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한 건, 죄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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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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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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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일(5)

DUMMY

“성 무너트리러 간다고.”


말을 이해하지 못한 양아치들은 멍하니 지성을 바라봤다.


“어차피 너희도 타나스 놈들 마음에 안 들 거 아니야. 자세히는 몰라도 너희 다 반 타나스 조직 소속이지?”


지성의 말에 양아치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따라오기 싫은 사람은 억지로 따라올 필요 없어. 너희가 없어도 계획에 차질은 없으니까.”

“...”


지성은 할 말만 하고 망설임 없이 뒤로 돌아 걸어갔다. 욱도 금도끼를 짊어지고 지성을 따라 걸었다.


서로의 눈치만 보던 무리에서 가장 먼저 걸음을 옮긴 건 도르였다.


‘가능할지도 몰라...’


이 중에서 지성과 욱의 무력을 가장 많이 겪어본 사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어느샌가 둘을 향한 믿음이 싹트고 있었다.


도르가 움직이자, 다른 양아치들도 따르기 시작했다.


지성은 자신을 따라오는 이들을 눈으로 흘깃 바라봤다. 무리의 전부가 따라오지는 않았지만 상관없다.


아까 말했듯이 저들이 함께하지 않는다고 계획에 지장은 없다. 오히려 그들이 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성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전에 도르에게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핀잔을 주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그렇다고 그들을 동정하는 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는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가 흔치 않은 슬픔, 아픔 그리고 감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막상,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이야기와 비슷한 양산형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성은 그렇기에 그들에게 마음이 갔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작은 변화라도 있기를 원했다.


그가 바란 대로 그를 따라가는 이들의 표정은 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지성은 그중에서 도르에게 손짓을 했다. 그의 손짓에 도르는 허겁지겁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형님.”

“이제 성에 도착하면 너희가 할 일을 설명해줄게.”


꿈의 성에 가는 동안, 지성은 도르에게 이것저것을 설명했다. 도르는 그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해서 들었다.


“와, 와버렸다...”

“흐...”


꿈의 성이 보이자 뒤따르던 양아치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새 몇 명이 더 빠졌는지, 도르까지 합쳐서 5명 정도만 남아있었다.


그들에게 지성은 덤덤하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빠지고 싶은 사람은 빠져. 괜히 발목 잡지 말고.”


그 말에도 이탈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속사정을 전부 알지는 못하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을 터.


“도르. 아까 말한 거 잊지 말고 잘 부탁해.”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위험할 것 같으면 도망치고. 하긴, 도망치는 건 잘하니까 문제없겠지.”


지성의 장난에 도르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럼 우리는 들어간다.”


지성과 욱은 어둑어둑해진 풍경 속에서 밝은 빛을 뿜어내는 꿈의 성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두워져서 그런지 아까보다 사람이 많았다.


인파에 미간을 찌푸린 둘은 바로 2층으로 향했다. 눈으로만 분위기를 파악한 뒤, 계속해서 위로 향했다.


3층. 4층. 5층. 6층.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더욱 찌들어있었다. 아까 낮에 봤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아마,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는 여기 있겠지.’


그곳을 지나 8층으로 들어섰다.


“가관이네.”


8층은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또 층 전체에 불이라도 난 듯 연기가 자욱했고 사람들은 술과 약에 취해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익숙한 사내가 보였다. 낮에 봤던 어린 여자를 때리던 그놈이었다.


“그럼- 내가 잡아 온 애가 몇 명인데.”

“역시 대단하네. 오늘은 괜찮은 애 없어?”

“왜 없겠어. 따라와.”


그를 보자 지성은 아까의 감정이 다시 샘솟았다. 지성은 그가 들어간 문 쪽으로 걸어갔다.


쿵쿵쿵- 쾅-

그러자 문 안쪽에서 여러가지 소음이 들려왔다. 뛰어다니는 소리. 무언가에 부딪치는 소리. 그 중간중간에 끼어있는 비명과 고함소리.


지성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철컥-

그가 문을 열기 전에 문고리가 돌아가면서 문이 열렸다. 안은 어두운 복도에 붉은 조명으로 간간이 밝혀놓은 음산한 곳이었다.


쿵-

문을 열기 위해 문 앞에 서 있던 지성은 한 여성과 부딪쳤다.


‘이 여자는...’


아까 그 남자에게 맞고 있던 여자. 그녀는 다급한 듯, 부딪친 지성을 밀치고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밀친 그녀가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 복도 안쪽에서 사내들이 뛰어와 넘어진 여자의 머리채를 잡았다. 머리채를 잡힌 여자는 허망한 표정으로 지성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원망도 분노도 아니었다. 모든 걸 놓아버렸는지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감정이었다.


그저 초점 잃은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릴 뿐이었다.


“끌고 가.”


아까 봤던 남성이 여자를 붙잡은 사내들에게 차갑게 말하고 지성과 욱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한껏 예의 차리려는 듯했지만, 지성의 눈에는 그저 동네 양아치로 보일 뿐이었다.


“안에 여자는 몇 명이나 있지?”

“손님이셨구나. 지금, 안에는 8명 정도 있습니다. 도움을 주셨는데 제가 괜찮은 아이로 넣어드리겠습니다.”

“손님은?”

“지금은 3명뿐입니다.”

“괜찮네.”


남자는 지성이 만족했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 지성과 욱은 그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갔다.


철컥-

문이 닫히고 문밖의 빛이 사라진 복도는 더욱 어두워졌다.


그때, 앞서가던 남자가 벽에 처박혔다. 남자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하고 있었다.


쿨럭-


“젠장... 이, 이 새끼. 너 뭐야.”


퍽-


지성은 그의 입을 발로 밟아버렸다.


“입 벌리지 마. 역겨우니까.”

“저 새끼 뭐야!”


큰 소리가 들리자 복도에서 이어진 방에서 대여섯 명 정도의 남자들이 뛰어나왔다. 그 뒤에는 속옷 차림의 남녀가 소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들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연장을 집어 들었다. 이곳은 무기 반입은 불가능했지만, 무기야 대충 손에 잡히는 거로 대체 할 수 있었다.


연장을 든 사내들이 지성과 욱에게 조금씩 접근했지만, 둘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마나를 운용할 줄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네. 아니, 한 명 있나?’


지성은 천천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입구에서 무기를 모두 맡겼기에 불가사리의 검은 없었지만 지금은 신체 강화로 충분했다.


끄르륵-


지성이 입을 밟은 사내가 피거품을 내뱉으며 눈을 까뒤집었다. 그 장면을 본 다른 남자들은 분노가 차올라 지성을 노려봤다.


꺄-


비명을 시작으로 복도 안은 시끄러워졌다. 속옷을 입은 남녀는 도망치고자 허둥지둥 움직였다.


그때, 사내들 중 한 명이 호기롭게 소리를 질렀다.


“죽여!”


지성은 달려드는 무리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빠른 속도에 대응하지 못한 사내들은 쉽사리 거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퍽-


“하나.”


지성이 마나로 느낀 적의 수는 총 7명. 그 외에도 일부 사람이 있었지만 전투 인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무리 중 한 명이 당하자 덩치에 맞지 않게 사내들은 뒷걸음을 쳤다. 그러자 처음에 공격을 선언했던 남자가 다시 지휘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상대는 둘이야. 우리가 질 수가 없어.”


그 말에 지성은 비웃음을 날렸다.


‘한국에서 다수와 싸울 때는 좁은 곳에서 싸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활용하게 되다니.’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지나가기에도 버거운 복도에서 머릿수는 큰 의미가 없었다. 더군다나 마나를 운용할 줄 아는 지성에게는 몸풀기 정도의 싸움일 뿐이었다.


“이, 이 새끼가!”


비웃음에 자극을 받은 사내가 각목을 휘둘렀다.


파각-


지성은 마나로 강화한 주먹으로 각목을 때렸다. 지성을 부수려던 각목은 오히려 자기가 부서지고 한순간에 쓰레기로 변해 버렸다.


각목을 부러트린 주먹이 무기가 사라진 사내의 얼굴에 강타했다. 한 방에 나가떨어진 그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둘.”


지성은 공중으로 마나를 흩뿌렸다.


‘저기 있네.’


그리고 사내들 뒤에서 지휘하는 사내를 바라봤다. 어느샌가 동료들 뒤로 숨어버린 그는 계속해서 공격을 명령했다.


이번에는 두 명의 사내가 다가왔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비교적으로 왜소한 체격의 사내들이 움직이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각목을 든 사내가 먼저 달려들었다.


부웅-


그가 각목을 휘두르자, 지성은 편하게 몸을 비틀어 피했다. 상대가 각목을 피하자 그는 망설이지 않고 몸으로 들이박았다.


쿵-


신체강화를 한 지성에게 그 정도로 피해를 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러나 지성의 시야에는 잿빛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허...”


역시 경험을 무시하지 못한다. 상대는 압도적인 전력차이에도 지성을 죽였다. 아니, 죽일 뻔했다.


“칼은 또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야?”


각목을 든 사내 뒤에는 다른 사내가 지성의 목을 겨냥하고 나이프를 휘둘렀다. 각목 사내가 지성의 시야를 가리자 그 사각으로 나이프를 휘두른 것이다. 암흑가에서 오랫동안 구르다 보니 전투 감각은 남다른 듯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상대는 지성이었다. 지성은 나이프를 피하며 각목 사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퍽-


다채로워진 복도에서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각목 사내는 지성의 주먹을 맞고 그대로 뻗어버렸다.


“이런...”


힘 빠진 소리를 낸 나이프 사내는 각목 사내와 마찬가지로 지성의 주먹을 턱을 맞고 기절해버렸다.


“셋. 넷.”


지성은 사내가 가지고 있던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남은 상대에게 던져 버렸다.


푹-


“크악-”


허벅지에 나이프가 꽂힌 사내가 소리를 질렀다. 지성은 그에게 달려가 얼굴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다섯.”

“너는 언제 나설 거야?”


지성은 뒤에서 다른 이들이 지휘하던 남자에게 말했다.


“...대단하네.”


지성에 지목당한 남자는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저 녀석 뭔가 있어.’


다른 사내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과 얇은 팔다리를 가진 그였다.


지성은 그에게서 무언가를 느꼈다. 욱이라면 확실하게 느꼈겠지만 지성은 그저 마나의 흐름이 평범하지 않다고만 느낄 뿐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지성의 느낌은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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