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황혼에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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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레잌
그림/삽화
몽상가현
작품등록일 :
2018.09.3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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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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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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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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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점심 - Q:샤를롯뜨의 부탁

DUMM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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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나태군주는 언데드 계열의 오염종을 부립니다.

그의 군대를 상대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울 것입니다.











카이는 그 다음 날 루앙을 떠났다. 샤를롯뜨가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함과 동시에, 그것들이 화전민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해준 덕에 사람들은 순순히 그를 보내주었다.

하루만에 오염종 수십, 어쩌면 백 마리가 넘어가도록 잡아들인 탓도 있을 것이다.



그는 말을 타고 산길을 달렸다. 샤를롯뜨가 내준 말─소환수의 강할수록 소환시간이 짧다는 건 상식이었으므로─이다.

요술사가 지키는 마을의 주민들은 그 말조차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애초에 그들 말도 아니었으므로 무어라할 권리는 없었다.



따그닥따그닥

카이는 털이 짧은 말의 속력을 여실히 느끼며 활로 저 멀리 난입하려드는 오염종을 쏴죽였다. 놀이었던지라 화살값이 아까운 수준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샤를롯뜨가 가로되, 지금은 시간싸움이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달려, 카이는 루앙에 입성했다. 미리 도착했던 마법사들이 바글바글하다.



"어, 당신은···."



순간 붉은 로브남을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카이는 일단 신전으로 향했다. 다행히 루앙에는 샤를롯뜨가 섬기는 숲의 신, 보스퀘카리타를 모시는 곳이 존재했다.



"아모스 펜시탄. 아모스 보스퀘카리타. 전령을 가지고 왔습니다."



카이는 말에서 내렸다. 그러자 신관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몰려왔다. 카이가 올 것을 예상한 것은 아니고, 카이가 탄 말에 새겨진 신전의 표식 때문이었다.



"오오, 아모스 보스퀘카리타. 형제님,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형제님의 직급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카이는 샤를롯뜨가 알려줬던 말들을 떠올렸다.

카이가 탄 말은 공식적으로 신앙이 신실한 이들에게 주어지지만, 실질적으론 돈이 많거나 가문의 지위가 높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말이라고 했다. 그녀는 후자 때문에 받은 말이었고 말이다.



"전 비천한 용병입니다만, 비노쉬 아가씨, 아니 사제님의 부탁을 받고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녀의 성, 즉 가문의 이름을 대면 절대 신전에서 무어라하지 못할 것이라 하였다.



"오오, 그러시군요!"



과연, 비노쉬의 이름이 나오자 신관들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다만 몇몇은 샤를롯뜨 본인이 오지 않은 것에 의아한 얼굴이다. 누군가는 카이가 말을 빼앗고 사칭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눈치다.



"비노쉬 사제님은 어디 계십니까?"


"사제님은 현재 생피에르의 험지에서 사람들을 돕고 계십니다. 다만 아주 시급한 일이 터져, 그분께선 걸음이 빠른 저를 대신 보내셨습니다."


"그 시급한 일이라 함은···?"



카이는 품에서 숲의 신전을 대표하는 표식을 꺼내들었다. 나뭇잎 모양의 그것은 사제의 상징이기도 하고, 사제가 모든 걸 내걸 때 내미는 것이기도 하다.



"보스퀘카리타께 맹세하건데 앞으로 고할 모든 것은 진실입니다."



그 맹세와 이어지는 설명에 신관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크제쉬미르는 후작가에서 벌어지는 연회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필요에 의해서라지만 제 나라 백성들이 다 죽을 위기에 태연히 연회를 여는 게 좋아보일리 없다.



"거기에 우리가 경계를 서니까 더 안 좋죠."


"참아라."



이안은 크제쉬미르의 말에 어깨만 으쓱였다.


하여간, 여우 같은 후작각하는 권위를 세우기 위해 제국에서 손꼽히는 용병단을 호위로 세웠으니.

뭐, 단장인 크제쉬미르나 부단장을 대신해 보좌관으로 온 이안은 그 실력을 생각해 경비병이 아닌 손님의 신분이지만, 저 귀한 푸른 피Blue Blood들이 천한 용병의 연회 참석을 반길리 없다.


결국 손님이면서 경비를 서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돼버린 것이다.



"얼씨구, <블라디슬라프 대공가>의 후계자까지 와있어요? 국경지대 지키는 분들이 어언 일이래."


"황실의 패악을 도저히 두고만 볼 수 없겠다는 것이겠지."



크제쉬미르는 싸늘한 눈으로 저 멀리 테라스 너머로 보이는 연회장을 살폈다.

그 가운데 은발에 은청색 눈동자를 가진 미남자는 제국에 둘뿐인 공작가 중에서도 대공 위에 위치한 블라디슬라프 가의 후계자이다.



"저들은 <키리바시아>의 하이로드. 제국이 왕국에 불과했을 시절에도 수많은 기사와 레인저Ranger를 양성해내 나라를 지켜온 가문이다."



통일전쟁 때 앞장서서 피를 흘린 자들도 블라디슬라프 대공가의 기사와 병사들이었지.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금, 현 황제가 그런 기사들과 레인저를 지원해주기는커녕 지원을 축소하고 마법만 우대하고 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오우. 그래서 비텐델 후작가와 손잡는 겁니까?"


"아니, 대공비는 황제의 누이야. 섣불리 비텐델 후작과 손잡고 황가를 버리진 않을 거다. 다만, 저건 신호다. 앞으로 계속 황가가 마법만 우대할 경우 정말로 손잡을 수도 있다는."


"정치는 진짜 할 짓이 못 돼요."



이안은 머리를 벅벅 긁곤 연회장의 인기인인 블라디슬라프 가의 후계자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주제에 그는 조각상처럼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도도하고 냉엄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



"엄마가 황실핏줄이면 흑발흑안일 텐데, 그런 거 하나도 없네요."



은발은 희귀하다고 들었는데?



"애초에 블라디슬라프 대공가의 후계자는 은발만 올라갈 수 있다."


"그거 좀 불합리한데요?"


"귀족이란 건 그런 거지."



핏줄에 매이고, 가문에 매이고, 상징에 매이는.



"그보다 그 소문, 진짜일까요?"


"무엇이."


"애초에 이 연회가 열린 것도 그것 때문이잖아요."



제국의 '타락' 프로젝트요.








*****








카이는 분노의 포크질을 했다. 신에게 맹세했음에도 증거가 없어서 믿을 수 없다며 회의에 들어간 신전 때문에 열 받은 것이다.

분노라고 하기엔 모호하고, 짜증과 답답함에 가깝다.



"어디 기분 나쁜 일이 있나봐?"



용병조합, 1층 주점을 운영하는 주인의 말에 카이는 흐리게 웃었다.



"융통성 없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하이구, 그런 거 짜증나지."


"그러게요. 뭐, 그 외엔 방도가 없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카이로선 할 일을 다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샤를롯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지 않나.

신전의 느려터진 대응을 소식이랍시고 전하기도 좀 그렇고, 그녀를 데려온다고 해도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직감도 있던 탓이다.



아니, 차라리 그곳으로 돌아가 증거를 가져올까? 이틀 정도면 아직 증거가 다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시체 하나둘쯤은 남아있겠지. 오염은 정화해서 다 사라졌겠지만.



"내가 봤다니까!!"



그때 옆에 있던 용병이 무어라 외쳤다. 카이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혹은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결백을 외치고 있다.



"무엇을 봤는데요?"



카이는 슬쩍 끼어들었다. 뭐가 그리 억울해서 저렇게 외치나 싶던 것이다.



"비실비실거리는 괴상한 오염종 말이야!"


"착각이겠지. 오염종이 어떻게 비실거려?"



황소같은 얼굴에 술에 취한 것처럼 붉은 코를 가진 용병은 하체보다 더 튼실한 상체를 마구 휘적거리며 자신이 진실을 외쳤음을 증명하려 했다. 물론 그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믿어주는 자들은 없다.

물론, 카이는 예외다. 카이의 눈이 반짝였다.



"어떻게, 아니, 어디서 봤어요?"


"너, 넌 믿어주는구나!"



용병은 그리 외치며 몸을 퍼덕였다.



"내가 본 건 정말 괴상했어! 울긋불긋한 혈관이 돋아서 엄청나게 섬뜩한 건 물론이고, 이빨도 들쭉날쭉한데다가 눈에는 핏발이 서서 완전 새빨겠지."



그놈들이다.



"무엇보다 불길한 검은 기체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고! 그런데도 비실비실 거려서 엄청 이상했다니까?"



검은 기체. 그래, 확실하다.

카이는 기묘한 낯익음─저번에 잡은 그것과 별개로 더 이전에 본 것만 같은─을 느끼며 다급히 물었다.



"어디서 보셨는데요?"


"저기, <나팔고둥의 언덕>에서 봤어."



나팔고둥의 언덕이면 이 근처다. '혹시'라는 패를 던지기엔 충분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잠깐, 잠깐. 믿는거야?"


"네."



카이는 빠르게 짐을 챙겼다. 음식이 남았지만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은 없다.



어쩌면 이게 제국과 관련된 일일지도 몰라.


사람들은 블레시얼의 해임에도 오염종이 증가한 게 이름없는 달 때문이라고 했지만, 카이는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증가였다면 모를까, 그 이면에는 새로운 오염종의 출현이 있으니.

카이는 그게 단순히 우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펜릴이 뒤에 있는 제국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테니까.



카이는 샤를롯뜨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추정을 떠올리며 주점을 박차고 나갔다. 말은 신전에 반환했기에 마구간에서 새로 말을 빌렸다.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걸으려면 30분은 꼬박 가야하는 탓이다.


그의 말이 달리는 경로에 있던 오염종들은 카이의 장검에 머리가 달아났다.



카이는 빠르게 나팔고둥의 언덕으로 말을 몰았다. 다만 도착하고 나서 아무리 둘러봐도 용병이 말한 그런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없나? 아니, 있을 거다. 직감이 그리 외치고 있다.

카이는 활로 저멀리 보이는 테레보어를 쏴맞췄다. 곧 겨울이랍시고 숲을 벗어나 초원까지 나온 꼴이 퍽 처량하다.



"꺄아아아아악!!"



그 순간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카이는 머리로 생각할 틈조차 없이 바로 뛰었다.



"내, 내가 지켜줄게!!"


"뭐라는 거야 멍청아! 튀어!!"



그들의 걸음이 닿은 곳에는 평범한 소녀와 소년이 달달 떨고 있다. 그 앞에는 큰귀여우, <파이팍스>가 있다.



카이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파이팍스의 옆구리에는 꽤나 깊은 상흔이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무언가에게 뜯어먹힌 자국 같았다.

심지어 거기서 검은 기체가 일렁거리고 있었는데, 그것을 중심으로 파이팍스의 몸에 울긋불긋 혈관이 돋아나려는 기미가 보였다.


그놈들이다.



카이는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이 정확히 파이팍스의 미간에 틀어박히며 일격에 절명시켰다.



"헉! 죽었어!"


"여, 영웅님···!"



머리에 수건 같은 걸 뒤집어쓴 갈색치마 소녀가 두 손을 꼭 쥔 채 반짝거리는 눈으로 카이를 바라보았다. 소년도 파이팍스의 죽음을 실감하자마자 카이를 존경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괜찮아?"


"네, 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아이들의 감사인사에 카이는 손을 내저었다. 혹시 몰라 다친 곳은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다행히도 소녀가 한 번 넘어졌었던지 무릎이 살짝 까진 게 다였다.



"왜 쫓기고 있던거야?"


"그, 그게. 숲에 들어가 약초를 캐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숲이라는 것은 아마 나팔고둥의 언덕 바로 너머의 숲일 것이다. 수도로 가기 위해서 거쳐야하는 길목이기도 했다.



"조심해야지."



카이는 소년의 머리에 약한 꿀밤을 놔주었다. 소녀소년이 베시시 웃었다.

그는 약초를 캐는 동안 숲이 오늘따라 이상하진 않았느냐 물었다. 그 감염체가 숲에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음···잘 모르겠어요."


"저도···."



소년소녀는 도움이 못되어 미안하단 얼굴로 머리만 긁적였다. 카이는 괜찮다고 손을 살짝 흔들어주었다.



"···아! 그러고보니 숲이 좀 조용했던 것 같아요."



소녀의 말에 소년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긍정했다. 평소보다 동물들이 적게 보였다나.



"수도로 가는 길이라 오염이 다른 숲보다 적어 동물들이 꽤 많은 숲이거든요. 근데 오늘은 그 흔한 파챠코조차 안 보였어요."



그 말에 카이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숲 맞구나.



"그래, 일단 너희는 집으로 돌아가고."


""네에.""



카이는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숲쪽으로 달렸다. 과연, 인지한 채 숲에 들어서니 다른 숲에 비해 확연하게 조용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침묵의 이빨을 꺼내 투시 옵션으로 숲을 살폈다. 투시 반경에 있는 생명체들이 그의 시야에 푸르스름히 비쳐졌다.



그때, 카이의 걸음이 멎었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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