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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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최근연재일 :
2019.01.03 18: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3,469
추천수 :
187
글자수 :
340,680

작성
18.12.31 23:55
조회
95
추천
3
글자
6쪽

(신년 데이트)

DUMMY

(신년 데이트)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12월 31일 저녁이 되자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댔다. 보나마다 뻔하다.


“애송이. 또 무슨 일이지?”


양손가득 뭔가 들고 있는 애송이가 힘겹게 짐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짓이냐.”

“선배,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요?”

“알고 있다. 12월 31일...”

“아니, 올해 마지막 날을 혼자서 보낼 생각인 거예요?”


언제나 혼자였다. 새삼스럽게 누군가와 보낸다는 생각은 전혀 한 적이 없다.


“비켜 봐요!”


넋 놓고 있던 나를 밀치고 주방으로 향하는 애송이였다.


“....”


이젠 애송이를 내보내는 것도 귀찮다. 어쩌면 녀석이 내 집에 있는 것이 익숙해 졌을지도...

몇 분이 흘렀을까. 주방에서 계속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애송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아무것도 아, 아니에요. 선배! 그냥 앉아 있어요!”


그럼에도 계속되는 비명... 결국,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와 서둘러 주방으로 이동하자 주방은 전쟁터가 따로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이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냐?”


그저 천진난만하게 혀를 내밀고 웃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내 심장이 어떻게 돼버릴 것만 같았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이럴 거면 집으로 꺼져라.”

“아! 선배, 제가 다 정리할게요! 선배는 걱정하지 말고 티비나 보고 있으라구요!”


애송이에게 등을 떠밀려 소파에 앉긴 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마침내 애송이가 쩔쩔매고 있던 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이게 뭐지.”

“...계, 계란말이랑... 기, 김치찌개?”

“왜 자신이 한 일에 의문을 재기한 거냐.”


또 나왔다. 양 눈썹을 아래로 내리며 잔뜩 기죽은 표정을 지었다.

일단 젓가락을 가져다 대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생각보다 맛은 꽤 괜찮군.


“서, 선배 어때요?”

“...버려라.”


그렇게 물어보면 나에게 분명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녀석도 예상 했을 것이다.

내 말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등을 돌려 그릇을 치우고 있는 애송이를 보면 충격을 받은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할 일 없이 소파에 앉아 나와 애송이는 그저 텔레비전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따금 녀석이 카드와 보드게임을 내밀며 같이 하자고 했지만...


“꺼져라.”


흥미는 없었다. 굳이 녀석과 함께 그런 것 따위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녀석은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집의 초인종은 다시 울렸다.


“왜 또 온 거지?”


내 질문에 숨기고 있던 물건을 들고 실실거리는 애송이였다.


“선배, 영화 봐요!”


녀석이 힘겹게 들고 있던 것은 VCR이라 불리는 기계와 비디오 테이프였다.

기계를 설치하는 데만 3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불필요하다. 영상에 불과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저런 것을 왜 보는 거지.

과연 저런 것을 보는데 저렇게 노력할 필요가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을 하고 있자. 언성을 높이는 애송이였다.


“휴, 다 됐다!”

“쓸데없군.”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테이프를 기계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화면은 바뀌어 정체모를 영화가 틀어졌다.

그리고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영화의 내용, 출연한 배우, 영화를 찍을 때 사용한 촬영기법. 그런 짜잘한 것들을 애송이는 열변을 토하며 설명했지만, 내가 그걸 이해할리 없었다.

곧 내가 녀석의 말에 흥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입이 멈추고 화면에만 집중했다. 이제야 좀 조용하군.

작은 화면을 통해서 나오는 전혀 현실성 없는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녀석은 굉장히 우유부단한 녀석이다. 주인공의 여자에게 병이 있다. 이중인격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뒤늦게 주인공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여자의 이중인격이 그리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주인공에게 사랑스럽기만한 연인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살인충동을 느껴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인격이었다.

터무니없군... 연쇄살인의 인격을 가지고 있던 여자를 의심하는 경찰이 사랑스러운 연인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여자를 찾아가는 부분에서 애송이가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선배, 만약... 저 남자 주인공이 선배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요?”

“비현실적인 것이 감정이입하지 마라.”

“...아, 아니! 그냥 어떨 거 같냐고요!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이 저런 극과 극을 달리는 이중인격이라면 선배는 어떻게 하겠냐 이 말이죠. 사랑하던 여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잘못을 알리고 경찰에 넘길 것인가.”


정신이 나갔군. 너무 당연한 것을 묻는 것 아닌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순간 애송이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곧 미소를 짓는 녀석이었다.


“그렇죠? 그래요... 맞아요.”


갑자기 애송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뒤에 지어진 녀석의 표정에 어째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 선배... 12시 지났다.”

“...”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선배.”


처음으로 들어본 그 말에 닭살이 돋아났다. 난 애송이의 말에 그저 고개를 돌려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뭐야... 선배는 왜 안 해줘요!”


그런 낯간지러운 얘기를 내 입으로 말할 것 같나. 어리석군 애송이. 그러니까 넌 아직 날 잘 모른다는 거다. 잠시 후 영화는 끝났다.

애송이를 바라보니 어느새 잠들었는지 소파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황당하군... 여길 자기 집으로 아는 건가. 잠들어있는 녀석을 그냥 내쫓기에는 밖은 너무 추웠다.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이불을 가져와 녀석에게 덮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면... 어쩌면... 자고 있으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애, 애송이... 해... 해피 뉴 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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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8) 끝 그리고 시작. 19.01.03 105 2 14쪽
» (신년 데이트) 18.12.31 96 3 6쪽
54 (7) 시작되는 계획[2] 18.12.31 84 3 13쪽
53 (7) 시작되는 계획[1] 18.12.31 117 3 13쪽
52 (6) 시작되는 5년 전[2] 18.12.27 9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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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 시작되는 6년 전[5] 18.12.24 11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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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 시작되는 7년 전[4] 18.12.13 11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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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 시작되는 7년 전[2] 18.12.10 11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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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 시작되는 8년 전[10] +1 18.12.03 131 3 13쪽
37 (3) 시작되는 8년 전[9] 18.12.03 119 2 14쪽
36 (3) 시작되는 8년 전[8] 18.11.29 115 4 13쪽
35 (3) 시작되는 8년 전[7] 18.11.29 12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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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 시작되는 8년 전[4] 18.11.22 127 2 14쪽
31 (3) 시작되는 8년 전[3] 18.11.22 136 2 13쪽
30 (3) 시작되는 8년 전[2] 18.11.19 129 2 14쪽
29 (3) 시작되는 8년 전[1] 18.11.19 142 2 15쪽
28 (2) 시작되는 9년 전[14] 18.11.15 17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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