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최근연재일 :
2019.01.03 18: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3,471
추천수 :
187
글자수 :
340,680

작성
18.12.10 18:00
조회
107
추천
2
글자
12쪽

(4) 시작되는 7년 전[3]

DUMMY

(4) 시작되는 7년 전[3]



진실... 난 알고 싶지 않았다. 결정자 집단을 신뢰했었다. 그래서 진실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이 녀석들을 신뢰할 수 없었고, 만약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평범한 결정자로 지금의 생활에 변화를 주기 싫었다.

하지만 난 이제 변했다. 인정한다. 애송이를 만나면서 난 변했다. 그저 딱딱했던 내 마음이 어느 순간 녀석으로 인해 연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더 이상 내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애송이를 찾고 이민성을 죽인다.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그 구태현이라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먼저 그를 한 번 만나봤던 조숙예에게 질문했다.


“구태현을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는 거지?”


그러자 뭐라도 씹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말투로 말하는 여자였다.


“네?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예요?”


질문이기 때문에 한 것이다. 딱히 여자의 말에 대꾸할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있자 여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한 번 밖에 못 봤다구요.”

“도움이 되지 않는군.”


내 말에 발끈하며 신용훈이 언성을 높였다.


“뭐 임마? 말 다했냐!”


다했다. 하지만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군. 구태현을 찾지 못한다면 진성태도 찾지 못한다.

생각에 잠겨 있는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온 신용훈이 내 머리위로 뜨거운 콧바람을 뿜어내고 있자 조숙예가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구태현보다 진성태라는 그 사람을 먼저 찾는게 빠르지 않을까요?”


뭔가 싶었지만 큰 성과가 없는 말이었군. 그 생각을 나 역시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 더 좋겠지만, 그 진성태라는 인물조차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찾을지 모르겠더군. 하지만 구태현이라는 인물은 구성진이라는 사람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끝까지 말을 잇지 않자 신용훈과 조숙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궁금증을 표출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그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사람의 프로필을 어림잡아 판단해 이름만으로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진성태라는 이름이 가명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진성태라는 인물을 찾아 나선다면 분명, 오래가지 않아 지금도 날 찾아 헤매는 수행자 녀석들의 눈에 띌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것이 녀석들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뜻은 아니다. 일이 더 복잡해 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태현은 진성태와 다르다. 구성진의 능력이 결정자들 중에서도 특별한 능력이었다면,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숙예와 나에게도 나타났던 구태현 이라면... 어쩌면 재판계로 간다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들에게 내 계획을 알려주자면, 먼저 조숙예의 팔을 붙잡고!


“어머!? 하, 한성우씨 이게 뭐하는 짓...”


재판계로 간다.


“한성우씨! 무례하군요! 갑자기 숙녀의 팔을 붙잡다뇨!”


옆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여자를 무시하고 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곧 강제로 현세로 빠져나왔다.

그러자 눈앞에 흉측한 표정을 한 신용훈이 내 멱살을 붙잡고 있었다.


“야! 병정자 이 새끼! 너 지금 뭐하는 짓이냐!”


이 녀석... 도움이 되지 않는군.


“재판계로 들어간 거다.”


난 사실대로 말했다.


“뭐? ...이게 진짜 미쳤나!”


분노를 머금은 신용훈이 주먹을 날리려고 준비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다. 반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때 조숙예가 나와 녀석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둘 다 그만! ...한성우씨...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해서 당황하긴 했는데 어떤 생각인지 이제 알겠어요. 재판계라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군요?”


눈치가 빠르군. 하지만 내 멱살을 잡고 있는 녀석은 여전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하다.


“뭐? 재판계에서 구태현을 만나려고 했다고?”


멱살을 잡고 있는 녀석의 손을 뿌리치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 상대의 신체를 접촉하지 않고 재판계로 들어갈 수 있는 구성진의 특별한 능력을 구태현이 이어받았기 때문에 저 여자를 재판계로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이고, 내 재판계에 나타날 수 있었던 거다.”


알기 쉽게 설명했지만 녀석이 믿지 못하는 눈치를 보이며 여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서야 수긍하는 신용훈이었다.

멍청한 놈... 그리고 여자는 어째선지 미간에 주름을 넣고 나에게 다가와 불만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런데 한성우씨, 그런 생각이었다면 미리 우리에게 말하고 행동했으면 됐잖아요. 어째서 갑자기 제 손목을 그렇게 잡은 거죠?”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것이 가장 확실하다 생각했다.”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는 둘이었다. 그리고는 신용훈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 아무리 그렇다고 말이야! 나도 안 잡아 본 숙예 손목을 그렇게 덥썩 잡으면 안 되지 이 새끼야!”


여자의 손목을 잡은 것이 문제였던 건가. 여자를 바라보자 곤란하다는 듯 시선을 피하더니 곧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어, 어쨌든...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으면 먼저 우리에게 말하고 행동하세요.”


어쩌면 결정자인 내가 예언자의 신체를 접촉해 재판계로 간다는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일전의 애송이의 경우도 있었는데도 망각해 버렸다. 여기선 내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좋겠군.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자는 오른 팔을 나에게 뻗으며 다소곳이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이제 알았으니까. 재판계로...”


먼저 계획을 말하고 행동한다. 그렇군. 나에게 뻗은 팔을 붙잡으려 하자 이번에도 신용훈 녀석이 방해를 했다. 여자의 뻗어진 팔을 붙잡아 내린 것이다.


“야, 굳이 숙예의 팔이 아니어도 괜찮잖아! 자! 여기 내 팔을 붙잡고 재판계로 가라!”


뭐하는 짓이지. 이 녀석은 어디까지 멍청할 작정이냐. 여자의 재판계가 아니면 안 된다.


“구태현은 조숙예를 끌고 재판계로 갔다. 구태현이 여자를 만났어야 하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겠지. 그러니까 이 여자가 아니면 안 된다.”

“뭐? 그딴 게 어디 있어! 재판계로만 가면 되는 거 아니야?”


신용훈의 투정 섞인 말에 조숙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성우씨의 말이 맞아. 나와 한성우씨가 재판계로 간다. 넌 여기서 기다려.”


여자의 말이라면 신기하게도 녀석은 쉽게 수긍한다. 침울해진 표정으로 여자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는 신용훈이었다.

그리고 자유로워진 팔을 다시 나에게 뻗는 여자였다. 이제 된 건가. 이제 내 손바닥을 뻗어 여자의 손목을 붙잡고 재판계로 향하려는 그때...


“제길! 아, 몰라! 나도 간다!”


신용훈이 손을 뻗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이런, 미친... 이런 식으로 재판계로 간 적은 없었다.

갈 수도 있다고 수행자 프로그램에서 배운 바로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어쩌면 이 둘 중 한명을 재판계에 두고 올지도 모르는 결과를...

어쨌든, 그렇게 두 사람과 함께 재판계로 와버렸다... 여차하면 멍청한 신용훈을 두고 현세로 돌아가면 된다.

여자는 재판계가 익숙한 듯 그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지만, 신용훈은 재판계가 신기한 듯,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만져지지 않는 영혼에 손을 뻗어가며 장난감을 눈앞에 둔 어린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재판계로 오긴 왔는데... 여기서 어떻게 하면 구태현을 만날 수 있을까요?”


여자의 질문에 나 역시 막막했다. 단순히 계획은 여기까지였다.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자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막연하게 여기로 들어오면 될 거라... 생각했던 거군요.”


어쩌면 이 넓은 재판계를 돌아다니며 구태현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이렇게 여유를 갖고 재판계로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금 더 자세히 그곳을 눈에 담았다.

임무 때문에 들어왔던 재판계... 절벽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영혼들... 이 영혼들 모두가 누군가와 연결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언자들의 행동으로 운명이탈자가 만들어 지고, 그렇게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은 영혼들 때문에 다른 영혼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간단히 말해 절벽에서 끌어올려진 영혼이 서있는 자리가 현세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생명들의 영혼이 설 자리라는 것이다.

재판계의 포화상태. 재앙... 재판계의 초기화... 운명이탈자를 원위치 시키며 다가올 재앙을 막는 것이 결정자.

그런 결정자들의 신념...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전부 바보 같은 말이다. 죽었어야 할 사람은 없다. 운명이탈자라는 말은 그저 결정자들의 살인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하지만 박현석 의사는 나에게 말했다. 재앙은 다가온다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재앙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는 재앙이 온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정말일까... 정말 재앙은...


“와, 뭐야? 이런 조합이 정말 가능하기나 한 거야?”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익숙한 목소리다. 막연한 계획이었지만, 이렇게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첫 번째로 들어온 재판계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나와 조숙예, 신용훈은 시선을 고정시켰고, 곧 영혼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구태현이 말을 이어나갔다.


“결정자 한명과 예언자 두 명! 하지만 재판계에서 서로 싸움박질을 하지 않는다니, 역시 오래살고 봐야해. 셋이서 도대체 뭐하고 있던 거야? 뭔가 찾고 있는 거 같던데.”


내가 나타날 것을 알고 등장한 것인가. 아니면 구태현이라는 저 사람은 언제나 재판계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아니, 나에겐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시간이 없다.


“진성태라는 사람을 찾고 있다.”


내 말에 뭔가 알고 있다는 듯 눈썹을 올리는 그였다.


“성태를? 왜?”

“그를 알고 있나?”

“너희들 보다는 잘 알고 있지.”


놀랍군. 구태현은 진성태를 알고 있다.


“그는 지금 어디 있지?”


내 질문에 그는 불만이 있다는 듯 불량스럽게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그눈 즤굼 어듸이찌?”


내 말을 따라한다. 비꼬는 건가?


“장난 할 시간 없다. 진성태가 어디있는지...”


이번에는 내 말을 끊고 비아냥대는 그였다.


“좡놘핼싀가늬업다... 야, 장난은 지금 네가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성태가 어디 있는지 말하라고 하면 내가 알았습니다. 하고 말할 줄 알았니?”


그런가. 그의 입장에서 보면 우린 그저 불청객일 뿐인가. 일단 그는 진성태를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확실히 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니까 여기선 나보다.... 대화법에 능숙한 사람이 그를 상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조숙예를 바라봤다. 내 시선에 눈치 빠른 여자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진아를 알고 계시죠?”

“아, 그 여자... 알고 있지.”

“지금 진아는 행방불명인 상태에요... 그래서...”


여자의 말에 구태현은 뭔가 알아냈다는 듯 ‘아!’ 탄성을 내지르며 여자의 말을 자르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날 찾아 왔다는 거구만. 재판계에서 영혼의 실체를 볼 수 있는 나에게 성태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고, 다른 사람의 재판계로 이동할 수 있는 성태를 이용해 이진아라는 여자를 찾아내려는 계획. 맞지?”


어떻게 거기까지 알고 있는 거지? 라는 의문이 생겼지만, 그는 진성태를 알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그의 능력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놀라울 것은 없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뒤에 그의 입에서 내뱉어진 말이 날 놀라게 만들었다.


“야, 니들 진짜 멍청한 거야 뭐야. 단순히 이진아의 행방을 찾을 거라면 나한테 부탁해도 되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에필로그 19.01.03 106 3 3쪽
56 (8) 끝 그리고 시작. 19.01.03 105 2 14쪽
55 (신년 데이트) 18.12.31 96 3 6쪽
54 (7) 시작되는 계획[2] 18.12.31 84 3 13쪽
53 (7) 시작되는 계획[1] 18.12.31 117 3 13쪽
52 (6) 시작되는 5년 전[2] 18.12.27 97 3 13쪽
51 (6) 시작되는 5년 전[1] 18.12.27 94 3 14쪽
50 (5) 시작되는 6년 전[5] 18.12.24 117 3 13쪽
49 (5) 시작되는 6년 전[4] 18.12.24 109 2 14쪽
48 (5) 시작되는 6년 전[3] 18.12.20 140 2 15쪽
47 (5) 시작되는 6년 전[2] 18.12.20 116 2 13쪽
46 (5) 시작되는 6년 전[1] 18.12.17 127 3 12쪽
45 (4) 시작되는 7년 전[6] 18.12.17 111 2 13쪽
44 (4) 시작되는 7년 전[5] 18.12.13 121 2 13쪽
43 (4) 시작되는 7년 전[4] 18.12.13 118 2 13쪽
» (4) 시작되는 7년 전[3] 18.12.10 108 2 12쪽
41 (4) 시작되는 7년 전[2] 18.12.10 114 2 13쪽
40 (4) 시작되는 7년 전[1] 18.12.06 138 2 17쪽
39 (3) 시작되는 8년 전[11] 18.12.06 122 2 16쪽
38 (3) 시작되는 8년 전[10] +1 18.12.03 132 3 13쪽
37 (3) 시작되는 8년 전[9] 18.12.03 119 2 14쪽
36 (3) 시작되는 8년 전[8] 18.11.29 115 4 13쪽
35 (3) 시작되는 8년 전[7] 18.11.29 128 3 11쪽
34 (3) 시작되는 8년 전[6] 18.11.26 128 2 11쪽
33 (3) 시작되는 8년 전[5] 18.11.26 131 2 13쪽
32 (3) 시작되는 8년 전[4] 18.11.22 127 2 14쪽
31 (3) 시작되는 8년 전[3] 18.11.22 136 2 13쪽
30 (3) 시작되는 8년 전[2] 18.11.19 129 2 14쪽
29 (3) 시작되는 8년 전[1] 18.11.19 142 2 15쪽
28 (2) 시작되는 9년 전[14] 18.11.15 170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