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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스티드
작품등록일 :
2018.09.15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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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만들기

DUMMY

내가 연맹 지부 건물을 나오자 한태민의 감시자들이 따라붙었다. 우선 녀석들을 따돌리기로 결정했다.

쉬운 방법이 하나 있었다. 점멸을 이용해 빠르게 그 자리를 이탈하는 것이다.

슈 - 숙!

한 번의 점멸로 한순간에 거리에서 사라졌다.


[뭐, 뭐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방금 갑자기 사라진 것 같은데······.]

[대체 어디로 가 버린 거야?]


나를 지켜보던 감시자들이 모두 당황해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게 훤히 보였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건물 옥상. 점멸이라는 스킬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으니, 이런 곳으로 순식간에 도약할 수 있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당황하고 있는 감시자들을 가볍게 비웃어 준 뒤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멸을 이용해 건물을 누빈다.

지금 내 목적지는 오직 한 곳이었다.

바로 서수빈의 집.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아냈냐고?

방금 전 등급관리처 사무실에서 서수빈의 책상을 빠르게 살펴볼 때 확인했다.

그의 책상에는 여러 서류들이 지저분하게 놓여 있었는데, 그중에는 우편물도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세금을 납부하라는 통지서였다.

아마 회사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집에서 우편물을 챙겨 온 듯했다.

어쨌든 그걸 통해 알아낸 주소는 이 근방이었고, 찾아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착해서 주변을 살피자 한가한 시간대라서 그런지 별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호수를 계산하여 서수빈의 집이라 예상되는 곳으로 점멸을 사용해 들어갔다.

슈 - 슉!

안으로 들어간 뒤, 서수빈의 집이 맞는지부터 확인했다.

사진이나 메모, 편지 같은 것이 있나 찾아봤다.

잠시 후 집 안에서 서수빈이 한태민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서수빈의 이름이 적힌 편지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확히 찾아온 듯했다.

그리고 작은 다이어리도 하나 찾았다.

무심코 확인해 본 다이어리 안에는 서수빈의 고민이 적혀 있었다.


『 이게 옳은 일일까? 』

『 그런 자들과 손을 잡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정말 헌터라고 말할 수 있을까? 』

『 이런 짓까지 하는 건 진짜 아닌 것 같다. 누군가 처장님을 멈춰야 한다. 』

『 미쳤어. 다들 미친 게 틀림없어. 한국의 헌터 연맹은 곧 망할 거다. 다른 살길을 찾아야겠다. 』


휘갈겨 쓴 듯한 글귀들이었다.

나는 그걸 읽는 순간 서수빈이 한태민과 어떠한 이유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래서 한태민이 서수빈부터 의심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용에 주목했다.

‘그런 자들과 손을 잡는 것’이라는 말이나 ‘헌터 연맹이 곧 망할 것’이라는 말은 그냥 보고 넘길 수 없었다.

누구라도 자신의 꿀 같은 일터가 망한다는 글을 보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이어리를 샅샅이 훑어봤지만 더 이상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겠다.

지금은 여기에 글귀를 하나 더 추가해 주기로 했다. 한태민이 낚일 만한 문구로다가······.

그다음 안방으로 들어가 그곳의 서랍장 하나를 열었다. 그리고 적당한 안쪽에 내가 가지고 있던 비자금 장부들 중 하나를 집어넣었다.

증거 조작이다.

한태민이 서수빈을 의심하고 있다면 분명 이 집을 수색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 집을 뒤진다면 어렵지 않게 이 장부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걸로 서수빈에 대한 한태민의 의심은 확신이 되고, 그를 조지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오랜 세월 한태민의 심복으로 살아온 서수빈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겠지.

그래. 서수빈은 한태민 같은 인간의 신임을 얻을 정도로 약삭빠르고 똑똑한 인간이다.

일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진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위기가 찾아왔다는 걸 알면 그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지 않을까?

제법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나는 천천히 아파트를 나와서 점멸로 이동해 나갔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머릿속으로 계산해 나가면서······.


***


도진배는 최근 쥐 죽은 듯이 살고 있었다.

이준혁이라는 학생이 자신의 자존심에 남기고 간 상처는 더 이상 복구할 수 있는 성향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점점 수척해져 갔고, 폐인이 되어 갔다. 선생 생활도 계속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결국 그는 며칠 버티지 못하고 장기 휴가를 냈다.

그는 정신 치료를 받기 위해 요양을 선택했지만, 마음의 위안은 어디에서도 얻지 못했다.

결국 은퇴까지 고려 중이었다.

그렇게 힘없이 하루를 겨우겨우 영위해 나가고 있던 어느 날, 누군가 접근했다.


“잠시 시간 되십니까?”


도진배가 고개를 들자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다.

지부장의 보좌관이었다.


“헌터 연맹 서울 지부에서 나왔습니다. 지부장님께서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

“네?”


그렇게 도진배는 자신의 집에 지부장을 들였다.


“누추합니다.”


그의 말에 비해 훨씬 더 누추했지만, 지부장 진수민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네.”


도진배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어보십시오.”

“이준혁이라는 교육생을 알고 있나?”


그 말을 듣자 도진배의 눈동자가 커졌다. 큰 당황감이 진수민과 보좌관에게 알기 쉽게 전해질 정도였다.


“그 이름······.”


도진배가 멈칫했다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자네가 승급 시험을 승인해 줬지?”

“그렇습니다.”

‘여기까진 정보대로다.’


그렇게 생각한 뒤 진수민이 질문을 꺼냈다.


“왜 그랬지?”


그 질문에 도진배는 눈을 감았다.

진수민의 질문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분명 5년 동안 보류시킨 승급이었다. 근데 왜 갑자기 승급시킨 거야?”


도진배는 오랜 시간 동안 수련한 노승처럼 꼼짝 않고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대답할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진수민은 그를 응시하며 침착하게 대답을 기다렸다.

잠시간의 정적이 이어졌다.

결국 잠시 후 도진배가 입을 열었다.


“처음엔 별 볼 일 없는 애송이였습니다.”


그가 과거를 회상하듯이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분명 아무짝에 쓸모없는 짐 덩어리였죠.”

“쓸모가 없었다?”


진수민의 되물음에 도진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스킬이 없는 녀석이었습니다. 아니, 스킬을 쓸 줄 모른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헌터 자격을 갖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도진배는 계속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악착같이 버티더군요. 무려 5년을······.”


진수민은 도진배의 말을 들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러다 어느 날 녀석이 하루아침에 변한 겁니다. 갑자기 말도 안 되게 강해졌어요. 그런 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습니다.”


도진배는 그 말을 꺼내면서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상황이 떠올랐다. 말을 하면서 동시에 흥분으로 언성이 높아졌다가 차츰 가라앉았다.


“녀석은 강했습니다. 승급시켜 주는 게 당연했어요.”


마지막으로 나온 말은 기운 빠진 목소리였다.

진수민이 그 말을 다 듣고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정말로 하루아침에 강해졌나? 확실해?”

“확실하다곤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지만, 갑자기 강해진 것만큼은 확실해요. 전 그 정도까지 괴물처럼 강해진 교육생은 본 적이 없어요.”


도진배가 그 말을 하면서 몸을 추슬렀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준혁의 비웃음, 자신이 가한 혼신의 일격, 강하게 명치를 얻어맞은 일. 그 모든 것들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와 괴롭혔다.


“더 이상 그 일에 관해선 생각하기 싫습니다.”


도진배가 몸서리치며 말했다.


“그런가? 알았네.”


진수민이 답하며 자리를 떴다. 지금의 증언을 토대로 정보가 명확하게 갱신되었다.


‘이준혁은 어느 한순간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그것은 이준혁이 상식적이지 않은 어느 무언가와 연결점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

그리고 그만큼.


‘첩자의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준혁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의심스러운 심증이 더 가중된 것만큼은 확실했다.

진수민은 도진배의 집을 나오면서 보좌관에게 명령했다.


“이준혁이 승급하기 전까지 1년 동안 양성소의 모든 기록을 전부 뒤져.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기록이나 인물이 있는지 찾아내.”

“네.”


외부 세력의 개입 정황을 찾기 위한 지시였다.

누군가 이준혁과 접촉하고, 그 접촉으로 이준혁은 힘을 얻고, 첩자 활동을 시작한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분명 양성소 기록에 수상한 인물이 있을 것이다.


‘이준혁······ 내가 인물을 잘못 본 걸까? 아니, 어쩌면 제대로 본 걸까? 연맹에 환멸을 느끼고 배신을 선택한 거냐? 그게 아니라면 무슨 생각인 거냐?’

진수민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결론이 내려지진 않았다.


‘역시 본인에게 묻는 게 가장 빠르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진수민이 보좌관에게 말했다.


“이준혁과 자리를 주선해 줘.”

“알겠습니다.”


보좌관이 답했다.


‘이준혁,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봐야겠어.’


지부로 돌아가면서 진수민은 이준혁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았다.


***


“그래, 이게 녀석의 집 안에서 나왔다고?”


한태민이 검은 장부를 들고 감시를 맡겼던 충신들에게 되물었다.

그 장부는 매입처장 오상태와의 은밀한 거래가 샅샅이 드러나 있는 치부책이었다.


“다른 건? 뭔가 의심할 만한 내용은?”

“크게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부하가 말을 하며 품 안에서 노트 하나를 꺼냈다. 서수빈의 다이어리였다.


“그게 뭐지?”

“이것에 적힌 내용이 조금 불순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한태민은 다이어리를 받아 들어서 살펴봤다. 그리고 특정 글귀에서 멈췄다.


『 이게 옳은 일일까? 』

『 그런 자들과 손을 잡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정말 헌터라고 말할 수 있을까? 』

『 이런 짓까지 하는 건 진짜 아닌 것 같다. 누군가 처장님을 멈춰야 한다. 』

『 미쳤어. 다들 미친 게 틀림없어. 한국의 헌터 연맹은 곧 망할 거다. 다른 살길을 찾아야겠다. 』


그것을 보면서 한태민의 속은 뒤집어졌다.

하지만 그를 제대로 열 받게 한 것은 마지막에 쓰여 있는 글귀였다.


『 아무래도 처장은 내가 처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단 그의 장부를 털어야겠다. 』


그것은 한태민을 낚기 위해 이준혁이 추가한 내용이었다.


“이 새끼가······.”


한태민이 분노를 담아 낮게 중얼거렸다. 이준혁의 낚시에 제대로 물린 것이다.


“후.”


그는 짤막하게 한숨을 들이켰다.


‘그래, 네놈이 나에게 반기를 들었다 이거지? 어디 얼마나 잘 계획했는지 네놈의 면상에 대고 물어봐 주마.’


그리고 말했다.


“당장 서수빈 그 자식 불러와.”

“네.”


부하들이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부름에 따라 처장실 안으로 서수빈이 들어왔다.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거기 앉아. 할 말이 많으니까.”


서수빈은 한태민의 말에서 이상한 기류를 감지했다. 평소와 달리 매우 가시가 돋쳐 있었다. 그것도 심복인 자신에게.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의자에 앉자마자 한태민이 질문을 던졌다.


“주인을 무는 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지만, 한태민의 얼굴은 별로 좋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만면에 비웃음만 내비쳤다.


“자네, 얼굴에 철판을 깔았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직도 모른 척인가?”


한태민은 먼저 다이어리를 던져 주었다.

툭.


“이건?”


분명 자기가 쓰던 다이어리였다.


“거기에 뭐라고 썼지?”

“그, 그저 사적인 글이었을 뿐입니다.”

“그래, 사적으로 배신까지 생각했겠지.”


서수빈이 다급하게 양손을 내저으며 질색했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그저······.”

“웃기는군.”


한태민은 분노를 숨기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서수빈의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와 다이어리를 펼쳤다.

잠깐 페이지를 살펴보다가 해당 구절이 나오자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서수빈의 얼굴에 내밀었다.


“이걸 보고 그런 소리가 나와?”


서수빈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의 뇌는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태민은 그런 서수빈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장부 어디 숨겨 놨어?”


서수빈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 어떤 생각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딱 한 가지, 그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말이 있었다.


“다음 타깃은 당신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이준혁이 지나가면서 했던 말이었다.

수빈은 그제야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함정에 제대로 빠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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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계획대로 되고 있어 +21 18.11.06 21,219 654 12쪽
26 비밀 금고 털기 참 쉽죠? +16 18.11.05 22,842 673 12쪽
25 너의 비리가 보여 +21 18.11.02 25,813 730 12쪽
24 통찰력이 9990만큼 증가합니다 +24 18.11.01 26,021 719 12쪽
23 A급 헌터 등극 +39 18.10.31 27,061 766 13쪽
22 접수처장의 몰락 +24 18.10.30 27,468 781 14쪽
21 필드전 싹쓸이 +46 18.10.29 28,889 804 13쪽
20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 +92 18.10.26 31,675 813 12쪽
19 방어력이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37 18.10.25 30,776 830 13쪽
18 수상쩍은 의뢰는 생각보다 쉬웠다 +24 18.10.24 30,561 812 13쪽
17 연맹 간부들은 귀찮다 +20 18.10.23 31,782 783 13쪽
16 승급은 한 번에 두 단계씩 (2) +18 18.10.22 31,943 778 12쪽
15 승급은 한 번에 두단계씩 (1) +28 18.10.19 33,104 752 13쪽
14 파티 의뢰 혼자 다해먹기 +31 18.10.18 33,176 771 14쪽
13 점멸 스킬을 배우다 +23 18.10.17 34,013 795 13쪽
12 보스런으로 파밍하기 +34 18.10.16 35,484 856 13쪽
11 약초 먹고, 득템 하고 +28 18.10.15 35,261 881 13쪽
10 첫 제작에 초특급 띄우다 +40 18.10.14 35,920 88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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