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마스터 이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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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류
작품등록일 :
2018.09.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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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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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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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법의 천재

DUMMY

지파브가 적어준 주소는 건호의 집에서 버스로 3시간, 택시로 30분은 더 가야하는 첩첩산중 오지였다.


"와! 여기에 이런집이 있는지는 저도 처음 알았네요. 누가사는곳이에요?"


건호는 택시기사의 질문에 답할기분이 아니었다. 높은 담벼락 위로도 보이는 거대한 저택은 보통 사람이 사는집이 아님을 짐작케했다.


'이런곳에 사는 사람이면 죄가 없는 사람도 돈을 써서 죄를 만들수있겠다.'


한층더 후달리기 시작한 건호였다. 건호는 초인종을 눌렀다. '딸각'하는 소리가 나더니 거대한 철문이 스스로 열렸다. 건호는 잠깐 망설인 후 안으로 들어섰다. 철문은 다시 스스로 닫혔다.


"크르르! 왁왁!"

"월월월!"


묶여있는 거대한 개들이 건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돈과 권력에는 겁을 먹을지언정 개새끼따위한테 겁을 먹을 건호가 아니었다.


"뭔 개새끼 따위가. 왁왁!"


건호가 개처럼 짖으며 달려들자 개들은 잔뜩 겁을먹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 심난한데 짜증나게 만들고 있어."

"아주 개같은 분이시군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요."


건호의 반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며 말했다. 건호는 그가 지파브임을 직감했다.


'내 또래로 보이는데 이런 저택에 산다고?'


잘 쳐줘봐야 20대 후반. 건호는 자신이 살고있는 원룸과 이곳이 너무나도 비교되었다.


"강현씨는 들어오자마자 개들과 친해졌죠. 하지만 판타지 마스터씨는 개들을 제압하시네요. 확실히 두분 모두 재미있으신 분이군요."


강현은 달빛 용사의 주인공 이름이고, 판타지 마스터는 건호의 닉네임이다. 건호는 닉네임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제 이름은 이건호입니다. 작가님."

"판타지 마스터 이건호! 멋지군요."


누가봐도 놀리는게 분명했지만, 건호는 함부로 말대꾸를 할 수 없었다. 고소당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비위를 맞춰야한다. 이깟 놀림을 당하고 수십, 어쩌면 수백만원을 아낄 수 있다면 건호는 이보다 더한것도 참을 수 있었다.


"따라오세요."


건호는 지파브를 따라 저택 내부로 들어갔다. 저택 내부에는 메이드복을 입은 미녀가 여럿 있었다. 건호는 그걸 보고 생각했다. 이놈은 미친놈이 분명하다고.


"제 취향 괜찮죠? 로러! 마실것좀 가져와요."


로러는 달빛 용사의 여성 등장인물 중 하나다. 비유에 따르면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푸른 머리의 미녀로... 지금 음료를 가지러간 메이드와 건호의 상상속 로러의 생김새가 일치했다! 건호는 슬슬 겁이났다.


'이새끼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이다.'


지파브는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앉더니 반대쪽 의자를 고개로 가리켰다. 건호는 지파브가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지파브는 지긋이 건호를 응시했고, 건호는 눈을 깔았다.


"인터넷상에서는 장판파의 장비나 다름 없던데 실제로 보니 순한 분이네요?"

"하하! 인터넷이라면 저도 파프닐에게 단독으로 쳐들어갔던 지그와 같은 용기도 낼 수 있죠."


건호는 지파브의 작품속 에피소드를 인용해서 말했다.


"재미있으신 분이군요."

"제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작가님의 작품만큼 재미있지는 않죠."


지파브는 건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건호가 슬쩍 눈치를 보니 입을 꾹 닫고 건호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과했나? 화가나셨나? 건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와하하! 이분 정말 재미있으신분이네. 와일더 그렇지 않나요?"

"그러게요. 정말 재미있으신 분인것 같아요."


붉은 머리의 미녀 와일더는 건호의 뒤에 서서 건호의 어깨를 주물거렸다. 건호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보다 그녀 또한 달빛 용사 작품속 등장인물이라는것이 신경 쓰였다.


"달빛 용사를 몇권까지 읽으셨죠?"

"전부다 읽었습니다. 63권에 최신 연재분 까지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오늘 연재분 말고는 모두 판타지 마스터의 댓글이 달려있었으니까요."


알면서 물어보다니. 미친 또라이임에 틀림없다고 건호는 생각했다. 분위기에 눌린 건호는 차라리 고소당하고 오지말걸하고 후회했다.


"와일더 그것좀 주세요."


와일더는 지파브에게 파일철을 건넸다. 지파브는 파일철을 펴서 건호의 앞으로 밀었다. 건호는 곧 파일철내 수북히 쌓여있는 종이에 자신의 악플이 적혀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읽어보세요."

"네?"

"읽어보시라고요."


건호는 강압적인 지파브의 말에 자신이 남긴 악플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나였으면 현대인의 지식을 살려 증기기관을 만들어 산업혁명을 일으켰을듯."

"내가 마왕이었으면 용사가 태어났다는 예언을 들은 순간 10실마민 애새끼들 모조리 죽여 없앴다."

"현대화기보다 강한 마법이 넘치는데 왜 성을 쌓는거지? 지파브 바보냐?"

"지파브 판타지 디테일이 괜찮네. 애..."


건호가 차마 읽을 수 없는 악플이 나왔다. 지파브는 생글거리며 건호에게 말했다.


"괜찮으니 계속 읽으세요."

"...미 애비한테 판타지로 가정교육을 받은듯."


고소당할만한 악플이었다. 건호는 그 후로도 한참동안이나 악플을 낭독해야했다. 건호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음부터는 고소당하지 않을 수위로 악플을 달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와일더가 보기에는 어떄요? 재밌으신분이죠?"

"적격이에요."


적격이라니? 뭐가? 건호의 머릿속이 바삐 움직였지만, 아무것도 추리해낼 수 없었다.


"달빛 용사는 곧있으면 끝이나요. 알고 계시죠?"


알다 마다. 건호 또한 달빛 용사의 애독자였기에 모를리 없었다..달빛 용사의 주인공 강현은 작중에서 최종보스인 마왕과 사투중이다. 이 전투가 끝나면 소설이 끝날게 분명했다.


"차기작을 쓸거에요. 전작의 주인공 강현이 올곧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주인공이 필요했어요. 그러던 중 한 사람이 눈에 띄었죠."


말을 마친 지파브는 건호를 보며 미소지었다.


"저요? 하하! 재미있긴하죠. 적격이라는게 혹시 저를 모티브로 주인공을 만드시려는건가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인터뷰를 하신다면 하나의 거짓도 없이 답하겠습니다."

"좋은 마인드에요. 판타지 마스터이시니 몇가지 설정 선택권을 드리죠. 와일더 그걸 주세요."


와일더는 어느틈에 가져온지도 모르는 다른 파일철을 건호에게 건넸다. 건호는 지파브와 와일더의 눈치를 보고 파일철을 펼쳤다. 파일철 내부에는 백지와 작은 팬이 끼워져 있었다.


"요즘 트렌드가 뭐죠? 제 작품에만 집중했더니 알 수가 없네요."

"상태창, 죽으면 리셋, 회귀, 주인공 혼자 무언가 다르거나 만렙,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죠."

"다 적으세요."


건호는 자신이 말했던것을 전부 적었다.


"그 중 마음에 드는게 있으신가요?"


건호는 생각없이 두 가지를 선택했다. '죽으면 리셋'과 '상태창'이었다. 선택한 이유는 단지 앞에 있다는 이유였다.


"오케이! 다음 작에 그 두가지를 집어넣죠. 혹시 선호하는 세계관이 있나요?"


건호가 가장 좋아하는 세계관은 SF였다. SF소설을 추천하면 SF소설을 쓸건가? 그렇다면 최고다. 사전지식이 없는 유명 작가의 SF소설이라. 망하고 욕먹을 확률이 100%였다.


"아니에요. 강현씨의 업적도 있는데 이번까지는 그를 기리는 의미로 그가 추천해준 판타지로 가기로 하죠."


아쉽게 되었지만 괜찮다. 나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에 상태창과 죽으면 리셋이라? 완전 조악하고 괴이한 작품이 나올게 분명하다고 건호는 생각했다.


"잠시만요. 설정 정리좀 할게요."


지파브는 팔장을 끼고 눈을 감은채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이야기가 길어질것 같아. 1년을 하루로 하자. 잠깐만! 건호씨 마법파가 좋아요. 무투파가 좋아요? 아니면 조금 색다른거?"

"지파브 작가님의 디테일이면 아무거나 상관없을것 같아요."

"오! 오! 괜찮은 영감이 떠올랐어요. 죽을때마다 주인공 보정이 바뀌는 거죠. 어때요?"

"좋아요."

"조금만 더 하면 정리가 끝날것 같아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파브는 다시 눈을 감고 한참동안 중얼거렸다.


"건호씨의 목표는 마왕? 용사? 아니다 둘 다로 하자. 끝났어요. 와일더 전부 받아적었나요?"

"네."

"그럼 건호씨에게 설명을 해주세요,"


와일더는 건호의 곁에서 상체를 숙였다. 건호는 그녀가 설명해주는 것보다 깊게 파인 상의을 통해서 보이는 젖가슴에 눈이갔다.


"잠깐!"


지파브의 말에 건호는 뜨끔했다.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보다 걸렸나? 다 끝난 일이 다시 틀어질수도 있다는 생각에 건호는 다시 후달리기 시작했다.


"건호씨 여자 좋아해요?"

"동성애자가 아니면 여자 싫어하는 남자는 소설속에서나 존재할걸요?"

"강현씨는 여자에게 한 눈 팔지 않았는데."

"그래서 팬들이 주인공 고자라고 많이 놀... 죄송합니다. 여자에게 한눈 팔지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상남자! 그게 바로 강현이죠."


지파브는 우현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대신 심각한 얼굴로 와일더에게 명령했다.


"와일더 생물학적으로 '고자'를 설정에 추가해."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차라리 신급 존재의 저주로 하면 어떨까요? 그정도 저주를 해제하려면 어차피 이야기가 끝날시기인데 건호씨한테 주는 보상으로 적절하지 않을까요?"

"역시 와일더! 똑똑하기 그지없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추가할게요. 고자의 저주!"


건호는 작품속에서 태어날 건호가 불쌍해졌다. 주인공으로 태어나 수많은 여인들을 거느려야 할진데 고자라니! 그러면 현실의 모태솔로인 자신보다 못한 신세가 아닌가?


그 사실에 건호는 태클을 걸고 싶어지만, 참기로 했다. 건호 본인도 아니고, 겨우 소설속 등장인물이다. 거시기가 크건, 작건, 없건 굳이 지파브의 신경을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설명 끝! 한번 들은것을 말해주시겠어요?"

"주인공인 건호는 판타지 세계에 들어가 용사가 되어 마왕을 무찌르거나 반대로 마왕이 되어 용사를 처치한다. 단, 마왕과 용사 둘 모두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아야한다. 그 외에 디테일한 부분도 기억하고 있어요."

"맞아요. 큰틀은 그게 다에요. 지파브님 건호씨의 준비가 끝난것 같아요."

"그럼 끝이군요."


지파브의 끝이라는 말에 건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단결근 한 번 했다고 그만두라는 문자가 신경쓰이기는 하나 그깟 비정규직 일자리야 전화 한 통이면 구할 수 있다. 고소당해서 큰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건호는 마음이 놓였다.


"역시. 작가님의 천재성과 작품내 엄청난 디테일이 이런 몰입을 통해서 가능한 거였군요."

"무슨소리에요? 저는 건호씨가 가셔서 하시는 일들을 조금 각색해서 적기만 하면 됩니다."


건호는 더 이상 미친놈의 말에 대꾸하기가 싫어졌다. 그리고 이런 미친놈의 시중을 드는 미녀들이 불쌍했고, 돈을 얼마나 받길래 이런데서 저런놈의 비위를 맞추나 궁금해졌다.


'이 미친새끼 작품은 앞으로 쳐다도 안본다.'


건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끝나셨으면 저는 가봐도 될까요? 막차를 놓칠것 같아서요."


지파브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무슨말이에요. 이제 시작이에요. 그럼 출발할까요?"


지파브가 손가락을 튕겼다. 건호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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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마법의 천재 +3 18.10.21 396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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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마법의 천재 +2 18.10.17 389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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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마법의 천재 +3 18.10.14 51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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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마법의 천재 +3 18.10.11 495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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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마법의 천재 +4 18.10.03 918 26 12쪽
4 3. 마법의 천재 +5 18.10.02 1,132 32 12쪽
3 2. 마법의 천재 +4 18.10.01 1,532 33 12쪽
» 1. 마법의 천재 +9 18.09.30 1,844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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