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마스터 이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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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류
작품등록일 :
2018.09.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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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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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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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법의 천재

DUMMY

눈앞이 핑핑 돌고 머리가 어지럽다. 건호는 몸을 추스르는데 상당한 시간을 써야 했다.


"이 무슨···."


콧속으로 탄내가 한가득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본 건호는 자신이 있는 곳이 화마가 지나간 마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진짜로 판타지 세상으로 보낸 거야?"


주위의 모든 게 크게 느껴졌다. 건호는 자신의 신체를 살펴보았다. 나이로 치면 7살쯤? 두텁고 단단하던 육신은 온데간데없고 작고 비루한 몸뚱이로 변해있었다.


"주위가 커진 게 아니라 내가 작아진 거네."


건호는 와일더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당신을 판타지 세상 속으로 보낼 거라고. 거기에서 용사나 마왕이 되어 목적을 이루어야 이야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무한히 지속되는 삶을 살 거라 그랬나?'


죽으면 다른 사람으로 환생해서 반복. 그 말이 사실이라면 최악이었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끝도 없는 이야기가 펼쳐질 거란 소리였으니까.


건호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일단 와일더가 알려준 데로 상태 창을 먼저 확인했다.


이름 : 리온(10)

[마법의 천재]

[고자의 저주]

부모와 형제를 포함한 아는 모든 사람이 불에 타죽었다.


그 흔한 능력치나 레벨 따위는 상태창에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상태창인가? 알림판이지. 그나마 '마법의 천재'라는 사실에 건호는 감사했다.


“아는 모든 사람이 타죽었다고? 설정 한 번 편하게 가시네. 고자의 저주는 뭔데?”


건호는 눈앞에 닥친 막막한 현실보다 중요 부위가 아무리 자극을 가해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어차피 남이 써주지도 않는 거, 필요 없는 기능이나 마찬가지였지."


건호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가까스로 절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나저나 마을이 왜 불에 탄 거야?"


아무런 정보가 없다. 건호는 정보를 얻기 위해 불에 탄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불에 탄 작은 건물. 어른 시체. 불에 탄 큰 건물. 아이 시체. 모든 게 불에 타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짜증나 죽겠네. 나보고 어쩌란 건지."


쾅!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다. 건호는 그곳으로 향했다.


"불에 탄 작은 집?"


열기가 남아있었지만, 건호는 참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 굉음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지하 통로의 뚜껑이 불에 타 떨어지면서 낸 소리구나."


매우 어두운 지하 통로였다, 건호는 통로에 대고 속삭였다.


"누구 있어요?"

"콜록! 콜록!"


별 기대하지 않고 물었었기에, 건호에게 있어 기침 소리는 매우 반가운 것이었다. 건호는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지팡이와 두꺼운 책을 끌어안고 쓰러져있는 노인이 있었다.


책의 표지에는 '마법 총람'이라고 적혀있었다. 건호의 눈이 번쩍떠질만한 책이었다.


"살아계신거죠?"

"매직 미사일!"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외치자 지팡이 머리에 박혀있는 오브에 빛의 구체가 형성되었다. 구체는 빠르게 건호를 스쳐 지나가 벽에 부닥쳤다.


쾅!


단단해 보이는 벽에 금이 간 것을 보아 보통 위력이 아니었다. 죽을뻔했다는 사실에 건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건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나쁜 사람아니에요."

"매직 미사일!"


노인은 다시 한 번 건호를 향해 매직 미사일을 사용했다. 어린애한테 함부로 마법을 사용하다니!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했다.


"하아! 하아!"


노인의 숨이 조금씩 가빠졌다. 건호가 판단하기에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건호는 마냥 기다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건호는 사람이 쉽게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하악! 하악!"

"미친 노인네 언제 죽는 거야! 명줄 한 번 기네!"

"매직 미사일!"


쾅!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건호는 다시 한번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곧 숨이 넘어갈 늙은이의 황천길 동무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허억! 허억! 안네야! 거기 있느냐? 안네야!"

'여기 없으니까 빨리 죽으라고!'


조금 더 기다리자 노인의 숨소리가 미약해지더니 사라졌다. 건호는 조심스럽게 노인에게 다가갔다.


'일단 위험해 보이는 지팡이를 치우고 그다음 책을 빼내자.'


건호는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잡아당겼다. 지팡이를 반쯤 놓고 있던 노인이 다시 한번 손아귀에 힘을 주며 말했다.


"누구냐! 매직!"


빛의 구체가 건호의 가슴 바로 앞에 형성되었다. 건호는 척수반사적으로 외쳤다.


"할아버지 안네예요! 할아버지의 손자 안네라고요!"

"안네라고?"

"네. 할아버지."


빛의 구체가 사라졌다. 건호는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노인이 말을 이었다.


"안네는 손자가 아니라 아들인데?"


정적이 이어졌다. 먼저 움직인 쪽은 노인이었다. 다시 빛의 구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매직 미! 크악!"


건호는 달빛 용사의 설정 중 영창을 못 하면 마법이 발현되지 않는다는 설정을 떠올렸다. 건호는 노인의 주둥이를 마구 때렸다. 빛의 구체가 사라지자 건호는 노인의 머리를 들었다가 바닥에 마구 내리쳤다.


"헉! 헉! 험한 꼴 당하기 싫으셨으면 그런갑다 하셨어야지."


노인이 축 늘어지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건호는 노인의 머리를 내리치는 걸 그만두었다.


"명줄 한 번기네."


건호는 다시 한번 지팡이를 잡아당겼다. 이번에는 손쉽게 빠졌다. 책도 마찬가지로 노인의 품속에서 빼냈다.


"일단 책부터 봐볼까?"


건호는 마법 총람을 펼쳤다.


"명상을 통해 마나를 느끼고 체내에 모으는 게 마법의 기본이다.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과정으로···. 그러니까 마나를 느끼라고?"


건호는 눈을 감았다. 곧 평상시에는 느낄 수 없었던 오묘한 게 느껴졌다. 마나가 분명했다. 총람에서는 짧아야 반년이라는데 수초 만에 마나를 느끼다니···.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재능이었다.


"그다음 체 내에 마나를 모은 다음 심장에 원을 그린다. 그렇게 원을 하나 그리면 1서클이고 그 위에 더 큰 두 번째 원을 그리면 그게 바로 2서클이다. 마나와의 친화력이 높을수록 빠르게 서클을 완성 할 수 있다."


건호는 책에서 나온 대로 마나를 움직여 심장에 원을 그렸다. 한 개는 단번에 그려졌고, 두 개 또한 쉽게 그려졌다. 세 번째도 그려보려 했지만, 그려지지 않았다. 만들어진 서클은 주위의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심장에 묵직한 에너지가 쌓이는 게 느껴져. 이게 마나인가 보군.'


"마법의 발현에는 3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로 서클에 저장된 마나를 이용해 외부에 마법진을 그린다. 그 상태에서 외부의 마나를 모으는 게 두 번째 단계이며 마지막으로 시동어를 외치면 마법이 발현된다. 본 총람에는 1서클에서 4서클 마법까지 12가지의 마법이 실려있다."


건호는 총람을 꼼꼼히 읽었다. 그 후 노인이 사용했던 매직 미사일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체내의 마법 활성은 쉽고 1서클 마법은 진의 모양도 간단하네."


건호는 손끝에 마나를 모은 다음 총람에 나온 매직 미사일 마법진을 그렸다. 그 후 시동어를 외쳤다.


"매직 미사일!"


노인이 발사했던 것과 똑같은 빛의 구체가 발사되었다. 건호에게 있어 무척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2서클 마법까지는 사용 할 수 있었으나 3서클 마법을 사용하려 하자 마법진을 그리기 전에 마나가 떨어졌다.


"괜찮아. 오늘 처음 써본 거니까. 그렇지. 오늘 처음 써본 거니까."


노인과 마법에 집중한 덕에 잊고 있던 현실이 다시 밀려왔다. 배도 고프고 피곤하다. 좁은 지하실은 먹을 것 하나 없었고, 잠을 자기에는 좁고 지저분했다.


먹을 게 항상 있고, 좁지만 안락했던 원룸이 생각나자 건호의 마음 한편이 쑤셨다.


"일단 이동하자. 여기 있어봤자 좋아질 게 하나도 없겠어."


건호는 지팡이와 책을 들고 지하실을 빠져 나왔다. 밖으로 나온 건호는 멀리에 무장한 병사들이 잔뜩 있는 것을 보고 바짝 얼어붙었다.


'여기에 불을 지른 놈들이려나?'


마법에 천재적 재능이 있다지만, 아직 꽃을 피운 상태는 아니다. 매직 미사일 같은 낮은 서클 마법으로 무장한 사람 여럿을 상대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건호는 다시 지하실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다행히 그 짧은 틈에 건호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좀 가라!'


건호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마나를 모았다. 그리고 마법진 그리는 것을 연습했다.


'더 빨리! 더 빨리!'


매직 미사일을 손가락으로 그리던 건호는 문득 깨달았다. 왜 손가락으로 그려야 하는가? 건호는 머릿속으로 마법진을 그렸다. 그리고 검지로 지하실 위쪽을 가리킨 다음 짧게 말했다.


"매직 미사일!"


하늘로 하얀 구체가 떠올랐다. 초저녁에 밝게 떠오른 구체는 무척이나 신비롭고 아름다웠으며, 마치 건호의 깨달음을 축하하는 것 같았다.


"진짜 마법의 천재 아니야?"


자아도취한 건호를 깨운 건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하늘로 쏘아 올린 건호의 작은 공을 보고 잔뜩 긴장했다.


"뭐야!"

"마법이야!"

'미친! 너무 짐중하느라 생각없이 마법을 썼어. 이런 멍청이!'


건호는 노인을 앞쪽에 앉혀두고 자신은 어두운 구석으로 갔다. 곧 병사들이 나타났다.


"루트비히 님! 노인 하나가 있는데 죽은 것 같습니다."

"제임스 내려가서 끌고 와."

"제가요? 아, 알겠습니다."


병사 한 명이 잔뜩 긴장한 채 내려왔다. 어찌나 겁이 많은지 노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움직였다. 건호에게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저놈 좀 보십시오. 어찌나 겁이 많은지 죽은 노인네 하나 어쩌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려보냈다. 담력 좀 기르라고. 제임스! 빨리 끌고 오지 못해?"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노인을 들쳐 엎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건호의 심장을 멎게 할 만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두둑!


노인의 목이 괴기한 뼛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흐리멍덩하게 눈을 뜬 노인은 건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매직 미사일!"

"으악!"


제임스는 노인을 버리고 지상으로 뛰쳐나갔다.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쳐진 노인의 목이 기이하게 꺾였다.


"하하하! 제임스 설마 오줌 지린 거야? 마법 지팡이도 없는 노인네 보고 오줌을 지리다니. 끅! 끅!"

"제임스 이번에 담력 좀 길렀겠군. 꼭 불이 꺼지고 둘러보면 살아남은 잡것들이 한 둘 있단 말이야. 특히 쪼마난 애새끼들."


병사들의 이야기보다 목이 꺾인 노인에게 더 시선이 갔다. 미친 노인네. 설마 죽지 않고, 기절한 거였을 줄이야. 목이 꺾였으니 이번에는 죽은 게 분명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건호에게 빅엿을 남기고 죽었다는 데 있었다.


"루소 내려가서 노인의 시체를 들고 와."

"알겠습니다."


루소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노인을 다시 들쳐메고 올라가려는 찰나 건호와 눈이 마주쳤다.


"넌 뭐야?"

"매직 미사일!"


빛의 구체가 루소의 얼굴을 강타했다. 루소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뭐야! 궁수들! 빨리 앞으로 와! 안쪽으로 계속 활을 쏴!"


지하실은 안쪽으로 길게 있다. 위에서 쏘는 화살은 맞을 일이 없고, 내려온다 하면 매직 미사일로 처리하면 된다. 문제는 그다음 명령이었다.


"기름을 부어! 기름통 빨리 가져와!"

'가만히 있다가는 꼼짝없이 구워진다.'


돌파는 어렵다. 건호는 마법 총람을 펼쳤다. 유용한 마법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포스 필드라는 방어막을 치는 마법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3서클 마법이라 건호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넌 마법의 천재잖아! 빨리 생각해내!'


건호의 머릿속에 낮은 서클로 주인공을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서클을 회전시켜? 안 되는데?'

'작은 서클을 만들어서 기존 서클을 증폭? 안 되는데?'

'1서클로 짱먹은 걔는 무공이 있었잖아!'

'죽기 살기로 서클 폭주? 할 줄 모르는데.'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머리를 쥐어 짜내자 하나가 떠올랐다.


"서클을 다른 곳에 만드는 거야. 지성이 형은 두 개의 심장인데 나라고 두 개의 서클을 못 가질까."


건호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며 단전에 서클을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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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 마법의 천재 18.10.25 275 14 14쪽
22 21. 마법의 천재 +4 18.10.23 381 14 13쪽
21 20. 마법의 천재 +1 18.10.22 351 20 14쪽
20 19. 마법의 천재 +3 18.10.21 396 16 13쪽
19 18. 마법의 천재 +7 18.10.20 410 24 13쪽
18 17. 마법의 천재 +6 18.10.19 441 19 14쪽
17 16. 마법의 천재 +2 18.10.17 389 19 11쪽
16 15. 마법의 천재 +1 18.10.15 419 17 10쪽
15 14. 마법의 천재 +3 18.10.14 515 17 12쪽
14 13. 마법의 천재 +3 18.10.12 511 19 10쪽
13 12. 마법의 천재 +3 18.10.11 495 16 12쪽
12 11. 마법의 천재 +4 18.10.10 506 19 13쪽
11 10. 마법의 천재 +1 18.10.09 549 18 12쪽
10 9. 마법의 천재 18.10.08 536 21 11쪽
9 8. 마법의 천재 +3 18.10.07 585 24 13쪽
8 7. 마법의 천재 18.10.06 653 20 11쪽
7 6. 마법의 천재 +4 18.10.05 677 21 12쪽
6 5. 마법의 천재 +1 18.10.04 762 28 13쪽
5 4. 마법의 천재 +4 18.10.03 918 26 12쪽
4 3. 마법의 천재 +5 18.10.02 1,132 32 12쪽
» 2. 마법의 천재 +4 18.10.01 1,534 33 12쪽
2 1. 마법의 천재 +9 18.09.30 1,844 47 11쪽
1 0. 계기 +7 18.09.30 2,234 3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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