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즈 대륙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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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10.10 15:53
최근연재일 :
2019.07.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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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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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와이즈 대륙 신화 - 상편(14)

DUMMY

비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올트리의 밤하늘에 도착한 방주는 낮처럼 지상을 밝혀 와이즈 대륙과 그 너머의 두 대륙까지 빛을 발산했다. 빛에 이끌린 파뉴엘과 포엠, 실리암과 에데리스들이 방주로 다가왔으나, 사악한 기운에 겁에 질려 방주의 주변만 맴돌았다.


“이곳이 올트리다, 악신들이여.”


틴코르 타르가 흡족한 얼굴로 말하자, 악신들이 주변을 살폈다.


“생기가 가득한 곳이군. 심연과는 확실히 달라.”


“피와 시체가 모자라서 그런가, 악취가 코를 찌르는군.”


새로이 탄생하긴 했으나, 이미 오랜 시간 심연에 찌든 악신들은 생기가 넘치는 올트리의 공기에 코를 틀어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 중 오직 틴코르 타르만이 마음껏 공기를 들이키며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새로운 환경을 구경하고 있을 때, 와이즈 대륙의 신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테트라의 외침을 들은 와이즈 대륙의 신들은 즉시 천상으로 올라와 그들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옴을 보고 방주가 멈출 장소를 예상해 급히 출발했다.


“어이~, 돌아온 거냐, 테트라!”


여전히 나른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알로렌의 곁에서 반대편에 서있는 악신들을 본 카디우스가 딱딱하게 말했다.


“······인사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알로렌.”


방주의 주변에 도착한 열한 명의 신들은 처음 느끼는 사악한 기운에 살기를 뿜으며 갑판 끝에 서있는 악신들을 벌레 보듯 쳐다봤다. 그제야 테트라가 긴 한숨을 내쉬며 어깨에 힘을 풀었다.


“심연에 갇혀서 돌아오지 못한 신들이네, 지금은 우리가 놓친 검은 것의 수하가 되어버렸지.”


“그렇다면 긴말할 것 없지 않나, 저것들이 저버린 명예와 영광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지.”


청동색의 전신 갑주를 입은 제르미르가 건틀릿을 낀 두 주먹을 부딪쳐 텅텅거리는 쇳소리를 내며 전의를 표출했다. 강철 갑옷을 입고 관자놀이 부분에 날개 장식이 달린 투구를 쓴 카디우스도 드워프들이 들고 다니는 무거운 양손 망치를 움켜쥐었다.


그들의 곁에 서있는 나머지 신들도 저마다 부여받은 힘들을 끌어올리며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하늘을 물들였다.


“악신들이여! 나를 따르라!”


틴코르 타르가 소리침과 함께 거대한 손을 휘둘러 방주의 갑판을 내리쳤다. 갑판 일부분이 부서지며 파편이 앞으로 튀자, 그것을 신호탄으로 열일곱 권좌의 신들과 열한 명의 악신들이 충돌했다.


와이즈 대륙의 하늘을 덮은 신과 악신 간의 전쟁은 저 멀리 있는 제라 대륙과 케이드 대륙에서도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밝고 거대했다. 전투가 시작된 처음에는 두 신들 간의 전력이 비슷한 것처럼 보였다. 강력한 힘을 가진 여섯 신들이 심연의 공기를 들이마신 데다가 방주를 지키기 위해 꽤 많은 힘을 사용한 후였기에, 초반에는 그리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악신들은 생긴 것만큼이나 지독하고 비열하게 행동했다. 제르미르의 청동 주먹에 복부를 강타당한 온 몸이 가시로 이루어진 클라비스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가시들을 하늘 아래로 떨어트려 대지를 오염시켰다.


또 다른 악신들도 저마다 자신들에게 담긴 사악한 기운들을 지면으로 뿌려댔고, 평화롭던 와이즈 대륙은 신들의 싸움으로 갖가지 부정한 것들과 사악한 것들이 탄생했다.


열일곱 권좌의 신들은 전투에 열중하면서도 악신들의 의중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힘이 회복된 여섯 신들이 적극적으로 가세하자, 첫날에 악신 하나가 쓰러지고, 둘째 날에 또 하나가, 그렇게 열흘이 지났을 때, 틴코르 타르를 제외한 열 명의 악신들은 신성한 빛에 쫓겨 그들의 사악한 왕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럴 리가 없다, 심연을 다스리는 내가, 고작 네깟 놈들에게······!”


틴코르 타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멍청한 소릴 하는구나, 악신의 왕이여. 부정한 힘을 빌린 네놈들이 우주의 균형과 창조를 총괄하는 우리가 질 것 같은가?”


테트라의 브뤼닐이 점점 더 강렬하게 빛나며 황금빛의 광선을 쏘아냈다.


“크아아악!”


최후의 공격을 막기 위해 두 손에 모든 힘을 끌어올려 광선을 받아냈지만, 피부가 벗겨지고 살이 깎여나가는 고통이 전해져왔다. 절체절명의 순간, 등 뒤에 있던 열 명의 악신들이 일제히 그의 등에 손을 올리더니 순식간에 사악한 기운이 온몸에 퍼졌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불에 그슬린 상처도 치료하지 못한 채로 서있는 황소 머리를 가진 도리아노드가 말했다.


“지금은 피해야 살 수 있다, 우선 심연으로 도망쳐야 해!”


낌새를 눈치 챈 다른 신들도 일제히 신력을 끌어올려 광선을 쏘아냈다. 열여섯의 각기 다른 색의 광선들이 몸에 닿기 직전, 틴코르 타르는 입술을 깨물며 온몸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와이즈의 신들이여! 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 이니라!”


광선들은 순식간에 연기를 사방으로 흩어버렸지만,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젠장, 또 놓친 거야!?”


격분한 이그니스가 고함을 지르며 허공에 불덩이를 던졌다.


“공간을 뛰어넘는 것은 우리도 가능하지만, 심연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 놈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무언가 다른 존재인 것 같군.”


“동감,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문제가 하나 늘었음.”


그들이 있던 자리는 신성한 기운으로 정화되어 다시 푸르른 하늘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싸움을 빨리 끝내지 못해 벌어진 또 다른 재앙은 이미 와이즈 대륙 곳곳에 퍼져 있었다.


***


“이게 뭐지?”


드워프들의 영토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바위산 마고를 등반하던 드워프가 눈앞에 보이는 이상한 검은 돌조각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며 다가갔다.


“음! 이건!?”


가까이 다가간 그가 육중한 몸을 뒤뚱거리며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물러나서 주변을 살피자 자신의 주먹만 한 돌조각은 바닥을 타고 주위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일단 마을로 내려가야겠어!’


바위들이 오염되고 대지가 썩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자 그는 즉시 자리를 피해 마을로 뛰어 내려갔다. 쿵쿵거리는 발걸음은 산을 울리며 순식간에 마을에 도착해 소리쳤다.


“이봐들! 큰일 났어! 어서 나와 보라고!”


마을 입구에서 호들갑을 떠는 그를 본 다른 드워프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왔다.


“뭐야 또.”


“또 쓸데없는 돌멩이 주워놓고 새로운 발견이라고 떠들면 가만 안 둔다?”


투덜거리며 다가오는 드워프들에게 그는 자신이 두 눈으로 본 것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처음 보는 검은 돌멩이 하나가 산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응, 응.”


“좋아, 그럼 가보자. 안내해.”


마고에는 단 하나의 마을만이 존재하는데, 그곳에 사는 드워프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이유인즉 신성한 바위산 마고는 드워프들의 고향이면서도 성지로 취급받아 선택받은 드워프들만이 살 수 있었는데, 그들은 엘더(elder)드워프라 불리며 모든 드워프들 중에서도 덩치가 크고 가장 강인한 자들이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그들은 카디우스의 힘이 담긴 망치와 곡괭이 등, 채광에 필요한 도구들을 챙기고 검은 돌멩이가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마을에는 소수의 드워프들만 남고 나머지가 산 정상으로 출발하자,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재빠르게 산 아래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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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77. 견학(1) 19.05.29 82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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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70. 시비 19.05.14 105 0 7쪽
92 69. 새로운 여정 19.05.13 99 0 7쪽
91 68. 공방의 끝 19.05.02 97 0 6쪽
90 67. 힐바의 법 19.04.08 121 0 7쪽
89 66. 마법이란 19.03.25 119 0 5쪽
88 65-3. 법정(3) 19.03.21 129 0 2쪽
87 65-2. 법정(2) 19.02.20 135 0 2쪽
86 65-1. 법정 19.02.19 138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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