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황혼에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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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레잌
그림/삽화
몽상가현
작품등록일 :
2018.09.3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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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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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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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점심 - Q:아산크라의 심해2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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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는 빛의 구덕에 확연히 보이는 광경을 보며 뺨을 긁었다. 발광 산호 사이로 돋아난 버섯들과 기이한 산호들, 그리고 기이한 형태의 암석들. 그리고, 마법이 아니었다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을 어둠.


그 광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그는 가볍게 발을 움직였다. 오베르는 그의 뒤에서 탐색마법으로 열심히 탐색 중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구해야할 게 뭐예요?"



카이는 몇 걸음 나아가며 물었다. 생각해보니 목표가 채집이란 것밖에 듣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탐색마법에 집중하고 있던 오베르가 조금 뒤에 입을 열었다.



"우리가 구해야할 건 일단 오염종에서만 <점토어>의 살점이랑 <독무조개>의 진주, <흡혈문어>의 이빨, 흡혈주머니, <모래상어>의 정제된 모래입자까지야."


"오염종에서만요?"



지금도 많은데 이게 오염종에 한해서라니.

카이가 당황한 얼굴이자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오베르가 어깨를 으쓱이며 더 말했다.



"<영혼초>랑, <영관산호>의 샘플, <관목버섯>, <그물초>도 구해야해."


"정말 구해야할 게 많네요."



그 말에 오베르가 살짝 미안한 얼굴을 했다. 카이의 말을 투덜거림으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하기야 원래는 카이가 구할 필요가 없던 것들이니 말이다.



"음···대신에 보상 많이 챙겨줄게."


"그래도 돼요?"


"구한 재료 네가 이쪽에 파는 형식으로 하면 돈 받을 수 있을걸? 뭣하면 내가 사비로 챙겨줘도 되고."


"돈이 많으신가봐요."


"개인 연구비가 좀 많이 나오거든."



그건 의외의 말이다. 개인 연구비가 아무리 많이 나온단들 그것에서 의뢰비를 선뜻 내주긴 어려울 텐데.




카이는 피식 웃었다. 돈이야 애초에 크게 신경 쓰지않지만 저리 은혜 확실한 태도로 나오면 사람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 대우 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은 곤란하게 만들어서 싫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네.

카이는 오베르의 인상을 살짝 상향조정했다. 물론 전체적 호감도로 보면 여전히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때 직감에 무언가가 걸렸다. 카이는 기감을 넓혀서 주변의 기척을 잡았다.

그러자 한쪽으로 감각을 집중되었다. 자세히 보니 붉은 그물초 사이로 독무조개가 그 입을 뻐끔거리고 있다.



"저기 독무조개가 있어."



한 발 늦게─탐지마법에 걸리는 건 빨라도 그걸 해석하는 것이 늦은 것이리라─오베르가 말했다. 카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딛었다. 독무조개는 적의 접근을 알아채면 독무를 뿜어내므로 최대한 조용히 한 채다.


더구나 빛의 사정거리에 아슬아슬히 걸쳐야 이쪽에서도 보이고 저쪽에서도 입을 다물지 않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그 노력이 먹혔는지 독무조개는 여전히 그 입을 뻐끔거리고 있다.



"네펜데시아, 벌려버려."



오베르의 명령에 네펜데시아의 넝쿨이 조개껍질을 타고들어가 독무조개의 양 껍질을 휘감았다.

독무조개가 황급히 입을 다물려 했지만 여러 개 넝쿨의 넝쿨이 배배 꼬인 넝쿨다발의 힘은 약하지 않았다. 독무조개의 껍질이 타의에 의해 쩍 벌어졌다.



카이는 그 틈을 타 화살을 날렸다. 정확히 관자를 노린 공격이다.


물속이라 저항감이 짙어 나아가는 활의 속도는 늦다. 그저 강림의 힘을 빌어 상대를 맞출 뿐이다.



푸욱!

약해진 힘으로도 관자를 꿰뚫었다. 이제 네펜데시아가 없더라도 독무조개는 그 껍질을 닫지 못하리라. 관자가 껍질을 열고닫게 만드는 기관이니 말이다.



"독주머니를 뜯어내!"



그 사이 오베르는 또 한 번 명령했다. 네펜데시아의 넝쿨이 조개껍질을 타고 들어가 독주머니를 휘감았다.


살짝 흘러나온 독에 닿은 순간 그 부위가 순식간에 썩어갔지만 네펜데시아는 끄덕없다. 애초에 땅속에 있는 본체만 당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넝쿨을 뽑아내는 생물체이기에 큰 문제도 아니리라.



다만 카이는 새삼 감탄했다. 원체 귀한 오염종이라 상대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로 네펜데시아의 질긴 생명력을 실감한 것이다.

아군의 소환수가 아닌 상대해야할 적이라면 귀찮았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엔 이처럼 든든한 것도 없다.


그사이, 독무조개의 독주머니가 사정 없이 뜯어져나갔다.



카이는 화살을 두어 발 더 쐈다. 철시가 독무조개의 내장에 정확히 박혀들어갔다.

독무조개의 살점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독주머니마저 빼앗긴 이상 독무조개는 더이상 반항할 수 없다. 가시가 잘린 장미처럼, 이빨과 발톱이 뽑혀나간 호랑이처럼 말이다.



"진주는 멀쩡해?"


"그런 것 같아요."



질긴 생명력으로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저항도 못하는 것에게서 진주를 가져오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카이는 아기 주먹만한 진주를 집었다. 빛깔을 보니 그럭저럭 상품이다. 다만 독무조개가 좀 어렸었는지 진주가 작다.

가까이 다가온 오베르도 그걸 보곤 조금 실망한 얼굴이 됐다.



"하나는 더 잡아야겠는걸."



보급해야할 양이 양이다보니 진주가, 그것도 갈아내어 가루로 만든 것이 소량만 들어감에도 하나가 더 필요한 모양이다.

물론 카이야 아무래도 상관 없으므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만들면 너도 하나줄까?"


"네? 뭘요?"


"감염원종 찾는 기기말이야."


"어, 주시면 감사하죠."



하지만 그거, 그렇게 쉽게 나눠줘도 되는 걸까.


카이가 어물어물한 태도로, 그러나 거부감은 확연히 내보이지 않자 오베르가 꼭 하나 빼오겠노라 약속해주었다.

덕분에 얼떨결에 오염원종 찾는 기계를 얻게 생겼다. 뭐, 그것들을 일부러 찾아내서라도 잡을 예정이었으니 이런 원조는 반갑기만 한 일이다마는.



"아, 저쪽에 뭐 하나 있다."



탐지 마법에 무언가가 걸린 모양이다. 카이도 감각에 무언가가 걸렸다. 공평하게 탐색되는 탐지마법과 달리 상대가 작을 수록 기감엔 잘 안 걸리는지라, 이번엔 카이가 한 발 늦다.


카이는 바로 활을 뽑아 쏘아냈다. 단호한 저격이었다.

그 명쾌한 자신감에 오베르는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물론 물속이었기에 뽀글뽀글 물방울만 일었다.



"이건···<점토어>네."



카이가 주워온 점액질의 물고기를 본 오베르의 말이다. 점토어라 불리는 그것의 표피는 꼭 녹아내린 살점 같다.


카이는 점토어의 피부를 칼로 벗겨냈다. 물과는 확연히 다른 미끈거리는 체액의 불쾌함을 참고 거죽을 벗겨내자 지방덩어리 같은 살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윽."



그것을 받아든 오베르도 영 꺼림찍하단 얼굴로 아공간 가방─마탑의 상위 마법사들만 소지 가능한─에 집어넣었다. 진주는 이미 집어넣은 후다.



"심해 오염종들은 다 징그러워서 싫어."


"인정해요."



이어 도깨비불 같은 것들이 달려있는 영혼초도 뜯어내고 영관산호의 껍데기도 한 겹 떼어내며 그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에 흡혈문어도 발견해서 그 이빨과 흡혈주머니도 채취했다. 오베르의 탐색마법이 꽤나 넓고, 또 빛에 오염종들이 스스로 모여들어서 다행이었다.



"너덕분에 엄청 편해졌는걸!"


"오베르 씨의 네펜데시아 덕인데요 뭐."



카이가 그리 말하자 오베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연두색 눈동자가 유별나게 반짝였다.



"하핫, 그래? 하긴, 엄청 신경 써서 잡은 아이야. 알아봐줘서 고맙다야."


"하하."


"하지만 너도 대단한 건 마찬가지야. 이런 심해에서 활을 다루는 건 어려우니까. 일단 저항이 커서 운동에너지가 쉽게 소모─"


"그것까지 이해할 머리는 못됩니다."



카이가 사전차단을 하자 오베르가 아쉬움에 혀를 찼다.



"근데 오베르 씨야말로 마탑주의 제자시면 엄청 대단하신 거 아니에요?"


"응? 아니야. 그런 거."



오베르는 길게 땋은 진녹색 머리카락을 베베 꼬더니 지팡이로 모래를 쿡 두드렸다. 그러자 무언가가 팍, 하고 튀어나와 그의 방어막을 두드렸다.

네펜데시아의 넝쿨이 오베르의 방어막을 두드린 모래상어를 칭칭 휘감아 조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것을 흥미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탑주의 제자는 딱히 강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 그냥 마탑주 마음에 들면 되는 거야. 물론 마탑주에게 사사 받다보니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강하긴 하지만."



그래서 마탑주의 자리는 스승에서 제자로 딱 이어지진 않아. 제자라고 꼭 강한 건 아니니까.



"그런 거예요?"


"그러엄. 나만 해도 오염종 도축업자의 아들이던 걸 스승님이 주워 키운 건데."



그는 그리 말하곤 지팡이로 모래상어를 콕콕 찔렀다. 네펜데시아에게 꽁공 묶인 모래상어가 퍼덕였다.

카이는 뒷목을 긁으며 모래상어의 비늘과 비늘 사이 틈에 칼날을 박아넣었다. 모래상어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그레이엄은 전쟁고아였고. 아, 사형은 귀족집안 출신이지만 말이야. 그런 것치곤 그나마 관대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생각보다 조건이 없네요."


"마탑주마다 달라. 말 그대로 마탑주 마음대로니까."



돈을 따지는 마탑주는 돈 많은 놈들을, 재능을 따지는 마탑주는 재능 있는 놈들을, 심지어는 주책없이 미인제자만 들이는 마탑주도 있다며 오베르는 손을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서 네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뭐야? 단순한 궁사는 아니지?"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단순한 궁사면 까치놀 용병단이 그렇게 투자를 할리 없잖아."



오베르의 말에 카이의 입술이 멈췄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와 시선이 맞았다.


카이는 헛기침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궁금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해줄 수 있을리 없다. 이 모든 걸 설명하려면 황혼인이라는게 필수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걸 여명인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너무 궁금해."



그러나, 그런 생각의 흐름과 상관 없이 오베르의 눈동자는 카이의 몸을 훑고 있다.

연녹색 눈동자가 어두운 심해의 빛으로 빛났다.








****








"자연이 선물해준 천해의 요새 덕분에 이 땅에 자리잡은 나라는 단 한 번도 중부인의 침임을 받은 적이 없었지. 같은 남부인들끼리 싸운다면 모를까."



어느 어두운 골목, 한 사내가 입에 꼬나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주홍빛의 날렵한 잎사귀는 하느작 타오르다가 이내 잿빛 연기를 일으킨다. 뜨거운 열기는 차가운 공기와 맞닿아 수증기 무리 또한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달칵

라이터의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선명히 울렸다. 사내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이들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각자 맡은 할당량은 다 해치워. 최대한 많이 감염원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란 말이야."



그리고 각자 맡은 바를 마치면 왕궁으로 집결한다.



"참고로 중간에 낙오한 자는 자결한다. 알지? 우린 소모품이다. 이 모든 건, 늑대를 위해서."


""늑대를 위해서!!""



거기까지 말한 사내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황혼인이 있다는데."


""!""



그의 한 마디에 부복하고 이들의 눈이 번뜩였다. 황혼의 악마. 그들이 최종으로 목표하는 자들. 그들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유.



"일부러 찾아 시비 거는 미친 놈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할일을 하는데 황혼인이 방해했다면 그건 뭐라할 수 없겠지."



사내의 입술 사이로 보이는 흰송곳니가 유달리 예리한 빛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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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52. 점심 - Q:혈군주 레이드 19.01.07 49 2 12쪽
203 51. 점심 - Q:목숨의 무게4 +1 19.01.04 84 2 11쪽
202 51. 점심 - Q:목숨의 무게3 +1 19.01.03 5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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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50. 점심 - Q:보급로 차단하기5 +1 18.12.29 49 2 11쪽
197 50. 점심 - Q:보급로 차단하기4 +1 18.12.28 48 2 11쪽
196 50. 점심 - Q:보급로 차단하기3 +1 18.12.27 71 2 11쪽
195 50. 점심 - Q:보급로 차단하기2 +1 18.12.26 86 2 11쪽
194 50. 점심 - Q:보급로 차단하기 +1 18.12.25 1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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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12 +1 18.12.20 42 2 12쪽
190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11 +1 18.12.19 50 2 12쪽
189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10 +1 18.12.18 42 2 12쪽
188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9 +1 18.12.17 50 2 12쪽
187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8 +1 18.11.16 48 3 13쪽
186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7 +1 18.11.14 66 2 13쪽
185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6 +1 18.11.14 67 2 11쪽
184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5 18.11.13 47 2 11쪽
183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4 +1 18.11.12 5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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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2 18.11.08 66 1 12쪽
180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 18.11.07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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