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장, GPDS(2)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근데 왜 수다이르 공주하고 소피아는 납치하려는 거야?”
“보름 전, 알 사이드가 비리 혐의로 붙잡혔다고 하더군. 그때 돈은 물론이고, 부동산까지 죄다 압수를 당했는데 그중에 칩도 같이 있는 모양이야. 일반적인 방법으론 돌려받을 수 없으니 인질 교환을 통해 받으려 했던 모양이지.”
“상당히 과격한 방법이군. 산 사람이 대체 누구기에 그래? 혹시 호스니 무바라크야?”
“아니! 호삼 살라흐야. 호스니 무바라크의 오른팔이자 경제부 장관이지. 제2의 국방장관이라고도 불리고 말이야.”
“그러고도 남겠군. 호삼 살라흐라면 말이야.”
급진 무장주의자인 호삼 살라흐는 무력만이 이집트의 살길이라며 국방력을 높이는 데 주력을 했다. 그것이 이집트의 좋지 않은 경제난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되었지만 호스니 무바라크는 개의치 않았다. 무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독재체제를 굳건히 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찌푸려진 콧등을 긁적이던 강현우가 물었다.
“GPDS를 원한다는 건 최소 탄도 미사일에서 핵미사일까지 바라고 있다는 소리겠군.”
“정확히 핵미사일일 거야. 최근 5년 동안 이집트에서 핵에 대한 연구가 급진전되었다는 말이 있거든!”
“핵무장화라······. 골치 아프게 됐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일단은 호삼 살라흐를 붙잡아서 증거 자료를 찾아야지. 이집트가 GPDS를 거래하려 했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말이야. 그 다음엔 UAE에 인질을 넘기고 칩을 처리하도록 해야지. 뭐, 나야 손해가 극심하겠지만 그편이 안전할 테니 말이야.”
“그러지 말고 인질부터 찾아서 넘기지 그래? 그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다 일이 틀어지면 죽어나는 건 난데 미쳤어? 그렇게 하게.”
그의 말이 잘못된 것도 아닌지라 뭐라 할 말이 없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문이 열리며 헤인스가 들어왔다.
“보스! 낯선 차들이 다가옵니다.”
“낯선 차? 여기 아는 사람들이 없을 텐데······. 부하 두어 명 보내서 누군지 알아봐!”
“알겠습니다.”
헤인스는 몸을 돌려 밖으로 갔다.
일어선 알렉산더는 따라오라며 손짓을 한다.
“어떻게 된 거야? 여기 아는 사람 없다며?”
“아무래도 일행 중에 끄나풀이 있는 모양인데······.”
순간 강현우의 낯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도망치는 입장에서 적의 끄나풀은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이었다.
“걱정 마! 이곳을 빠져나가자마자 부하들 죄다 갈아치울 거니 말이야. 그보다 어서 따라 나서지! 너도 도망쳐야 할 것 아니야?”
안 그래도 쫓아가려던 강현우가 침대를 박차고 일어섰다.
알렉산더는 근처에 있는 부하에게 권총 한 자루를 받아 그에게 건넸다.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으라고!”
강현우가 권총을 뒤춤에 챙기는데 알렉산더가 말을 건넸다.
“밖에 나가자마자 헤인스가 가리키는 차를 타고 가!”
“너는 어떻게 하고?”
“네가 도망칠 시간을 만들어야지!”
“그래도······.”
“야! JVE 출신이야! 구KGB의 직속 타격부대! 곧 따라 갈 테니 걱정 마!”
피식 웃던 알렉산더는 어깨를 쳤다.
더 이상의 걱정은 민폐란 생각에 그는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방을 나서자마자 소피아가 그를 보며 울며 달려든다.
“혀누! 비톤이······ 비톤이······.”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턱을 잡고 들어 올리며 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괜찮을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게 정말이야?”
“그럼요. 아까 오토바이로 쫓아갈 때 경호원들이 그를 치료하는 걸 봤거든요.”
새빨간 거짓말이다. 강현우가 본 것은 핏물 속에서 꿈틀대며 힘겹게 목숨 줄을 붙잡고 있는 비톤이었다. 있는 대로 말했다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에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내막을 모르는 소피아는 강현우를 와락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덩치는 커도 애는 애인 모양이다. 이리 서럽게 우는 걸 보면······. 하긴 그동안 낯선 사람들 틈에서 무서웠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던 강현우는 건너편에 있는 수다이르 공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그녀가 매우 힘들었음을 짐작케 했지만 소피아 때문인지 그녀는 괜찮은 척 웃어 보인다.
그게 더 애잔해 보였지만 말이다.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해하던 알렉산더는 문을 열고 손짓을 하는 헤인스를 보고는 나섰다.
“눈물 쏟는 건 그 정도로 하고 나가자고! 이렇게 있다간 적에게 된통 당하니까 말이야.”
강현우는 알았다며 끄덕이곤 소피아를 다독였다.
대충 준비가 됐다 싶자 알렉산더는 품안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는 주위를 보았다.
“나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죄다 쏴 버려! 사우디 경찰? 군인? 신경 쓰지 마! 지금 상황에서 우릴 쫓는 건 적뿐이 없어! 그러니까 맘 놓고 쏴! 내 말 알았어?”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가지!”
앞장서는 알렉산더를 따라 부하들이 나섰다.
강현우 역시 그들을 쫓아 두 사람을 데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서 주위를 살피던 알렉산더가 그를 향해 말을 했다.
“나가서 오른 편으로 돌아가면 차가 있다. 그거 타고 어디든 도망가! 내가 곧 쫓아갈 테니 말이야.”
“그렇게 하지!”
“어서 가!”
가란 말에 강현우는 소피아와 수다이르 공주를 데리고 문 밖으로 나섰다.
뒤따라 나선 알렉산더는 권총을 들어 40m 전방에 있는 트럭을 향해 쐈다.
탕! 탕! 탕!
타타탕! 타탕!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적임을 알려 주는 총알 세례가 퍼부어진다.
이에 알렉산더의 부하들 역시 총을 들어 쏘기 시작한다.
탕! 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탕!
“크아악!”
“으윽!”
“아아악!”
순식간에 세 명의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다. 뒤쪽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총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소피아와 수다이르 공주를 데리고 차를 향해 뛰어가던 강현우는 갑자기 뒷골이 싸늘해짐을 느꼈다.
퍼어억!
“으윽!”
얼굴을 처박듯 강현우가 앞으로 쓰러진다. 총탄을 피해 벽에 몸을 숨기던 알렉산더는 맥스와 복면 쓴 사내가 강현우를 쓰러트리는 걸 보고는 소리쳤다.
“맥스! 너, 뭐하는 거야?”
“뭐하긴 돈 버는 거지?”
“······네가 배신자였냐?”
일그러진 낯 위로 총구가 치켜 올라간다. 허나, 한 발 앞서 맥스와 복면 쓴 사내 둘은 소피아와 수다이르 공주를 방패막이 삼아 앞에 세우고는 쓰러진 강현우의 뒤통수에 총을 겨누었다.
“그건 안 되지!”
“빠드득! 맥스! 너 곱게는 못 죽는다.”
“왜 그래? 악당 사이에 무슨 의리가 있다고······. 돈이 최고지! 안 그래?”
천천히 뒷걸음질 쳐 차로 다가간 맥스는 뒷자리에 소피아와 수다이르 공주를 태웠다.
보조석에 타려 했지만 무슨 일인지 문이 도통 열리지 않는다. 열라고 문을 두들기자 스르륵 차창이 내려가며 총신이 삐죽 튀어나온다. 미리 운전석에 타고 있던 복면 쓴 사내가 그를 향해 총을 겨눈 것이다.
“이······ 이봐! 무슨 짓을 하는······.”
타아~앙!
땅바닥에 뿌려진 시뻘건 핏물 위로 맥스가 쓰러진다.
그에게서 떨어진 총구는 쓰러진 강현우를 겨누었다.
타탕! 타타탕!
지켜보고 있던 알렉산더의 총이 시원하게 불을 뿜었다.
놀랐는지 복면 쓴 사내는 황급히 차창을 올리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어서 집으로 들어와! 어서!”
그의 외침에 강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간다.
강현우가 들어오자마자 헤인스가 문을 닫아 버렸다.
타타탕! 타탕!
순간 뚫려진 구멍으로 빛이 들어온다.
간발의 차로 목숨을 부지한 강현우는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동안 창가로 가 밖을 살피던 알렉산더는 권총을 뒤춤에 넣었다.
그러고는 헤인스가 메고 있던 가방을 툭 치며 말을 하였다.
“6분 후로 맞춰 놔!”
“알겠습니다, 보스!”
끄덕이는 그를 뒤로 한 채 알렉산더는 방을 가리켰다.
“모두! 오른쪽 방으로 가!”
깜짝 놀란 강현우는 고개를 쳐들었다.
입구에서 막는 것도 어려운데 방으로 들어가라니?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방에 왜 들어가?”
“그곳에 탈출구가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탈출구?”
“일단, 따라와!”
알렉산더를 따라가니 앞서 들어온 이들이 침대를 한 편으로 치우고 있었다. 침대가 자리했던 곳의 밑바닥을 훑던 헤인스가 둥그런 쇠고리를 잡아 위로 들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본 강현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게 있었으면 아까 썼어야지!”
“그랬다가 배신자가 알고 수류탄 두어 개 까서 집어넣으면 그 즉시 매몰이야! 다 죽는다고! 넌 그랬으면 좋겠냐?”
적의 끄나풀이 있는 상황에서 터널을 통한 도주는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
알렉산더도 이 점 때문에 터널이 아닌 자동차를 이용한 탈출을 감행했던 것이다.
“시간 없어! 내려가! 어서!”
턱짓을 하는 알렉산더를 보다 이내 계단으로 몸을 던졌다.
밑으로 내려가니 160cm 높이의 동굴 하나가 나왔다.
뒤쫓아 온 알렉산더는 품에서 조그만 손전등을 꺼내 들고는 앞으로 나섰다.
“따라와!”
어두운 동굴을 걸은 지 얼마나 됐을까?
뒤쪽에서 따라오던 헤인스의 손목시계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알렉산더는 걸음을 멈추고 양손의 검지를 들어 귀를 막았다.
“모두 준비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현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귀를 막았다.
뭔가 싶던 그때,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마냥 동굴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진동이 멎자 알렉산더는 귀에서 손을 빼고는 가자며 고갯짓을 했다.
“출발하자고!”
“뭐야? 아까 진동?”
“아! 헤인스에게 시한폭탄 하나 설치하라고 했거든! 손목시계 벨소리는 타이머 시간 다 됐다는 신호이고!”
“뭐~어?”
빙그레 웃던 그가 앞으로 가자며 손짓했다.
무기밀매업자는 무기밀매업자인가 보다.
그 바쁜 와중에 시한폭탄까지 설치하고 말이다.
“출발!”
또다시 알렉산더를 쫓아간 지 오 분쯤 됐을까?
길고 길었던 동굴이 끝이 나며 계단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로 올라가 철문을 열어젖히니 집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우물이 코앞에 보였다.
밖으로 나가 둘러보니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집이 시커멓게 탄 채 폭삭 주저앉은 것이 보였다. 아까 알렉산더가 말했던 시한폭탄이 이리 만든 모양이다. 하기사 저 정도 되니 동굴이 그리 흔들렸을 것이다.
“헤인스! 차 끌고 와! 인질이 된 숙녀분들 찾으러 가야지!”
정신이 번쩍 든 강현우의 고개가 홱 돌려진다.
이 사막 한가운데서 그들을 쫓을 수 있다고 하니 놀랐던 것이다.
“그녀들을 어떻게 찾겠다는 거야?”
알렉산더는 품안에서 뭔가를 꺼내 보였다.
녹색 원 안에 십자 표시가 되어 있고 붉은색 점 하나가 깜박였다.
“이거······ 위치 추적기야?”
“혹시 몰라서 숙녀분들 구두 굽에 하나 넣어 뒀거든!”
하여튼 무기 밀매업자 아니랄까 봐 준비성 하나는 철저하다.
위치 추적기를 살펴보던 그때 총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폭발에서 살아남은 적을 향한 것일 거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단정하게 올백으로 넘긴 머리를 긁적이던 알렉산더가 말을 한다.
모양새로 보아 계획이 어긋난 것이 상당한 압박으로 온 모양이다.
“딱히 계획이 없으면 플랜 B로 넘어가야지.”
“플랜 B?”
씨익 웃던 강현우는 어서 차에 타자고 재촉했다.
“자세한 건 가면서 이야기할 테니 아가씨들부터 쫓도록 하자고! 위치를 알아야 세부 계획도 짤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OK! 그렇게 하지.”
알렉산더는 어서 차량을 가져오라며 손짓한다.
잠시 후, 헤인스가 가져온 트럭에 탄 강현우는 손에 쥔 위치 추적기를 보았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안 그래? 호삼 살라흐!”
그가 나직이 내뱉는 말 위로 살기가 번뜩인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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