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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코치 정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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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룡출세
작품등록일 :
2018.09.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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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왕이면 다홍치마 (1)

DUMMY

10. 이왕이면 다홍치마 (1)



유망주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상용고와 인광고의 고교야구 경기.

상용고와 인광고 에이스들이 나왔다지만 대량 실점과 대량 득점이 번갈아 나오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경기는 14 : 12로 상용고가 승리했다.

문제는 패배자들이 인광고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는 거였지만.


“에이, 씨발. 시간 버렸네. 아오.”


“어떻게 단 한 명을 못 건지냐. 으휴.”


스카우터들이 다들 모여서 담배를 뻑뻑 태웠다. 나도 담배를 한없이 태웠다. 욕과 담배연기가 한없이 튀어나오는 경기력이었다.

암만 고교야구라지만 정말 눈이 썩어 들어가는 수준. 투타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프로지명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트리오즈랑 코디악즈가 라이벌 의식을 버리고 함께 상용고를 씹어 댈 정도였다.


“진짜 상용고에 들어간 돈으로 저런 아웃풋 나오는 건 충격적인데.”


“트리오즈 쪽에서 얼마 냈는데요?”


“몰라요. 올해는 큰 걸로 두 장쯤 줬겠죠.”


“최대 2억요?”


“뭘 놀라는 척해요? 코디악즈도 그쯤 넣었을 거면서.”


“에이, 저희 모기업도 돈 말라서 죽겠다 죽겠다 하는데 그럴 돈이 어디 있어요.”


“에이, 씨. 내 돈 아니라곤 하지만 그거면 신인선수들 여덟명 연봉인데.”


인광고야 원래 약체로 분류된다지만, 상용고 수준이 이런 모양이라는 사실에 스카우터들이 얼얼한 뒷목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서울 쪽 팜을 나눠 먹어야 하는 트리오즈와 코디악즈는 이 뒤통수에 멘탈이 많이 흔들린 듯했다.


“워리어즈는 아예 도중에 짐 싸서 가 버리더만요.”


“뒤통수 맞았죠, 뭘. 보여 줄 거 없으면 사양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다 받아 처먹고 이게 무슨 짓인지, 원.”


그렇게 말없이 담배를 비벼 끈 뒤 목동구장을 나서니 헛헛하다.

물론 이게 끝일 리는 없다.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유망주들이 몇백 명인데. 그중에서 대어를 낚으려면 당연히 발품을 팔아야지.


[최 팀장님, 상용고는 볼 거 없습니다. 다른 구단 스카우터들도 지금 뒤통수 맞았다고 난리예요.]


오케이, 송신.

서울에 아직 스케줄이 남아서 시간을 어떻게 때우나 하고 있는데, 뜻밖의 전화가 왔다.


따르르릉······.


“어럽쇼, 유선 씨?”


지금쯤 대구에 있을 텐데. 곧 있으면 등판인 사람이 전화를 걸고 있으니 더럭 겁이 났다.

1군과 2군으로 나뉘어 있을 때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그리고 이렇게 전화가 올 때면 뭔가 나쁜 일이 대부분이지.


“네, 전화받았습니다.”


― 정 코치님.


“예, 유선 씨.”


― 죽겠습니다.


이런 젠장.

설마 뜬금없이 부상이라든가 하는 건 아니겠지. 목소리가 아예 죽어 가는 건 아니니 심각한 일은 아니겠지만서도······


“왜요?”


― 1군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얼마나 말이 아니길래 이렇게 전화까지······.”


― 솔직히 2군이 분위기는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어이쿠, 이거 큰일이구만. 2군에서 그 추태를 보고 올라간 유선이 이런 소리를 할 정도면 정말 말로 다 하기 어려울 만큼 개판이란 소리인데.


― 어떻게 억대 연봉 받는 놈들이 이기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없어요. 남주완이 왜 승부조작을 했는지 알겠다니까요. 가만 놔둬도 어차피 질 거, 공돈 좀 벌어 보고 싶었겠죠.


승부조작은 일부러 지는 쪽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일부러 이기는 건 조작도 뭣도 아니고 그냥 정당한 스포츠 정신이니까.

그런데 타이거즈는 조작을 안 해도 진다. 괜히 꼴찌 팀이겠나. 질 경기를 지게 만드는 거니까 승부조작을 해도 별 죄책감이 없었을 거다.


― 코치들이랑 감독님 쪽도 심각합니다. 어떻게 손써 볼 방법을 못 찾는 거 같아요. 제가 올라와서 호통을 쳐도 분위기가 안 잡힙니다.


즉시전력감인 민호를 제쳐 두고 유선을 콜업한 건 1군 후배들을 휘어잡아서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달라는 뜻이었을 거다.

하지만 유선의 말을 들어 보면 역부족인 것 같다.

야구는 팀 게임인데, 타이거즈 1군이 팀 게임을 안 하고 있다면 얘기 끝난 거지. 올해 경기가 좀 남기는 했지만 꼴찌로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 진짜 좀 더 2군에 있다가 시즌 끝나고 나서 올라오는 게 나았지, 이래가지고는······.


“어허, 아무리 그러셔도 그런 말은 안 돼요.”


― 사실이라서 하는 말입니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몰라요.


“뭐,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위로밖에 없고, 그나마 2군 드래프트 1픽을 잘 뽑아서 즉전감으로 다듬은 뒤 내년에 콜업시키는 건 할 수 있겠네요.”


― 후우, 현중 선배라도 같이 올라왔으면 기강잡기 편할 텐데. 아니면 하다못해 민호라도······ 으휴. 얼른 누가 좀 올라와서 같이 솔선수범하면 좋겠습니다.


“네네. 저도 물밑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그때까지 좀 버텨 주세요. 힘든 일 있으면 또 전화 주시고요.”


― 그럼 등판 준비하러 가 보겠습니다.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전화드렸네요.


“그런 거 하라고 있는 게 코치니까 별일 없더라도 전화 주세요.”


― 알겠습니다. 나중에 뵙지요.


유선의 몸 상태는 괜찮은 것 같지만 주변 상황이 이래서야 정신이 안정되지 않게 생겼다.

장현중은 아직 손톱이 갈라진 부상을 회복하려면 좀 걸리고, 그나마 민호가 올라가는 게 제일 빠를 텐데······

자리만 난다면야 민호가 올라가서 유선의 숨통을 틔워 주겠지만 1군의 의중을 알 수가 없는 게 문제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어이쿠,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전화부터 하시네.


“네, 전화받았습니다. 정수찬입니다.”


― 여, 여보세요?


심재우. 가입자수 6만 명의 타이거즈 팬카페인 ‘V11을 향하여’의 관리자다. 베이스볼 매니저 카페에서 만난 인연이기도 하고, 백다훈의 투구 영상을 보내 준 분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는 아주 철두철미하고 대쪽 같은 이미지인데, 왜 이렇게 목소리를 떤다냐. 사실 통화까지는 오늘이 처음이라 사람 파악이 덜 됐다.


“예예. 제가 지금 목동이라서요. 편하신 곳을 말씀해 주시면 제가······.”


― 저, 저도 근처입니다. 오목교역 그, 근처 카페에서, 지, 지금, 보, 보지요. 와서 여, 연락 주세요.


뚝.


뭐지, 이 인간?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 버리네?

설마······ 진짜 변태는 아니겠지?


***


“바, 반갑습니다. 시, 심재우입니다.”


“아, 예. 타이거즈의 2군 코치 겸 임시 전력분석원 정수찬입니다. 현실에서 뵙는 건 처음이네요.”


“예, 예.”


어, 음······ 첫 인상이, 솔직히 좀 놀랐다.

변태같이 생겼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쭉 찢어진 눈매에 얇은 콧날과 입술, 거기에 살짝 튀어나온 토끼 앞니.

사람 생긴 걸로 편견 갖고 싶지는 않지만 이건 좀 심한데.

근데 통화할 때도 느꼈지만, 왜 이리 떨지? 뭐 잘못한 거 있나?


“추우세요? 자리 좀 바꿔 드릴까요?”


“예, 예? 아, 아닙니다. 좀 이, 있으면 괜찮아집니다.”


그러고는 의자에 기대서는 숨을 후욱후욱 내쉬었다. 왜 이렇게 진정을 못하는 걸까.

팬카페 관리자에게 백다훈을 제보해 줘서 감사하다고 나온 자리지, 이겨 먹으려고 온 게 아니니까 긴장할 필요 없는데.


“일단.”


“네?”


“저희 타이거즈 쪽에서 좋은 선수를 제보해 주신 재우 씨께 드리는 작은 성의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희디흰 봉투를 건넸더니 날름 집어서는 액수를 확인한 뒤 여름용 재킷의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구형 피처폰의 가계부에 기입······

참 대단하다, 저런 구형 폰을 아직까지도 쓰고 있다니. 그러니 동영상 화질이 그 지경이지. 사례금보다 새 핸드폰이 더 급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저녁은 하셨습니까?”


“예, 예? 시간이 아, 아직······.”


이제 겨우 5시, 저녁식사 시간으로는 많이 이르다. 하지만 카페에서 차 마시고 봉투 건네는 것으로는 나한테 좋을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럼 가시죠. 그렇게 좋은 제보를 받았는데 밥도 안 대접하고 보낸다는 게 말이 되나요.”


마침 저녁식사를 예약한 곳도 여기서 멀지 않다.

그렇게 심재우를 데려간 곳은 호텔 레스토랑. 심재우보다는 예진 씨를 데려오고 싶어지는 곳이다.

차마 내 돈 주고 오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인데, 가뜩이나 심약해 보이는 양반이 여기 오니 아주 사색이 됐다.


“저, 정 코치님.”


“네, 재우 씨.”


“여, 여기 비싸지 아, 않습니까?”


비싸지. 그래도 어쩌겠나. 구단 이미지라는 것도 있고, 감사의 표시라는 것도 있는데.

뭣보다, 이럴 때 아니면 나는 언제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 먹어 보겠냐고.


“어떻게 보면 저희 구단의 은인이신데 동네 김밥집에서 대접할 수는 없잖아요.”


“이, 이미 돈도 받았는데.”


“에이, 한 끼 드시고 가세요. 구단에서 내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요. 저희 구단 돈 많은 거 아시죠?”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메뉴를 번개같이 고르니 좀 한가해졌다.

식전주니 애피타이저니 앙트레니 하는 이야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싼 걸로 시켰으니 맛있겠지.

주문을 마치고 나니 거의 곧바로 식전주가 서빙됐다. 유리잔을 반쯤 채운 샴페인이었다.


“일단 한 잔 하실까요?”


“아, 아아, 예.”


“타이거즈를 위하여.”


“위, 위하여?”


팅.


잔을 마주치니 아주 맑은 소리가 난다. 금속이나 나무 재질이 공과 맞닿는 소리, 가죽 터져 나가는 소리만 듣던 내게는 색다른 자극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비싸게 살아야 하나 보다.

심재우는 샴페인을 한번 홀짝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머지를 다 마셔 버렸다.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


“애피타이저입니다.”


“뭔가요?”


“신선한 채소수프와 과일을 곁들인 오리고기 콩피 샐러드입니다.”


코스 요리, 그것도 애피타이저 치고는 꽤 풍성하다. 간에 기별도 안 갈 만큼 조금 주다 마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거기에 달달하고 상큼한 샴페인이 곁들여지니 여기가 바로 극락이로다.

그렇게 내가 샴페인을 홀짝이는 사이, 심재우는 한 잔 더 받은 샴페인을 무슨 소주 들이켜듯 원샷으로 때려 넣었다.


“이, 이거 맛있네요, 정 코치님.”


“많이 드세요. 모자라시면 언제든 얘기하시고요.”


“그럼 술을 한 병······.”


“그러죠.”


심재우는 요리보다 술 쪽에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 아예 샴페인을 보틀째 받아 오니 좋아 죽는 눈치다.

식전주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게 아닐까 걱정되던 차에, 심재우는 어느새 반쯤 풀린 눈으로 실실 웃고 있었다.

설마, 아직 메인 요리도 안 나왔는데 취한 거야?


“정 코치님.”


“어······ 네, 재우 씨.”


“예전부터 타이거즈 사람들 보면 묻고 싶었던 게 있는데 말입니다.”


얼씨구, 이젠 말도 안 더듬는다. 술이 들어가니까 이제 좀 정상인처럼 보이는 게······ 혹시 알콜 중독 아닌가 의심될 지경인데.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는 대답해 드리죠.”


“요새 타이거즈, 1군 2군 전부 왜 이렇게 못하는 겁니까? 지난 3년 성적이 7위, 8위, 8위, 거기다 올해는 9위 예약! 보니까 2군도 꼴찌더만요!”


이만하면 거의 울분을 토해 내는 수준이다.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 같은 게 아니다 보니 잠자코 듣고만 있었는데, 한풀이의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도대체 왜! 왜! 송현창이어야만 했냐, 이 말입니다. 호남에 좋은 고졸 선수가 많을 텐데, 왜 하필 대졸을!”


팬카페 반응이 안 좋기야 했다마는, 송현창이 그렇게까지 싫었나. 구단 입장에서 보면 정말 괜찮은 재목인데 말야.


“진정하시고요. 송현창은 제가 주도해서 뽑았습니다.”


“정 코치님이요?”


“네.”


심재우는 인상을 구기더니 잔에 따라 놓은 샴페인을 한입에 목 안으로 털어 넣었다.

아까 두세 잔 마셔 놓고 취했는데 또 저렇게 마시다니. 조금 있으면 만취 상태가 되겠구만.


“후우, 왜 그러셨슘니꽈?”


“뭘 왜 그랬냐니요, 올해 호남 팜에서 뽑을 수 있는 선수 중에서 가장 좋았으니까 그랬죠.”


“이션웅을 뽑았으면 됐을 문제 아닙뉘까, 이션웅을!”


하이고, 이제야 알겠다. 이 양반도 이선웅 빠돌이였구나.

하긴 이선웅이 좀 많이 탐나는 재목이긴 했지. 팔꿈치에 폭탄이 달려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말야.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것 같으니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선웅은 지금 토미존 서저리를 받으러 미국으로 갔습니다. 수술비용이랑 재활 쪽은 저희가 대 주기로 했고요. 일단 대학에 진학해서 재활을 하고, 졸업하는 대로 입단할 예정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후우, 이션웅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압니다. 그런데 저희는 즉시전력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고, 송현창은 그게 가능했습니다. 구속이 높거나 수준급 변화구를 갖고 있지는 않아도 제구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니까요.”


“졔구력, 하, 챰. 그노무 제, 끅, 구력.”


“많이 취하신 것 같습니다. 그만 드시는 게······.”


옆에서 웨이터가 말렸지만, 심재우는 다시금 샴페인을 따르더니 벌컥벌컥 마셔 버렸다. 이러다 여기서 옷 벗고 드러누울지도 모르겠는걸.


“솔~직히! 솔직히 말하겠슈다. 요새 타이거즈 팬카페 반응 암니꽈?”


“왜 모르겠습니까. 인터넷은 저희 활동 무대인데요. 팬 반응도 보고 정보도 얻고 하는 공간인데, 소홀히 하면 안 되죠.”


“소홀히 하면 안 되는데, 끅! 뽑는 게 송현창? 송현차앙?”


난 감사하다는 의미로 대접하러 온 건데, 꼭 욕받이 하러 나온 꼴이 돼 버렸다.


“현장에서 전부 검증받고 내린 결정입니다. 송현창은 경기 운용을 할 줄 아는 재목이에요.”


“답답하쉬네~ 팬들! 예? 팬들 마음에 안 드는 결정만 한다~ 이 말입니다, 예?”


뭐,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다.

1군 2군 다 꼴찌면 야구 볼 맛 안 나지. 그런 상황에서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 뽑기도 마음에 안 드니 팬 때려치울까 고민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에에이!”


“어어, 그만 드세요. 더 드시면 진짜 큰일 나요.”


“답답해서 이러는 거 아닙니꽈, 예? 답답해서!”


그래, 팬카페 관리자까지 할 정도면 진성 팬이다. 예진 씨도 타이거즈 팬으로서 답답하다는 말을 새벽까지 떠들었는데, 이런 팬이면 오죽할까.

이해한다. 다 이해한다.

그런데 술은 좀 그만 먹으면 안 될까?


“저기요, 정 코치님.”


“예.”


“제가 왜 선민고까지, 끅! 찾아가서 욕 무 가면셔 찍었는지, 아시냐고요.”


“압니다.”


“팬들 마음을 몰라주니깐! 예? 팬들이 알아서 갖다 바치기까지 하잖습니까, 예?”


“압니다. 아는데······.”


“그럼 좀, 잘 좀 해 달란 말입니다. 잘 좀······.”


“하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변화! 변화가 필요하다 이 말입니다, 변화!”


아예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울분을 토한다.

이렇게 열성적인 팬을 가진 타이거즈 구단은 행복한 줄 알아야 된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이길 생각을 해야지, 이길 생각이 없다는 건 무슨 배부른 소리냐. 팬들 가슴에 대못 박는 짓을 했다가는 진짜 벌 받아야 돼.

그나저나, 이 사람을 어떻게 위로한다?


띠링!


고민하던 그때, 문자중계 서비스가 튀어나왔다.


“뭡니까? 내~가 말이야, 어? 팬들 마음을 대변하는데.”


“잠시만요.”


이거다! 아휴, 이제 좀 살겠네.

팬들 마음을 몰라준다, 이 말을 하는 건 이제 잘 알아줄 거라는 희망을 달라는 신호다. 그 희망을 주면 진정될 것이다.

어쨌건 이 사람은 강성 팬클럽 6만 명을 대표할 만큼이나 그 희망에 목말라 있는 사람이니까.


“잠깐 야구 좀 보시겠습니까?”


“야구요? 끅, 타이거즈?”


“예. 마침 오늘 1군에 올라온 김유선 선수 선발인데, 좀 보셨으면 해서요.”


“김유선? 하, 옛날에나 잘 던졌지, 이젠 뭐, 끅.”


“일단 한번 보세요.”


심재우의 구닥다리 피처폰으로는 DMB가 나오지 않았기에, 내 핸드폰을 테이블 중간에 놓고 같이 봐야 했다.

분위기가 조용하다 보니 볼륨은 최대한 줄여야 했지만, 경기 내용을 알아보기에는 충분했다.


“이······ 끅. 이거 뭡니까?”


― 오늘 김유선 선수, 신무기가 제대로 빛을 발하네요.


― 그렇슘니다. 궁내 프로야구에선 아쥬 희귀한 너클볼을 뜬졌거든요?


심재우의 반쯤 풀려 있던 두 눈이 아주 똥그랗게 뜨였다.

아무렴, 국내 야구팬이라면 이걸 보고 쇼크를 안 받을 수가 없지.


“······너, 너클볼?”


“대단하죠? 저거, 제가 가르친 겁니다.”


―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너클볼의 메카니즘을 완벽히 이해하고 돌아왔슘니다.


심재우는 두 눈을 화면에 고정시킨 채 메인 요리를 우걱우걱 집어 먹었다.

옛날의 김유선이 아니지. 그 파워풀한 하이키킹에서 나오는 똥볼과 피안타, 피홈런의 레퍼토리가 사라졌다.

윽박지르던 투구 내용은 너클볼로 살살 꼬드기면서 배트를 이끌어 내는 모습으로 변했다. 이만하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거지.

이걸 보고 아무것도 못 느끼면 타이거즈 팬이 아니다.


“김유선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히든카드들도 2군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송현창 역시 마찬가지고, 백다훈도 내년부터는 제 가르침을 받겠죠.”


“에~이, 정 코치님이, 끅. 가르쳤다고? 김유선을?”


“예. 혹시 2군의 유민호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유민호! 지금 2군, 끅! 에이스 아님니꽈.”


“그렇죠. 유민호도 제 작품입니다. 콜업 자리가 하나뿐이라 이번에는 김유선 선수 혼자만 올라갔지만, 곧 민호까지 올라가고 나면 타이거즈는 확실히 바뀔 겁니다.”


“아니, 음.”


“이만하면 기대해 볼 만하지 않습니까?”


심재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가뜩이나 취해서 빨갛기도 했지만, 아예 익어 버릴 것처럼 더욱 빨갛게.

이쯤에서 쐐기를 박을 겸 일어나서 악수를 건넸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백다훈 선수에 대한 정보를 주신 덕분에 내년이 아주 밝아졌습니다.”


“아, 아니, 뭐, 음, 저, 저야말로.”


심재우는 내 손을 맞잡으며 부끄러움인지 기쁨인지 몸을 배배 꼬았다.

사실 나이 마흔이 훌쩍 넘어갔을 남정네가 이러는 게 썩 보기 좋지는 않지만, 팬이라고 생각하니까 또 보기 좋고. 묘하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변화시키겠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믿어도 되겠습니까?”


“믿으셔도 됩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로 찾아뵙죠.”


다시 자리에 앉았더니 심재우가 씨익 웃었다. 그러고는 안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냅킨에다가 뭐라고 휘갈겼다.


“에~이! 기분이다!”


탕!


내 앞에 그것을 엎어 놓고, 심재우는 만족스럽게 웃는 얼굴로 팔짱을 꼈다.


“이게 뭡니까?”


“이, 읽어 보십쇼. 이, 이거는 우리 마, 마누라도 모르는 특급 기밀 정보임다, 끅.”


냅킨을 뒤집어 보니 단 두 줄의 문장만이 적혀져 있었다. 악필이다 보니 조금 읽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이해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구명성고.

3학년 배태국.


어럽쇼? 배태국? 이 녀석 역시 우리 스카우트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은 녀석이다.


“우리 정 코치님! 힘내시라고 주는 정보입니다. 끄윽, 취한다.”


“이거 혹시······.”


그러자 검지를 입에 대는 심재우.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만, 마치 기밀정보를 주는 것처럼 내게 귓속말까지 했다.


“타이거즈, 끅. 10년을 책임질 대어니까, 아후. 취한다, 취해. 잘 좀 부탁합니다.”


작가의말

낭중지추 (5) 편에서의 백다훈의 체력 한계치를 30 -> 45로 수정하였습니다.

또한 수찬이가 다훈이에게 내일 보자고 한 내용 역시 삭제하였습니다.
독자분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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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9. 낭중지추 (4) +40 18.10.09 14,620 39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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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9. 낭중지추 (1) +13 18.10.06 15,109 437 15쪽
26 8. 예상대로, 혹은 예상치 못했던 (3) +16 18.10.05 14,984 463 14쪽
25 8. 예상대로, 혹은 예상치 못했던 (2) +15 18.10.04 14,855 375 15쪽
24 8. 예상대로, 혹은 예상치 못했던 (1) +25 18.10.03 15,327 365 17쪽
23 7. 낱알과 쭉정이 (4) +14 18.10.02 15,000 358 14쪽
22 7. 낱알과 쭉정이 (3) (수정) +30 18.10.01 15,753 381 19쪽
21 7. 낱알과 쭉정이 (2) +18 18.09.30 15,099 389 13쪽
20 7. 낱알과 쭉정이 (1) +13 18.09.29 15,364 373 16쪽
19 6. 나비처럼 (4) +12 18.09.29 15,172 378 16쪽
18 6. 나비처럼 (3) +10 18.09.28 15,204 348 13쪽
17 6. 나비처럼 (2) +11 18.09.27 15,426 350 16쪽
16 6. 나비처럼 (1) +17 18.09.26 15,587 337 12쪽
15 5. 본게임 시작 (3) +19 18.09.25 15,530 342 13쪽
14 5. 본게임 시작 (2) +15 18.09.24 15,693 330 14쪽
13 5. 본게임 시작 (1) +20 18.09.23 16,152 330 14쪽
12 4.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랴 (3) +6 18.09.22 15,979 38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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