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병, 선수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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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세포
작품등록일 :
2018.09.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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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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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MVC배 전국대회

DUMMY

수영 관련 영상을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전문적으로 올리며 수영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그 밖에 운동 역학, 스포츠학, 심리학 등을 전공하며 감독을 꿈꾸고 있는 한솔. 회전근개가 파열되면서 수술을 마치고, 재활운동을 거쳐 회복했지만 국가대표를 노리기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꿈을 전향한 것이다. 말마따나 수영이란 단어 하나만 놓고 보면 길은 하나이되, 세세히 들어가면 무수한 갈래로 펼쳐지기 때문에 바꿀 수 있는 선택지였다. 그 밖에 수상구조원 관련 자격증과 체육지도사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며 다식함을 자랑하는 한솔이었다. 최근엔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동양의 집중과 정신 수양은 본받을 만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훈련은 서양의 기술도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식이 곧 힘이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걱정 많이 했었는데...’


날개가 꺾인 새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석호는 한솔이 최악의 경우 자살을 하지나 않을까 맘을 졸이며 살아가던 차에 병원에서 하는 한솔의 말을 듣고 그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됐다.


-최근에 날 자꾸 쫓아오는 꼬마애가 수영을 가르쳐 달라네...자기 폐활량이 나쁘다고. 조만간 또 기관지 수술을 해야 된다면서...있잖아, 난 꿈을 꿀 수라도 있었지...그런 애들은 꿈을 꿀 기회조차도 없는 거잖아.


석호는 애들이 싫다. 꽥꽥거리며 떠들기만 하는데다가 정신이 산만하고 조심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솔은 반대로 아이들을 좋아했고, 궁핍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원봉사 사이트 1653에 매주 꾸준하게 참여하는 둥 정성을 들였다. 그게 벌써 2년이란 세월을 넘는다. 그러면서 자기 할 일은 끝까지 완수해낸다. 인간으로써, 더 완벽해진 느낌이랄까.


“아, 석호야 오늘 연습 끝나고 나 촬영 좀 도와줘.”


동영상 카메라로 자유형의 기초인 킥과 롤링. 그 중에서 물 잡는 방법 등을 찍는 것이다.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잘못된 자세가 무엇인지까지 고쳐주려고 애를 쓴다. 사실 석호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지만, 한솔의 의도를 알기 때문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수영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나...’


실제로 월에 7~8만원 하는 요금으로 수강 신청을 할 수도 있고, 물에 대한 친화력도 기를 수 있는데다가 생존수영 같은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생존 수영은 말마따나 물에 떠서 호흡하며 익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수영이다.


“응, 연습은 확실히 하고 나서 도와줄게!!”


“오케이, 오늘 형이 저녁밥 쏜다!!”


“오오오!!”


권재와 함께 한 레인에서 뺑뺑이를 돈다. 인터벌 형식으로 최소한의 휴식과 최대한의 강도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다. 목 언저리에 숨이 차오를 때까지 연습했다. 그 과정에서 체력이 소진되기는 했지만 원래 그럴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100인 체력이 0이 돼서 한계를 직면하고 성장해서 101을 만드는 신체 단련 과정이었다.


“석호야, 나 많이 잘해졌지?”


권재가 물었고, 석호는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이 무거운 날이 있고, 가벼운 날이 있는데 오늘은 무거운 듯 했기에 더욱 더 집중할 필요성이 있었다. 몰두하고 빠져들어야지만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바퀴 돌고, 20초 휴식 반복하자.”


400m 자유형, 석호의 최고 기록은 3분 50초. 평균 3분 53초로 고등부 전국 대회 1위를 충분히 차지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됐지만 아직 한창 부족했다. 한국 자유형 200m, 400m 부문 국가대표인 준하의 경우 3분 43초에서 45초 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무려, 7초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여전히 성장하는 괴물이었지.’


세계 대회에서 2위와 3위를 오가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선수이기도 했다.


17살이라는 나이. 생각해보면 모든 게 쉽지 않았지만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에, 여유롭게 휴식할 틈도 없었다. 아침에 운동, 점심에 운동, 저녁에 운동이다. 공부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저녁 9시에 취침하고 오전에 기상하기를 반복했다. 학생이기 때문에 학교도 가야하는 것이다. 물론, 체육 고등학교로 진학하긴 했지만 평소 연습량에 비해, 세 발의 피도 안됐다. 모자란 것이다. 지금처럼 빡세게 굴러야지만 그제 서야 몸이 노곤해진다. 그래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개운한 잠에 빠져들 수 있고 말이다.


연습 시간이 시공간을 뛰어넘듯 훌쩍, 지나가고 석호는 수중 캠을 든 채로 한솔을 쳐다봤다. 이전의 선수를 노리던 생활에 비해 실력도 근육도 줄어들긴 했지만 꾸준히 해주는 만큼 식견도, 자세도 월등히 뛰어났다. 폼도 도저히 일반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과거에 한 게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천천히 해도 처음 하는 사람들은 낯설겠지만...’


으레 그렇듯, 처음은 어렵다. 물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숨을 참으면서 팔을 허우적댄다고 생각해봐라. 거기에 나중에는 발까지 차야 된다. 숨이 턱 끝까지 밀려들어오고 괴로울 터였다. 하지만 배우는 재미가 있다. 숨이 차고 지쳐야 운동이지, 가만히 숨만 쉰다고 해서 체지방량이 줄어들고, 근육량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살을 빼는 것도 식단관리를 하고 운동을 해야만 올바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영도 마찬가지였다. 숨을 참다보면 폐활량이 늘어나고, 물에도 적응하면서 처음에는 자유형, 그 다음은 배영, 평영, 접영 순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처음 배우는 사람이 무리하게 접영을 해봤자 좋을 것 하등 없다는 소리다. 기초부터 천천히 다져야 나중에 깔끔한 폼이 나오기 때문이다.


‘근데, 이 형은 도대체 뭔 동영상을 이리 많이 찍는 거야.’


찍고, 또 찍고 다시 찍는다. 편집하기 위해서라는데, 리허설이 총 세 개였다. 보는 석호가 질릴 정도였다.


“이제 끝났어?”


“응, 내일도 찍을 거야.”


“몇 분짜리 영상으로 편집할 건데?”


“3분. 보는 사람들이 영상이 길면 잘 안보거든.”


“헤에.”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자.”


“고기!!! 소고기!!”


한솔의 경우, 준석이 코치로 고용한데다 간혹 가다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어서 넉넉하게 벌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한솔은 음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냐, 지갑 사정도 나쁘지 않겠다. 내가 쏘마!!”


“오오오!!”


“오오오오!!!”


“응?”


옆에서 권재가 따라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같이 가려는데 안와서. 한솔 형이 고기 사준다고?”


이 자식, 가끔 보면 눈치 백단이다. 매의 눈과 침을 줄줄 흘리는 입을 보고 있자니 얼추 짐작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타이밍을 재고 있던 것이다. 재규어나 하이에나를 떠올릴 만큼의 직감적 본능을 동원해서 말이다.


“그래, 너도 가자. 이 녀석!”


한솔은 동생 둘을 데리고 소고기 집으로 향했다. 그 날 동생들이 먹은 소고기가 3kg이다. 무려, 12만원이 든 것이다. 그럼에도 웃음이 나왔다. 꿈을 향해 버젓이 나아가는 아이들이 보석보다도 휘황찬란하게 빛났기 때문에.



***



“광주에서 열리는 MVC배 전국 대회에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


“광주요?”


멘탈 케어, 관리 차원에서 석호를 부른 준석이 막바지에 꺼낸 말에 석호는 확인 차 되물었고, 준석이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교장선생님한테 대회 참가 신청서에 필요한 승인 받아둘게요.”


“아, 그리고 내년에는 국가대표 선발 대회에 나가보자꾸나.”


“내, 내년에요? 저 아직 성인도 아닌데요?”


“국가대표가 왜 성인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실력만 되면 미성년자도 당연히 가능하다.”


나이가 우선이 아니라, 실력이 먼저인 게 국가대표라고 했다.


‘국...가 대표...’


.................


‘드디어...’


이제야 출발 선상에 선 기분이다. 석호는 문을 열고 닫는 순간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도약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싸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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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꿈을 이루다[完] 19.02.16 172 3 14쪽
91 안전을 버리고 미지를 택하다. 19.02.15 115 3 7쪽
90 장거리 레이스의 시작 19.02.14 126 3 6쪽
89 다시 한 번 19.02.13 129 3 7쪽
88 너 본선 진출하면, 나 이 일 때려치운다. 19.02.12 131 3 10쪽
87 미래를 붙잡기 위해. 19.02.11 162 3 6쪽
86 신에게 선사받은 재능 19.02.10 134 3 7쪽
85 아리카케 19.02.10 130 3 9쪽
84 무상 19.02.10 121 3 6쪽
83 하여간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19.02.09 135 2 7쪽
82 개최되다. 19.02.09 124 3 6쪽
81 이제 시작이야. 19.02.08 118 4 8쪽
80 이기는 건 나야. 19.02.08 156 4 6쪽
79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야. 19.02.07 124 4 8쪽
78 석호니까요. 19.02.07 123 3 6쪽
77 나 힘낼게, 콜리야. 19.02.06 178 2 7쪽
76 지금처럼 말이야. 19.02.06 154 2 10쪽
75 다음은 200m다. 19.02.06 143 2 5쪽
74 스프린터의 영역 19.02.05 148 3 10쪽
73 범고래 샤치 19.02.05 150 4 8쪽
72 그러게 말이다. 19.02.04 153 3 8쪽
71 호프스와 희망 19.02.03 167 3 12쪽
70 저는, 동현이라고 합니다. 19.02.03 155 3 6쪽
69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19.02.02 178 3 7쪽
68 결과는... 19.02.01 181 2 9쪽
67 남은 거리, 100m 19.01.31 170 4 6쪽
66 세상에 신(神)은 없지만 신(信)은 있다. 19.01.31 167 3 7쪽
65 양산형이 아니다. 이거냐? 19.01.30 188 4 8쪽
64 내가 이겨. 19.01.30 179 2 9쪽
63 1500m 19.01.28 18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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