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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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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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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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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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DUMMY

“바스크님은 좀 어떻습니까!?”


로이스는 바스크를 바닥에 바로 눕게 하고 그 곁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하퍼가 다급하게 묻자 로이스는 하퍼를 안심시키며 대답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단순히 기절한 것 같습니다.”


로이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퍼는 바스크의 상태를 확인하고 한 켠에 팽개치듯 아무렇게나 꽂아둔 대검을 찾아 검집에 넣고 그것을 등에 둘러멨다. 그리고 바닥에 누운 바스크를 안아 올렸다. 아직 하늘에는 달이 떠있었고 어두운 밤이라 우선 모닥불을 피웠던 자리로 돌아와 바스크를 다시 눕히고 불이 죽어있는 모닥불에 불을 지폈다. 로이스는 바스크의 곁에 앉아 그를 돌봤다. 하퍼는 불을 살리고 바스크의 곁으로 돌아와 로이스에게 말을 걸었다.


“토르투가의 최면에 빠지는 것은 사막의 동물들뿐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바스크님이 그리 된 걸까요?”

“그거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토르투가가 죽기 전 최후의 발악을 한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토르투가의 최면이 사람에게도 통하는 것이었다면 어째서 로이스님은 괜찮았던 걸까요?”


로이스가 답을 이어가려 하자 바스크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콜록! 콜록!”


“바스크, 정신이 들어?”

“바스크님, 괜찮아요?”


로이스와 하퍼가 연달아 묻자 기침을 하던 바스크가 몸을 일으키고는 말했다.


“마법사님! 하퍼님!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는 왜 이렇게 여기 누워있어요?”


바스크가 어리둥절해 하며 로이스와 하퍼를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언제 여기로 온거에요? 분명 조금 전에 토르투가를 없앴잖아요. 으으으···”


바스크가 하퍼에게서 가격당한 복부를 쓰다듬었다.


“아야야.. 여기가 갑자기 왜 이렇게 아픈 거죠?”

“미..미안해요. 바스크님.”


하퍼가 바스크를 내려다보며 미안해했다.


“근데 배가 너무 고파요.”


바스크는 그런 하퍼를 올려다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이었다. 배는 여전히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정신이 들었나 보군!! 하하.”


로이스는 그런 모습을 보고 안심하며 크게 웃었다. 하퍼는 여전히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바스크는 생각보다 빨리 정신을 차렸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아파하던 배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하늘에는 여전히 아무일 없다는 듯 달이 떠있었다. 이 밝고 둥근 달은 사막 아래를 비추고 있었다. 이제 바스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량 가방을 끌어 안고 앉아 빵과 과일 등을 주워먹고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한참이나 보이지 않았던 호이네가 나타나 바스크와 함께 과일을 먹고 있었다. 하퍼와 로이스는 그런 바스크와 호이네를 보며 웃고 있었다. 어찌되었건 하퍼 일행은 오래간만에 조용하게 밤을 지샐 수 있었다.


하퍼 일행이 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세번째 달을 맞이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 여행을 시작한 지는 대략 80여일이 흘러갔다는 말이었다. 하퍼가 깨어났을 때가 다섯번째 달인, 잉파르의 달이었으니 지금은 일곱번째 즈루라벨의 달, 중순쯤 이었다.


뮤토가 판치하 대륙을 평정한 후 크로버국을 세우고 사람들을 위해 달력도 만들었는데 이를 ‘크루버력’ 이라고 불렀고 뮤토는 이를 공표해 널리 알렸다. 크루버력은 열달을 1년으로 하고 있었고 한 달은 대략 40일 정도로 되어있다. 크루버력이 정한 열개의 달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번째 달을 ‘히치하’ 라 하여 1년의 시작을 알리는 달로 삼았다. 히치하는 판치하 대륙 사람들이 죽으면 간다고 전해진 사후 세계의 이름으로 죽은 인간은 이곳에서 머물다 선택을 받아 인간으로 태어나게 되면 판치하로 돌아온다고 전해져 있다.


두번째 달은 ‘뮤토의 시작’이라고 하였고 한 해의 마지막인 열번째 달을 ‘뮤토의 끝’ 이라 불렀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첫번째 달이 ‘히치하’니 시작의 앞과 끝의 뒤에 히치하가 있어 인간을 해방 시킨 뮤토도 인간들도 히치하를 통해 시작하고 끝난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뮤토를 도와 판치하 대륙을 평정했다는 일곱 전사들의 이름으로 정해져 있었다. 거구의 검사, 가스리토를 시작으로 얼음 창으로 용맹하게 싸웠다는 전사, 모크에르가 각각 세번째와 네번째 달에, 화살로 날아가는 새의 눈알도 맞출 수 있었다는 잉파르가 다섯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여섯번째에는 최초의 대마법사, 알퍼스가 자리했고 늘 알퍼스와 단짝처럼 붙어 다녔다는 즈루라벨이 바로 뒤 일곱번째 달을 대표했다. 거대한 망치를 짊어지고서 그것을 단검처럼 휘둘렀다는 차번트가 여덟번째에, 가스리토와 비슷한 거구로 그의 얼굴은 형태가 없어 아무도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팔에 사슬을 감고 다니며 그 사슬을 풀어 싸웠다는 전사, 초시르가 아홉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크루버력에서 10개의 달들을 쉽게 정리하면 1월 히치하, 2월 뮤토의 시작, 3월 가스리토, 4월 모크에르, 5월 잉파르, 6월 알퍼스, 7월 즈루라벨, 8월 차번트, 9월 초시르, 10월 뮤토의 끝이라 정리 해볼 수 있다. 판치하 대륙 사람들은 보통 한 해의 시작을 1월인 히치하로 보기보다는 2월인 뮤토의 시작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고 첫번째 달, 히치하에는 자신들의 조상과 뮤토에게 감사의 제를 올리는 관습이 있어 한달 내내 경건한 마음으로 제를 올리고 각종 축제들이 열리기도 했다.


“ ‘즈루라벨의 밤하늘은 언제나 맑고 높으며 별들이 가장 빛난다’ 고 하더니 역시 그렇군요.”


하퍼가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이스는 하퍼가 올려다 보는 하늘을 같이 올려다 보고는 말을 이었다.


“벌써 즈루라벨이니까 이 곳에 돌아 오신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었군요.”


하퍼가 로이스의 말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다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로이스가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슬쩍 물었다. 하지만 한참이나 입을 열어 답을 하지 않고 있던 하퍼가 입을 뗐다. 가벼운 기침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흐음···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깨어났으니 이 삶에도 그에 맞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로이스가 하퍼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답을 했다.


“그렇겠지요. 대마법사 메를린을 만나시면 그게 무엇이든 명확해 지지 않겠습니까?”

“네, 그렇게 믿을 수 밖에요. 하하.”


하퍼가 어색하게 웃으며 답을 하자 로이스가 말을 덧붙였다.


“이제 곧 그곳에 도착하면 대마법사 메를린도 찾을 수 있겠지요.”

“정말 그렇겠습니까?”

“대마법사 메를린의 마을이라고 하니 그가 설사 그곳에 없더라도 그를 찾는 데 도움이 될만한 무언가는 찾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로이스의 말에 하퍼가 하늘을 향해 숨을 한번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마수들도 모두 사라졌으니 우리 날이 밝으면 서둘러요! 며칠 못 움직였던 몫까지 열심히 걷자 고요! 하하하.”


호이네와 같이 식량 가방을 뒤져 과일을 집어 먹던 바스크가 사과 몇 개를 집어 들고 와서 둘에게도 내밀며 말했다.


“하퍼님을 좀 잘 모셔라. 이놈들아!”


호이네가 바스크의 어깨 위로 올라서서 과일을 다 먹어 치우고는 일어서 외쳤다. 바스크는 입에 사과를 베어 물려다 호이네의 외침에 말했다.


“호이네, 넌 정말 그렇게 말을 해서는 안 된다니까. 너는 늘 우리가 싸우고 있을 때면 사라져서 나타나지도 않잖아!!”

“무슨 소리야!! 나는 항상 하퍼님을 응원하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바스크의 말을 받아 치고 호이네는 식량 가방 속으로 사라져 과일 하나를 꺼내가지고 나와 하퍼의 어깨 위로 달려가 자리를 잡고 앉아 천연덕스럽게 씹어댔다.


“호이네, 너 정말!!”


바스크는 그런 모습의 호이네가 얄미워서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로이스는 호이네를 보고 길게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고개를 몇 번이나 가로저었다. 그러고 나서 입 꼬리를 올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퍼도 호이네가 어깨 위로 올라와 조용히 사과를 먹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마도 하퍼는 호이네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듯 했다.


다음날 해가 떠오르고도 한참이 더 지난 시각이 되어서야 하퍼 일행은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어젯밤 마수 ‘토르투가’ 를 제압하느라 지친 체력을 비축하느라 모두 늦잠을 잤기 때문이었다.


하퍼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이런 날의 아침 식사 준비는 늘 하퍼의 몫이었다. 오늘 식사는 특별할 것 없는 메뉴였지만 호이네도 하퍼를 도와 함께 식사를 준비했다. 호이네는 식사 내내 자신이 이 식사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로이스와 바스크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둘은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어쨌든 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이미 높이 떠버린 해에 준비를 서둘러야 했고 준비가 끝나자 곧바로 길을 나섰다. 칸칸에는 여전히 로이스와 바스크가 탔고 하퍼가 둘과 나란히 서서 걷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듯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는 흔적을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었다.


&&&


“해믈린 마법사!!”


말에서 내리는 해믈린을 발견하고 근처의 동료 마법사들이 외쳤다. 무난하고 싫어할 구석이 별로 없는 성격의 소유자인 해믈린에게는 알고 지내는 마법사들이 많았다. 지금 막 해믈린이 드보슈 머디언 관리부에 도착해 말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마법사 몇몇이 그를 향해 달려 들었다. 반면 같이 도착한 브리앙에게는 누구 하나 아는 척을 하거나 이름을 부르는 이가 없었다.


이런 모습은 브리앙이 성격이 날카로워서 그렇다기 보다는 이제 막 머디언 관리부에 들어온 신입 마법사라는 사실이 더 크게 작용 했을 것이었다. 사실 브리앙은 날카로운 성격이라기 보단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주변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하기는 했다.

브리앙은 이미 머디언 관리부에서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유명인사였다. 두 달 전에 사라져 행방이 묘연한 머디언의 추격 계획을 주도한 마법사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브리앙은 머디언 관리부 몇몇 사람들의 질투와 경계까지 받고 있었다. 브리앙이 신입 마법사이고 그에 대해 정말 잘 아는 이가 별로 없었음에도 그랬다.


어쨌든 브리앙은 말에서 내리자 마자 머디언 관리부 건물로 달려갔다. 해믈린은 말에서 내리자 마자 달려가는 브리앙을 쫓아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법사들에게 외쳤다.


“자네들! 나도 무척이나 자네들이 반갑네만 조금 있다가 인사 나누세! 지금은 우선 가봐야 하네!”


해믈린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려던 몇몇 마법사들은 멍하니 해믈린과 브리앙이 달려가 사라지는 것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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