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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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0.0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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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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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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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 봉선이 질 때

DUMMY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소패성으로 돌아온 여포는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시답지도 않은 이유로 부하들에게 고함을 치고, 술을 마시면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여포가 자택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거리의 소문을 들은 위속이 여포에게 말했다.


“여포님, 얼마 전부터 성에 소문이 하나 돌고 있사온데, 진궁과 고순이 여포님을 배신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답니다.”


여포는 위속의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관아로 가서 진궁을 찾았다.


“진궁은 어디 있느냐!”


여포가 진궁을 찾자 병사가 대답했다.


“진궁님은 지금 자택에서 근신하고 있습니다.”


“뭐라, 근신이라고?! 누가 근신하라고 했나!”


“고순님이 진궁님께서 거리에서 떠도는 소문에 휘말리지 않게 자택에 지내며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근신할 정도면 당연히 찔리는 것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겠지, 당장 진궁과 고순을 데려와라!”


여포는 사람을 시켜 진궁과 고순을 데려오게 했다. 병사들에게 붙들려 온 두 사람은 격노한 여포와 마주했다. 여포는 진궁을 보고 소리쳤다.


“진궁, 네 이놈! 감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역모를 꾸미려 해!?”


관아에 천둥이 친 듯 여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진궁은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고 태연하게 대꾸했다.


“역모라니, 무슨 역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위속은 진궁의 말을 듣고 그를 추궁했다.


“거리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소문이 돌 리가 없다! 네가 의심받을 짓을 했다는 것이 알려졌으니 소문이 퍼진 것이 아니겠느냐!”


“소문이란 단순히 말일 뿐입니다, 시정잡배들이 술 한 잔 걸치고 아무렇게나 흘려대는 헛소문을, 정말로 믿으시는 겁니까?”


여포는 묵묵히 서 있는 고순에게 말했다.


“고순, 네가 소문을 막으려고 병사의 목을 베었다는데 그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저는 그저, 병사들 사이에 헛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고 병사의 목을 베었습니다만, 그자는 서주에서 보낸 밀정이었습니다.”


여포는 서주에서 밀정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다시 물었다

.

“밀정이라고? 도대체 뭣 때문에 밀정을 보낸단 말이냐!”


“그것까지는 모르겠으나, 그자는 병사들 사이에 섞여 진궁과 제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고 헛소문을 퍼뜨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사들의 기강이 흐트러지고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어 잡아다가 목을 벤 것뿐입니다.”


여포가 고순의 말을 듣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진궁이 얘기했다.


“여포님, 유비와 함께 손을 잡고 원술을 공격하셨음에도 여포님께선 두 번의 전투로 많은 병사를 잃으셨습니다, 반면 유비는 아무런 전투도 하지 않고, 원술을 몰아넣었지만 서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이겠습니까?”


여포는 진궁의 말을 듣고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유비가 내 병사들을 죽게 만들려고 일부러 원술과 싸웠다는 말이냐!?”


“그러합니다, 서주도 지키기 힘든 유비가 굳이 원술을 공격해 양주를 취할 리가 없습니다, 수춘성까지 원술을 몰아넣고 돌아온 이유는 원술을 살려 조조를 견제하면서 그와 동시에 여포님의 군세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진궁의 말을 듣고는 여포가 이를 물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석연치 않았더만, 유비놈은 처음부터 그럴 속셈이었던 것인가! 진궁, 너의 소문도 유비놈이 퍼뜨린 것이 확실하겠지?”


“그럴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포는 인상을 쓰며 유비를 용서하지 못한다고 중얼거렸다. 진궁은 그런 여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은 제가 자택에 근신한 이유는, 소패성에 숨어든 서주의 밀정으로부터 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진 동안, 유비에게 불만을 품은 토호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것이 사실이더냐!”


“그렇습니다, 유비가 서주로 들어오고 나서 각 성에서 병사를 충원하겠다며 대규모 징집을 하고 군량을 거두어가, 지방 토호들의 불만이 쌓여있었습니다, 여포님께서 유비를 공격하신다면 이들은 기꺼이 여포님을 따라 유비에게 반기를 들 것입니다.”


여포는 진궁의 말을 듣고 기뻐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장 유비를 쳐야겠구나! 내게 이런 수모를 겪게 한 그 녀석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토호들에게 여포님께서 유비를 공격하겠다고 전하겠습니다, 그리하면 분명 그들은 성문을 열고 여포님을 반길 것이 분명합니다.”


“으하하! 그것참 좋은 계책이로다! 감히 이간질로 사람을 농락하려 하다니, 유비 그놈에게 단단히 쓴 맛을 보여줄 것이다! 당장 서신을 보내라, 진궁!”


진궁은 여포의 말을 듣고 서신을 작성했다. 서신은 이겸에게 전해졌다. 여포가 유비에게 반기를 보인다는 진궁의 서신을 받은 이겸은 미소를 지으며 유비에게 소식을 전했다

.

“여포가 미끼를 물었습니다.”


“그렇소?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여포를 잡을 생각이오.”


“여포군이 한 곳에 몰려있으면 잡는 것도 고역이니, 각 성에서 여포에게 문을 열어주겠다고 서신을 보내면, 여포는 병사를 나누어 각 성으로 보낼 것입니다, 그 뒤엔 성에 병사를 매복시켜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여포군을 붙잡으면 끝나는 것입니다, 갈가리 찢겨있으니 여포의 본대만 제외한다면 그리 위험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유비는 이겸의 말을 듣고 곧장 시행에 옮겼다. 진궁은 각 성에서 받은 토호들의 서신을 여포에게 전했다. 여포는 서신을 읽어보더니 낄낄거리며 웃었다.


“으하하! 유비 이놈이 덕이 많아 백성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모두 헛소리였구나! 이토록 유비를 배신하려는 자들이 많았다니, 좋다! 서주의 백성을 위해서라도 내가 직접 유비를 단죄해야겠다!”


“모반은 최대한 빠르고, 은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각 성으로 병사를 보내서 동시에 점령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합니다.”


“그 말대로다, 그렇다면 고순은 하비로, 장료는 낭야로, 진궁은 팽성으로, 서주엔 내가 가겠다!”


그날 밤, 여포는 여러 장수들에게 병사를 나누어 각 성으로 향하게 했다. 서주성으로 병사를 이끌고 간 여포는 내통했던 대로 병사들이 자리를 비운 성문으로 들어갔다.


“정말로 성문이 열렸군, 그나저나 여기서 만나기로 했던 녀석들은 왜 보이질 않는 게냐?”


접선 장소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토호의 사병이 오지 않자, 여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텅 빈 거리를 거닐던 여포는 무언가 낌새가 수상하게 느껴졌다.


“이상하군, 아무리 밤이라도 이렇게 조용한가?”


여포의 병사들이 두리번거리는 사이, 어둠 속에서 유비의 병사들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포의 병사들을 포위한 유비군은 성벽 위에서 보내는 신호에 맞춰 활을 쏘았다.

느닷없이 쏟아진 화살 비에 병사들이 쓰러지자 여포는 눈치챘다.


“내, 내가 속았구나!”


여포는 쓰러져가는 병사를 뒤로 하고 서둘러 빠져나가려 했다. 포위해오는 병사들에게 방천극을 휘둘러 도망친 여포는 굳게 닫힌 성문 앞에 멈춰 섰다. 거리의 여포군을 대부분 처리한 유비의 병사들이 여포를 몰아세웠다.

병사들 사이에 있는 유비를 본 여포가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유비 네 이놈! 네가 감히 나를 속여!”


유비는 미소를 띠며 여포를 나무랐다.


“나를 먼저 속이려던 것은 여포님이 아니었소? 그대가 하던 것을 고스란히 돌려준 것인데, 어찌 잘못된 것이라도 있소이까?”


여포가 방천극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병사들을 물리쳤지만, 병사들이 화살을 쏘자 온몸에 맞고 무릎을 꿇었다.

다음날, 각 성으로 보낸 여포의 병사들이 서주로 압송됐다. 목숨을 부지한 여포의 제장은 장료와 고순, 진궁 뿐이었다.

쇠사슬로 포박된 여포는 유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겸의 곁에 서 있는 진궁을 보며 소리쳤다.


“진궁! 네가 감히 나를 속이다니!”


진궁은 여포를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만일 네가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분명 네가 아니었을 것이다.”


여포가 유비에게 애원했다.


“유비! 아니, 유공! 살려주시오! 내가 그대의 말대로 원술의 앞에 나가 싸우지 않았소! 내 용맹함은 만천하에 알려졌소, 절대로 그대를 배신하지 않고 따르겠소!”


장비가 여포의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어디서 개뼉다구 같이 남의 등골을 후려치던 녀석이 인제 와서 개심한다는 게 믿어지겠냐! 이 추잡한 녀석아!”


여포는 비웃음에도 계속해서 유비에게 목숨을 애원했다. 모든 이들이 여포를 죽이자고 말할 때, 유비가 이겸에게 물었다.


“그대도 여포를 죽였으면 하는 생각이오?”


이겸은 유비가 자신에게 묻자, 뭔가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유비님, 정원과 동탁의 일을 잊으신 겁니까?”


유비는 이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포는 결국 형장으로 끌려가 목을 베였다. 용장이라 일컺던 여포의 허무한 죽음에 다들 기분이 복잡할 때, 장료가 말했다.


“내가 저리도 옹졸하고 눈과 귀가 어두운 자를 따르고 있었다니, 부끄러워 더는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자 어서 나도 죽이거라!”


유비가 장료의 원대로 처벌하려 하자, 관우와 이겸이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 자는 담대하고 포부가 큰 용장입니다, 형님 부디 선처를 베푸시지요.”


“제 생각도 관우님과 같습니다, 저 자는 은혜를 알고 충의를 지키는 자입니다.’


“자네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살려야겠구나.”


관우는 직접 장료의 포박을 풀어주었다. 관우와 장료가 잠시 물러났을 때, 고순이 다가왔다. 누구도 고순을 포박하지 않았지만, 고순은 직접 스스로를 포박하고 유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고순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무릎을 꿇고 있을 때, 이겸이 고순을 일으키려 했다.


“고순님께선 죄가 아니라 공을 치하해야 하는데, 어찌 무릎을 꿇으십니까.”


고순은 땅바닥에 고개를 박고 말했다.


“미혹과 망설임으로 내가 여포를 죽게 했으니, 간언하지 않은 내 죄요, 끝까지 믿고 따르지 못했던 부덕이오.”


고순이 담담하게 자신의 처벌을 원할 때, 이겸이 고순의 밧줄을 풀었다.


“포로로 붙잡힌 장수는 스스로 목숨조차 끊지 못하는 법입니다, 고순님께선 이제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몸에 지니게 되셨으니,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고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것은 저나 마찬가지니, 책임이라도 지게 해주십시오.”


이겸은 고순을 일으켜세워 유비에게 말했다.


“한 번 섬기는 자를 배신했던 자가 두 번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자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만일 고순이 유비님을 배신한다면 그땐 제 목을 베어주십시오.”


유비는 이겸의 말을 듣고 고순의 처벌을 말했다.


“여포에겐 참으로 과분한 사람이오, 그대가 저지른 배신은 그대의 머리카락을 베어 대신하겠소.”


고순은 머리카락을 잘리게 되었다. 장료, 진궁, 고순은 항장으로써 유비군에 임관했다.

여포의 사망 소식은 서주 바깥으로 빠르게 퍼졌다. 조조는 여포의 죽음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원소와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와중에, 이젠 원술로도 모자라 유비까지 덤벼들 기세구나.”


“유비에게 서신을 보내 화평을 맺고, 원술을 함께 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좋다! 시급한 것은 원술과 원소다, 유비는 나중에 처리해도 충분하니, 서주로 서신을 보내라!”


조조가 유비에게 보낸 서신은 중원의 긴장감을 더욱 감돌게 했다.


작가의말

언제나 봐주시는 여러분들께는 참으로 감사합니다.

인물의 감정 묘사가 서툴고 대사 치는 것이 익숙치 않아
뭔가 부자연스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리 고쳐도
나아지질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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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 합비를 노려라 +3 18.10.31 1,658 52 9쪽
21 20, 양주 평정 +3 18.10.30 1,738 50 11쪽
20 19, 원술의 몰락 +3 18.10.29 1,730 49 12쪽
19 18, 낙마 +7 18.10.27 1,882 49 11쪽
18 17, 두번째 출진 +7 18.10.26 2,039 46 13쪽
» 16, 봉선이 질 때 +8 18.10.25 2,010 47 12쪽
16 15, 회군 +4 18.10.24 2,022 45 11쪽
15 14, 탐색전 +9 18.10.23 2,125 46 12쪽
14 13, 풍문으로 들었소 +11 18.10.22 2,291 56 11쪽
13 12, 여포 +12 18.10.20 2,461 50 11쪽
12 11, 서주 +11 18.10.19 2,521 58 14쪽
11 10, 북해 +18 18.10.18 2,582 53 10쪽
10 9, 계교 +18 18.10.17 2,722 59 12쪽
9 8, 불나방 +15 18.10.16 2,821 67 15쪽
8 7, 사수관 +10 18.10.15 3,009 54 13쪽
7 6, 반동탁 연합 +15 18.10.14 3,271 71 14쪽
6 5, 낙양 +13 18.10.13 3,443 70 14쪽
5 4, 안희현에서 +12 18.10.12 3,551 66 14쪽
4 3, 첫 만남 +6 18.10.11 3,802 62 14쪽
3 2, 기주로, 다시 유주로 +11 18.10.10 4,144 64 11쪽
2 1, 나는 황건적이 싫어요 +14 18.10.09 4,896 84 14쪽
1 프롤로그 +3 18.10.09 4,811 8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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