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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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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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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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족 아이 -4-

DUMMY

14화. 마족 아이 -4-



“정말 기분 나쁜 곳이었어.”


“그렇죠? 그 섬뜩한 기운하며 또 느껴지는 시선들까지도.”


“에이. 장난감들이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도 안 돼.”


“진짜라니까요?”


“90년대 유머집에나 있을 이야길. 어이, 영상은 잘 전송되고 있어?”


“방금 모든 장비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그것 봐요. 뭔가 이상하다니까.”


“마지막으로 전송된 영상 확인해 봐.”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전력 공급이 차단되어 꺼진 것 같습니다.”


“망할 D 구역 동부. 낮에는 전력 공급이 안 돼. 밤에는 노후 된 전선이 문제를 일으켜. 저런 데서 대체 어떻게 사는 거야?”


“다시 설치하러 갈까요?”


“아니. 괜히 갔다가 주민들한테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새 계획을 세우기로 한다.”


감시 장비를 설치하는 데 실패한 전직 건달 양두식은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지준일 밑에서 일하던 양두식은 대규모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조직을 빠져나왔다. 조직에서 빠져나온 양두식은 C 구역에 정착했다.


하지만 C 구역의 물가는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아내는 사치를 일삼았다. 조직에서 가지고 나온 돈은 금세 떨어졌고 생활은 피폐해졌다.


양두식은 조직을 와해시킨 강소영 구역장을 증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나 강소영 구역장의 퇴임으로 분노할 대상마저 없어져 버렸다.


공허함 속에서 술로 지새던 어느 날, 아파트 부녀회장 직을 맡고 있는 아내가 호들갑을 떨며 왔다.


‘또 미친 소리나 하겠지.’


양두식은 아내가 정말 싫었다. 양두식은 남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D 구역장 딸이 나를 두들겨 팼어. 당신이 손 좀 봐줘.”


아내의 자초지종을 들은 양두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양두식은 같이 잠적한 조직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조직원들은 이 일에 모두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이상하게 끼워졌다. 집에 돌아온 양두식은 아내에게 일의 경과를 말했다.


“뭐?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 술만 퍼먹다 보니 아주 폐인이 됐어 폐인이.”


아내는 바가지를 긁어 댔다. 며칠 시달리던 양두식은 일을 강행하기로 했다. 도주 경로를 짠 양두식은 소영이가 우유 배달을 하는 학교를 급습하기로 했다.


**


‘뒤는 생각 않겠다 이거지?’


적들은 대담했다. 그들은 학교에서 일을 벌이려 하고 있었다. 운동장 중앙을 향해 공을 찬 유리는 빠르게 학교 뒤편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강소영 전임 구역장이시죠? 저희와 함께 가 주셔야 되겠습니다.”


양두식과 조직원들은 승합차에서 우유를 내리던 소영이를 둘러쌌다.


‘잡히지만 말라 했지?’


소영이는 당황하지 않고 미리 세운 대책대로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야. 이 병신들아. 얼른 잡아!!!”


양두식은 흥분해 소리쳤다. 오 분 안에 목표물을 납치해야 C 구역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은 소영이를 쫓아갔다.


‘뭐 저리 빨라.’


소영이는 달리기가 빠른 편이었다. 조직원들은 유리가 올 때까지도 소영이를 붙잡지 못했다. 양두식은 달려오는 유리를 발견했다.


“딸년도 왔다. 둘 다 잡아와. 이제 곧 오 분이다.”


‘응? 왜 이리로 달려오지?’


전임 D 구역장의 딸로 추정되는 붉은 머리칼 소녀는 방향을 틀어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으악.”


‘뭐야?’


유리의 손가락에서 섬광이 발사되었다. 조직원 한 명이 검게 그을렸다. 그는 입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엄마. 숨어!”


“알았어.”


유리는 쓰러진 조직원이 떨어뜨린 칼을 주웠다.


‘와 이거 영화에서나 보던 접이식 칼이네. 날카로운 게 진짜잖아? 이렇게 썼던가?’


소영이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것을 확인했기에 이제 거리낄 건 없었다. 칼을 몇 번 허공에 휘둘러보던 유리는 그대로 돌격했다.


“일이 꼬였다. 연장 꺼내.”


“어린애 상대로요?”


“뭔가 심상치 않다.”


조직원들은 연장을 꺼냈다. 유리는 야구 방망이를 든 조직원의 복부를 찔렀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한꺼번에 덤벼라!!!”


“배에 기름만 찬 돼지새끼들.”


동료의 죽음에 조직원들은 우왕좌왕했다. 반면 유리는 평소보다 더 격양되어 있었다. 마족 고유의 투쟁 본능이 끓어오르는 것이었다.


“혼자 남았네. 너, 부녀회장이 보내서 온 거지?”


결국 양두식 쪽은 양두식 하나만 남았다. 나머지 조직원들은 유리의 마법과 물리력에 생을 마감했다.


“하아아압.”


도주를 포기한 양두식은 기합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컥.”


유리는 양두식의 목뼈에 정확히 정권을 집어넣었다. 목뼈가 부러지자 죽은피가 입에서 흘러내렸다.


“하아.”


주변에는 혈향이 가득했다. 이는 유리의 이성을 날려버렸다. 유리는 피에 적셔진 손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피에서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맛이 났다.



“유리야 괜찮아? 그만해. 제발.”


한껏 피를 마시던 유리는 소영이의 목소리를 듣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 소영이는 손수건으로 몸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고 있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유리는 기절해버렸다. 몸보다는 정신이 피로했던 것이었다.


**


눈을 떠 보니 집이었다.


“일어났어?”


“엄···마. 어떻게 된 거야?”


유리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우욱.”


정신이 돌아오자 낮의 일이 떠올랐다. 화장실로 달려간 유리는 구역질을 했다.


첫 살인 때문은 아니었다. 분명 그들은 적이었다. 죽이지 않았으면 죽임을 당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손에 묻은 피를··· 너무나도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핥아 먹고 있는 자신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헉, 헉···.”


하루 종일 먹은 것이 없어 헛구역질만 계속 나왔다. 소영이는 유리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좀 괜찮아 졌어?”


“아주 조금.”


소영이는 유리를 안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유리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너무 괴로워하지 마. 그냥 본능이었잖아. 다음부터 자제하면 되지.”


“그래도···. 난 역시 인간에서 많이 벗어난 존재인걸까.”


“그게 무슨 소리야. 넌 마족인 동시에 인간이야. 내 뱃속에 10개월 동안이나 있어 놓고는.”


“후···.”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지만 유리는 착잡한 기분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뭐라도 좀 먹을래?”


“아직 속이 좀 안 좋아. 그냥 잘래.”


“그래. 내일은 경찰서에 가야 하니까. 일찍 자는 게 좋겠다.”


“경찰서?”


“오늘 낮의 일 때문에. 경찰들이 물어보면 범죄 조직원들끼리 패싸움이 났다고만 말해. 아까 그놈들이 학교 내부와 주변의 CCTV를 다 끊어버려서 진위 여부를 가릴 방법이 없어.”


“알았어. 그리고 복잡한 질문 하면 모른다고 대답하면 되지?”


“똑똑하네. 우리 딸.”



유리는 다시 잠을 자려 했지만 낮의 일 때문에 계속 뒤척였다. 지금 시간은 새벽 한 시였다. 누워서 한참을 고민하던 유리는 결정을 내렸다.


‘엄마는 자네. 아침까지는 안 일어나겠지.’


소영이는 깊게 잠이 들어 있었다. 유리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이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뿌리를 뽑아버리지 않으면 오늘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었다.


유리는 수련을 할 때 입는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많이 자라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은 끈으로 묶어 틀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방한용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C 구역까지 걸어가는 길은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한강 쪽으로 무작정 달렸다. 앞에 담이 있으면 뛰어넘었고 지붕은 그냥 밟고 지나갔다.


‘이제 길을 알 것 같아.’


강까지 가자 매일 차를 타고 지나가는 다리가 나왔다. 강변에 멈춘 유리는 날개를 꺼냈다. 날갯짓을 하자 유리의 몸이 떠올랐다.


**


“요격 시스템을 가동할까요?”


“뭔데? 요 몇 년 미사일 공격은 없었잖아.”


“그렇긴 한데···. 레이더에 무언가 포착되었습니다.”


“속도는?”


“50km/h 정도입니다.”


“E 구역에서 보낸 정찰 드론인가? 혹시 모르니까 요격기 사출시켜.”


“예.”



‘어. 뭐야.’


유리 주변으로 요격기가 날아들었다. 30cm 크기의 요격기들은 포탑에서 사이오닉 에너지를 쏘아댔다.


“아야.”


사이오닉 에너지가 적중할 때마다 유리의 피부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유리는 주변에 방어막을 생성하려 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잘 되지 않았다. 유리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그거로는 방어에 한계가 있었다. 유리의 날갯짓이 계속 느려졌다.


‘어쩌지···.’


고도를 최대한 낮추었음에도 한 번 목표를 포착한 요격기는 끈질기게 따라왔다. 정신이 혼미해진 유리는 눈을 감았다.


‘왜 안 아프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요격기의 공격이 아프지 않았다. 유리는 실눈을 떴다.


“팅. 팅. 팅. 팅.”


유리의 몸을 감싼 투명한 붉은 갑옷이 요격기의 사이오닉 에너지를 차단하고 있었다. 붉은 갑옷 덕에 유리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테유리아 폰 데마체리스님.’


“너는 누구야.”


‘반지를 봐 주십시오.’


반지의 보석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유리는 반지를 옷 쪽으로 해 빛을 가렸다.


‘저는 뱀파이어 로드께 종속된 블러드 골렘입니다.’


“좀 있어봐. 나는데 집중 안 돼.”


‘예.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말을 걸어 주십시오.’


맞은 편 강가에 내리자 요격기는 기지로 돌아갔다. 옷을 입은 유리는 반지에게 말을 걸었다.


“블러드 골렘.”


‘예. 말씀하십시오.’


“골렘이 뭐야?”


‘골렘이란 무기물에 마법 문양이 음각된 수정을 심어 만든 수호자입니다.’


블러드 골렘의 동체는 순수한 피였다. 그리고 반지의 보석이 수정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왜 말을 건 거지?”


‘테유리아님이 인피니티 블러드 링을 깨웠습니다.’


어제 피를 마셔서 인피니티 블러드 링이 깨어난 것이었다. 유리는 인상을 썼다.


“알아 둬. 난 피를 마시는 것이 싫어. 근데 나한테 어떻게 말을 거는 거야?”


‘정신력을 이용한 일종의 텔레파시입니다. 테유리아님도 한 번 해 보십시오.’


유리는 잠깐 정신을 집중해 반지에 생각을 전달했다.


‘어떻게 하는지는 알았어. 근데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중에 필요하면 부를게. 반지 안이 네 집이야?’


‘그렇습니다.’


‘그럼 거기서 쉬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요격기의 공격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버렸다. 벌써 새벽 두 시 반이었다. 유리는 길가의 CCTV를 피해 주공아파트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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