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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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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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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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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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시작되는 9년 전[9]

DUMMY

(2) 시작되는 9년 전[9]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어떤 것에도 연루 되고 싶지 않다. 난 그저 수행자 임무에 충실하면 된다. 그것뿐이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다. 거실 불은 켜지 않았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확인하고 싶지 않다.


다음날 임무보고를 위해 애송이와 함께 박현석 의사의 진료실을 찾았다.


“그래서 놓쳤다... 라는 거죠?”


어제 있었던 일을 그에게 보고하니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꺼낸 첫마디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만 더 주변을 신경 썼다면...”


내 말에 다급히 자리를 일어나며 미소를 짓는 박현석 의사가 다가와 말했다.


“아닙니다. 한성우씨 전 당신을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예언자가 붙을 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그런 행동에 놀랐을 뿐입니다.”


만약, 이민성 의사였다면 내 보고를 듣자마자 녀석들에게 복수를 해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 쳤을 것이다.

하지만 박현석 의사는 달랐다. 그의 반응에 적응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단 이 임무는 보류 하도록 하죠. 운명 이탈자의 행방을 찾기도 힘들 테니 말입니다.”


설마, 여기서 이 임무를 포기하자는 건가? 이탈자의 프로필을 토대로 주변을 탐문 수색하면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령은 명령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보류 하는 수밖에는 없다. 라고 조금은 낙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자 애송이가 나를 대변하듯 입을 열었다.


“박현석 의사님... 괜찮다면 김철면 운명 이탈자 임무를 계속 진행하고 싶습니다.”


똑 부러지는 말투, 진지한 표정 애송이 넌 지금 박 의사의 명령을 어기려는 행동을 하고 있는 거다. 예전부터 녀석의 이런 반항심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건 너무 벗어나버렸다.

그리고 네가 이 임무를 속행하려는 본심을 난 알고 있다. 그 예언자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빌미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군.

하지만 안됐군 애송이... 네 계획은 실패 할 것이다. 의사들은 자신의 결정을 쉽게 꺾지 않는다.


“...좋아. 진아가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 막을 수 없지.”


잠깐,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한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못했다. 박현석 의사는 이민성 의사와 다르다는 것을...

하지만 애송이의 본심은 임무가 아니다. 예언자들을 다시 만나 구성진과 신설아에 관해 그리고 여자 예언자가 재판계에서 만났던 인물의 정체를 알고 싶은 거다.

노골적으로 이탈자를 원위치 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녀석들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박현석 의사에게 추가 보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박현석 의사님, 사실 어제 예언자들과 만났을 때 그들에게 들었던 얘기가 있습니다.”


애송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박 의사의 얼굴은 물음표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예언자들에게 들은 얘기? 그게 뭐죠?”


그리고 어제 애송이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그에게 보고했다. 여자 예언자를 죽이려고 했던, 자신을 구성진 의사의 원혼이라고 말한 인물과 신설아에 관해서 그리고 이민성 의사가 본래의 임무를 뒤로하고 우리에게 내려줬던 임무가 운명 이탈자의 임무가 아니었다는 것까지 보고가 끝나자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구성진의 원혼... 신설아... 그리고 이민성... 그렇군요. 이해는 했습니다... 이민성 의사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욕심은 결정자 내에서도 알아주니까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구성진 의사의 죽음은 그의 독단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위원회에서도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죠.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이민성 의사를 질책하지 않았습니다. 위원회도 알고 있었던 거죠. 성진이가 신설아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요.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끼는 후배였으니까요. 결정자는 인재를 잃은 안타까움 보다 신설아를 차지하지 못한 분노가 더 컸다는 것을 그 사건으로 인해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사건의 전말, 그렇군. 이민성 의사는 단독으로 구성진 의사를 죽이기 위해 움직인 것이었다. 역시 그답다 라고 해야 할지. 역시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젠가 나까지도 망설임 없이 절벽으로 밀어 버렸을 거라 생각하니 주먹이 쥐어진다.

차오르는 감정을 누르고 있는 순간에도 박현석 의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고 신설아를 예언자들이나 결정자들이 차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숨이 멎은 상태로 시외에 있는 성진이의 명의로 된 창고에서 발견 되었습니다. 그걸로 더 확실해 진거죠. 그 모든 계획이 성진이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결국 그거였군. 내 예상이 맞았다. 그 모든 계획에는 이민성 의사가 아닌 구성진 의사가 있었다.

박현석 의사가 말을 잇지 못하자 애송이가 못 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 죄송해요. 박현석 의사님... 조숙예라는 예언자에게 그 얘기를 듣고 궁금했어요. 진실에 다가가고 싶었어요. 구성진의 원혼이라고 했던 인물은 누구인지. 그 모든 것이 정말 구성진 의사의 계획이었는지... 어쩌면 이민성 의사가 이 사건의 주동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애송이의 말에는 어폐가 있다. 네 생각은 위험하다. 너무 막연하다. 애송이의 말 어느 것 하나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네 말은 단지 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호기심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생각이 같다는 듯 박현석 의사가 애송이에게 의문을 품었다.


“진아야. 이민성 의사가 너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거니? 어째서 그렇게 그에게 적대심을 품고 있는 거냐?”


그 질문에 정곡이 찔린 건지 말을 더듬기 시작하는 애송이였다..


“그, 그게... 그렇잖아요! 만약 정말 그 모든 계획이 이, 이민성 의사의 계획이었다면 그, 그런 사람이 아직도 결정자 집단에 있다는 게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아, 아버지도 그러셨어요. 구성진 의사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었다고요. 그 누구보다 결정자들의 신념을 따르려고 했던 사람이었다고요.”


애송이... 구제 불능이군. 네 말은 그저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 이선각 부장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미 벌어진 사건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구성진 의사... 그는 신설아라는 인물을 그가 속한 결정자 집단에도 넘기지 않고 숨겨왔던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애송이 그만해라. 이번 임무는 박현석 의사님의 명령에 따라 보류 한다.”

“선배! 하지만...”


애송이가 더 이상 귀찮은 말을 하기 전에 노려보자 곧 얌전히 입을 닫았다. 앞으로도 녀석은 이미 끝난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간... 어쩌면 이민성 의사에게 먼저 죽임을 당하는 건 내가 아니라 애송이 네가 될 것이다.

나와 생각이 같았던 박현석 의사는 곧 이번 임무를 다시 보류로 전향했고, 나와 애송이는 진료실을 나와 다음 임무가 있을 때까지 대기 상태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녀석이라면 대기 기간 동안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주의를 주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


“애송이. 대기기간 동안 섣부른 행동은 금지한다.”


어째선지 내 말에 금방 풀이 죽어 있던 애송이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선배, 설마 절 걱정해 주는 거예요?”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군. 널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행동으로 수명을 줄이지 말라는 거다.


“...꺼져라.”


그 말을 남기고 병원을 나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스스로 지옥으로 향한다는 뜻과도 같다... 그렇다고 딱히 어디선가 시간을 보낼 곳도 마땅히 없었다.

그때, 익숙한 빨간 스포츠카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선배, 타요!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망설일 것도 없다. 애송이의 차를 탈 이유가 없었다. 무시하고 지하철역으로 걷고 있자 내 걸음걸이와 맞춰서 차를 모는 애송이였다..


“선배!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어서 타세요!”

“...꺼져라.”

“아, 진짜 고집은! 어차피 지금 시간에 사람도 많을 거 아니에요. 사람 많은 곳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이 굳이 그걸 왜 타고 가요. 제가 편안하게 모셔다 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귀찮게 구는군. 하지만 녀석의 말도 일리가 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싫다. 특히나 대중교통은 나에게 말 그대로 지옥이다.

딱히 네 말을 듣고 타는 건 아니다. 그저 시간이 애매하고 사람이 많은 곳이 싫을 뿐이다. 그렇게 조수석 문을 열고 몸을 실었다.


“선배, 결국 탈거면서 엄청 튕기시네요.”


닫았던 문을 다시 열려고 하자 당황하는 애송이였다..


“아, 알았어요! 미안해요 선배!”

“닥치고 출발이나 해라.”


애송이의 쓸데없는 수다와 함께 몇 십 분을 달려 집에 도착하니 지하철을 탄 것과 같은 피로감이 밀려왔다. 서둘러 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자 애송이가 날 불러 세웠다.


“선배! 편하게 병원 근처로 이사 하는거 어때요?”

“착각하지 마라. 애송이. 성실 병원은 잠시 지원을 나간 곳일 뿐이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사는 불필요하다.”


그 말을 끝으로 입이 삐죽 튀어나온 애송이를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날 박현석 의사에게 연락이 왔다. 벌써 다음 임무를 주려는 건가? 기대감에 수화기를 들었다.


“아, 그래... 한성우씨 진아 말대로 집에만 있는 건가 보군요.”


애송이 그에게 쓸데없는 말을 했나보군.


“...네... 그런데 벌써 다음 임무가 나온 겁니까?”

“아니요. 당분간은 임무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없는 애매한 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듣고 보니 한성우씨는 우리 병원 근처로 이사 올 생각은 없다고 진아가 그러던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습니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난 지원을 나간 것일 뿐이다.


“네, 없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짧은 한숨이 들려왔다.


“그래요... 그럼... 별수 없군요. 그런데 한성우씨 프로필을 살펴보니 아직 면허가 없는 것 같더군요. 그렇죠?”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이번 대기기간 동안 면허를 따도록 하세요. 임무 수행 중에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운전을 할 수 없는 수행자?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잠깐, 그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면허? 필요 없다. 지금까지 그 어떤 임무를 수행하면서 내가 직접 운전을 했던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명 이탈자의 시야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미행하기 위해서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임무에 면허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처음 듣습니다.”

“아, 한성우씨 뭔가 잘 못 생각하고 있군요. 면허는 지금 사회에 있어서 필수입니다. 그리고 그 필수 조건에 물론 결정자도 포함 됩니다. 이민성 의사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전 한성우씨가 꼭 면허를 취득했으면 좋겠네요.”


어째서 얘기가 이렇게 흘러가게 된 거지? 이 흑막 뒤에는 분명 애송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확신한다.


“...옆에 애송이가 있습니까?”


정답인 것 같았다. 당황한 듯 박현석 의사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 어쨌든 대기기간 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당연히 진아가 한성우씨를 적극적으로 서포터 해줄 겁니다.”


장난을 하는 건가. 박현석 의사나 애송이나 지금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 진지하지 못하다. 운명 이탈자를 한명이라도 더 원위치 시켜도 부족할 시기에 지금 무슨 쓸데없는 짓을...


“불필요한 것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한성우씨, 이런 것에 그런 발언을 하다니. 좋은 징조군요. 앞으로도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불필요 하더라도 한성우씨는 면허를 꼭 취득하도록 하세요.”


이런, 불필요 하더라도 꼭 취득하라고? 그럼, 이건 권유가 아니라는 뜻이다.


“명령입니까?”

“그렇습니다. 명령입니다.”


어쩔 수 없다. 명령은 따라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잔뜩 흥분한 말투로 애송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좋아요. 지금 갈게요!”


그렇게 끊어진 전화... 순식간에 벌어진 이 황당한 명령에 멍하니 수화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초인종이 울렸고, 기다리지 않았던 애송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선배, 가요!”


뜬금없이 걸려온 박 의사의 전화로 운전면허와의 사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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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에필로그 19.01.03 106 3 3쪽
56 (8) 끝 그리고 시작. 19.01.03 105 2 14쪽
55 (신년 데이트) 18.12.31 96 3 6쪽
54 (7) 시작되는 계획[2] 18.12.31 84 3 13쪽
53 (7) 시작되는 계획[1] 18.12.31 117 3 13쪽
52 (6) 시작되는 5년 전[2] 18.12.27 97 3 13쪽
51 (6) 시작되는 5년 전[1] 18.12.27 94 3 14쪽
50 (5) 시작되는 6년 전[5] 18.12.24 117 3 13쪽
49 (5) 시작되는 6년 전[4] 18.12.24 109 2 14쪽
48 (5) 시작되는 6년 전[3] 18.12.20 140 2 15쪽
47 (5) 시작되는 6년 전[2] 18.12.20 116 2 13쪽
46 (5) 시작되는 6년 전[1] 18.12.17 127 3 12쪽
45 (4) 시작되는 7년 전[6] 18.12.17 111 2 13쪽
44 (4) 시작되는 7년 전[5] 18.12.13 121 2 13쪽
43 (4) 시작되는 7년 전[4] 18.12.13 118 2 13쪽
42 (4) 시작되는 7년 전[3] 18.12.10 108 2 12쪽
41 (4) 시작되는 7년 전[2] 18.12.10 114 2 13쪽
40 (4) 시작되는 7년 전[1] 18.12.06 138 2 17쪽
39 (3) 시작되는 8년 전[11] 18.12.06 122 2 16쪽
38 (3) 시작되는 8년 전[10] +1 18.12.03 132 3 13쪽
37 (3) 시작되는 8년 전[9] 18.12.03 119 2 14쪽
36 (3) 시작되는 8년 전[8] 18.11.29 115 4 13쪽
35 (3) 시작되는 8년 전[7] 18.11.29 128 3 11쪽
34 (3) 시작되는 8년 전[6] 18.11.26 128 2 11쪽
33 (3) 시작되는 8년 전[5] 18.11.26 131 2 13쪽
32 (3) 시작되는 8년 전[4] 18.11.22 127 2 14쪽
31 (3) 시작되는 8년 전[3] 18.11.22 136 2 13쪽
30 (3) 시작되는 8년 전[2] 18.11.19 129 2 14쪽
29 (3) 시작되는 8년 전[1] 18.11.19 142 2 15쪽
28 (2) 시작되는 9년 전[14] 18.11.15 17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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