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병, 선수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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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세포
작품등록일 :
2018.09.15 21:23
최근연재일 :
2019.02.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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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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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년간의 변화.

DUMMY

“100m 돌고 1분 휴식, 3시간 동안 반복해라!!”


준석의 선언에 중등부, 초등부 선수들은 사색에 잠겼다. 그 중 유난히 눈을 반짝이면서 기뻐하는 건 단 두 명 뿐이었다. 석호와 한솔은 저마다 루틴을 해서 몸의 긴장을 해소시켜 주며 둘이서 할 수 있는 어깨 운동을 감행했다. 이제는 단짝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형, 오늘 연습 끝나고 연습 시합 10번 콜?”


“그래봤자 못 이기잖아.”


“아니야 이길 수 있거든?!!”


“너 지금 나한테 몇 번 졌는데?”


“셀 수도 없이?”


하루에 5번부터 시작해, 최대 30번 가량을 대결했다. 당연히, 다른 선수 애들은 한솔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석호와 친해져봤자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솔은 알고 있었다. 의욕도 없는데 꾸준히 하는 선수반 애들과 의욕 만발로 최선을 다하는 석호를 비교했을 때의 차이와 그 영향을 말이다. 한솔은 석호의 가치를 훨씬 높게 매겼고, 석호의 모든 것에 매료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기는 건 내가 될 거야.’


라이벌이며, 서로의 등을 밀어주지만 경영은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잔혹함의 세계였다.


“인터벌 훈련 준비하고.”


어느새 스트레칭 시간이 끝나고 인터벌 트레이닝을 준비한다. 물속에서 속도가 빠른 순번대로 줄을 섰다. 당연히 석호는 맨 뒷줄이었다. 총 6명 중 한솔은 3번째였으며 초등학생 중에서는 가장 빨랐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헤엄을 치며 전속력을 다해서 100m를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플립턴을 하며 정신이 아득할 만큼 집중력을 발휘했다. 동시에 어깨 주위 근육이 쇠를 달구듯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자, 다시!!”


1분이 지나가는 시간이 1초처럼 여겨졌다. 그만큼 심호흡을 하면서 심신을 달래고 다시금 100m를 나아간다. 석호는 서서히 뒤쳐졌지만 악착같이 달라붙었다. 그러기를 한 시간, 기진맥진한 선수반 애들이 설렁설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체력이 극에 달한 석호는 제아무리 열심히 해도 앞서나가는 애들 하나 추월하지 못했다.


“후우...후우...”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고 다리가 후들거릴 무렵, 지옥 같은 3시간이 흘러갔고 남들이 집에 갈 때 한솔과 석호는 남아서 스스로의 다리를 주무르며 베시시 웃었다.


“형, 이렇게 연습하는 게 너무 즐거워.”


“넌 진짜, 악재를 즐기는 타입인가보다. 나한테는 이게 재앙인가 싶을 정도로 최악인데 석호 네 생각을 듣고 나면 부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던 내가 바보 같아져.”


“형은 수영도 잘 하잖아.”


“너보다 나이도 많고 신체적으로 월등하니까. 뭐, 인정하긴 싫지만 나도 금방 따라잡힐까봐 분발중이야. 지금 네 성장속도가 내 상상력을 훨씬 웃돌거든.”


“...형은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가?”


“국가대표.”


“어. 근데 내가 살아있는 한 너한테 지고 싶진 않네.”


“이길 거니까!!”


석호와 한솔은 생각했다. 우애 좋은 형제가 있다면 서로를 지칭하는 말이 아닐까 하고...시간이 유수처럼 흘러 석호는 중학교 입학식을 앞두게 됐다.



***



산발된 머리와 입에 문 삶은 달걀. 가방에는 책이 한 가득했으며 앉아서 급하게 신발 끈을 맨다. 집 밖으로 나서며 말한다.


“다녀오겠습니다!!”


5년. 굉장히 긴 시간이 흘렀다. 가볍게 달리기를 시작하며 심호흡을 하고 등교를 할 무렵 이마에서는 비 오듯 땀이 쏟아져 내린다.


“야, 거기 너!!”


죽도를 들고 있던 후줄근한 추리닝을 입은 한 아저씨가 석호를 가리켰다. 석호는 의문스럽게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묻는다.


“저요?”


“그래 임마, 엎드려뻗쳐!!”


“아저씨 누구신데요?”


“이 중학교 체육 선생, 정열정이다!!”


“...제, 제가 왜 엎드려야 돼요?!!”


“넥타이 안 맸잖아.”


그러고 보니 어쩐지, 와이셔츠가 허전하다 싶었다. 하는 수 없이 체육교사 정열정 앞에 선 석호는 엎드려뻗쳤다.


“이 녀석이 키 크다고!! 넥타이 안 매면 다냐?!!”


이제 167cm다. 매 년마다 3cm씩 크는 중이었지만 언제 멈출지 몰랐다. 근데 그게 넥타이와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다.


따-악!!


허벅지가 저릿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복장불량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단지 억울한 게 있다면...


“선생님, 쟨 왜 안 잡는데요?!!”


“네 눈은 옹이구멍이냐? 저건 교복이 아니라, 사복이다 임마!! 그리고, 쟤가 아니라 선생님이야!!”


정열정의 호통 소리에 석호보다 작은 키의 여성이 뒤를 돌아본다. 확실히 앳된 외모가 부각되어 대학생처럼 보이긴 했다. 한 마디로 젊은 선생님이란 의미였다.


“어?”


여성은 석호를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석호는 그런 여성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단발의 검정색 머리카락과 눈, 코, 입이 달려있다. 그냥 여자 얼굴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예쁘장하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긴 했지만 말이다.


“너 석호니?”


그런데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석호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내 아버지가 네 감독님인데 알고 있니?”


“아?”


그러고 보니 어쩐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서준석의 딸, 서윤아였다. 가끔 수영장에서 안면을 튼 적이 있었을 뿐이기에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


‘말도 안 돼. 아버지랑 딸이 이렇게 닮은 꼴 하나 찾아볼 수 없다니...’


사실인 건 알겠는데 시각으로 본 외관이 너무 달라서 비관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악마 같은 서준석 감독님의 딸이라고 하면 다부진 눈매하며 합기도나 유도에서 정점에 도달하거나 어떤 스포츠를 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가질 수 있는 편견이었다.



***



입학식이 끝나기 무섭게 수영장으로 향한 석호는 곧장 헤엄 칠 준비를 했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키도 준수하며 몸의 근육도 탄탄하다는 것이다. 석호는 스트레칭을 하며 뒤늦게 나타난 남성에게 시선을 던졌다.


“한솔형 왔어?”


“어, 그나저나 너 그 약속 잊지 않았지?”


“당연하지!!”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말하는 거다.”


고개를 끄덕이는 석호. 한솔과 석호는 셋을 세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전국대회 우승!!”


중등부는 석호가.


고등부는 한솔이 우승을 차지한다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전국 대회 예선전까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연습을 끝마치고 식사를 하는 시간, 준석은 A4용지에 프로그램 내용을 작성하고 멘탈리스트로써 상담 계획 일정을 설명한다. 준석은 석호의 눈빛이 서서히 달팽이처럼 돌아가는 걸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간추려 설명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강도가 올라갈 거다. 수영에 필요한 운동기구는 아래 헬스장에 마련되어 있으니까, 기억해두고 나머진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


“네, 알겠어요. 그나저나 감독님 따님이 저희 학교 선생님이던데, 전혀 안 닮았더라고요.”


“그래, 안 닮았겠지. 외모는 제 어미를 쏙 빼닮았으니까.”


“응?”


“간간이 윤아가 올 거다. 마사지부터 시작해, 스트레칭을 통해 타인의 근육을 풀어주는 능력이 탁월하지. 여자의 외모와 섬세함에 남자의 근력을 가진 이상적인 테라피스트다. 내 입장에선 굉장히 어여쁜 선녀 같은 딸이지만.”


“감독님,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뭐냐?”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는 겁니까?”


“푸웁!!”


순수함이 곁들어진 석호의 질문에 한솔은 마시던 물을 준석의 얼굴을 향해 내뱉었고, 준석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며 굉장히 진지하게 일러주었다.


“성관계를 통해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하며 그게 여성의 자궁 내막에 뿌리를 내리면서 아이를 가지게 되지. 결코, 가볍게 다뤄선 안 되는 얘기다. 네가 만약 커서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전에 책이나 동영상 등 사전정보부터 수집하고 읽어 본 다음에 판단하는 게 좋다.”


“네에.”


한솔은 예상과 다르게 무난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감탄했다. 호통 칠 줄 알았던 준석이 굉장히 심오하게 말한 탓이었다.


“그건 그렇고 전국 대회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기분은 어떠냐?”


“저야 뭐 한결 같죠.”


“오늘 인터벌 순위가 어떻지?”


“제가 1위고, 석호가 2위였습니다.”


5년이란 세월. 선수반 아이들이 늘어났음에도 석호는 한솔의 바로 뒤를 쫓는 2위에 도달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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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꿈을 이루다[完] 19.02.16 172 3 14쪽
91 안전을 버리고 미지를 택하다. 19.02.15 115 3 7쪽
90 장거리 레이스의 시작 19.02.14 126 3 6쪽
89 다시 한 번 19.02.13 129 3 7쪽
88 너 본선 진출하면, 나 이 일 때려치운다. 19.02.12 131 3 10쪽
87 미래를 붙잡기 위해. 19.02.11 162 3 6쪽
86 신에게 선사받은 재능 19.02.10 134 3 7쪽
85 아리카케 19.02.10 130 3 9쪽
84 무상 19.02.10 121 3 6쪽
83 하여간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19.02.09 135 2 7쪽
82 개최되다. 19.02.09 124 3 6쪽
81 이제 시작이야. 19.02.08 118 4 8쪽
80 이기는 건 나야. 19.02.08 156 4 6쪽
79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야. 19.02.07 124 4 8쪽
78 석호니까요. 19.02.07 123 3 6쪽
77 나 힘낼게, 콜리야. 19.02.06 178 2 7쪽
76 지금처럼 말이야. 19.02.06 154 2 10쪽
75 다음은 200m다. 19.02.06 143 2 5쪽
74 스프린터의 영역 19.02.05 148 3 10쪽
73 범고래 샤치 19.02.05 150 4 8쪽
72 그러게 말이다. 19.02.04 153 3 8쪽
71 호프스와 희망 19.02.03 167 3 12쪽
70 저는, 동현이라고 합니다. 19.02.03 155 3 6쪽
69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19.02.02 178 3 7쪽
68 결과는... 19.02.01 181 2 9쪽
67 남은 거리, 100m 19.01.31 170 4 6쪽
66 세상에 신(神)은 없지만 신(信)은 있다. 19.01.31 167 3 7쪽
65 양산형이 아니다. 이거냐? 19.01.30 188 4 8쪽
64 내가 이겨. 19.01.30 179 2 9쪽
63 1500m 19.01.28 18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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