했다.

"야, 시작하자."

한 여자애를 확인하고 진유준이 겉멋을 부리며 한마디 던졌다.

이동우가 큭큭 웃으며 노트북을 켰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진유준이 구경하러 와서 서 있는 서지연을 좋아한다는 걸.

의도적으로 그녀와 가까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는 진유준.

화면을 응시하며 의도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한껏 폼을 잡으며 고개를 돌려 유시혁을 불렀다.

"시혁아."

"왜."

"우리가 그래픽이랑 사운드 소스를 커스터마이즈 해서 쓰는 게 아니잖아."

유시혁이 얼굴을 씰룩거리며 가까스로 대답했다.

"응, 그렇지."

"그래서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랑 적합한 소스코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건 좀 별로인 것 같지 않아?"

진유준은 끝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유시혁에게 노트북을 내밀었다.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진유준이 힐끗 서지연의 표정을 확인했다.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는 그녀.

진유준이 해냈다는 듯 주먹을 힘껏 쥐었다.

그때 이동우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진유준이 바로 이동우를 노려봤다.

그 표정을 확인하고 다시 웃음을 참는 이동우.

그때 학생주임 선생님이 와서 호통을 쳤다.

"너희들! 컴퓨터실 오지 말랬지! 빨리 자기 동아리실로 안 돌아가!"

학주의 호통에 전부 흩어져서 돌아가는 녀석들.

그제야 남은 다섯 명이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아, 진짜 큭큭, 웃겨 죽겠네."

"진짜 터질 뻔한 거 겨우 참았다."

진유준이 한 이야기는 전부 말장난에 불과했다.

짧게 요약하면 우리가 그래픽이랑 사운드를 돈 주고 주문하는 게 아니라 공짜 코드를 잘 골라야 한다는 것.

그걸 조금만 영어를 써서 바꿔 말하면 마치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진유준이 한 말은 전부 의도된 겉멋이었다.

전부 돌아간 후에야 진유준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야, 솔직히 좀 멋있었냐?"

"푸하하. 진짜 진유준 더럽게 웃기네."

요즘 들어 프로그래밍으로 야매로 겉멋을 부리는 방법을 터득한 진유준이었다.

물론 전공자가 본다면 웃으며 뺨다구를 날릴지도 모르지만.

'안 들키면 그만이지.'

진유준이 씩 웃으며 친구들과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



한편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커피를 마시며 쉬는 진동수.

그를 향해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 봐요, 동수 씨."

친근하게 어깨에 손을 감싸며 말을 거는 남자.

"아, 박 차장님. 안녕하세요."

진동수는 의아한 듯 인사를 받았다.

평소에 자신에게 거의 말을 걸지 않는 사람이었다.

진동수가 먼저 인사하는 경우 말고는 대화한 적이 없다.

상사이기는 했지만 거리가 있는 남자였다. 게다가 타 팀의 차장이라 접점도 별로 없었다.

'유독 나한테는 말을 건 적이 없었지.'

보통 업무적인 이야기든 사적인 이야기든 장준호 과장과 이야기했다.

'내가 나이가 좀 많아서 불편해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물론 나이는 진동수가 좀 더 어렸지만 그래도 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입사 초에 먼저 말을 붙여도 꺼려하는 기색이라 그 후로는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그렇기에 친근하게 어깨를 감싸는 행동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요즘 회사생활은 괜찮아요?"

"아, 네. 괜찮습니다."

"요즘 다 잘 풀리고 엄청 좋겠어요, 으하하."

"아닙니다. 운이 좋았죠."

"그래요, 운이 좋았지."

"···?"

"회사를 만든다고요."

박영석이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이어서 말했다.

"내가 회사생활하면서 한두 번 본 게 아니라서 그래요. 운 좋게 뭐 하나 대박 났다고 회사 때려치우고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하는 그런 사람. 원래 뭐 하나 운 좋게 대박 나면 그게 실력인 줄 알거든."

조용히 듣던 진동수는 말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박 차장이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괜한 짓 하지 말고 회사 다녀요. 동수 씨 내가 반대했으면 우리 회사도 못 왔어. 은혜 갚아야지?"

박영석의 말에 진동수가 종이컵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몽이2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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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계획(1) +20 18.10.10 16,635 495 12쪽
30 시선(9) +21 18.10.09 16,667 467 11쪽
29 시선(8) +12 18.10.08 16,649 475 11쪽
28 시선(7) +19 18.10.06 17,612 496 12쪽
27 시선(6) +18 18.10.05 17,370 466 11쪽
26 시선(5) +12 18.10.04 17,447 443 10쪽
25 시선(4) +13 18.10.03 17,993 452 13쪽
24 시선(3) +10 18.10.02 18,240 444 10쪽
23 시선(2) +8 18.10.01 18,602 448 10쪽
22 시선(1) +8 18.09.30 19,412 473 10쪽
21 선택(3) +10 18.09.29 19,235 462 10쪽
20 선택(2) +12 18.09.28 19,257 418 10쪽
19 선택(1) +7 18.09.27 19,680 440 11쪽
18 시작(3) +7 18.09.26 19,889 444 9쪽
17 시작(2) +8 18.09.25 20,239 46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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